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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24. 선고 2016나10949 판결
2017. 4. 13.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1. 소액사건에 있어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령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같은 법령의 해석이 쟁점으로 되어 있는 다수의 소액사건들이 하급심에 계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이 그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사건을 종결하고 만다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해칠 것이 우려된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실체법 해석적용에 있어서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187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민법 제166조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어떠한 경우에 묵시적 합의에 의해서 변경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판례가 없고,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 사건 원심의 위 조항 해석 및 적용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한다.
2. 민법 제166조는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진행하지만, 그 이행기가 도래한 후 채권자와 채무자가 기한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그 유예된 때로 이행기가 변경되어 소멸시효는 변경된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다시 진행한다.
이와 같은 기한 유예의 합의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한데, 계약상의 채권관계에서 어떠한 경우에 기한 유예의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볼 것인지는 계약의 체결경위와 내용 및 이행경과, 기한 유예가 채무자의 이익이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
3.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분양계약 제2조는 분양대금 잔금의 이행기를 2009. 10. 25.로 정하는 한편(제2항) 점포 추첨 이후 면적의 증감이 있을 경우 분양대금을 최종 정산하도록 하였고(제1항), 중도금 및 잔금 납입일이 변경될 경우 수분양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하였으며(제6항), 제3조는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는 경우 연 19%의 연체료를 납부하도록 정하였던 사실, 피고는 위 2009. 10. 25. 이 지나도록 최초 분양대금을 기준으로 한 잔 금 전부를 납부하지 않고 있었던 사실, 원고는 추첨을 통하여 수분양자들에게 점포가 배정된 후 피고가 배정받은 점포의 전유면적 및 공용부분 면적에 따라 분양대금을 최종 감액 정산한 다음 2010. 3. 19.경 피고에게 그 정산금을 2010. 4. 30.까지 납부하도록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 피고는 위 통지를 받고도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을 각 알 수 있다.
4.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분양계약은 성립 당시부터 점포 추첨 후 분양대금 정산을 예정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잔금 이행기일이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었던 점, 원고의 납부기한 유예 통지는 최초 분양계약에서 정한 납부기한이 도래한 후에도 잔금 전부를 미납하고 있던 피고에게 이 사건 분양계약 제3조에서 정한 연체료를 따지지 않고 원금의 납부기한을 6개월 이상 연기해주는 내용이어서 피고의 이익이 되고 그 추정적 의사에 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분양계약에 의한 잔금 채권의 이행기일은 2010. 4. 30.로 묵시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와 같이 변경된 이행기일의 다음날인 2010. 5. 1.부터 다시 진행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지급명령 신청일인 2015. 1. 27.에는 아직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음이 역수상 분명하다.
5.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분양대금 잔금 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조희대
주심대법관김창석
대법관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