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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지법 북부지원 1997. 1. 23. 선고 96고단5143 판결 : 항소(변경)·상고

[변호사법위반][하집1997-1, 652]

판시사항

중개대리상이 중개하는 물품구매행위가 변호사법 제90조 제1호 소정의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변호사법 제90조 제1호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자를 벌하고자 하는 것이 그 입법 취지이고, 이러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는 중개대리상이 중개하는 상행위로서의 물품구매행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피 고 인

피고인 1외 2인

변 호 인

변호사 손평업외 2인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1은 경일사 대표인 자, 피고인 2는 대명과학 대표인 자, 피고인 3은 시대과학 대표인 자인바,

1. 피고인 1은

1993. 10. 초순경 과학기기 제조업체인 공소외 1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위 회사 영업담당이사인 공소외 2에게 정부에서 각 교육청 및 학교에 시청각기기의 설치를 권장하고 있는 자신이 대구, 경북지역의 각 교육청 및 학교에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 시청각 과학기자재를 구입하려는 교육청이나 학교를 알아보고 물품구입 담당 공무원에게 부탁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생산하는 과학기기를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하여 주면 계약금액의 20 내지 30% 상당을 알선비 명목으로 달라고 제의하여 위 공소외 2의 동의를 받아, 1993. 11. 29.경 경북 울진교육청에 금 16,409,000원 상당의 과학기기를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1994. 1. 31. 위 공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농협중앙회 대구 중앙지점 피고인의 처 공소외 3 명의의 예금통장으로 알선수수료 6,090,000원 상당을 교부받는 등 그 때부터 1996. 10. 9.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45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알선하여 주고 합계 금 590,560,726원 상당을 교부받아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하여 알선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고,

2. 피고인 2는

1994. 1. 초순경 피고인 경영의 대명과학사무실에서 위 공소외 2에게 피고인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지방업자들을 통하여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관계 공무원들에게 공소외 1 주식회사 과학기기를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하여 주면 계약금액의 약 30 내지 40% 상당을 알선비 명목으로 달라고 제의하여 위 공소외 2의 동의를 받아, 1994. 2. 3.경 서천교육청에 금 3,221,640원 상당의 과학기기를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같은 해 2. 26.경 위 공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알선수수료 1,411,691원 상당을 교부받는 등 그 때부터 1996. 6. 25.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29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알선하여 주고 합계 금 39,434,381원 상당을 교부받아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하여 알선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고,

3. 피고인 3은

1994. 1. 일자불상경 공소외 1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위 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4, 2에게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생산하는 과학기기를 교육청 등에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하여 주면 계약금액의 약 20 내지 30%를 알선료 명목으로 달라고 제의하여 동인들의 승낙을 받은 다음, 1994. 2. 14.경 이리교육청에 금 562,040원 상당의 과학기기를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같은 해 2. 28.경 위 공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알선수수료 204,000원 상당을 교부받는 등 그 때부터 1995. 8. 22.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3) 기재와 같이 12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알선하여 주고 합계 금 9,500,150원 상당을 교부받아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하여 알선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검사는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변호사법 제90조 제1호를 적용하여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는바, 위 변호사법 제90조 제1호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향응 기타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한 자를 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는 법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되는 것이 원칙이고 담당 공무원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사무라 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그 처리 기준이나 선례 등이 있어 그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일반이므로,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하여 이를 잘 처리되도록 하여 준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것은 그 자체가 부정한 것이고 위 법조는 이렇게 부정한 이득을 취득한 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들은 모두 초, 중, 고등학교에서 사용되는 과학기자재 제조 및 판매업자들(제조보다는 판매를 주로 하는 업자들이다.)로서, 공소사실 기재의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생산하는 과학기자재에 관하여 위 회사와 사이에 피고인들이 교육청이나 학교 등의 물품구입 담당 공무원에게 부탁하여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그 대가로 계약금액의 20 내지 30%의 수수료를 받기로 약정하여 위 약정에 따라 그와 같이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았다는 것이 이 사건 공소사실이다.

그러나 상법 제78조에 의하면, 일정한 상인을 위하여 상업사용인이 아니면서 계속적으로 그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의 대리 또는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대리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위 회사와의 독립된 상인으로서 과학기자재를 구입하려는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에 위 회사 제품의 판매를 계속적으로 중개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위 회사와 사이에 약정하였던 것으로 이는 곧 위 상법 제78조가 규정하고 있는 대리상(그 중에서도 중개대리상이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위 대리상 계약에 따른 통상의 영업활동으로서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교육청 및 일선 학교에 위 회사 제품의 판매를 알선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은 행위를 가리켜 변호사법 제90조 제1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만일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를 위 법 조항에 해당한다고 한다면,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추지 못한 위 회사와 같은 경우 피고인들과 같은 중개대리상을 이용할 수 없어 영업활동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또한 지방의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에서도 위 회사 제품에 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없어 제품 선택의 폭이 그 만큼 좁아지는 폐단이 있게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변호사법 제90조 제1호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자를 벌하고자 하는 것이 그 입법 취지이고 이러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는 이 사건에서와 같은 중개대리상이 중개하는 상행위로서의 물품구매행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영업활동을 함에 있어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었다거나 또는 탈세를 하였다면 뇌물죄나 조세포탈죄 등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위와 같은 상법 제78조에서 정하는 중개대리상의 영업으로서 하는 행위는 변호사법 제90조 제1호의 처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

[별지 생략]

판사 우광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