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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42933 판결

[명예퇴직수당지급][공2000.2.1.(99),276]

판시사항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예퇴직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한 것이 명예퇴직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예퇴직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한 것이 명예퇴직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석윤)

피고,상고인

신성무역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균부)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회사에 대한 적대적 기업인수를 추진해 오던 주식회사 사보이호텔(아래에서는 사보이호텔이라고만 한다)로 피고 회사 주식의 과반수가 넘어가기 바로 전날인 1997. 7. 29. 피고가 이사회 결의로써 "신청일 현재 20년 이상 근속자 중 만 50세 이상인 자와 15년 이상 근속자 중 만 44세 이상인 자 중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자를 대상으로 하여 일정한 지급률에 의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한다. 이 제도는 1997. 7. 29.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의 명예퇴직수당지급규정(아래에서는 '명예퇴직규정'이라 한다)을 신설한 사실, 사보이호텔이 피고 회사 주식의 과반수를 취득한 후인 1997. 10. 10. 사보이호텔 측과 당시 피고 회사 대표이사인 소외 1과 사이에 "소외 1은 피고 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여 사보이호텔 측에서 지명한 사람을 이사나 감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주는 한편, 회사인수와 관련하여 사보이호텔 측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그 대신 사보이호텔 측은 소외 1을 비롯한 피고 회사의 주주나 임직원에 대하여 이 약정 체결일 이전에 이루어진 회사 주식의 보유, 처분, 회사의 경영, 사보이호텔 측의 기업인수에 대한 방어행위, 이 약정의 체결 등과 관련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이 이루어졌고, 위 약정에 따라 같은 해 11. 24. 피고 회사의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되어 사보이호텔 측이 지명한 소외 2, 소외 3, 소외 4가 이사로 선임된 사실, 이와 같이 피고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신 경영진은 1997. 12. 16.경 원고가 피고 회사의 경리부장으로서 구 경영진 아래에서 적대적 기업인수의 방어에 핵심역할을 하면서 회사 돈을 과다하게 지출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보직을 변경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려 하였는데, 원고가 이를 눈치채고 같은 달 22. 명예퇴직규정에 따라 피고에게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실, 그러나 피고는 같은 달 23. 원고에게 "누적 적자로 채무증대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과 명예퇴직수당지급규정의 적법성 등에 문제점이 있어 수리를 거부한다."는 내용을 통보한 사실, 한편 원고가 피고 회사 대구공장에서 근무하라는 피고의 1998. 1. 6.자 발령에 응하지 않고 출근하지 아니하자, 피고는 같은 달 13. 원고에 대한 해고예고를 통지하고 원고의 금품청산 요구에 따라 같은 해 2. 4. 원고에 대한 퇴직처리를 한 사실, 그런데 피고는 그 후 명예퇴직제도를 폐지하거나 그 시행을 유보하지 않고 같은 해 3. 17. 개최한 이사회에서, 명예퇴직 신청자격과 지급률 등은 종전 규정대로 하되 일정한 직원에 대하여는 명예퇴직 대상에서 제외하며 신청자 중 회사가 이사회의 심의를 걸쳐 대상자를 확정한다는 내용만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명예퇴직규정을 개정하였을 뿐인 사실 등을 인정하고 나서,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서 명예퇴직 신청자격이 있는 근로자의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이 이루어진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와 같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명예퇴직은 그 성질상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과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성립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 회사의 명예퇴직규정에 신청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거나 신청자 중에서 피고가 명예퇴직자를 선발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여도, 근로자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피고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나, 피고의 이와 같은 심사·결정 재량권은 명예퇴직제도가 도입된 배경과 경위, 다른 대상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객관적인 자격을 갖춘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하여 부당한 사유를 내세워 수리를 거부하는 등으로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하며 내세운 사유는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하고 원고에 대하여 내린 일련의 조처는, 신·구경영진 사이의 1997. 10. 10.자 약정의 근본정신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1997. 9. 23.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고 퇴직한 직원인 소외 5의 경우와 비교하여 보더라도 형평이 맞지 아니하며, 피고 회사의 신 경영진에 의하여 개정된 명예퇴직규정에 의한다 하더라도 원고가 명예퇴직대상 제외자에 해당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 점 및 원고가 24년 9개월간이나 피고 회사에서 근무해 오면서 비위사실로 징계받은 사실이 없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한 것은 명예퇴직 심사·결정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명예퇴직규정에 의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피고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함에 있어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명예퇴직규정은 피고 회사의 구 경영진이 사보이호텔의 적대적 기업인수를 눈앞에 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마련된 점, 원고가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은 명예퇴직규정이 신설된 직후가 아니라 피고 회사의 지배주주가 바뀌고 그에 따른 경영진이 완전히 교체된 이후에 이루어진 점, 소외 5가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이것이 수리된 것은 구 경영진 아래에서인 점을 알 수 있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1995, 1996, 1997 회계연도 연속하여 영업수지 및 경상수지에서 모두 손실(영업수지는 각기 약 4억 원, 약 7억 6천만 원, 약 17억 3천만 원; 경상수지는 각기 약 3억 5천만 원, 약 6억 8천만 원, 약 24억 3천만 원)을 기록하였고 다만 1995, 1996 회계연도에 한하여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였는데, 1995, 1996 회계연도에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보유 부동산을 각기 8억 7,200만 원과 9억 6,400만 원에 매각함으로써 거액의 특별이익이 발생하였기 때문인 사실, 또한 피고 회사는 1997. 9. 18.부터 같은 해 11. 24.까지 사이에 직원 소외 5와 구 경영진에 속하던 임원 4명에 대한 퇴직금으로 무려 7억 6천만 원 가량을 지출한 사실, 명예퇴직 신청 자격이 있는 피고 회사 직원 13명 중 원심 변론종결일까지 사이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원고, 소외 6 및 소외 7 3명에 불과한데, 신 경영진 아래에서 신청한 원고와 소외 7에 대하여는 모두 거부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피고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하면서 내세운 사유는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뿐만 아니라 위 거부처분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위 거부처분을 함에 있어 명예퇴직에 관한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고, 한편 신·구경영진 사이의 1997. 10. 10.자 약정의 정신 및 원고의 징계전력 유무는 해고처분의 당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삼는 것은 몰라도(그런데 원고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하였다가 원직복귀 의사가 없음을 자인하여 구제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각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명예퇴직에 관한 심사·결정 권한의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함에 있어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결국 원심판결에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하겠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