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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8.16. 선고 2018두42948 판결

시정명령등취소

사건

2013드단5473(본소) 혼인의 무효

2013드단8045(반소) 이혼 등

원고(반소피고)

A

피고(반소원고)

B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광흠

변론종결

2013. 10. 22.

판결선고

2013. 11. 12.

주문

1.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가 2011. 7. 18. 울주군청장에게 신고하여 한 혼인

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반소원고)의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1. 본소

주문 제1항과 같다.

2. 반소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이혼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로 1,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피고는 혼인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문 기재 혼인신고(이하 ‘이 사건 혼인신고’라고 한다.)를 하였으므로 이에 터잡은 혼인은 무효이다.

나. 피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혼인 합의가 존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혼인신고는 유효하고, 원고의 유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

2. 인정사실

가. 원고와 피고는 2008년 9월경부터 교제를 시작하여, 2010. 3. 1.경부터 동거하였다. 피고는 동거 기간 중인 2011. 7. 12.경 원고의 자녀를 포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는 2011. 7. 18. 원고의 신분증을 지참하고 혼자서 이 사건 혼인신고를 하였다.

나. 피고는 혼인신고 후 신고 사실을 피고의 부모에게 알리지 아니하였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11년 8월 초순경부터 관계가 악화되어 별거하기에 이르렀고, 피고는 2011. 8. 25.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피고는 2012. 2. 22.경 원고에게 이혼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3. 본소 및 반소 청구에 대한 판단

가. 혼인의 합의란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나라 법제하에서는 법률상 유효한 혼인을 성립하게 하는 합의를 말하는 것이므로 비록 사실혼관계에 있는 당사자 일방이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혼인의사가 결여되었다고 인정되는 한 그 혼인은 무효라 할 것이나, 상대방의 혼인의사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혼인의 관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사실혼관계를 형성시킨 상대방의 행위에 기초하여 그 혼인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반대되는 사정, 즉 혼인의사를 명백히 철회하였다거나 당사자 사이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혼인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므1329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서도, 그 형식적 요건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남녀의 결합관계를 말한다. 따라서 사실혼에 해당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기 위하여는 단순한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 및 앞서 본 인정사실, 아래의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을 제3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등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혼인 신고 당시 원고에게 피고와 혼인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신고 당시 원고의 혼인의사가 추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

1) 원고와 피고는 혼인식을 올리지 아니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혼인신고 후 양가 부모들에게 신고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혼인 신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장기간 별거하였고, 이후 상호 간에 관계 회복을 위하여 진지하게 노력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앞서 본 법리 및 인정사실, 원고와 피고의 연령 및 동거 기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여 혼인 신고 당시 원고의 혼인의사가 추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가 혼자 이 사건 혼인신고를 하였고, 혼인신고서에 증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C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신고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갑 제7호증). 또한 을 제3호증의 기재는 혼인신고서에 다른 증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D가, 피고로부터 피고의 결혼계획 및 혼인신고 경위를 듣게 되었다는 취지여서, 원고에게 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부족하다.

3) 피고는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원고와 동거 중이었으므로 원고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원고의 신분증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4) 원고는 2012. 2. 22.경 피고의 이혼 요구를 인지하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혼인의사가 존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5) 달리 이 사건 혼인 신고 당시 원고에게 혼인의사가 존재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 그러므로 원고와 피고의 위 혼인은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는 민법 제815조 제1호에서 정한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유 있고, 혼인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반소 이혼 및 위자료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