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
2015고단2554 업무상과실치사
A
이정현(기소), 이기명(공판)
법무법인 부강 담당변호사 박행남, 정시진
2016. 11. 3.
피고인은 무죄.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기장군 B에 있는 C정형외과의 원장이다.
피고인은 2014. 10. 7. 15:45경 위 병원에서 후방 추돌 교통사고를 당해 통증을 호소하는 피해자 D(여, 64세)을 진료하였고, 2014. 10. 8. 10:20경 피해자를 입원시켜 치료하면서 피해자의 두통, 목·어깨 부위 통증 등의 호소로 인해 근육이완제인 메토카르바몰 등을 정맥 주사하고, 2014. 10. 10. 10:00경에도 같은 진료 및 처방을 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당뇨·고혈압 등의 과거병력 등으로 인해 감염에 취약하여 정맥 주사시 패혈증 등의 감염이나 합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을 의심하여야 했고, 위 메토카르바몰 주사의 경우 드물게라도 혈전성 정맥염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사 부위에 발적, 부종이 발생하거나 피해자가 구토, 어지러움, 통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주사 부위의 감염 또는 투여약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피부연조직염이나 정맥혈전염 등의 발생을 고려하여 항생제 치료를 하거나 괴사성근막염으로 진행될 경우 수술적 치료를 하는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했어야 하였으며, 또한 피해자를 입원 치료하게 되었으면 피해자의 건강상태 및 주사 부위 등의 상태를 주·야간에 수시로 확인하거나 당직 간호사 내지 조무사 등으로 하여금 확인하도록 하여 환자의 상태에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사전에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피해자에게 메토카르바몰을 정맥 주사한 이후 피해자의 주사 부위에 발적, 부종이 발생하였고, 피해자로부터 구토, 어지러움, 통증 등의 호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혈관의 유출로 인한 부종'이라고 판단하여 항생제 등의 처방은 하지 아니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조기에 하지 못하였고, 그 후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여 당직 간호사 내지 조무사 등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주사 부위 등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게 하여 그에 따른 신속한 보고를 통해 조기 치료될 수 있도록 진료·처방 조치하였어야 함에도 간호사에게 통상적인 진통제 처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추가적인 지시 등을 하지 아니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악화시켰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인해 2014. 10. 11. 06:27경 부산 해운대구 E에 있는 F병원 응급실로 전원되어 치료를 받던 피해자로 하여금 오른 아래팔의 연조직염에 합병된 패혈증으로 인한 독성쇼크증후군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도16101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해자는 2014. 10. 7. 15:40경 양산시 G에 있는 H마트 앞 사거리를 자신의 딸이 운전하던 카렌스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하던 중 뒤따르던 마티즈 차량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목, 양측 어깨,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며 피고인 운영 병원을 찾아 피고인으로부터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어깨 관절의 염좌 및 긴장, 다발 부분의 기타 근통의 진단을 받았다.
(2) 피고인은 위 진단에 따라 피해자에게 진통소염제 및 근이완제 투여,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였고, 그 당시 피해자의 활력징후에는 특이한 사항이 없었다.
(3) 피해자는 그 다음날 어깨 부위 등의 통증을 호소하며 피고인 운영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2014. 10. 9.까지도 특정한 부위의 이상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고, 피해자의 활력징후에도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4) 피해자는 입원기간 중이던 2014. 10. 10. 01:00경 오심,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고, 같은 날 10:00경 피해자가 주사를 맞은 부위에 부종이 있음을 확인한 피고인은 주사 부위에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종으로 진단하고서 피해자에게 근이완제(메토카르바몰) 및 진통소염제를 처방하였다.
(5) 피해자는 2014. 10. 10. 23:00경에도 팔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였고,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서 피고인 운영 병원을 찾아온 피해자의 동생 I에 의하여 2014. 10. 11. 01:30경 F병원으로 전원되었다.
(6) F병원의 의사는 피해자의 오른쪽 팔 정맥 유지침 부위의 발적, 부종, 반상출혈 등을 확인하고서 피부 연부조직감염의 초기 증상을 의심하고 피해자에 대하여 혈액배양검사, 신기능 및 간기능 검사, 흉부영상검사 및 CT촬영 등을 시행하였는데, 피해자의 전원 무렵에 측정된 활력징후에는 여전히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7) F병원 의사는 흉부영상검사 및 CT촬영 결과에 따라 피해자의 패혈증을 진단하고서 같은 날 05:38경 피해자에 대하여 항생제 정맥주사를 처방하였는데, 피해자는 같은 날 06:27경 원인 불명의 폐출혈, 패혈증, 양측 신장 손상 등으로 사망하였다.
다. 판단
앞서 본 법리에 위 인정사실 및 그로부터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것에 피고인의 어떠한 과실이 개재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해자가 피고인 운영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피해자의 활력징후에 특이사항이 나타나지는 않았고, 주사 부위에 발생하는 부종 및 통증은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주사의 바늘이 혈관 밖으로 나가서 피하조직에 주사액이 들어가는 경우에도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서 그러한 증상의 확인만으로 피부의 조직감염이나 패혈증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2) 피부의 연부조직감염에 의한 부종 및 통증이 있는 경우에도 환부에 대한 압박 및 냉찜질이 보존적 치료요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어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환부압박 및 냉찜질의 국소적 치료조치가 일반적인 임상수준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피해자에게 당뇨 및 고혈압의 기왕병력이 있어 감염에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감염의 가능성만으로 약제 투여를 위한 주사행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4) 피해자에 대한 입원기록 및 혈액배양검사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의 피부에 상재하는 화농성연쇄상구균이 주사 부위를 통하여 피해자의 체내로 침투하여 연조직염을 일으키고 이로 인한 패혈증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연조직 감염의 발생률은 1% 미만인데다 의료진의 엄격한 무균시술 노력으로도 그 발생을 전면 예방할 수는 없어서 피해자의 특이징후를 찾을 수 없었던 피고인이 위와 같은 감염의 가능성까지 예견하여 치료조치를 하였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정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