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제추행
2018도9781 준강제추행
피고인
검사
변호사 김칠하 외 1인
수원지방법원 2018. 5. 29. 선고 2018노906 판결
2021. 2. 4.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2. 24. 02:45경 00모텔 311호에서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 1(여, 18세)을 침대에 눕힌 후, 피해자의 상의와 브래지어, 팬티를 벗기고 피해자에게 키스하고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져 피해자의 심신상실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서 이를 이용하여 즉 준강제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범행장소인 모텔 내외부에 설치된 CCTV의 사진 및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1층 계단 출입구로 걸어가는 모습,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카운터가 있는 3층 출입구로 들어오는 모습, 피고인이 카운터로 다가가 계산을 하는 동안 피해자 혼자 3층 출입구 부근에 서 있다가 피고인과 함께 걸어서 객실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위 영상에서는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거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축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모텔 1층에서 카운터가 있는 3층까지 계단으로 이동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피해자가 정신을 잃었다거나 심신상실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만한 장면은 없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빌딩 1층에서 만난 후 피해자의 외투나 소지품을 찾기 위하여 위 빌딩 2층부터 5층까지 사이에 있는 술집들을 함께 둘러보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위 빌딩에 있는 주점의 종업원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가게에 왔던 것을 목격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내사보고(피해자를 목격한 가게 직원의 진술)' 역시 피해자가 가게에 들어와 주위를 서성거리며 일행을 찾기에 피해자에게 "여기에 아무도 없어요. 옆집에서 술 마신 것 같은데 옆 가게로 가보세요."라고 말을 했고, 당시 피해자가 술에 많이 취해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한다.다. 위 범행장소 전에 들렀던 모텔 카운터에서 근무한 증인 공소외 2는 당심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했으면 고개를 수그린다든지 자세가 그릴 텐데 그냥 반듯하게 서 있었고, 모텔 객실로 둘이 나란히 편안하게 들어갔다. 비틀거리는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다. 조금 후에 경찰관들이 와서 객실 인터폰으로 피해자의 이름을 물었는데, 전화기 너 머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름을 묻고 피해자가 직접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라. 피해자는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으로 이동한 것은 기억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은 노래방에서 나와서 피고인을 만난 상황조차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면 피고인이 그러한 상태의 피해자를 데리고 여러 층에 위치한 술집들을 돌아다니거나, 모텔 1층에서 3층까지 계단으로 이동하는 것은 용이해 보이지 않는다.
마.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행동한 부분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소위 '블랙아웃').
3. 준강간 · 준강제추행죄와 알코올 블랙아웃의 관계에 관한 법리
가.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9422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등 참조),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 · 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다. 1)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 (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2)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앞서 본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 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3)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4)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 ·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 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된다.
4.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18세, 피고인은 28세였고, 이 사건 이전 만난 적이 없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평소 주량을 넘는 양의 술을 마신 상태였다. 특히 2017. 2. 23. 23:00경부터 24:00경까지의 짧은 시간에 소주 2병 정도를 마셨다. 3) 피해자는 2017. 2. 24. 00:02경 공소외 3과 함께 빌딩의 지하에 있는 노래연습장에 들어갔다가, 01:00경 화장실을 간다며 노래방에서 나왔다. 공소외 3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피해자가 술에 많이 취하여 혼자 걸어갈 정도는 되었지만 약간 비틀거 렸고 혀가 꼬여 말도 잘 못하는 수준이었다고 진술하였다.
4) 노래연습장 CCTV 영상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는 크게 비틀거리지 않고 걸어 다닐 수는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는 화장실을 찾는다면서 다른 방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갑자기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눕는 등 상당히 취한 상태로 보인다.
5) 피해자는 화장실에 갈 당시 공소외 3의 신발을 신고 있었고, 외투와 휴대폰은 노래방에 두고 나왔다. 그런데 피해자는 화장실에 간 이후 노래연습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속이 너무 안 좋고 토할 것 같아서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에서 토한 이후 술이 확 취해 정신이 없었고 그 때부터 필름이 끊겼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그 이후의 일로는 누군가가 말을 걸길래 '건들지 마세요!'라고 대답을 한 것이 기억날 뿐이라고 진술하였다.
6) 피고인은 2017. 2. 24. 01:20경 위 노래연습장이 있는 빌딩 옆 빌딩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피해자를 만났다.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화장실을 가기 위하여 빌딩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1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피해자와 눈이 마주쳐 '예쁘시네요'라면서 말을 걸었고, 2~3분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마음에 들어 술을 마시러 가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그런데 피해자는 아무런 소지품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자신이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도 알지 못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의 외투와 소지품을 찾기 위하여 피해자와 함께 빌딩 2층부터 5층까지의 술집들을 둘러보았다.
8) 그러던 중 피해자는 5층 호프집에 들어가 '나 여기서 조금만 자면 괜찮을 것같다'고 말하면서 앉더니 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자기 시작했다. 피고인은 일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직원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의 어깨를 손으로 주무르면서 피해자를 깨웠는데, 이때 피해자는 '아프다, 하지마라, 씨발'이라고 욕을 하면서 바닥에 침을 뱉었다. 9)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집에 갈 것을 권하였으나 피해자가 '한숨 자면 된다'면서 조금만 자고 가고 싶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고, '모텔에 가서 자자고 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피해자가 '모텔에 가서 자자'고 대답하였다고 진술하였다.
10)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7. 2. 24. 02:06경 모텔에 들어갔다가 빈 방이 없다고 하여 바로 나왔고, 02:14경 범행장소인 모텔에 들어갔다. 위 먼저 들어갔던 모텔의 CCTV 영상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는 혼자서 걸을 수는 있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발을 헛디뎌 휘청거리거나 벽에 등이나 머리를 대고 서 있는 등 상당히 취한 모습으로 보인다.
11) 한편 공소외 3과 피해자의 모친은 피해자를 찾기 위하여 2017. 2. 24. 02:21경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신고내용은 '술을 먹다가 여자친구가 없어졌고, 여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02:40경 피해자가 범행장소인 모텔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객실 인터폰으로 피해자의 이름을 물어본 다음 객실로 피해자를 찾아갔다. 경찰이 모텔 객실에 도착하였을 당시 피해자는 상의를 전부 벗고, 하의는 치마만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한편 피해자의 속바지와 팬티는 피고인의 상의 주머니에서 발견되었다.
12) 한편 피해자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평소에도 옷을 벗고 취침하는 일이 없고, 술에 취하면 렌즈도 빼지 않고 취침한다고 진술하였다.
13)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키스를 하고 손으로 가슴부위를 만졌다고 인정하면서도, 모텔 객실에 들어가자마자 피해자와 키스를 하고 손으로 가슴 부위를 만졌는데, 피고인이 양치를 하러 샤워실에 다녀오는 사이에 피해자가 스스로 상의를 전부 벗고 하의는 치마만 입은 채로 침대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14) 또한 피고인은, 모텔 관계자가 인터폰으로 피해자의 이름을 물어보아 피해자를 깨워서 이름을 물어보았는데 수화기 넘어 들리는 소리에 경찰관 또는 피해자의 가족이 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옷을 입었고, 옷을 입으라고 피해자를 깨웠음에도 피해자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당황한 마음에 피해자의 속옷을 주머니에 넣었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다.
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1) 피해자가 '음주 후 필름이 끊겼다.'고 진술한 경우 음주량과 음주속도 등 앞서 본 사정들을 심리하지 않은 채 알코올 블랙아웃의 가능성을 쉽사리 인정하여서는 안된다.
2) 알코올의 영향은 개인적 특성 및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피해자가 어느 순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지는 않고 스스로 걸을 수 있다거나,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는 등의 행동이 가능하였다는 점만을 들어 범행 당시 심신상실 등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할 것은 아니다.
3)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짧은 시간 동안 다량의 술을 마셔 구토를 할 정도로 취했다. 자신의 일행이나 소지품을 찾을 방법을 알지 못하고, 사건 당일 처음 만난 피고인과 함께 모텔에 가서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들었다. 피해자는 인터폰으로 자신의 이름을 말해준 이후에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채로 다시 잠이 들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경찰이 모텔 객실로 들어오는 상황이었음에도 옷을 벗은 상태로 누워 있을 정도로 판단능력 및 신체적 대응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상태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추행을 할 당시 술에 만취하여 잠이 드는 등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4) 앞서 본 바와 같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연령 차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기 전까지의 상황, 함께 모텔에 가게 된 경위 등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볼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블랙아웃이 발생하여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피해자가 동의를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이를 합리적 의심의 근거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5) 모텔 객실 내에서 성적 관계가 이루어진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은 합리성이 없다.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피고인과 자발적으로 키스를 하던 피해자가 피고인이 양치를 하는 짧은 순간에 스스로 옷을 벗고 잠이 들어 버렸다는 것은 선뜻 믿기 어렵다. 피해자가 상의와 팬티, 속바지까지 벗으면서 굳이 치마를 입고 잠이 들었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평소 습관과도 배치된다(피해자의 속옷이 피고인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사정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 역시 석연치 않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생각하고 모텔에 갔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도, 피해자가 잠이 들어 성관계가 불가능해진 위와 같은 상황에 당황하는 등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폰을 받고서는 경찰 또는 피해자의 가족이 왔다고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던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준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인 '심신상실 상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노태악
대법관김재형
주심대법관민유숙
대법관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