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집49(1)민,483;공2001.8.1.(135),1599]
[1] 대규모 건설하도급공사에 있어서는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 조건 등 중요한 사항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하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2]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을 체결할 것과 같은 정당한 기대 내지 확실한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1] 공사금액이 수백억이고 공사기간도 14개월이나 되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건설하도급공사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 조건 등 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리라고 보이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그 합의에 구속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하도급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교섭당사자가 견적서, 이행각서, 하도급보증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2]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롯데건설 주식회사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외 1인)
동국산업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원심의 인정 사실에 기초하여, 이 사건과 같이 공사금액이 거액이고 공사기간도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관급공사에 있어서는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 조건도 중요한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공사금액은 물론 공사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것인바, 피고 동국산업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가 원고들에게 견적서를 수차례 제출하고 그 후 원고들이 조달청 입찰에 참가하거나 하도급계약서를 작성·날인하여 피고 회사에게 송부하였다는 사정 만으로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는 등으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또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문제가 된 건설하도급공사는 공사금액이 수백억에 달하는데다가 공사기간도 14개월이나 되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공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 조건 등 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보이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그 합의에 구속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실제의 의사와 부합하는 해석이라 할 것이고, 한편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려는 교섭당사자가 견적서를 제출하는 행위는 통상 주문자의 발주를 권유하는 영업행위의 수단으로서 계약체결의 준비·교섭행위 즉 청약의 유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가 견적서와 함께 제출한 이행각서는 그 문면에 의하더라도 하도급계약이 성립될 경우 최초 견적서 기재 금액 범위 내에서 공사를 수행하겠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이고, 하도급보증서 또한 앞으로 하도급계약이 성립되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목적으로 청약 유인의 차원에서 교부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 회사가 견적서, 이행각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하도급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하도급계약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내지 제4점에 대하여
가. 원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들이 4공구 공사 입찰을 포기하려다가 피고 회사의 견적서만을 받고 그 금액을 토대로 하여 응찰가를 결정하여 입찰에 참가하였다는 청구원인 사실에 부합하는 판시 증거들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들이 피고 회사로부터 견적서를 받기 전인 1994. 12. 2. 소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로부터 강교공사와 기초공사에 관한 하도급 견적서를 제출받아 보았는데 그 중 강교부분에 대한 견적금액이 60,482,418,000원으로 피고 회사가 처음 제출한 견적금액 25,200,000,000원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던 점, 피고 회사에서는 원고들로부터 특별시방서는 받지도 못하고 공사도면과 내역서 등 견적자료는 시간 부족으로 정밀 검토하지 못한 채 금액을 톤당 130만 원 정도에 맞추어 하루 만에 졸속으로 잘못된 견적서를 작성하였던 점, 그리고 강교공사 하도급에 관하여 소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등 여러 곳을 물색한 바 있는 대기업체인 원고들로서는 피고 회사가 제출한 견적서의 금액이 하도급공사를 시행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과소함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터인데 위와 같이 부실하게 작성된 견적서만을 신뢰하여 경솔하게 거액의 입찰에 참가하였으리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과 경험칙을 위배한 사실오인, 이유불비 및 논리칙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없다.
나.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들은 입찰에 참가하기 직전에 피고 회사로부터 견적서 외에 이행각서 및 하도급보증서까지 받은 사실이 인정되지만, 견적서의 제출행위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고 원고들의 요청에 따라 제출된 이행각서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내용에 있어 특별히 법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점이 없으므로 위 서류 등을 제출받았다는 점만으로 하도급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상당하고도 정당한 기대나 신뢰가 원고들에게 부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대규모공사전문업체인 대기업체로서 입찰에 참가할 공사의 내역과 비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고, 다른 여러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미리 제출받아 그 내용을 비교 검토할 수 있었던데다가 다른 공구의 하도급견적금액에 대한 정보도 쉽게 입수할 수 있어 피고 회사가 제출한 견적서의 정보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지위에 있지 아니한 사실, 당시 시행되던 구 건설업법(1996. 12. 30.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어 1997. 7. 1. 시행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3항에 의하면 수급인이 그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일부를 일반건설업자 또는 특수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하기 위하여는 발주자의 서면에 의한 승낙이 있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받거나(같은 법 제50조 제2항), 형사처벌의 대상(같은 법 제62조 제3호)이 되도록 규정이 되어 있는데, 원고들과 발주처 사이의 원도급계약서상 이러한 서면승낙을 받으려면 감리단에 의한 공장실질심사를 거쳐 시공능력을 인정받아 합격판정을 받도록 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수백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건설공사의 입찰에 참가하는 원고들로서는 기업의 경영활동 측면에서 스스로의 영리적 목적에 따라 나름대로의 손익을 계산하여 그 판단 하에 입찰금액을 정하여 입찰에 참가하였을 것이고, 낙찰을 받은 후 피고 회사보다 견적가가 저렴하고 시공능력이 우수한 자가 나타난다면 그 자와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며, 피고 회사의 시공능력이 부족하여 발주처의 승인을 받지 못할 때에는 다른 하도급업체를 물색하거나 필요에 따라 자신이 직접 시공을 하는 경우를 충분히 예상하였다고 보여지므로, 결국 원고들의 입찰참가행위는 피고 회사와의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에 기초하여 행동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견적서를 받은 1994. 12. 7.부터 사실상 계약체결이 결렬된 1995년 11월경까지 약 11개월의 장기간에 걸친 교섭기간이 있었지만, 피고 회사와의 실질적인 교섭은 같은 해 5월경부터 이루어졌고, 하도급계약의 대상인 강교공사의 착공일이 원도급계약서에는 같은 해 4월 29일로 되어 있으며, 계약체결을 위한 교섭기간 중인 같은 해 5월 19일과 6월 10일에 2차례에 걸쳐 피고 회사의 공장에 대한 감리단의 실사가 있었던 사실, 위 강교공사가 대규모의 건설공사로서 그 제작이나 설치에 관한 방법이 원도급계약서상 특별하게 규정되어 있어 계약체결을 함에 있어 합의가 필요한 특수한 계약조건이 많았던 사실, 이러한 교섭과정에서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요구하는 금액과 조건에 의할 경우 경제성,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계약체결에 이르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의 계약체결 거절행위가 상당한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그 교섭기간도 부당하게 길다고 보여지지 않으며, 가사 피고 회사가 처음 제출한 견적서의 금액대로 공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교섭 초기에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로서는 협상과정에서 공사금액을 올리거나 더 유리한 다른 조건으로 하도급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었다 할 것이므로 이를 들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원심 판시는 이유설시에 있어서 다소 미흡하기는 하나,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 대하여 하도급계약이 확실하게 성립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정당한 기대나 확실한 신뢰를 유발·조장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이 요구하는 대로의 계약체결을 거절한 것이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불법행위의 발생원인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하였을 뿐이고, 불법행위의 발생원인은 인정되나 그 손해배상액의 범위는 신뢰이익의 배상에 한정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입증이 없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서서 손해배상액에 관한 법리오해, 손해액 주장 및 입증에 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의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