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수원지법 1996. 4. 23. 선고 95가합25407 판결 : 확정

[손해배상(기) ][하집1996-1, 119]

판시사항

중학교 유도부원이 상급 유도부원들로부터의 구타 등 부당한 대우와 힘든 훈련으로 인하여 자살한 데 대하여 학교 교사 등으로서는 자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그 학교를 설치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사례

판결요지

중학교 유도부원이 상급 유도부원들로부터의 구타 등 부당한 대우와 힘든 훈련으로 인하여 자살한 경우, 지도교사에게 학생들에 대한 일반적인 보호·감독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자살은 제1차적으로 자살자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자살행위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없었던 때에는 지도교사나 그 학교를 설치·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다.

원고

원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식)

피고

경기도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충성)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45,196,450원, 원고 2에게 금5,000,000원, 원고 3에게 금 3,000,000원, 원고 4에게 금 43,196,45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5. 8. 3.부터 이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4호증, 제7호증 내지 제9호증의 각 기재와 원고 3 본인신문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보태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이에 어긋나는 증거가 없다.

가. 원고 1은 소외 1의 아버지, 원고 2(1990. 6. 27. 원고 1과 혼인)는 그의 계모, 원고 3은 그의 형, 원고 4(1990. 1. 3. 원고 1과 이혼)는 그의 생모이다.

나. 위 소외 1은 1983. 2. 28. 출생하여 남수원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92.경부터 유도를 시작하였다. 그 후 그는 위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94. 12.경 피고가 설치·운영하는 수원시 (이하 생략) 소재 (이름 생략) 중학교에 체육특기생으로 선발이 되어 1995. 3. 위 중학교에 입학하여 위 중학교 유도부에서 운동을 계속하게 되었다.

다. 위 유도부는 1학년생부터 3학년생까지 모두 약 18명, 감독 1명(소외 2), 코치 1명(소외 3)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도부원들은 학교 안에 있는 기숙사에서 합숙을 하면서 훈련을 하여 위 소외 1은 평소에는 위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토요일에만 평택에 있는 집에 와서 원고 1, 2 및 원고 3과 함께 지내다가 월요일 아침에 다시 학교로 가는 생활을 계속하여 왔다.

라. 위 소외 1은 여름방학 기간 중인 1995. 7. 17.부터 같은 달 27.까지 위 유도부의 여름 합숙훈련에 참가하던 중 오른발가락의 부상을 당하여 같은 해 8. 1.부터 시작되는 위 유도부 합숙훈련에 무단으로 참가하지 않았다가 같은 달 3. 08:40경 위 유도부 훈련에 참가한다며 평택의 집을 나선 후 같은 날 10:10경 위 (이름 생략)중학교 근처의 수원시 (이하 생략) 소재 (이름 생략)빌라 옆에 있는 전신주에 가방 끈으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위 소외 1은 가족들과 떨어져 기숙사에서 보내는 합숙훈련이 고된 데다가 상급학년 유도부원들이 수시로 구타하고 돈이나 옷 등을 빼앗아 가며 청소 등 힘든 일도 자신에게만 시켜 더 이상 유도부 활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을 잃어 버리고 계모인 원고 2와 형인 원고 3에게 유도부에서 빠지고 싶다고 이야기 하였으나, 위 (이름 생략) 중학교의 유도부 감독 등은 위 소외 1이 유도 특기생으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고 유도부 훈련에 참가하라고 명령하여 할 수 없이 학교에 나가다가 더 이상 훈련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위와 같이 자살하게 된 것인데, 위 중학교의 담임교사, 유도부 감독, 코치 등은 위 소외 1로 하여금 위 유도부 부원으로서 유도부 합숙훈련 과정에서 제대로 적응하게 하여 훈련에 임할 수 있게 하고, 만일 위 소외 1이 유도 합숙훈련을 견디어 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당분간 유도부의 합숙훈련에서 제외시키든지 유도를 하지 않게 하여 일반학생들처럼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호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위 소외 1을 유도부 특기생으로 입학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고된 합숙훈련을 강요하여 위 소외 1로 하여금 자살하게 하였으므로 위 (이름 생략) 중학교를 설치·운영하는 피고는 위 소외 1의 자살로 인하여 받은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그러므로 보건대, 위 갑 제7호증(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제8호증의 6 내지 8의 각 기재와 원고 3 본인신문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보태어 보면 위 소외 1은 위 기숙사에서 장시간에 걸쳐 유도연습을 하는 것이 힘든 데다가 유도부원들 중 상급생들이 위 소외 1의 운동복을 달라고 하여 억지로 빼앗아 가고, 수시로 돈을 빌려달라고 하여 빌려가고는 갚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청소 등 고된 일도 자주하게 되는 것이 힘들어 유도부에서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죽기 한 달 전부터는 형인 원고 3에게 더 이상 유도부에서 유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팔이라도 부러져 유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였으며 죽기 직전에는 원고 2에게도 유도를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 그리하여 원고 2는 1995. 8. 2. 저녁에 위 (이름 생략) 중학교 유도감독인 위 소외 2와 통화를 하여 위 소외 1을 유도부에서 빼달라고 하였으나 위 소외 2는 2학년에 진급할 때 빠지도록 하겠다며 위 소외 1이 학교에 나올 것을 종용하여 위 소외 1이 다음날 집을 나섰다가 위와 같이 자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갑 제7호증의 기재 일부는 변론의 전취지에 비추어 믿기 어려우며 달리 이에 어긋나는 증거가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소외 1의 자살은 훈련이 고된 데다가 상급생들의 괴롭힘 등으로 인하여 유도부 생활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으나 자신의 뜻처럼 유도부에서 빠질 수도 없게 되자 이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것이 그 주된 원인이었다고 보인다.

나. 그렇다면 위 (이름 생략) 중학교의 유도부 감독인 위 소외 2나 코치인 위 소외 3 기타 다른 교사 등으로서는 위 소외 1이 위와 같이 유도부 훈련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알아내어 이를 제거하고 위 소외 1로 하여금 제대로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하거나, 아니면 위 소외 1이 당분간이라도 훈련을 받지 않게 함으로써 그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의무위반의 결과 위 소외 1이 자살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살은 제1차적으로는 자살자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피고에게 그 자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위 소외 2 등이 위 소외 1이 입은 고통이 극심한 것이어서 이로 인하여 위 소외 1이 자살할 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어야 할 것인데, 위 소외 1의 연령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 위 소외 1이 자살한다는 것은 통상 생각하기 어렵고, 달리 위 소외 1이 지살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고 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원고 3도 위 소외 1이 죽고 싶다고 말한 일도 없고 그 밖에 위 소외 1이 자살하리라는 점을 예감하지 못하였다고 하고 있다) 피고로서는 위 소외 1의 자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피고에게 위 소외 1의 자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그 이행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제93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진수(재판장) 문준필 문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