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의)]〈환자가 치료 도중 뇌출혈로 사망하자 의료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공2022상,675]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의 정도 및 기준 /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 담당 의사가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하여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담당 의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환자의 건강유지와 치료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담당 의사가 바뀌는 경우 나중에 담당할 의사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공2019상, 133)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4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김민정 외 1인)
서울고법 2018. 7. 19. 선고 2017나2060247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의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은 2014. 11. 11.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뇌혈관 질환, 경동맥 협착, 만성음주로 인한 인지기능저하 등에 관한 정밀 검사와 진단을 받기로 하였다.
나. 소외 1은 2014. 11. 11. 12:27 흉부 엑스레이 검사 도중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넘어졌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소외 1은 그 직후인 12:33 응급실로 돌아왔다가 13:22 영상검사실로 이동하여 뇌 MRI 검사를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소외 1이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여 검사를 시행하지 못한 채 13:30 응급실로 돌아왔다. 소외 1은 16:14 피고 병원 응급실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도중 약 10초 동안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소외 1에게 항경련제를 투약하였다.
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4. 11. 12. 07:47 소외 1의 뇌 CT 검사를 하였다. 검사결과 외상성 뇌내출혈, 양쪽 전두엽과 측두엽의 급성 뇌출혈과 뇌부종, 경막하출혈 등이 발견되었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09:30 개두술과 뇌내 혈종제거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시행하여 오른쪽 전두엽의 뇌내출혈, 왼쪽 측두엽의 혈종 등을 제거하였다.
라. 소외 1은 이 사건 수술 후 피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2014. 11. 28. 03:21 외상성 뇌출혈과 뇌부종으로 인한 연수마비로 사망하였다.
마. 원고 1은 소외 1의 배우자이고, 원고 2, 원고 3은 소외 1의 자녀들이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외 1에게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있지만, 당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소외 1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소외 1은 머리 손상이 의심되어 응급 CT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이후 소외 1에게 경련 증상이 발생하였지만 피고 병원 의료진은 항경련제 투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그다음 날 소외 1에 대한 뇌 CT 검사를 실시하여 뇌출혈과 뇌부종을 발견하자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고 이후 적절한 치료와 경과관찰을 통하여 소외 1의 뇌출혈과 뇌부종 증상은 호전되었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소외 1에 대한 뇌출혈과 뇌부종 진단에 필요한 주의의무나 이에 대한 치료와 경과관찰 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소외 1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거나 이 사건 수술의 필요성과 후유증 등에 관한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등 참조).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하여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담당 의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환자의 건강유지와 치료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담당 의사가 바뀌는 경우 나중에 담당할 의사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나. 소외 1은 이 사건 사고로 머리를 바닥이나 기계 등의 물체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있다. 흉부 엑스레이가 촬영되기 전에 작성된 진료기록에는 소외 1의 두피에 외상이나 부종이 있었다는 기재가 없다. 당시 소외 1의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였던 방사선사 소외 2는 ‘기계를 작동하는 순간 엑스레이 촬영기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소외 1이 뒤로 넘어갔다. 바로 뛰어갔지만 소외 1을 붙잡을 수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 병원이 2014. 11. 12. 07:47에 한 소외 1의 뇌 CT 영상검사 결과지에 따르면 소외 1의 왼쪽 머리 부분의 두피에 부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머리에 물리적 충격이 있었다는 사정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외 1 머리의 부종은 이 사건 사고로 소외 1의 머리가 바닥이나 기계 등의 물체에 부딪치면서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다. 소외 1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는 뇌출혈의 발생이 예상되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4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양쪽 팔다리에 경련 증상이 나타났다. 통상적인 의료수준에 비추어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뇌출혈이 위와 같은 경련 증상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1심법원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서는 ‘머리 외상 후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 증상이 보일 때 뇌출혈 여부를 진단하려면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지?’라는 질문에 대하여, ‘뇌출혈 등이 있으면 주요 침범 부위에 해당하는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거나 구토, 두통 시야 장애 등의 뇌 압박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소외 1의 증상도 유사하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진단하려면 신경학적 검사와 CT 촬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하였다.
라.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로 소외 1에게 뇌출혈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하여 소외 1의 사고 부위를 자세히 살피고 소외 1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적절한 조치를 해야 했다. 특히 이 사건 사고를 발견한 의료진은 이러한 사실을 담당 의사에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해야 하고 환자의 담당 의사가 바뀌는 경우 이전의 담당 의사는 이후의 담당 의사에게 이 사건 사고 사실을 전달하여 소외 1에 대한 관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4시간 정도 지나서 소외 1에게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 사건 사고로 뇌출혈 등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예상하고 곧바로 뇌 CT 검사 등의 조치를 해야 했다.
마. 그러나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소외 1에게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사고 직후 소외 1이 엑스레이 검사실에서 응급실로 돌아왔을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은 소외 1에 대한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조치를 하였을 뿐 머리 부위의 상처 발생 등을 살펴보았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사고 사실은 소외 1의 담당 의사에게 잘 전달되지도 않아서 소외 1의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도 담당 의사는 이 사건 사고에 따른 머리 부분의 외상으로 뇌출혈 등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알코올 중단에 따른 금단성 경련으로만 파악하여 소외 1에게 항경련제만 투약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약 19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소외 1에 대한 뇌 CT 검사를 시행하여 뇌출혈과 뇌부종을 발견하였고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것이다. 만일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사고 이후 소외 1의 사고 부위를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소외 1에게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뇌 CT 검사를 시행하였다면 뇌출혈 또는 뇌부종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는 이 사건 사고 후 소외 1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 위험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바. 원심은 이 사건 사고가 소외 1의 뇌출혈이나 뇌부종을 발생하게 하였고 이로써 소외 1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심리하고 판단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사고로 소외 1에게 머리 외상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당시 소외 1의 상태가 머리 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조기에 뇌 CT 검사 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에는 의료행위에 요구되는 주의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평석
-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 받는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담당의사가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 손해배상의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판례공보스터디
관련문헌
참조판례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참조조문
- 민법 제390조
- 민법 제750조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8. 7. 19. 선고 2017나206024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