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3도1843 판결

[사기·사기미수·무고·위조사서명행사][미간행]

판시사항

피고인이 화가 갑, 을의 위작(위작) 그림 총 2,834점을 보관하던 중 그중 일부를 진품인 것처럼 경매에 출품하여 낙찰대금을 편취하고, 방송사인 병 주식회사를 기망하여 병 회사와 공동 주관으로 위작 그림이 진품임을 전제로 한 전시회 개최를 추진하면서 병 회사로부터 계약금 명목의 돈을 편취하려 하였으며, 피고인이 보유한 위 그림을 위작이라고 평가한 감정위원 등을 허위로 고소하였다고 하여 사기·사기미수·무고 등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이 증거능력 없는 피의자신문조서 등 일부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삼은 것은 잘못이나, 피고인이 보유한 갑, 을의 그림에 대한 안목감정, 과학감정, 자료감정 등을 종합하여 갑, 을의 그림을 위작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기초로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구도일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원심판결 이유 중 5∼6쪽, 26∼27쪽의 각 [표]를 별지 [표]로 각 경정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와 참고자료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이 사건은 이른바 ‘화가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 위작(위작) 사건’이다.

검사는 피고인이 이중섭, 박수근의 위작 그림 총 2,834점을 보관하던 중 그중 일부를 경매에 출품하여 낙찰대금을 편취하고, 방송사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를 기망하여 공소외 1 회사와 공동 주관으로 위작 그림이 진품임을 전제로 한 전시회 개최를 추진하면서 공소외 1 회사로부터 계약금 명목의 돈을 편취하려 하였으며, 피고인이 보유한 위 그림을 위작이라고 평가한 감정위원 등을 허위로 고소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이 보유한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에 대한 안목감정, 과학감정, 자료감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보유한 이중섭, 박수근 그림을 위작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기초로 피고인에 대한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위 그림이 위작이 아니고 위작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원심의 판단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등의 이유로 상고하였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상고이유를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증거능력에 관한 부분과 범죄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한 부분으로 나누어 판단한다.

2.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증거능력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제10회 피의자신문조서(이하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라 한다)의 진정성립을 부인하였고, 그 내용이 피고인이 검사 앞에서 실제로 한 진술의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영상녹화물 등 객관적인 방법으로 증명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에 따른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

또한 원심이 유지한 제1심에서 채택된 증거 중 ‘필적감정의뢰회보-감정서’(증거목록 순번 323), 수사보고(원심공동피고인 2 서울옥션 경매의뢰 확인보고)에 첨부된 경매의뢰서(증거목록 순번 153)는 이를 증거로 하는 데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았고,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 제2항 에 따라 감정인 또는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

따라서 원심이 위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는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를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배척하면서 ‘필적감정의뢰회보-감정서’나 수사보고(원심공동피고인 2 서울옥션 경매의뢰 확인보고)에 첨부된 경매의뢰서의 각 기재 내용을 그 근거의 하나로 든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아래 3.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로도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범죄의 성립 여부 등

가. 위작 여부와 피고인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

원심은, (1) 안목감정, 과학감정과 자료감정에서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보유한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 기재 그림들(이하 ‘이 사건 그림’이라 한다)은 이중섭, 박수근이 아닌 제3자가 그린 위작으로 봄이 타당하고, (2) 피고인은 이 사건 그림이 위작이라거나, 적어도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여, 이를 다투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위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와 증거목록 순번 153, 323번 증거는 제외)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유 모순, 판단 누락, 석명권의 불행사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공소외 2에게 이중섭의 위작 그림을 매도한 행위와 관련한 위조사서명행사죄와 사기죄(공소사실 제1항)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위조된 사서명이 있는 이중섭의 위작 그림을 진품인 것처럼 제시하고 공소외 2로부터 매매대금 명목으로 50만 엔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공소외 3과 공모하여 경매 등을 통해 이중섭 위작 그림을 제시·판매한 행위와 관련한 위조사서명행사죄와 사기죄(공소사실 제2항)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3과 공모하여 경매 등을 통해 피해자 공소외 4, 공소외 5 등에게 위조된 사서명이 있는 이중섭의 위작 그림을 진품인 것처럼 제시·판매하여 그 대금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와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라. 위작 그림 전시회 개최 추진과 관련한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사기미수죄(공소사실 제3의 가.항)

원심은, 피고인이 위작인 그림이 진품임을 전제로 하는 전시회 개최를 추진하며 공소외 1 회사로부터 그 대가로 계약금을 지급받아 편취하려고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마. 감정위원 공소외 6 등에 대한 소송사기와 무고죄(공소사실 제3의 나.항, 제5항)

원심은, 피고인이 자신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손해배상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고,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송사기, 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바. 이중섭, 박수근의 유족에게 위작 그림을 제시함에 따른 위조사서명행사죄(공소사실 제4항)

(1)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그림을 진품인 것처럼 제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는 원심에 이르러 공소사실 중 공소장 별지 1 내지 4 기재 각 범죄일람표의 일부를 별지 [표]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원심은 이를 허가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그 범죄사실을 기재하면서 공소장변경허가신청 내용을 별지 [표] 기재 내용과 달리 기재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검사의 공소장변경으로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다시 판결한 것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범죄사실 기재는 단순한 오기로 볼 수 있다. 원심이 검사의 신청 내용과 다르게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였다거나 일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에 대해서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공소장변경과 불고불리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되, 원심판결 이유에 주문과 같은 오기가 있음이 분명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에 따라 이를 경정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표]: 생략]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권순일 김재형(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