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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4. 12. 선고 92다49300 판결

[손해배상(기)][공1994.6.1.(969),1412]

판시사항

종중의 대표자가 종중 소유의 부동산을 개인 소유라 하여 매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잔대금지급 이전에 매수인이 종중 소유임을 알고 항의하자 종중의 결의가 없는데도 종중 대표자로서 그 이전을 약속하고 종중총회 결의서 등을 위조하여 등기이전을 해 주고 잔금을 받은 경우 종중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매수인이 지급한 잔대금 상당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종중의 대표자가 종중 소유의 부동산을 개인 소유라 하여 매도하고 계약금과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잔대금지급 이전에 매수인이 종중 소유임을 알고 항의하자 종중의 결의가 없는데도 종중 대표자로서 그 이전을 약속하고 종중총회 결의서 등을 위조하여 등기이전을 해 주고 잔금을 받았는데 그 후 종중이 소송으로 부동산을 되찾아간 경우 종중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매수인이 지급한 잔대금 상당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한용근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기욱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종중

주문

각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 종중의 대표자였던 소외 1이 원고에게 피고 종중의 소유인 이 사건 임야를 마치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가장하여 매매대금 40,000,000원에 매도하여 1986. 6. 10.까지 계약금, 중도금 합계 금 20,000,000원을 받은 사실, 원고는 소외 1이 등기서류를 교부하지 않아 잔대금 지급을 보류하고 있던 중 그 해 7.경 등기부를 열람해 본 결과 이 사건 임야가 피고 종중의 명의로 등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소외 1에게 항의를 하면서 해약을 요구하였으나 소외 1이 자신이 피고 종중의 대표자로 있으니 책임지고 소유권을 이전해 주겠다고 다짐한 관계로 믿고 기다린 사실, 한편 소외 1은 위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는 물론 원고가 이 사건 임야가 피고 종중의 소유임을 알게 된 이후에도 피고 종중 총회의 결의를 거치는 등 이 사건 임야의 처분에 관한 아무런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데다가 1987. 5. 30.에는 피고 종중의 대표자직을 물러나게 되어 원고에게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지 못하게 되자 1988.5.2.에 이르러 피고 종중의 정관과 함께 마치 1986.5.16. 피고 종중의 임시총회가 열려 이 사건 임야의 처분을 승인한 것처럼 임시총회회의록을 각 위조한 다음 위 위조서류를 이용하여 1988.6.1.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고 나서 그 달 5.에 원고로 부터 잔대금 20,0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 이에 피고 종중은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절차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판시와 같이 피고의 승소판결이 확정된 사실 등 판시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원고와 소외 1 사이의 매매가 가장매매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 바, 기록에 대조하여 살펴볼 때 위 사실인정은 이를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하였다거나 증거가치 없는 증거로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터잡아 1986.5.20. 당시 소외 1이 피고 종중의 대표자이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임야를 원고에게 매도함에 있어서 이 사건 임야가 소외 1의 소유인 것처럼 기망하여 이를 매도하였고 원고도 그렇게 알고 매수하였을 뿐 소외 1이 피고 종중의 대표자의 지위에서 그 직무행위의 일환으로 매도한 것이 아니므로 위 매매행위는 외형상 피고 종중의 대표자의 직무행위로 볼 여지가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피고 종중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어서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하고 난 후인 1986.7.경에 이르러 이 사건 임야가 피고 종중의 소유임을 알게 된 원고가 위 매매계약을 무효화하고 이미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1988.6.5. 다시 잔대금까지 지급하게 된 것은 소외 1로 부터 그가 피고 종중의 대표자로 있으니 책임지고 소유권을 이전해 주겠다는 다짐을 받은 데다가 실제로 소외 1이 1987.5.30.까지 피고 종중의 대표자로 있었기에 그가 피고 종중총회의 결의를 얻는 등 차질없이 소유권을 넘겨줄 수 있으리라 믿었고 소외 1이 1988.6.1.에 이르러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하여 주었기 때문인 바, 그렇다면 소외 1이 피고 종중의 대표자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종중총회의 결의없이는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줄 수 없고 그의 권한으로는 종중총회의 결의를 얻을 수 없는데도 위 매매계약체결 후에 위와 같은 다짐을 한 행위는 외형상 피고 종중의 대표자의 직무에 관한 행위로 볼 수 있는 것이고 소외 1의 피고 종중 대표자로서의 위와 같은 행위는 그 후 자연인으로서의 소외 1이 서류를 위조하여 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불법행위에 가공하여 원고의 위 잔대금에 상당한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었으니 피고 종중은 그 대표자인 소외 1이 그 직무에 관련하여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즉 그가 지급한 잔대금 상당액을 배상해 줄 의무가 있다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시는 소외 1이 피고 종중의 대표자로서 한 불법행위가 그 후 원고가 이 사건 임야의 매매잔대금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로서 위 인정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수긍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소론과 같이 원고가 개인 소외 1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지급한 계약금 및 중도금 합계 금 20,000,000원의 반환을 요구하지 아니한 것이 소외 1이 피고 종중이 대표자 자격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할 것을 다짐한 데 기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당연히 원고의 위 금 20,000,000원 상당의 손해와 소외 1의 피고 종중 대표자로서의 불법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나아가 소외 1의 피고 종중의 대표자로서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즉시 매매계약을 해제하여 소론 주장과 같이 이미 지급한 계약금 및 중도금 합계 금 20,000,000원을 개인 소외 1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원고가 주장·입증을 해야 이를 인정할 여지가 있을 터인데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원고가 그러한 주장·입증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나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각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배만운 김주한(주심) 김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