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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21. 9. 10. 선고 2020노105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ㆍ조세범처벌법위반ㆍ지방세기본법위반] 상고[각공2021하,696]

판시사항

피고인 갑 주식회사의 임원들인 피고인 을, 병이 대표이사 정과 공모하여, 위 회사에서 생산하여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담배를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담배 관련 세금 인상 하루 전에 정이 대표자인 무 회사에 반출한 것처럼 피고인 갑 회사와 무 회사의 ERP 전산시스템에 전산 반출이 가능한 담배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전산을 조작하고 조작된 자료를 근거로 허위의 반출신고를 함으로써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세금을 포탈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를 조작하여 세금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등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담배의 제조ㆍ유통ㆍ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피고인 갑 주식회사의 임원들인 피고인 을, 병이 대표이사 정과 공모하여, 위 회사에서 생산하여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담배를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담배 관련 세금(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이 2015. 1. 1. 인상되기 하루 전에 정이 대표자인 무 회사에 반출한 것처럼 피고인 갑 회사와 무 회사의 ERP 전산시스템에 전산 반출이 가능한 담배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전산을 조작하고 조작된 자료를 근거로 허위의 반출신고를 함으로써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세금을 포탈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2014. 12. 31. 피고인 갑 회사 직원을 통하여 위 전산시스템에 피고인 갑 회사가 무 회사와 담배 매매거래를 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내용과 거래대상인 담배를 하나의 물류창고 내에서 인도한다는 내용을 입력하였을 뿐이고, 이는 피고인 갑 회사와 그룹 내 계열회사인 무 회사 간의 재고 확보를 위한 합의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서 담배를 제조장 밖으로 이동하는 사실행위, 즉 지방세법 제49조 제1항 , 구 개별소비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호 에서 규정한 ‘반출’을 인정할 만한 외관을 수반하고 있지 않으므로, 전산입력 행위 및 이를 기초로 한 반출신고 행위는 담배소비세 등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할 수 없는 점, 과세당국은 무 회사 보유 재고의 배송 현황이 기재된 자료 등을 통하여 담배의 반출 시기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담배 관련 세금의 부과와 징수가 전산입력으로 인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를 조작하여 세금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등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2인

항소인

검사

검사

박순배 외 3인

변호인

법무법인(유) 화우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9. 12. 20. 선고 2019고합287(분리) 판결

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지방세법 제49조 제1항 , 구 개별소비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 지방세법과 구 개별소비세법을 합쳐 이하 ‘지방세법 등’이라 한다) 제3조 제2호 에 규정된 ‘반출’이란 ‘제조장으로부터 현실적으로 제조장 이외의 장소로 이동하는 사실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피고인 1, 피고인 2는 피고인 3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3 회사’라 한다)와 공소외 1 회사 한국영업소(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의 ERP 전산시스템(이하 ‘이 사건 전산시스템’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에 새로운 거래유형을 신설한 다음, 2014. 12. 31. 공소외 2 차장을 통하여 피고인 3 회사가 생산하여 사천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창고’라 한다)에서 보관하고 있던 담배 24,919,900갑(이하 ‘이 사건 담배’라 한다)을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공소외 1 회사에 반출한 것처럼 전산입력(이하 공소외 2의 이 날짜 전산입력을 ‘이 사건 전산입력’이라 한다)을 하고 이를 근거로 허위의 반출신고를 함으로써 이 사건 담배에 관하여 과세당국에 2015. 1. 1. 자로 인상되기 이전의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를 납부하고 2015. 1. 1. 자로 신설된 개별소비세를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과세당국으로서는 이 사건 담배가 실제로 반출되었는지 여부를 전산시스템 접근 권한이 없이 쉽게 확인하기 어려우며, 설령 전산시스템 접근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암호화된 문자를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전산상 매출장부에서 매출액을 과소기입하는 것과 동일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결국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6항 제6호 소정의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를 조작하여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나아가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담배를 이 사건 창고 외부로 이동시킬 수 있을 만한 인적ㆍ물적 자원이 마련되지 않았던 점, 피고인 2가 지시한 새로운 거래유형에 따른 전산입력은 그 자체가 비정상적 행위로서 조세포탈 목적 외에는 이를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점,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담배를 2015. 1. 1. 자로 인상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여 약 262억 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에게 조세포탈의 범의도 충분히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 이 정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들의 지위

공소외 3은 2012. 6. 20.경부터 2015. 12. 31.경까지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 하고, 공소외 4 회사, 피고인 3 회사, 공소외 1 회사를 합쳐 이하 ‘○○○ 그룹’이라 한다), 피고인 3 회사의 각 대표이사,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자로서 위 각 회사와 영업소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다.

피고인 1은 2014. 7.경부터 2017. 9.경까지 피고인 3 회사의 생산물류총괄 전무로서 대표이사인 공소외 3을 보좌하여 담배 제조, 반출 등의 업무를 총괄하였다.

피고인 2는 2014. 6.경부터 2014. 10. 말경까지는 피고인 3 회사의 인사 및 물류담당 이사를 겸직하였고, 2014. 11. 1.경부터 2015. 10. 4.경까지는 물류담당 이사로서 공소외 3과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담배 반출, 배송 등 업무를 담당하였다.

공소외 4 회사는 1990. 9. 3.경 담배 수입,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인 3 회사는 2001. 9. 8.경 담배 제조, 유통,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사천시에 담배 제조공장 및 물류창고를 두고 △△ 등의 담배를 제조하고 있으며, 공소외 1 회사는 네덜란드에 본점을 둔 한국영업소로□□□□□□□□□□□ □□□ 그룹이 보유하는 특정 담배의 상표특허권을 보유하면서 피고인 3 회사에 담배 제조권을, 공소외 4 회사에 담배 판매권을 위탁하였다.

나. 공소외 3, 피고인 1, 피고인 2의 공동범행

공소외 3은 2014. 11. 12. 및 2014. 12. 10. 피고인 1 등이 참석한 회의를 개최하여 피고인 3 회사 사천공장에서 제조한 담배를 2015. 1. 1. 담배 관련 세금 인상 전에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것처럼 조작하여 허위의 반출신고를 함으로써 인상 전 세금을 납부한 후 위와 같이 확보한 담배들을 2015. 1. 1. 이후 판매하여 그 차익을 얻기로 계획하였다.

이후 공소외 3은 마케팅 부서 공소외 5 이사로 하여금 내부 이메일을 통해 피고인 1, 피고인 2에게 전산 반출이 가능한 담배의 종류와 수량을 전달하게 하였고, 그 무렵 피고인 2는 위 이메일 내용을 물류담당 차장인 공소외 2에게 전달하면서 담뱃값 인상일 하루 전인 2014. 12. 31. 직접 이 사건 창고로 가서 전산상으로 반출이 된 것처럼 조작할 것을 지시하였다.

위와 같은 지시를 받은 공소외 2는 2014. 12. 31. 이 사건 창고로 가서 이 사건 담배를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직접 담배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마치 공소외 1 회사에 반출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하였고, 이로 인해 공소외 1 회사는 2014. 12. 31. 기준으로 반출이 완료되어 신설된 개별소비세와 인상된 지방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는 재고 담배 24,630,000갑을 보유하게 되었다.

피고인 3 회사는 2015. 1. 2.경 사천시청에 사실은 담배 관련 세금 인상 전에 위 24,630,000갑을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반출이 이루어진 것처럼 허위 신고를 하고 그 무렵 인상 전 담배 관련 세금을 납부하였고, 위 담배 24,630,000갑을 담배 관련 세금 인상 이후에 반출하여 모두 판매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소외 3과 공모하여 반출하지 않은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전산조작을 하는 등 ‘행위 내지 거래를 조작’한 후 위 조작된 반출자료를 근거로 허위의 반출신고를 작성하여 제출함으로써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개별소비세 14,630,220,000원, 담배소비세 24,802,410,000원, 지방교육세 10,911,090,000원 합계 50,343,720,000원을 포탈하였다.

다. 피고인 3 회사

피고인 3 회사는 그 대표이사인 공소외 3, 생산물류총괄 전무인 피고인 1, 물류 이사인 피고인 2가 그 업무에 관하여 위 나.항과 같이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하였다.

3. 판단

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ㆍ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춰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산입력이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를 조작한 전산조작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들이 전산조작 이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전산입력이 전산조작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① 이 사건 전산입력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은바, 이는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이 사건 담배에 관한 매매거래 및 이에 따른 이 사건 창고 내에서 인도에 관한 것이고, 이러한 내용은 2014. 12. 10.경 ○○○ 그룹 임원회의에서 정한 연말 유통재고 확보를 위한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매매 합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일 뿐 담배 관련 세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급조하여 그 외양을 가장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주1)

피고인 3 회사 직원 공소외 2는 2014. 12. 31. 피고인 2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서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담배를 주문한다는 내용의 재고거래를 위한 주문(Stock Transfer Order)을 생성하여, 공급자(판매자)란에 ‘(기재 내용 생략)’, 주2) Plnt(PLANT)란에 ‘(기재 내용 생략)’, 담배재고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한 후 ‘Goods Issue(재고 처분)’ 버튼을 눌렀다. 이어 공소외 2는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서 이 사건 담배에 대한 배송지시서(Outbound Delivery)를 생성하여 ‘재고를 보내야할 장소(Ship-to party)’란에 ‘(기재 내용 생략)’, 주3) 주4) 담배재고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였다. 공소외 2는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서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담배를 피고인 3 회사로부터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Goods Receipt(재고 수령)’ 버튼을 눌렀다.

② 검사가 제출한 전산시스템 화면 출력물은 모두 이 사건 전산입력과 무관한 것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전산입력을 통해 이 사건 담배를 이 사건 창고 밖으로 물리적으로 이동한 것처럼 조작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③ 공소외 2가 수사기관 및 과세관청에서 한 “2014. 12. 31. 이 사건 담배를 전산시스템에 ‘반출 처리’ 내지 ‘반출 입력’하였다.”라는 취지의 진술은, 지방세법 등이 정한 ‘반출’의 법률적 의미를 정확히 알고 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 ‘반출’의 개념을 직접적으로 표상하는 명령어나 메뉴가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④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전산입력 전에도 세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전산입력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산입력을 한 뒤 담배 관련 세금을 신고ㆍ납부하였으며, 이 사건 전산입력 후인 2015. 1. 30.경에도 이 사건 전산입력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산입력을 하였다.

나) 전산조작 이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① 피고인들이 2014. 12. 31. 무렵 이 사건 담배를 잠깐 제조장 밖으로 실어 나른 후 다시 제조장에 반입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거나, 이 사건 창고 내에 존재하지 않던 담배를 존재하는 것처럼 담배재고 보유량을 조작하거나,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에 매매거래가 없었음에도 있었던 것처럼 외양을 조작한 사실은 없다.

② 이 사건 전산시스템을 담배 관련 세금과 관련된 장부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 3 회사는 담배 관련 반출신고를 함에 있어 이 사건 전산시스템의 자료를 첨부하지 않고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제조담배 수불상황표만을 첨부하여 제출하였을 뿐이다.

③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고시에 따라 2014. 12. 31.까지 이 사건 담배를 포함하여 12월분 담배 43,555,054갑을 반출할 수 있었고, 반출한 담배에 대하여 2015. 1. 1. 자 담배 관련 세금의 인상 등에 따른 재고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④ 이 사건 창고는 모두 피고인 3 회사 직원이 관리하는 하나의 제조장이므로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에 이 사건 담배를 매매거래한 후 이 사건 창고 내의 피고인 3 회사 랙에서 공소외 1 회사 랙으로 이 사건 담배를 이동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담배를 반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이 사건 창고 임대차계약이 진실한 것인지, 피고인 3 회사가 이 사건 담배를 이 사건 창고의 피고인 3 회사 랙에서 공소외 1 회사 랙으로 실제 이동하였는지 여부는 담배 관련 조세채무의 성립과 무관하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① 피고인들은 2014. 12. 31. 공소외 2를 통하여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 피고인 3 회사가 공소외 1 회사와 사이에 담배 매매거래를 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내용과 거래대상인 담배를 이 사건 창고 내에서 인도한다는 내용 주5) 을 입력하였을 뿐이고, 이는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합의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서 이 사건 담배를 제조장 밖으로 이동하는 사실행위, 즉 지방세법 등에서 규정한 ‘반출’을 인정할 만한 외관을 수반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전산입력 행위 및 이를 기초로 한 반출신고 행위는 담배소비세 등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 할 수 없다.

② 또한 과세당국으로서는 공소외 1 회사 보유 재고의 배송 현황이 기재된 자료 등을 통하여 이 사건 담배의 반출 시기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담배 관련 세금의 부과와 징수가 이 사건 전산입력으로 인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조세포탈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전산입력 등을 통하여 담배 관련 세금의 부과ㆍ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부정한 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거나 조세포탈의 결과 발생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고시에 따라 2014. 12. 31.까지 이 사건 담배를 포함하여 12월분 담배 43,555,054갑을 반출할 수 있었다. 당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창고 밖의 다른 장소로 담배를 이동시켰다면 조세포탈의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수백억 원의 재고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피고인들이 그러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전산조작을 통하여 조세포탈을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인들은 2014. 9. 26.부터 2014. 12. 31.까지 4차례에 걸쳐 이 사건 전산입력과 동일한 방식의 전산입력을 반복하였고, 그 전산입력에 따라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매매거래가 성립되면 반출신고를 하고 피고인 3 회사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를 신고ㆍ납부하였다. 이처럼 피고인들은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에 매매거래가 있으면 담배를 반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전산입력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③ 공소외 3 및 피고인 1을 포함한 ○○○ 그룹 임원들은 2014. 12. 10. 담배 관련 세금 인상에 대비한 회의를 개최하였고, 공소외 5는 위 회의결과에 따라 연말 유통재고 확보를 위해 피고인 1, 피고인 2와 공소외 2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 후 피고인 2는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창고 물류담당 공소외 6이 공소외 1 회사로 전산입력하는 것을 도와 요청된 연말 반출 재고를 확보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처럼 피고인들은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담배의 재고 이전을 통해 연말 유통재고를 확보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소외 2에게 2014. 12. 31.경 이 사건 담배를 이 사건 창고 밖으로 이동시킨 것처럼 전산시스템을 조작할 것을 지시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공소외 3 및 피고인 1을 포함한 ○○○ 그룹 임원들이 2014. 11. 12. 및 2014. 12. 10. 피고인 3 회사 사무실에서 회의를 개최하여 이 사건 고시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반출 담배의 종류 및 수량 등을 논의하고, 한국 임원단에게 세금 인상 관련 업데이트를 공유하게 하거나 주 단위로 점유율 및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여 보고하게 하면서,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문서로 남겨 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들에게 조세포탈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련(재판장) 엄상필 심담

주1) 피고인 3 회사는 2014. 12. 31. 공소외 1 회사에 이 사건 담배 가액을 포함한 공급가액 76,822,805,000원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고, 공소외 1 회사는 이를 수취하였다.

주2) 피고인 3 회사의 Plant Code(보관장소에 따라 분류하는 전산코드)로 이 사건 창고를 의미한다.

주3) 공소외 1 회사의 Plant Code 중 하나로 이 사건 창고에 담배를 보관하는 경우에 이 코드를 입력한다.

주4) 이 사건 창고의 주소이다.

주5) 출고지와 입고지의 주소가 모두 이 사건 창고 소재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