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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2000. 1. 19. 선고 99가합42730 판결 : 항소기각, 상고

[손해배상(기)][하집2000-1,96]

판시사항

[1]영상매체의 방영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인지 여부의 판단기준

[2]텔레비전 방송사가 특정인이 일제 말에 학도병으로 징용되어 일본군으로 근무하였다는 다른 언론매체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주변 관계자들의 인터뷰 내용 등을 편집하여 특정인이 친일행위를 한 것처럼 방송한 경우,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언론의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되려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는 그와 같은 사실을 직접 표현한 경우뿐만 아니라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그와 같은 존재 사실을 암시함으로써 독자 또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사실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포함되며, 영상매체의 방영 내용은 진행자를 비롯한 출연자들의 발언 내용 이외에도 일반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프로그램의 제목, 배경 화면과 자막, 내용의 전체 흐름, 구성과 배치 및 진행자의 태도, 그밖에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지식 수준을 종합하여, 그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2]텔레비전 방송사가 특정인이 일제 말에 학도병으로 징용되어 일본군으로 근무하였다는 다른 언론매체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주변 관계자들의 인터뷰 내용 등을 편집하여 특정인이 친일행위를 한 것처럼 방송한 경우,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원고

현승종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우 외 1인)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필종 외 2인)

제2판결

서울고법 2000. 12. 14. 선고 2000나8566 판결

주문

1.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5천만 원과 이에 대하여 1999. 4. 3.부터 2000. 1. 19.까지 연 5%, 2000. 1. 2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로 각 셈한 돈을 지급하라.

2.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은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방송되는 M.B.C. 텔레비전 아침 6시 뉴스방송시간에 50분 간격으로 2회에 걸쳐 뉴스 진행자의 오른쪽 상단 화면에는 '현승종 전 총리 관련 기사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을 표시하고 화면 아래 부분에는 별지 제2 목록 기재 정정보도문을 통상의 뉴스 보도할 때의 자막과 같은 크기로 표시하면서 뉴스 진행자로 하여금 위 정정보도문을 뉴스 진행보다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낭독하게 하여야 한다.

3.만약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 위 제2항 기재 기간 안에 위 제2항 기재 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은 원고에게 위 기간 만료의 다음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1,000,000원의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하라.

4. 원고의 원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5.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가, 20%는 피고들이 연대하여 부담한다.

6.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0억 원과 이에 대하여 1999. 4. 3.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로 셈한 돈을 지급하고,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은 이 사건 판결을 송달받은 다음날 06:00 아침 뉴스방송시간에 주문 제2항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별지목록 제1 기재 정정보도문을 방영하여야 하며, 만약 피고 회사가 위 기간 안에 위 정정보도문을 방영하지 않을 경우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 기간 만료의 다음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10,000,000원의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이 사건 방송의 내용과 경위

(1)원고는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후 학교 법인 건국대학교에서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사람이고, 피고 회사는 방송 사업 및 문화 서비스업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M.B.C. 텔레비전, 라디오를 통하여 방송을 하는 법인이며, 피고 유상하는 피고 회사의 보도국 사회부 기자이다.

(2)원고는 1999. 2. 24. 연합뉴스 기자인 김태식과 가진 인터뷰에서 "원고가 일제 말에 학도병이었고 일본군 소위였으며, 일제 군복을 입고 중국 팔로군과 전투하였다."는 취지로 과거의 아픈 기억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하였다.

(3)원고의 위와 같은 인터뷰 내용이 연합통신을 통하여 각 언론사에 전해지자 일부 언론사는 원고의 고백이 용기 있는 고백이라고 보도하였지만, 일부 언론사는 위와 같은 인터뷰 사실을 보도하면서 역사의 실체를 명확히하여 수치스러운 과거를 청산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고, 일부 언론사는 단순한 인터뷰 내용만을 보도하였다.

(4)위와 같이 언론을 통하여 원고가 일본군이었던 사실이 보도되자 원고가 이사장으로 있던 건국대학교의 일부 학생과 교수들은 원고가 일본군으로 근무한 사실을 들어 친일 행각이라고 평가하며 원고를 전범, 매국노라고까지 칭하였으며, 원고가 위 학교 재단의 재정 부실까지 초래하였다면서 원고가 위 학교재단 이사장을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5)피고 유상하는 위와 같은 상황을 파악한 뒤 1999. 4. 2. 건국대학교에서 위 대학교 동문 교수 협의회장인 우홍구 교수와 학생인 노형진, 그리고 총학생회장인 강훈식을 만나 그들의 주장을 취재한 다음, 원고의 집무실을 1회 방문하여 원고와 인터뷰를 시도하였으나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원고 비서실장의 이야기만 들었는데, 피고 유상하는 원고의 견해를 듣는 다른 노력을 취하지 않은 채 취재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1999. 4. 3. M.B.C. 텔레비전 아침 06:00 뉴스시간에 별지 방송 내용 기재와 같이 50분 간격으로 2회에 걸친 방송(이하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을 하였다.

(6)이 사건 방송 이후 원고는 위 대학교 동문 교수 협의회, 총학생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위 학교 법인 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하였다.

(7)한편, 세계 제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르자 일제 총독부는 한국인 총동원령을 내렸고, 1944. 1. 20.에는 전문 대학생들 대부분을 학도병으로 징용하기까지 하였는데, 원고도 위 징용으로 말미암아 일본군에 편입되게 되었으며, 원고가 독립군과 싸운 사실과 전범 또는 친일 행각을 하였다고 칭할 정도의 행위를 한 사실이 발견된 바는 없다.

[증 거] 인정 증거:갑 제1∼4호증, 갑 제19∼22호증의 각 1, 2, 갑 제26, 27호증의 기재, 갑 제5∼14호증, 을 각 호증의 각 일부 기재

배척 증거:갑 제5∼14호증, 을 각 호증의 각 일부 기재

나. 판 단

살피건대, 언론의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되려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는 그와 같은 사실을 직접 표현한 경우뿐만 아니라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그와 같은 존재 사실을 암시함으로써 독자 또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사실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포함되며, 영상매체의 방영내용은 진행자를 비롯한 출연자들의 발언내용 이외에도 일반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프로그램의 제목, 배경화면과 자막, 내용의 전체 흐름, 구성과 배치 및 진행자의 태도, 그 밖에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지식 수준을 종합하여, 그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돌이켜 이 사건에서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원고가 학도병으로 징용된 사실을 친일 행위라 판단할 수 없고, 원고가 친일 행각을 하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행위를 한 사실과 독립군과 싸운 사실 및 전범이라 평가될 만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 회사의 아나운서인 신경민은 원고가 '친일 행각을 털어놓았다.'고 모두에서 단정하여 이야기하였고, 피고 유상하와 피고 회사의 뉴스 편집 담당자는 '독립군과 싸운 그런 경력을 가진 분'이라는 우홍구의, '전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노형진의 각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편집, 방송하였는바, 일제 침탈기의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 나라에서는 '친일 행각을 한 사람', '일본군으로 입대하여 독립군과 싸운 사람' 또는 '전범'으로 지목 당하는 경우 일반인인 경우에도 반민족 세력으로 낙인찍힐 수 있고, 사회적 저명 인사인 원고의 경우 더더욱 치명적인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데도,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직접 사실 확인을 하지도 않은 채 원고가 친일 행각을 하였다는 부정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이 사건 방송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독립군과 싸운 경력이 있다는 내용, 원고를 전범으로 평가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여과하지 않은 채 그대로 편집하여 이 사건 방송을 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또한, 원고가 학도병으로 징용되어 일본군 예비 장교로 근무한 사실을 들어 친일 행각, 친일 고백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논평의 자유의 범주에 들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 사건 방송의 내용, 구성과 배치, 원고의 사회적 지위, 사용한 어휘를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방송은 간접적, 우회적으로 원고가 상당히 비난받을 정도의 친일 행위를 하였고, 그 사실을 숨겨 오다가 뒤늦게 고백을 한 것처럼 암시하여 일반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사실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방송은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이 사건 방송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

다. 피고들의 주장과 그에 대한 판단

피고들은, 이 사건 방송은 원고의 고백에 따라 증폭된 건국대학교 학내 분규와 이에 대한 교수, 학생들의 입장, 그리고 향후 전망을 조명하는 취지에서 편성, 보도된 것이고, 그 내용도 모두 진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방송의 내용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라도 그 방송을 하는 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적시된 방송 내용이 진실하다고 증명되는 한 그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하게 된다고 할 것이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방송은 사회지도층 인사인 원고의 과거 일제시대 행적과 그와 관련된 건국대학교 분규 내용과 향후 전망을 조명하는 내용으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한편 이 사건 방송 내용의 전체 흐름, 구성과 배치, 편집 의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방송의 일부 내용은 관계자들의 진술을 내세워 원고를 일정한 방향으로 몰고 가서 비방하려는 간접적인 의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 피고 회사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방송을 하였는지 의구심이 들 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는 원고가 친일 행각, 친일 고백을 하였다는 부정적인 어휘를 사용하였고, 원고가 전범이고, 독립군과 싸운 경력이 있다는 관계자들의 표현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하였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아서, 이 사건 방송내용 중 일부는 허위인 사실(독립군과 싸운 경력이 있다는 부분), 일부는 사실상 타인의 명예를 해치는 허위의 사실을 암시하는 표현(친일 행각, 전범)을 사용한 점도 인정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의 내용과 범위

가. 손해배상

원고가 이 사건 방송으로 명예가 훼손됨으로써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들은 그 행위로 원고가 입은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는바, 이 사건 방송내용 중 허위사실이 차지하는 비중, 이 사건 방송의 방영시점, 방영시간, 피고들의 사실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피고 회사가 텔레비전 방송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사회적 영향력, 원고의 사회적 지위, 원고가 이 사건 방송이 일부 원인이 되어 위 이사장직을 사임하게 된 점, 그리고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보면,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5천만 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5천만 원과 이에 대하여 1999. 4. 3.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00. 1. 19.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2000. 1. 2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5%로 각 셈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명예회복을 위한 적당한 처분

또한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해 보면, 피고들에게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훼손된 원고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부족하다 할 것이므로, 원고는 민법 제764조에 따른 명예회복을 위한 적당한 처분으로서 정정보도문의 게재를 구할 권리가 있다.

나아가 그 정정보도문의 방송방법 및 내용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방송의 방송시점, 방영시간, 정정보도방송의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방송되는 M.B.C. 텔레비전 아침 6시 뉴스방송 시간에 50분 간격으로 2회에 걸쳐 뉴스 진행자의 오른쪽 상단 화면에는 '현승종 전총리 관련 기사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을 표시하고 화면 아래 부분에는 별지 제2목록 기재 정정보도문을 통상의 뉴스 보도할 때의 자막과 같은 크기로 표시하면서 뉴스 진행자로 하여금 위 정정보도문을 뉴스 진행보다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낭독하게 함이 상당하다.

다. 간접 강제

한편,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보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단기간 내에 위 나.항의 작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개연성이 있고, 원고의 사회적 지위에 비추어 조속한 명예회복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만약 피고 회사가 위 기간 안에 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 기간 만료의 다음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1,000,000원의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안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성룡(재판장) 함석천 함석천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0.12.14.선고 2000나8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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