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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다20228 판결

[보증채무금][미간행]

판시사항

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 내용의 해석 방법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미래저축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신한금융투자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한중주택개발 주식회사(이하 ‘시행사’라 한다)는 2006년 초경부터 서울 종로구 창신동 (지번 생략) 일대 10,146.076㎡에 지하 7층, 지상 20층, 연면적 112,386.74㎡ 규모의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신축하기로 하는 개발사업을 추진한 사실, 시행사는 2006. 6.경 피고와 주간사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개발사업의 계획, 재무구조, 토지매입자금 및 사업비 지원, 시공사 선정 및 자금대리사무 등의 금융자문용역을 제공받기로 한 사실, 원고를 비롯한 2차 대주단은 2006. 7. 31. 시행사에게 5개월간 금리 연 12%, 수수료 20%를 선취하고 사업시행지에 관한 계약금 지급 등에 필요한 합계 298억 원을 대출하기로 하면서, 자금관리사로서 부동산신탁회사인 주식회사 다올부동산신탁(이하 ‘다올부동산신탁’이라 한다)에게 위 대출금을 예치시키고, 시행사가 사업부지 중 토지에 관하여 면적 및 소유자 대비 80% 이상, 건물에 관하여 면적 및 소유자 대비 80% 이상의 각 비율로 계약을 체결할 것을 조건으로 이 사건 개발사업을 위하여 예치된 대출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인출을 허락하며, 만일 그와 같은 자금인출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면 예치된 대출금을 2차 대주단이 회수하기로 약정한 사실, 다올부동산신탁 및 2차 대주단이 2006. 7. 31. 시행사의 사업부지에 관한 계약체결률, 즉 자금인출조건의 성취 여부를 확인한 결과 당시 자금인출조건이 충족되지 아니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날 2차 대주단에게 자금인출조건에 비하여 완화된 조건이 기재된 ‘이 사건 개발사업에 관한 인허가 등 사업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부지의 80%(토지사유지 면적 대비 80%, 토지소유자 대비 80%, 건물면적 대비 70%, 건물소유자 대비 70%) 이상의 비율로 계약이 체결된 후 3개월 이내에, 금융주간을 통한 본 프로젝트 파이낸싱(전체토지대 및 초기사업비 등 약 3,000억 원 내외, 이하 ‘이 사건 본대출’이라 한다)을 하기로 하며, 사업부지의 계약금 및 초기사업비 등을 위하여 지급된 원고 등의 대출원리금을 최우선 상환할 것을 확약한다’라는 내용의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 한다)를 교부하였고, 이에 원고 등은 다올부동산신탁에 예치시켜 놓은 대출금을 시행사가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으며, 시행사는 위 대출금을 인출하여 사업시행지의 계약금 및 초기사업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 사업부지에 관한 계약은 2006. 8. 7.경을 기준으로 토지사유지 면적 대비 80%, 토지소유자 대비 80%, 건물면적 대비 70%, 건물소유자 대비 70% 이상의 비율로 체결된 사실, 그 후 이 사건 본대출이 실현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는 2007. 3. 14. 시행사에 대하여 주간사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후 이 사건 개발사업에 관한 업무를 중단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하에서 피고가 이 사건 본대출을 성사시키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이 사건 대출원리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확약서는 그 문언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서 피고와 같은 금융자문사의 지위 및 역할에 비추어 금융주간사인 피고가 이 사건 본대출을 주선하는 금융자문용역의 조건, 범위 등의 내용을 2차 대주단에게 확인시켜 준 것으로서 그로 인하여 피고에게 발생하는 의무의 성격은 수단채무 내지 행위채무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에게 이 사건 본대출을 실행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확약서는 피고가 일정한 비율 이상의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3개월 이내에 이 사건 본대출을 하기로 한 것이므로 이는 단순히 피고가 이 사건 본대출을 추진하기로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피고가 이 사건 본대출을 실현하기(성사시키기)로 한다는 의미라고 보아야 하는 점, 원고를 비롯한 상호저축은행들이 시행사에게 대출을 하여 시행사로 하여금 그 자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한 데에는 이 사건 확약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비록 피고가 직접 이 사건 본대출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본대출을 성사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확약서는 ‘피고가 사업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사업부지의 80% 이상의 계약체결 후 3개월 이내에, 금융주간을 통하여 이 사건 본대출을 실현하기로 하며, 그 대출된 자금으로 원고를 비롯한 상호저축은행의 대출원리금이 최우선적으로 상환될 수 있도록 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법적 구속력 있는 약정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나아가 피고가 그와 같은 약정상의 의무의 이행을 거절하면서 2007. 3. 14.경 시행사에 대하여 주간사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후 이 사건 개발사업에 관한 업무를 중단한 것은 이 사건 본대출을 실현하여 그 대출된 자금으로 원고를 비롯한 상호저축은행들의 대출원리금이 최우선적으로 상환될 수 있도록 할 피고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확약서상 피고 의무의 성격은 수단채무 내지 행위채무로 보아야 하고 피고에게 이 사건 본대출을 성사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처분문서인 이 사건 확약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