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사자명예훼손]집42(1)형,683;공1994.6.1.(969),1566]
친고죄에 있어서의 고소불가분의 원칙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33조 의 규정이 반의사불벌죄에 준용되는지 여부
피고인
검사
원심판결 중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기록에 의하면,
가. 제1심은, 피고인은 제1심 공동피고인 1, 2와 공모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사자)인 망 김동영의 명예를 훼손하고 동시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위 김동영의 전 보좌관 최태현과 남경옥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에서, 공소사실중 망 김동영의 명예를 훼손한 점은 고소가 있어야 죄를 논할 수 있는 죄이고, 피해자 최태현과 남경옥의 명예를 훼손한 점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죄인데, 고소인 차길자(김동영의 처), 김동균(김동영의 동생), 최태현은 고소를 취소하였고, 고소인 남경옥은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였고,
나. 원심은, 위 고소인들은 제1심 공동피고인 1, 2에 대하여서만 고소를 취소하였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을 뿐 피고인에 대하여는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바 없고, 또 형사소송법 제233조 소정의 고소불가분의 원칙은 친고죄에 대하여만 그 적용이 있고 반의사불벌죄에는 적용 또는 준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임에도, 제1심이 반의사불벌죄인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232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하면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도 제1심판결 선고 전까지 고소를 취소할 수 있고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는 같은조 제1 , 2항 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같은 법 제233조 는 친고죄에 대하여만 고소와 고소취소의 불가분에 관한 규정을 함으로써 반의사불벌죄에 대하여는 고소불가분에 관한 위의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또는 준용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고, 피해자 최태현, 남경옥은 피고인을 제외한 나머지 공범인 제1심 공동피고인 1, 2에 대하여만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철회한 것은 사실이나, 형법이 규정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다같이 피해자의 의사표시로써 소송법상의 일정한 법적효과를 지향하고 있는 점에서 그 공통점이 있고, 비록 "고소"는 수사 또는 소송을 개시, 진행시키고자 하는 적극적 효과의사를 가진 행위인데 반하여, "명시한 의사"는 일단 개시되고 성립한 수사 또는 소송의 진행 발전을 저지하려고 하는 소극적 효과의사를 가진 행위로써 그 지향하는 법적효과가 다소 상반된 것이기는 하나,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를 의미하는 "명시한 의사"가 지향하는 법적효과는 친고죄의 "고소취소"와 같으며, 법률의 규정을 보더라도 같은 법 제232조 제3항 이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하여는 고소취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와 고소취소의 소송법적 성질이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아울러 같은법 제327조 는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의 "명시한 의사"와 친고죄에 있어서의 "고소의 부존재 또는 고소취소"를 소송법적 효과면에서도 공통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친고죄의 "고소"와 반의사불벌죄의 "명시한 의사"는 모두 실체적 심판의 조건이 되는 소송조건으로서, 단지 전자는 고소의 존재가 소송조건이 되나 후자는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의 부존재가 소송조건으로 되는 것으로 구별되는 이외에는 그 법적성질 및 소송법적 효과면에서도 공통점이 있고, 반의사불벌죄가 종래 친고죄의 운영상 결함을 보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새로운 유형의 범죄로 창설된 것으로 여겨지는 점등에 비추어 반의사불벌죄는, 친고죄의 일종 또는 이에 준하는 범죄유형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고소권자가 지정한 범인만을 처벌할 경우 고소인의 자의에 의하여 국가형벌권이 행사되는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 국가소추권 및 국가형벌권의 행사에 적정을 기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같은 법 제233조 가 고소와 고소취소 불가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이 원칙이 배제된다면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이는 결국 같은 법 제233조 의 입법취지에도 배치된다 할 것이므로,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관하여도 친고죄의 고소불가분의 원칙에 관한 같은법 제233조 의 규정이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제1심은 고소불가분의 원칙에 관한 같은법 제233조 의 적용 또는 준용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2. 형사소송법이 반의사불벌죄에 관하여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금지에 관한 제232조 제1 , 2항 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고소의 불가분에 관한 제233조 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은, 반의사불벌죄에 대하여는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고자 함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입법의 불비인지는 일단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가. 법이 친고죄를 인정하는 이유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범죄를 소추해서 그 사실을 일반에게 알리는 것이 도리어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의 처벌희망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비로소 소추해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비교적 경미하고 주로 피해자 개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관하여 구태여 피해자의 의사나 감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처벌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로 부터 아무런 말이 없으면 소추하지 아니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여 올 경우에 그때에 논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반의사불벌죄는 1953. 9. 18. 형법 개정시 구 형법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창설한 것으로서, 위의 이유중 첫째의 것은 없고, 친고죄중 두번째 이유에 해당하는 유형의 경우중 상대적으로 덜 경미하여 처벌의 필요성이 적지 않는데도 이를 친고죄로 하는 경우 피해자가 심리적 압박감이나 후환이 두려워 고소를 주저하여 법이 그 기능을 다하기 어려울 것에 대비한 것이며, 이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일반의 범죄와 마찬가지로 수사, 소추, 처벌을 할 것이나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할 의사를 밝힌 경우에 한하여는 구태여 소추해서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사가 소추조건이 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다고 할 것이나, 피해자의 의사를 조건으로 하는 이유나 방법에 있어서는 같다고 할 수 없고,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나 당사자 사이의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분쟁해결을 촉진하고 존중하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서, 이점에서는 친고죄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친고죄는 위에서 본 첫째의 이유에서 인정하는 유형이 주로 있는 것이므로, 그 고소는 피해자가 범죄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감수하고 수사기관에 대하여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그 범인의 처벌을 희망하면 되는 것이고, 고소의 대상인 범죄사실이 특정되기만 하면 원칙적으로 범인을 특정하거나 범인이 누구인가를 적시할 필요는 없는 것이며, 친고죄에 고소나 고소취소 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함은 친고죄의 이러한 특질에서 연유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반의사불벌죄에는 위의 첫째의 이유는 없는 것이므로 그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는 반드시 위와 같은 불가분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그 의사표시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하게 할 수도 있고 범인에 대하여 하게 할 수도 있다고 볼 것이며, 경미한 범죄에 대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여부에 차등을 둔다고 하여 형사소송의 목적에 배치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그 어느 경우로 할 것인가는 입법정책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이 고소와 고소취소에 관한 규정을 하면서 그 제232조 제1 , 2항 에서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의 금지를 규정하고 그 제3항 에서는 반의사불벌죄에 위 제1 , 2항 의 규정을 준용하는 규정을 두면서도, 그 제233조 에서 고소와 고소취소의 불가분에 관한 규정을 함에 있어서는 반의사불벌죄에 이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하여는 친고죄와는 달리 그 공범자간에 불가분의 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고자 함에 있다고 볼 것이지, 입법의 불비로 볼 것은 아니다.
3.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원심판결 중 친고죄인 사자명예훼손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가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나머지인 사자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검사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