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공무원의처분에대한이의 ][하집1995-1, 450]
수증자는 유언 집행 결격자인지 여부
유증의 실현은 유언의 이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수증자의 집행행위를 자기계약으로 볼 수 없으므로 수증자에게 유언 집행 적격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민법 제1098조 , 제1103조 제1항 , 제1072조 , 제124조
신청인
1. 서울민사지방법원 등기과 등기공무원이 별지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한 1994. 11. 5. 접수 제 55959호 소유권이전등기신청에 대하여 동 일자로 각하한 결정을 취소한다.
2. 위 등기공무원은 위 신청에 기하여 같은 부동산에 관하여 신청인 명의로 1992. 12. 20.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의 기입처분을 하라.
주문과 같다.
1. 기록상 명백한 사실
신청외 1은 1991. 3. 11. 공정증서로써 그의 처인 신청인에게 주문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유증하고 신청인을 그 유언집행자로 지정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고 1992. 10. 20. 상속인으로서 처인 신청인과 아들인 신청외 2, 3을 남기고 사망하였다. 신청인은 위 망인의 유언집행자이자 수증자로서 위 유언에 기하여 1994. 11. 5. 서울민사지방법원 등기과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위 유증을 원인으로 하여 주문 기재와 같이 신청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신청을 하였다. 이에 서울민사지방법원 등기과 등기공무원은 유언집행자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수증인은 유언집행자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부동산등기법 제55조 제2호 에 의하여 위 등기신청을 각하하였다.
2. 이의신청 사유
위 등기신청각하처분에 대하여 신청인은 민법상 유언집행자의 결격사유로서 무능력자와 파산자만이 규정되어 있을 뿐이고 유언집행자의 유언집행에 있어서는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 간의 이해상반행위에 관한 친권행사를 제한하는 민법 제921조 제1항 과 같은 규정이 없으므로 위 등기공무원이 수증인은 유언집행자 적격이 없다고 하여 신청인의 위 등기신청을 각하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그러므로 수증자가 유언집행결격자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민법 제1098조 는 유언집행자의 결격사유로서 무능력자와 파산자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규정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유언집행자로 함이 적절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유언집행자적격을 부인하여야 할 것이다.
공증인법 제21조 제3호 는 공증인이 촉탁받은 사항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을 때에는 그 직무를 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므로 공증인이 집행의 대상으로 된 유언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그 유언의 집행자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독상속인에게도 그가 복수의 유언집행자의 한 사람으로 지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언집행자의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단독상속인을 유언집행자로 지정하여도 특정 유증이나 출연행위의 집행은 유언집행자로 지정받지 아니하더라도 상속인으로서 그 집행을 할 수 있고 상속재산의 관리도 상속인 고유의 자격으로서 가능하며 자의 인지 등이 유언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으로서의 이해와 유언집행자로서의 직무가 상충하는 등 적정한 유언의 집행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수증자도 유언집행결격자로 보아야만 할 사유가 있는 것인가? 민법 제1103조 제1항 은 지정 또는 선임에 의한 유언집행자를 상속인의 대리인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증자가 유언집행자로 되는 것은 자기계약의 금지에 위반하는 무권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를 유언집행자 결격사유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증의 실현은 유언의 이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고 상속인, 또는 여러 상속인 중 1인이 수증인인 경우에는 수증인이 아닌 다른 상속인에게 새로운 불이익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자기계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가령 불특정물 유증의 목적물을 조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유언집행자인 수증인이 스스로 매수인이 되어 상속재산을 매도하는 때에는 이를 자기계약으로 보아야 하므로 수증자가 유언집행자로서 유언을 실현하는 어떠한 행위도 모두 자기계약으로 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수증자의 유언집행은 기본적으로는 자기계약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처럼 부동산의 특정적 유증에 있어서의 등기신청행위는 사법상의 행위도 아니고 또한 그 원인된 법률행위와도 구분되는 것으로 사법상의 권리변동을 위한 법률행위가 이미 행하여진 경우에 그 효력발생을 위하여 법률이 요구하는 또 하나의 요건인 등기라는 공시를 갖추기 위한 행위로서 채무이행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자기계약의 금지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수증자의 집행행위를 자기계약으로 볼 수는 없으며 달리 수증자의 유언집행적격을 문제삼을 만한 사유를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수증자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하는 것은 수증자의 지위를 보다 안정시키는 의미도 가지는 것이므로 유언자의 이러한 의도도 존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민법은 유언에 참여하는 증인의 결격사유로서 수증자 등 유언에 의하여 이익을 받을 자를 규정(제1072조)하고 있으면서도 유언집행자의 결격사유에는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것은 수증자를 유언집행자 결격사유로 삼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여진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민법은 수증자를 유언집행자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달리 이를 유언집행결격사유로 삼아야만 할 합리적 이유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과 같은 부동산의 특정적 유증에 있어서 수증자가 등기의무자인 유언집행자의 자격을 겸하여 유증의 집행으로서 소유권이전등기신청을 하는데에는 아무런 법률적 장애가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위 등기공무원의 이 사건 각하결정은 신청인의 등기신청을 수리하여 주문 제2항 기재와 같이 기입처분을 하였어야 함에도 그 등기신청을 각하한 부당한 결정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위 각하결정을 취소하고 주문 제2항 기재와 같은 등기의 기입처분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