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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전지법 홍성지원 2007. 2. 7. 선고 2004고단230 판결

[명예훼손·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퇴거불응)] 항소[각공2007.4.10.(44),908]

판시사항

[1] 초등학교 여성 기간제교사가 같은 학교 교장의 차 접대 요구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글을 해당 군청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안에서, 형법 제310조 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사례

[2]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전단이 단체나 다중의 구성원들 모두에게 적용되는지, 아니면 주동자에게만 적용되는지 여부(=주동자에게만 적용)

판결요지

[1] 초등학교 여성 기간제교사가 같은 학교 교장의 차 접대 요구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글을 해당 군청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안에서, 교장에 대한 명예훼손은 인정되나 위 글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그 글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의 한계 내에 있다고 보아 형법 제310조 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사례.

[2]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은 그 구성요건 중 하나로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를 규정하고 있는데, 위 법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자는 주관적으로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수단으로 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수단으로 하여야 한다. 따라서 단체나 다중의 구성원들을 모두 위 법조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결과에 도달하게 되므로, 위 법조는 주관적, 객관적으로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수단으로 한 주동자에 대하여만 적용함이 상당하다.

피 고 인

피고인 1외 4인

검사

신혜진

변 호 인

변호사 정연기외 1인

주문

피고인 2를 징역 8월에, 피고인 3을 징역 6월에 각 처한다.

피고인 1, 4, 5는 각 무죄.

범죄사실

피고인 2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라 한다) 충남지부 사무처장, 피고인 3은 전교조 충남지부 초등위원회 사무국장이었던바, 위 피고인들은 전교조 소속 조합원으로서 보성초등학교의 교사였던 피고인 4, 5 및 전교조 소속 조합원인 교직원 10여 명 등과 함께 보성초등학교 공소외 1 교장의 서면사과를 요구하기 위해서 예산군 교육장을 면담한다는 명목으로, 2003. 3. 31. 16:30경 충남 예산읍 산성리 319-3 소재 예산군 교육청으로 찾아가 교육장 부속실에서 교육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다가 부속실 여직원인 피해자 공소외 2, 학무과장인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교육장이 출장중이니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약 1시간 가량 단체원들과 함께 부속실에 머무르면서 위 서면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가짐으로써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퇴거요구에 불응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

1. 제1, 2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2, 3의 각 일부 진술기재

1.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3, 공소외 2의 각 진술기재

1. 제5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4의 진술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쟁점에 관한 판단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음)

쟁점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에 관련되는 헌법적 가치들

이 사건은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공존하고 있고, 우리 국민들은 우리 공동체의 가치질서에 관한 법규범인 헌법(제31조 제4항) 을 통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지만, 교육의 목적과 관련하여 음미해 보면 우리의 교육을 통하여 우리 청소년들이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연마하고 균형잡힌 사고를 갖기를 바라는 우리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우리 국민들은 우리의 교육을 통하여 우리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유로이 자신의 의사를 결정한 후 소수자는 다수결의 결과에 승복하고 다수자는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여 보장함으로써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사이의 변화가능성을 남겨두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나서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서 영속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민주시민은 교실에서 교사들의 강의를 통해 양성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 속에서 교사들의 지도와 모범을 통해 학생들의 몸속에 민주주의적 행동방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 양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자들은 그 스스로 민주시민으로서의 지식과 소양을 갖추어야 하고 학생들에게 말로써만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여 행동으로 민주시민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앞서 민주시민의 행동양식과 관련하여 지적한 것처럼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따른 의사결정이라는 형식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을 통한 상호간의 설득과정을 그 필수적 전제로 한다. 이러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의 유통,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 상호간의 설득과정을 규율함에 있어 우리의 헌법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유형의 자유가 절대적인 자유가 아니고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는 자체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과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절대적인 기본권이 아닌 이상 개인이 하고자 하는 표현행위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헌법 제37조 제2항 에 근거한 법률적 제한을 받을 수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 등 참조).

한편, 민주주의는 국민 각자가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민주국가에서 남녀평등은 당연한 것이고, 이 점에 관해 우리 헌법(제11조) 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녀평등은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이고, 우리 삶의 곳곳에서 몸 속에 체화되고 생활화되어야 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린 교육현장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민주주의는 사람들의 희생과 각고의 노력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과정에서 현재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는 진전되었고 그러한 희생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값진 희생이고 의로운 일이라고 칭송되기도 하지만 그 개인 또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여전히 그 희생은 가슴 속에 아픔으로 남아 있는 것이기에 그 과정을 반추하여 그때 어떻게 하였으면 양쪽 모두의 희생과 손실이 최소화될 수 있었을까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배우는 한 이유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고자 함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큰 틀의 민주주의는 상당한 정도로 진전되었기에 작은 틀의 민주주의를 달성함에 있어 수반될 수 있는 희생과 손실을 줄일 필요가 있다. 희생과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길은 충분한 지식과 정보의 유통,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 상호간의 설득과정이라고 하는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하는 길이고, 그러한 과정은 국민들 각자의 몸에 교훈으로 각인되는 것이기에 그에 의해서 달성된 국민통합은 조금 더디더라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사회의 다른 많은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2. 피고인 1

가. 검사의 공소사실 및 위법성 여부에 관한 주장의 요지

(1)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피고인 1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공소사실로 형법 제307조 제1항 을 적용하여 처벌해 줄 것을 구하고 있다.

피고인 1은 충남 예산군 삽교읍 목리 소재 보성초등학교 기간제교사였던 자로서, 2003. 3. 20. 21:54경 충남 예산읍 주교리 (상세 지번 및 아파트 이름, 동, 호수 생략)호 피고인 4의 집에서, 그곳 컴퓨터를 이용하여 예산군청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여교사라는 이유로 차 접대를 강요하는 현실(보성초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이라는 제목으로, 별지 기재와 같은 내용의 글(이하 “이 사건 글”이라고 한다)을 게재함으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검사의 위법성 여부에 관한 주장의 요지

검사는 이 사건 글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사익적 동기에서 작성, 게재된 것이므로 위법하고 형법 제310조 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 매일 아침 교장에게 차 접대를 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공소외 5 교감이고, 교장인 피해자 공소외 1은 교감으로부터 피고인이 접대 및 기구관리업무의 이행을 거부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피고인 1에게 손님 접대 준비를 하되, 매일 아침 자신에게 차를 가져오지 말라고 하면서 교감의 상시적인 차 접대 지시를 임시적인 차 접대 준비로 바꾸는 등 교감에 의한 업무지시를 피고인 1과 협의하에 수정하거나 축소 조정하였는데도 이와 같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고, 수업 중이라도 손님 접대를 하라는 지시를 교장이 하지 않았음에도 교장이 한 것처럼 읽히도록 적시하였다.

(나) 교장 또는 교감이 하루에 여러 번 수업중에 들어온 날이 하루뿐이며 주로 교감에 의하여 수업참관이 이루어졌고, 공문을 10장 출력하게 한 사람도 교감임에도 그 행위 주체를 생략하고 사실을 과장하였다.

(다) 미술실 청소는 피고인 1의 담당업무이므로 관리감독자인 교장이 피고인 1에게 청소불량에 대하여 지적한 것임에도 감정적이면서도 반복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라) 사직서가 교감을 거쳐 교장에게 제출되었고 교장이 사직서를 바로 수리하였지만 그 전에 교감이 피고인의 사직의사를 미리 확인하였으며 피고인이 사직서 제출 전 이틀에 걸쳐 결근하여 본연의 업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과정에 대한 적시를 생략하였다.

(마)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관리감독기관이 아닌 일반 행정관청인 예산군청의 홈페이지에 위와 같이 왜곡된 글을 게재하였다.

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의 요지

(1) 명예훼손 여부에 관한 주장의 요지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글에 의하여 망 공소외 1 교장의 명예가 훼손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위법성 여부에 관한 주장의 요지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글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형법 제310조 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 이 사건 글은 피고인이 여성이자 비정규직인 기간제교사로서 교육현장에서 겪었던 남녀 교직원 사이의 잘못된 불평등 관행에 대하여 이를 바로잡을 목적에서 작성, 게재한 것이다.

(나) 망 공소외 1 교장이 이 사건 글에 게재된 내용 전부에 관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곤란하지만 학교의 모든 문제를 총괄적으로 지휘·감독할 지위에 있었던 교장이었다는 점에서 이 글은 읽혀져야 한다.

(다) 피고인이 스스로 사직한 것이기는 하나, 기간제교사로서 여성으로서 계속적 근무를 위해서는 교장이나 교감의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억울하게 사직하게 되었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기간제교사들이 자신과 같은 처우에서 벗어나도록 함에 있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 이 사건 글을 작성, 게재하게 된 것이다.

(라) 의도적으로 일반 행정관청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이 아니라 예산군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근이 되지 않아 예산군청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이고, 동일한 내용의 글을 교육인적자원부, 여성부, 도교육청 홈페이지 등에도 게재하였고 이 사건 글은 교육인적자원부, 여성부, 도교육청 등 다른 행정기관의 홈페이지에 올린 행위와 일련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건들은 공익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본건에 대하여만 공익성이 없다면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명예훼손 여부에 관한 판단

공표된 어떤 표현행위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인지의 여부는 당해 표현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 독자가 당해 표현행위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당해 표현의 전체적인 흐름,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인바(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6다38032 판결 , 대법원 1999. 10. 8. 선고 98다4007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관점을 기초로 검사가 이 부분에 관하여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들을 종합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글은 독자들에게 망 공소외 1 교장이 여성인 기간제교사에게 차 준비나 차 접대를 채용과 계약유지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이를 거부하자 부당한 대우를 하여 사직하도록 하였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글에 의하여 망 공소외 1 교장의 명예가 훼손되었음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인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용인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위법성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 측과 피고인 측은 이 사건 글의 내용이 대체로 진실에 부합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공익성 여부, 즉 위법성 여부에 관하여는 상반되는 논거를 제시하면서 다투고 있어 이 부분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판단 기준

언론·표현의 자유는 개인이 언론 활동을 통하여 자기의 인격을 형성하는 개인적 가치인 자기실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평등한 배려와 존중을 기본원리로 공생공존 관계를 유지하고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회적 가치인 자기통치를 실현하는 수단이어서 개인의 언론활동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행위자와 피해자라는 개인 대 개인 간의 사적관계에서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하나 당해 표현이 공공적, 사회적, 객관적 의미를 가진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의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정치적 언론이 숨쉬는 열린 공간에서 여론을 수렴하여 그것을 다수의사로 결집, 형성하는 과정은 민주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참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공익 목적을 쉽사리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며, 공익을 위한다는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 2003. 12. 26. 선고 2003도6036 판결 , 2005. 10. 14. 선고 2005도5068 판결 , 2006. 8. 25. 선고 2006도648 판결 등 참조).

또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형벌 규정을 해석 적용할 때에는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보호를 조정하기 위하여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사적 인물인지, 그 표현이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 또는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로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표현내용과 방식에 따라 상반되는 그 두 가지 권리를 유형적으로 형량한 비례 관계를 따져 언론자유에 대한 한계 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 , 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등 참조).

(나) 검 토

앞서 본 검사의 주장과 피고인 측의 주장은 모두 이 사건 글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할 것인바, 여기에 더하여 앞서 살핀 헌법적 가치들, 우리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밝히고 있는 언론의 자유의 한계에 관한 판단 기준, 우리의 교육현실을 기초로 이 사건 글에 대해 다시 음미해 본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상당 부분 무너지고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을 더 존경한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교육현장에 어떠한 문제가 있기에 이러한 결과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여러 가지 말을 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정보나 자료가 부족하고 대학입시를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는 지금 하루하루 자식 뒷바라지하기도 바쁜데 그런 문제를 논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교육에 관하여 매우 답답함을 느끼고 있고 이러한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관해 더 넓고 많은 공간에서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은 교육 당국이나 교육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헌법(제31조 제4항) 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률은 일반 국민의 대표자들이 모인 국회에서 제정되는 것이므로 결국 교육에 관하여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는 일반 국민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 학부모, 학생들이 의사를 결정함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는 매우 부족하다. 특히 지역의 교육현장은 지역 학부모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간이고 우리 사회의 교육에 관한 관심의 정도를 보면 좀더 많은 정보가 개방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의 논의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피고인이 이 사건 글에서 행위 주체가 교장인지 교감인지에 관한 명확한 구별을 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망 공소외 1 교장에 대하여 일부 왜곡된 인상을 갖게 한 점, 다소 감정적이거나 거친 표현을 일부 사용한 점, 교육문제와 관련이 적은 예산군청 홈페이지에 글을 게재한 점 등이 있어 피고인에게 사익적인 동기나 목적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곤란하나, 여성 교원의 차 접대는 이 사건 발생 3년 전부터 교육부가 이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었고 여성부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혀왔던 점, 우리 교육현장에서의 남녀평등은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장래를 위하여 매우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는 점, 이 사건 글이 게재된 이후 교육 관련 국가기관들이 사안을 조사하고 교사 업무분장의 잘못과 부적절한 교내 장학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취하도록 한 점, 교육문제는 교육관련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학부모와 학생 등 국민들 전체,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점, 교육에서의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에 관해 더 넓고 많은 공간에서 정보가 공개되고 공론의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글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이 사건 글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의 한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310조 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2. 피고인 4, 5

가. 검사의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피고인 4, 5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공소사실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 제2조 제1항 제1호 , 형법 제319조 제2항 , 제1항 을 적용하여 처벌해 줄 것을 구하고 있다.

피고인 4, 5는 피고인 2, 3 및 전교조 소속 조합원 10여 명 등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함께 위 공소외 1 교장의 서면사과를 요구하기 위해서 예산군 교육장을 면담한다는 명목으로 예산군 교육청으로 찾아가, 2003. 3. 31. 16:30경 충남 예산읍 산성리 319-3 소재 예산군 교육청 내 교육장 부속실에서 교육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다가 부속실 여직원인 피해자 공소외 2, 학무과장인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교육장이 출장 중이니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약 1시간 30분 동안 단체원들과 함께 부속실에 머무르면서 위 서면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가짐으로써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퇴거요구에 불응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은 그 구성요건 중 하나로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를 규정하고 있다. 즉 위 법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자는 주관적으로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수단으로 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수단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다.

원래 퇴거불응이란 행위자가 특정한 의사를 표현하거나 특정한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나 과정 중 하나로 행하는 것이 보통이고, 법률적으로 의미있는 단체 또는 다중은 단순히 사람들의 모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의사와 목적을 가진 단체와 다중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체나 다중의 집단적 의사표현이나 행동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나 집회·결사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이고, 헌법 제37조 제2항 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그 제한의 범위가 해석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공동의 의사와 목적을 가진 단체나 다중에 있어서는 통상 단체나 다중의 의사나 행동을 조직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대표자 또는 주동자가 있게 된다. 그런데 회사의 사장이나 간부와 일반 사원의 관계에서 보는 것처럼 때로 일반 사원은 자신의 의사가 사장이나 간부의 의사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사장이나 간부의 의사에 반한 행동을 하기는 어렵다. 한편, 단체나 다중을 조직하고 그 행동방향을 지도하는 자가 단체나 다중의 구성원들에게 제시한 목적과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퇴거불응을 하고 단체나 다중이 퇴거불응의 목적을 오해한 상태에서 퇴거불응에 나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단체나 다중의 구성원들을 모두 위 법조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결과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므로, 위 법조는 주관적, 객관적으로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수단으로 한 퇴거불응의 주동자에 대하여만 적용함이 상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법정에 현출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들이 전교조 충남지부의 예산교육청 항의방문계획을 알게 된 경위, 항의방문에 참가하게 된 경위, 예산교육청 부속실에서 피고인들이 취한 행동 등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단체나 다중을 조직하고 그 행동을 지도하는 등으로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퇴거불응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거나 그 고의가 있었다거나 나아가 피고인들이 공소외 2나 공소외 3으로부터 퇴거요구를 받았다는 점에 관하여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곤란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 4, 5에 대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3. 피고인 2, 3

가. 위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위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이 사건 당시 교육장실의 부속실 여직원인 공소외 2나 학무국장인 공소외 3으로부터 적극적인 퇴거요구를 들은 적이 없고, 설령 들었다 하더라도 공소외 2나 공소외 3은 퇴거를 요구할 권한이나 지위에 있지 않아 그에 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퇴거불응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퇴거불응죄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들어간 자가 그 거주자, 관리자의 퇴거요구를 받고도 그 장소에서 퇴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퇴거요구는 거주자, 관리자뿐만 아니라 그를 대리하거나 그로부터 위탁받은 자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퇴거요구는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지 않고 적극적인 물리적 퇴거시도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당해 장소의 크기, 행위자의 숫자, 거동 및 체재 상황 등에 비추어 요구권자의 태도 등에 의하여 행위자의 체재가 그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이 묵시적으로 표현되어도 족하다고 할 것이다.

돌이켜 본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는 교육장 부속실의 직원으로서 위 부속실의 거주자라고 할 것이고, 공소외 3은 예산교육청 학무국장으로서 교육장의 부재시 교육장의 업무를 대리할 권한이 있는 자로서 위 부속실의 관리자 또는 대리관리자라고 할 것이며, 피고인들이 전교조 소속 조합원 15-20명과 함께 이 사건 당일 예산교육청 교육장 부속실에 갔을 때 위 공소외 2가 교육장이 안 계시니 돌아가고 다음에 약속을 정하여 오라는 요청을 하였으나 응하지 않은 사실, 이에 공소외 2가 위 공소외 3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부속실로 온 위 공소외 3이 피고인들에게 교육장이 안 계시니 학무과장실로 가서 이야기하자면서 데리고 나가려고 하였으나 역시 응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피고인들은 공소외 2가 이전에도 교육장이 없다고 하였는데 실제 교육장이 있어 면담을 한 적이 있었으므로 본건 당시에도 이전과 같은 상황일 것으로 추측하여 퇴거요구가 정당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피고인 3이 실제 교육장실의 문을 열고 교육장이 없음을 확인한 이후에도 피고인들이 계속 퇴거요구에 불응하여 부속실에 체재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피고인들의 이러한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들은 검사의 본건 공소제기는 조직폭력배가 아닌 피고인들에 대하여 단체 또는 다중에 의한 퇴거불응사실로 법정형이 중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의 적용을 구하는 내용으로서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소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위 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음은 이 법원의 위헌제청을 통하여 확인된 바 있고( 헌법재판소 2006. 4. 27. 선고 2005헌가8 결정 ),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은 그 적용대상을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일반 국민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므로, 본건에 있어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들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위 피고인들에 대한 형의 양정

피고인 2, 3은 전교조 충남지부 간부들로서 예산교육청 항의방문을 계획하고, 예산군 지부회원들에게도 참여를 권유하였으며, 현장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였음이 인정된다. 그런데 피고인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게 된 원인에 있어서는 우리의 교육현장에 종사하는 교육자들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의식과 행동양식에 관한 소양부족, 즉 의사표현방식과 토론방식의 미숙함, 의견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시간투자와 다양한 해결가능성의 모색을 위한 노력투자의 부족, 문제해결방법에 대한 훈련부족 등이 발견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가 이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교육현장의 곳곳에서 교육현장의 관리자와 종사자 모두에게서 발견되는 것이기에 피고인들만을 탓하기도 곤란하다.

한편,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들이 도의적 차원에서는 결과적으로 보성초등학교 공소외 1 교장의 자살의 원인들 중 하나가 되었음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피고인들이 공소외 1 교장의 죽음에 대하여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고, 과거의 감성사법에 대한 반성으로 탄생한 근대의 이성사법에 있어 본건에 관련된 도의적 측면이 양형에 있어 주된 요소가 되어서도 아니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과 피고인들에게 본건 외에는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들이 본건 퇴거불응의 과정이나 그 이후에 물리적으로 타인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재물을 손괴하는 등의 사실 없이 단지 1시간 가량 집회를 갖다가 자진해산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에 대하여 법이 정한 형은 가혹한 면이 있으므로 그 형의 일부를 감경한 범위 내에서 본건에서의 피고인들의 행위나 역할을 감안하여 형을 정하기로 하되, 당시 퇴거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 부분이 이 사건의 핵심요소에 관련된 것이며 교사들의 행동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면 자신들의 그릇된 주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피고인들에 대하여 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하는 것은 법이 추구하는 정의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고 지혜로운 결론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실형선고는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들의 직업, 경력, 가족관계, 이 재판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추어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지 아니하고,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추정의 이익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을 곧바로 구금하지는 않기로 한다.

끝으로 이 법원은 이 사건의 전체적인 과정을 반추하여 얻은 교훈들이 피고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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