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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4.15.선고 2014다224073 판결

청구이의

사건

2014다224073 청구이의

원고상고인

A

피고피상고인

B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14. 8. 27. 선고 2013나11971 판결

판결선고

2016. 4. 1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 판결 및 거기에서 인용한 제1심판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76년 혼인하여 법률상 배우자 있는 남자로서 피고와 1999년 이전부터 혼외관계를 유지하여 오면서 2000년경부터 거의 매월 지속적으로 피고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교부해왔다.

나. 원고는 2009. 12. 16. 피고와 사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2009. 12. 16. 1억 원을 지급하고, 2010. 1.부터 2014. 12.까지 5년간 매월 말일에 생활비로 200만 원을 지급하며, 2014. 12. 전에 서로 헤어지더라도 위 생활비를 조건 없이 지급하고, 5년 후에 계속 만남을 지속할 경우에는 헤어질 때까지 생활비로 매월 말일에 200만 원을 지급한 다'는 취지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고, 그날 바로 피고에게 1억 원을 교부하였다.

다. 원고와 피고는 같은 날 "원고가 2009. 12. 16. 피고로부터 차용한 차용금 채무가 1억 2,000만 원이 있음을 인정하고, 위 차용금을 2009. 12. 31.부터 2014. 11. 30.까지 60회 매회 200만 원씩 매월 말일에 분할 변제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 한다) 작성을 촉탁하여 이를 작성받았다.

2. 원고는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토대로, 이 사건 합의와 그에 따른 이 사건 공정증서의 작성 족은 부첩관계 유지를 위한 채무부담 행위이크로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아래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부첩관계를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이 사건 합의서 및 공정증서상의 채무를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고 추인하기 어렵다고 하여 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가.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부첩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음에도 굳이 원고가 2009. 12. 16.경에 이르러 부첩관계 유지를 조건으로 피고에게 즉시 1억 원을, 향후 5년간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200만 원씩을 각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를 함과 동시에 같은 날 실제로 1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돈을 지급하였다.는 것인데, 선뜻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합의가 원고의 주장처럼 부첩관계의 유지를 조건으로 한 것이라면 피고의 책임이 있는 사유로 그 관계가 단절될 경우 원고가 생활비의 지급을 중단하거나 이미 지급한 돈을 반환받기로 하는 등의 약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임에도, 이 사건 합의에서는 그와 같은 약정이 되어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5년의 기간 내에 원고가 피고와 헤어지더라도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합의 후로도 1년간 파고와의 관계가 지속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반면, 원고와의 관계를 해소하기로 함에 따라 이 사건 합의 이후로는 원고를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원심증인 D의 증언은 그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내로 수긍하기 어렵다.

계약당사자가 합의한 약정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앞서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의 내용은 '원고는 피고에,게 2009. 12. 16. 1억 원을 지급하고, 2010. 1.부터 2014. 12.까지 5년간 매월 말일에 생활비로 200만 원을 지급하며, 2014. 12. 전에 서로 헤어지더라도 위 생활비를 조건 없이 지급하고, 5년 후에 계속 만남을 지속할 경우에는 헤어질 때까지 생활비로 매월 말일에 2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 사건 합의의 내용을 표시된 문언 그대로 이해하면, 원고는 부첩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피고에게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되 2014. 12. 전에 부첩 관계가 종료되더라도 2014. 12.까지는 생활비를 지급하며, 2014. 12. 이후에도 부첩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경우에는 2014. 12. 이후에도 매월 생활비를 지급한다고 약정한 것이다. 이를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합의를 한 2009. 12. 16. 이후에는 더 이상 만나지 아니하기로 한다든가 부첩관계를 즉시 단절하되 생활비는 최소한 향후 5년간은 계속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새기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합의는 그 문언상 부첩관계를 청산하면서 그동안의 관계에 대한 보상을 하는 등의 의미가 아니라 그 관계의 유지를 전제로 금전 지급을 약속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둘 사이의 부첩관계가 원고의 처 등 가족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을 계기로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그러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피고기 종전처럼 매월 생활비를 지급받으면서 부칩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 되자 원고가 피고에게 일시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함과 아울러 향후에도 종전치럼 부첩관계를 지속하면서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되 관계가 중단되더라도 최소한 5년간은 계속 지급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전체적으로 부첩관계의 유지에 뜻을 둔 합의라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이 사건 합의의 문언 자체로 보나 그 합의에 이른 사정으로 보나 이 사건 합의는 부첩관계의 유지를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합의가 반사회 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신

주심대법관박병대

대법관박보영

대법관권순일

심급 사건
-대전고등법원 2014.8.27.선고 2013나11971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