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당 사 자】
청 구 인 박○형
대리인 변호사 강금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87. 3. 14. 약사면허를 취득하고 1995. 11. 17. 서울 강동구 ○○동에 ○○약국이라는 상호로 약국을 개설하였는 바,
(1)위 약국개설일인 1995. 11. 17. (주)○○제약의 ○○ 100정을 공장도가격 10,000원보다 낮게 6,800원에 판매하여 의약품등의 판매질서 위반으로 1995. 12. 4. 강동구보건소장으로부터 3일간의 업무정지처분을 받고 이에 해당하는 과징금 1,710,000원을 납부하였고,
(2)같은 해 12. 7. ○○ 100정을 공장도가격 10,000원보다 낮게 6,800원에 판매하여 같은
달 20. 강동구보건소장으로부터 7일간의 업무정지처분을 받고 이에 해당하는 과징금 3,990,000원을 납부하였고,
(3)같은 해 12. 26. ○○ 100정을 공장도가격 9,500원보다 낮게 6,800원에 판매하여 1996. 1. 8. 강동구보건소장으로부터 15일간의 업무정지처분을 받았으며, 같은 달 12. 위 약국을 폐업하였다.
(4)그리고 위 약국을 폐업한 당일인 1996. 1. 12. △△동에서 ○○약국이라는 상호로 다시 약국 개설신고를 하였다가 1996. 11. 30. 폐업신고를 하였고 1997. 5. 1. 다시 처음 약국 개설지였던 위 서울 강동구 ○○동에 ○○약국이라는 종전 상호로 약국을 개설하였다.
(5)그 후 청구인은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판매 가격을 제한하는 약사법시행규칙(1994. 7. 18. 보건사회부령 제933호로 제정되고, 1999. 1. 6. 보건복지부령 제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약사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89조의 행정처분 기준[별표6]「Ⅱ. 개별기준」38의 아목 ‘시행규칙 제57조 제1항 제6호의 규정을 위반한 때’ 란 중 “약국 등 판매업자가 보건복지부장관이 별도로 정한 기준보다 낮게 판매하는 경우” 그 위반 횟수에 따라 3일에서 1월까지 업무정지 처분을 받도록 규정한 부분과, 보건복지부고시 제1995-4호(1995. 2. 4. 고시, 이하 “고시”라 한다) 제14조 제2항 제2호 규정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1997. 6. 2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약사법시행규칙 제89조의 행정처분기준[별표6]「Ⅱ. 개별기준」38의 아목 ‘시행규칙 제57조 제1항 제6호의 규정을 위반한 때’란 중에 규정된 “약국 등 판매업자가 보건복지부장관이 별도로 정한 기준보다 낮게 판매하는 경우”라는 부분과 고시 제14조 제2항 제2호(이하 “이 사건 법령조항”이라 한다)이며 그 내용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위 조문 외에도 고시 제2조와 제6조를 심판대상으로 거론하고 있으나, 제2조는 정의규정에 불과하고, 제6조는 표준소매가격검토규정으로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함이 상당하다.)
구 약사법시행규칙 제89조(행정처분기준)법 제69조 제3항 및 법 제71조의 규정에 의한 행정처분의 기준은 별표6과 같다.
[별표6] 행정처분의 기준(제89조 관련)
Ⅰ. 일반기준
생략
Ⅱ. 개별기준
1~37. 생략
38.의약품 등의 유통체계확립 및 판매질서를 위한 준수사항 중 아래사항을 위반한 때
가~사. 생략
아.시행규칙 제57조 제1항 제6호의 규정을 위반한 때
·약국 등 판매업자-보건복지부장관이 별도로 정한 기준보다 낮게 판매하는 경우, 1차 위반-업무정지 3일, 2차 위반-업무정지 7일, 3차 위반-업무정지 15일, 4차 위반-업무정지 1월
보건복지부고시 제1995-4호 제14조(가격질서유지)
① 생략
②제조업자 등 및 약국 등 개설자는 의약품가격의 안정과 의약품 판매질서의 확립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다음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생략
2.약국 등 판매업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공장도가격보다 낮게 판매하는 등 부당한 방법이나 가격으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하여서는 아니된다.
〔관련조항〕
약사법 제69조(허가취소와 업무의정지 등)
①, ② 생략
③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행정처분의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약사법 제71조(약사·한약사 면허의취소 등)
① 생략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약사(藥事)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약사 또는 한약사에 대하여는 그 면허를 취소하거나 기간을 정하여 약사 또는 한약사의 자격정지를 명할 수 있다.
약사법 제38조(의약품등의 판매질서)약국개설자·의약품제조업자·수입자 및 의약품판매업자 기타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의약품 등의 유통체계확립 및 판매질서유지에 필요한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이 사건 고시 규정에 의하면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판매가격은 공장도가격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는 청구인처럼 대형약국을 경영하는 자에게 공장도가격보다 낮게 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여 헌법 제15조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2)의약품 판매행위를 다른 상품의 판매행위와 차별하여 의약품 판매업자에게만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가격보다 낮게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과 제119조 제1항의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 존중 원칙 및 제124조 소비자 보호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다.
(3)법규적 효력을 가지는 행정입법의 제정에는 구체적이며 명확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는데, 약사법 제69조는 행정처분의 기준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보건복지부령은 이에 관한 아무런 규정도 않은 채, 구 약사법 시행규칙에서 다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포괄적으로 재위임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다.
(4)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최소한도의 범죄구성요건의 윤곽만큼은 수권규정 자체에서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약사법 제38조에서는 범죄구성요건이 되는 사실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여 구성요건의 내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도록 하였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
(1)표준소매가격제도는 의약품에 대한 적정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국민을 의약품의 오·남용의 폐해로부터 보호하고, 소비자가 양질의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국민전체의 복리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제도이다.
(2)의약품의 판매를 자유로운 가격 경쟁에만 맡길 경우에는 의약품의 오·남용과 저질의약품의 생산·공급으로 인하여 국민의 건강을 해치게 되므로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는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
(3)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추상규범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데 가격제도는 법령에 근
거가 없는 새로운 것을 정한 것이 아니라 약사법 규정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볼 수 없다.
(4)이 사건 법령조항은 약사법 제38조의 유통체계와 판매질서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니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을 침해당한 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며, 법령이 시행된 후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을 침해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헌재 1996. 3. 28. 93헌마198 , 판례집 8-1, 241, 250; 1996. 11. 28. 95헌마280 , 판례집 8-2, 647, 651-652)
나.그런데 청구인은 1995. 11. 17. 약국을 개설하여 같은 해 12. 4. 강동구보건소장으로부터 이 사건 법령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업무정지처분을 받았으므로, 늦어도 위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1995. 12. 4. 에는 이 사건 법령조항에 의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받았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함에도 1997. 6. 24. 에 이르러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이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다.
다.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주심) 한대현 하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