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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7.29. 선고 2021두34756 판결

시정명령및계고처분취소

사건

2021두34756 시정명령 및 계고처분 취소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정진호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하남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나로 담당변호사 백강수 외 1인

원심판결

수원고등법원 2021. 1. 20. 선고 2020누11974 판결

판결선고

2021. 7.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들은 2019. 4.경부터 이 사건 부지 지상에 이 사건 컨테이너를 설치하여 일부는 사무실, 식당, 화장실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창고로 임대하기 시작하였다.

나. 피고는 2019. 4. 29. 원고들에 대하여 건축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 사건 컨테이너를 설치한 것이 구 건축법(2019. 4. 23. 법률 제163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건축법'이라고 한다) 제11조 위반이라는 이유로 원상복구의 시정명령을 할 것임을 사전통지하면서 의견이 있을 경우 2019. 5. 14.까지 제출할 것을 통보하였다.

다. 원고들은 2019. 5. 14. 피고에게 이 사건 컨테이너 중 창고로 이용되는 부분은 불법시설물로 볼 수 없으므로 다시 한번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 사건 컨테이너 중 사무실, 식당, 화장실로 이용되는 부분은 2019. 6. 30.까지 원상복구하고 증빙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라. 피고는 2019. 5. 20. 원고들에게 이 사건 컨테이너가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2호의 건축물에 해당함에도 같은 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를 건축하였다는 이유로 건축법 제79조에 근거하여 원상복구를 명하면서, 만약 위 기한 내에 원상복구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대집행을 통하여 이 사건 컨테이너를 철거할 것임을 계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마. 원고들은 2019. 6. 10. 피고에게 이 사건 부지 지상에 이 사건 컨테이너를 축조하는 내용의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19. 6. 25. 원고들에게 이 사건 컨테이너는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건축물에 해당하므로 건축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 축조신고를 반려하였다.

2.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되는지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관련 법리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고,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므로, 추가 또는 변경된 사유가 처분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거나 당사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당초의 처분사유와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두19021 판결 등 참조).

처분청이 처분 당시에 적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단지 그 처분의 근거 법령만을 추가·변경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라고 볼 수 없으므로 행정청이 처분 당시에 적시한 구체적 사실에 대하여 처분 후에 추가·변경한 법령을 적용하여 그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63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처분의 근거 법령을 변경하는 것이 종전 처분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는 별개의 처분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두2810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가 당초 '건축법 제11조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가 원심에 이르러 '건축법 제20조 제3항 위반'을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단지 그 처분의 근거 법령만을 추가하는 것으로서 이를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라고 볼 수 없어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원심에 이르러 건축법 제20조 제3항 위반을 처분사유로 추가한 것은 당초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한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처분의 당초 처분사유는 "이 사건 컨테이너가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2호의 건축물에 해당함에도 건축법 제11조를 위반하여 건축하였다."라는 것이고, 추가된 처분사유는 "이 사건 컨테이너가 가설건축물에 해당함에도 건축법 제20조 제3항을 위반하여 축조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축조하였다."라는 것이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건축허가(제11조 제1항)와 '가설건축물'의 축조신고(제20조 제3항)에 관하여 그 절차와 요건 등을 달리 정하고 있다. '건축물'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고가(高架)의 공작물에 설치하는 사무소·공연장·점포·차고·창고,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하는데(제2조 제1항 제2호), 이와 같은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건축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건축물의 요건 중 토지에 정착한다는 요소를 결하고 있어 건축법상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는 가설건축물은 건축허가나 건축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건축법 제20조 제3항은 건축물에 준하여 위험을 통제할 필요가 있는 일정한 가설건축물을 축조신고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5두35116 판결 참조).

건축허가의 경우 허가권자는 건축기본법 제25조에 따른 한국건축규정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건축법 제11조 제4항), 해당 건축물이 건축법령이 정하고 있는 요건, 즉 건축물의 대지와 도로(제4장), 건축물의 구조 및 재료 등(제5장), 지역 및 지구의 건축물의 요건(제6장), 건축설비에 관한 기준(제7장) 등을 충족하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반면 축조신고 대상인 가설건축물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건축물의 요건에 관한 규정 중 대부분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건축법 제20조 제5항, 구 건축법 시행령(2019. 10. 22. 대통령령 제301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6항]. 그 밖에도 가설건축물은 축조신고 외에 착공신고나 사용승인을 별도로 받을 필요가 없고(건축법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1항), 축조신고를 하더라도 건축허가와 달리 관련 인·허가가 의제되지 않으며, 이에 따라 행정청은 가설건축물 축조신고에 대해서 관련 인·허가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그 수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7두75606 판결 참조) 건축허가 대상인 건축물과 차이가 있다.

위와 같은 건축법상 건축물·가설건축물의 구별, 건축허가와 축조신고의 절차·요건 등에서의 차이를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에 관한 당초의 처분사유와 원심에서 피고가 추가한 처분사유는 그 위반행위의 내용이 다르고, 그에 따라 위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거쳐야 하는 절차, 건축기준 및 허용가능성이 달라지므로 결국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2)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행정처분의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소송의 원심에 이르러 처분 당시와는 달리 이 사건 컨테이너가 가설건축물에 해당함을 전제로 처분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원고들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점에서도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건축법 제20조 제3항 위반을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보고, 추가된 처분사유에 근거하여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주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