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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다259704 판결

[약정금][미간행]

판시사항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두 회사 모두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참조판례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공2004하, 2013)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공2008하, 1269)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다33002 판결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코리아쏠라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맥 담당변호사 남성원 외 2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7. 22. 선고 2019나10356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이는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러한 경우에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참조).

그런데 이처럼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기존회사의 경영 상태나 자산상황, 신설회사의 설립시점,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다3300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소외 1 등이 한국그린에너지 주식회사(이하 ‘한국그린에너지’라 한다)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한국그린에너지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피고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보고, 피고 회사가 한국그린에너지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장을 내세워 원고에 대한 한국그린에너지의 약정금 지급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고 회사는 한국그린에너지, 소외 1과 원고 사이의 약정금 청구 소송의 제1심이 진행되던 중 설립되었고, 설립 당시에는 한국그린에너지와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다가 이 사건 각 토지를 취득한 2017. 9.경을 전후하여 한국그린에너지의 구 상호인 ‘코리아쏠라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점 주소를 이전하였다.

나.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이 본점 주소를 이전한 후 본점 사무실 문 앞에 ‘한국그린에너지 충청본부’라는 간판을 게시하였고, 한국그린에너지와 함께 사용하는 회사 홈페이지에 한국그린에너지와 피고 회사가 동일한 로고를 사용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으로서의 회사 연혁이나 업무실적도 회사별로 구별하지 않고 홍보하고 있는 등 한국그린에너지와 피고 회사가 동일한 실체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정보를 표시하였다.

다. 소외 1은 자신을 한국그린에너지와 피고 회사의 ‘CEO’라고 표시한 명함을 사용하였고, 한국그린에너지가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서의 한국그린에너지 대표이사 이름 옆에 소외 1이 업무상 사용하는 휴대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으며, 한국그린에너지의 직원이었던 선민성이 위 약정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소외 1이 한국그린에너지의 사장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소외 1은 한국그린에너지의 실제 운영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 회사가 상호를 현재와 같이 변경하기 전에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서에도 대표이사였던 소외 2의 이름 옆에 소외 1이 업무상 사용하는 휴대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소외 2는 소외 1의 친형으로서 피고 회사의 1인 주주이기는 하나 소외 1이 피고 회사의 ‘CEO’임을 자칭하는 명함을 사용하는 것을 묵인하여 왔고, 2018. 12. 30.경 피고 회사의 주식 중 일부를 소외 1의 딸인 소외 3, 소외 4에게 양도하려고 하는 등 소외 1이 피고 회사의 설립 및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가 법인격을 남용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한국그린에너지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피고 회사가 신설된 것이라는 사정 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한국그린에너지는 피고 회사가 설립된 후에도 태양광발전소 건립공사 도급계약 등을 체결하는 등 그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 회사가 설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엿보이는 반면, 한국그린에너지의 부도나 폐업 여부, 한국그린에너지의 자금 내지 자산으로 피고 회사가 설립되었는지 여부, 피고 회사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취득할 당시 한국그린에너지의 자산이 이전·유입되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는 심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사정들을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소외 1 등이 한국그린에너지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 회사를 설립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무면탈 목적 법인격 부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노정희 이흥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