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2017다219218 손해배상(기)
원고 1 외 5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류민희 외 1인
대한민국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홍지욱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6나49312 판결
2021. 10. 28.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사건 배경
쌍용자동차 주식회사(이하 '쌍용차'라 한다)는 2009. 2. 6.경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2009. 4. 8.경 인력구조조정이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근로자를 상대로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를 실시하려 하였으나, 쌍용차 노동조합이 반대하며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하였다.
2012. 4. 5.경 서울 중구 (주소 생략)에 있는 덕수궁 대한문 앞 인도에는 쌍용차 파업 사태 중 사망한 노조원과 그 가족을 추모하는 분향소용 천막이 설치되었다.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쌍용차 대책위'라 한다)는 그 무렵부터 대한문 앞 인도에 분향소와 농성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시위를 개최하였다. 쌍용차 대책위는 2012. 5. 24.경 행정대집행 절차를 통해 천막 등이 철거되었는데도 다시 천막을 설치하는 등 상당 기간 동안 대한문 앞 인도에서 점거와 농성을 계속하면서 이를 철거하려는 서울 중구청 직원과 물리적으로 충돌하였고, 대한문 앞 인도에서 집단적인 폭행·손괴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2013. 3. 3. 노숙자의 방화로 천막이 불에 타고 덕수궁 돌담과 서까래 일부가 훼손되자 서울 중구청은 2013. 4. 4.경 행정대집행으로 천막 등을 철거하였고, 그 자리에 마사토를 깔고 회양목 60여 그루를 심은 다음 소형 화분 약 500개를 비치하고 보호용 울타리를 설치한 화단(이하 '이 사건 화단'이라 한다)을 조성하였다. 이후 쌍용차 대책위 회원은 이 사건 화단 앞에 임시분향소를 설치하고 농성을 계속하였다.
나.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
쌍용차 대책위 등 여러 단체로 구성된 '집회시위 제대로 모임'은 2013. 5. 29. 19:30경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인도에서 '시민의 집회 시위 권리 찾기 프로젝트 - 꽃보다 집회'(이하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라 한다)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를 신고하였다.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는 2013. 5. 29.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준비하였고, 피고 2는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으로서 2011. 1. 14.경부터 쌍용차 대책위 등이 대한문 부근에서 개최하던 집회·시위의 현장의 경비업무를 수행하였다.
집회 주최측은 2013. 5. 29. 19:28경 이 사건 화단 앞에 마이크를 설치하여 무대를 마련하고 무대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의자를 배치한 다음 이 사건 화단 안 나무 사이에 '시민의 집회 시위 권리찾기 프로젝트 - 꽃보다 집회'라고 적힌 현수막을 설치하였다.
피고 2의 지시를 받은 경찰기동대 약 30명은 19:35경 이 사건 화단 앞으로 들어와 일렬로 화단을 둘러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집회참석자 약 150명 중 일부는 경찰에게 위 행동이 집회방해로서 부당하다고 항의하며 물러날 것을 요구하였다. 집회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일부 집회참가자들은 이 사건 화단 앞의 경찰을 밀고 당겼다. 경찰은 그 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정도의 소극적 대응을 하다가 집회참가자들이 물총을 쏘기 시작하자 물총을 쏘는 집회참가자들을 향해 최루액을 분사하고 물총 11개를 현장에서 압수하였다.
피고 2는 20:07경 종결선언 요청, 20:26경 자진해산 요청, 20:35경 1차 해산명령, 20:42경 2차 해산명령, 20:57경 3차 해산명령을 방송하였다. 집회참가자들은 이 사건 화단 부근에서 경찰의 대응을 비판하는 발언 위주로 집회를 진행하다가 22:00경 집회를 마쳤다.
다. 2013. 5. 29.자 남대문경찰서 집회
대한문 집회를 마친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 등 집회참가자 약 50명은 2013. 5. 29. 22:10경 대한문 집회에 대한 경찰 대응에 항의하고자 집회를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22:25경 남대문경찰서 앞으로 이동하였다. 집회참가자들은 대한문 집회에서 이용한 방송차량 1대를 경찰서의 비상통행로에 주차하고 경찰서 중앙계단 앞 인도에 모여 경찰의 집회 방해 행위를 규탄한다는 구호와 노래를 제창하며 집회를 진행하였다(이하 '2013. 5. 29.자 남대문경찰서 집회'라 한다).
피고 2는 22:27경 자진해산 요청을 한 후 22:32경부터 23:19경 사이에 6차례 해산명령을 하였다. 경찰이 해산명령 직후인 23:21경부터 23:50경까지 4차례에 걸쳐 집회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측정한 결과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7. 21. 대통령령 제254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별표 2]에 정해진 확성기 등의 소음기준 70dB을 초과한 78.4dB, 77.9dB, 72.4dB, 77dB 등으로 측정되었다.
라. 2013. 6. 10.자 기자회견과 대한문 집회
서울 중구청은 2013. 6. 10. 09:18경부터 09:42경까지 직원 약 50명을 동원하여 임시 분향소를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하였고, 쌍용차 대책위 회원 약 30명이 현장에서 철거에 항의하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원고 5는 임시분향소 강제철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11:00경 임시분향소가 있던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개최한다고 예고하였다. 원고 6도 위 기자회견을 듣기 위해 11:00경 대한문 앞에 도착하였고, 연합뉴스 등 언론사 기자 30여명이 취재를 위해 참석하였다.
피고 2는 원고 5가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경찰 2개 중대를 이 사건 화단 앞 주변으로 집결시켜 대한문 앞부터 이 사건 화단 주변까지 여러 줄로 넓게 서 있도록 하였고, 쌍용차 대책위 회원 등의 접근을 차단할 것을 지시하였다.
쌍용차 대책위 회원 등 30여 명은 10:55경 피고 2에게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하며 경찰을 취재라인 밖으로 철수시킬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 2가 이에 응하지 않자 경찰을 밀고 당기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원고 6을 포함한 참석자 약 30명은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주변에서 피고 2 등 경찰의 기자회견 방해행위와 임시분향소의 기습철거를 비판하는 자유발언을 돌아가며 하는 항의집회를 시작하였다(이하 '2013. 6. 10.자 대한문 집회'라 한다).
피고 2는 11:00경 자진해산 요청을 한 후 11:07경부터 11:53경 사이에 4차례 해산명령을 하였다.
2.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2013. 5. 29.자 남대문경찰서 집회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집회로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해산명령의 요건과 위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위자료 2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경찰이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에서 집회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을 점거한 행위와 2013. 6. 10.자 기자회견과 대한문 집회에서 기자회견 장소를 점거한 행위는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2014. 5. 20. 법률 제12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이라 한다) 제6조 제1항의 즉시강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와 같은 '일반적 수권조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행위의 근거조항이 될 수 없고 개별적 수권조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찰권 발동은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에 따라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위 각 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발생하여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피고 2가 각 집회에 대해 해산명령을 한 것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한 경찰권 행사이다.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인 피고 2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원고들의 집회 자유가 침해되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2도 직무상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여한 중과실이 있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나. 대법원 판단
공무원의 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려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으면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다50184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 2013. 6. 10.자 기자회견과 대한문 집회에서 있었던 피고 2 등 경찰의 집회장소 점거 행위와 피고 2의 해산명령은 국가배상책임을 질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을 정도에 이른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에서 이 사건 화단 앞 점거 행위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에서 있었던 경찰의 이 사건 화단 앞 점거 행위의 위법 여부는 단지 사건 당일 발생한 상황에 국한하여 단편적으로 살펴볼 것이 아니고 2012. 4. 5. 쌍용차 대책위가 대한문 앞에서 점거와 농성을 시작한 이후 다수의 공무집행방해와 손괴 행위가 발생했고 장기간 불법적으로 물건을 비치하였던 일련의 과정을 고려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쌍용차 대책위는 2012. 4. 5.경부터 이 사건 당일까지 대한문 앞을 점거한 뒤 천막과 분향소를 설치하여 농성을 하였고 그 기간 동안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쌍용차 대책위가 마련한 분향소와 농성 천막 등이 2013. 4. 4.경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된 다음 그 자리에 이 사건 화단이 조성되었고 경찰은 쌍용차 대책위 등이 이 사건 화단을 훼손하고 다시 농성 천막 등을 설치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이 사건 화단 조성 이후에도 쌍용차 대책위 관계자들이 위 화단을 훼손하거나 천막을 설치하려는 시도를 반복하였다.
원고 2를 비롯한 집회참석자들은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를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이 사건 화단 안에 있는 나무에 '꽃보다 집회'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기 위하여 이 사건 화단 안으로 들어갔다. 집회참석자들이 실제로는 화단을 훼손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당시 현장에 질서유지를 위해 동원된 경찰로서는 기존의 상황과 경험에 비추어 집회참가자들에게 이 사건 화단을 훼손하거나 점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경찰의 화단 앞 점거로 집회장소가 좁아졌으나 집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경찰이 이 사건 화단 앞을 점거하는 방법으로 소극적으로 화단 침입 행위를 제지한 것은 쌍용차 대책위가 이 사건 화단을 다시 점거하고 불법적인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필요 최소한도의 조치로 볼 수 있다.
(2)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 해산명령
(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5호, 제16조 제4항 제2호는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에는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경우 많은 사람이 관련되고 시위 장소 주변의 사람이나 시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집회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행동이 발생했을 때 경찰공무원이 집회를 허용할 것인지는 많은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 즉시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 이에 따른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할 사항이다(대법원 2001. 10. 9. 선고 98다20929 판결 참조).
(나)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 당시 경찰이 이 사건 화단 주변을 둘러싼 다음에도 집회를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도 집회참가자들은 경찰을 점거 장소에서 끌어내기 위해 밀고 당기는 등의 행위를 하였고 경찰을 향해 물총을 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 2는 이를 제지하기 위하여 관련 법령에 따라 최루액을 쏘도록 하였다. 피고 2로서는 현장 상황에 비추어 집회참가자들이 경찰에 대항하여 공공의질서 유지를 해치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당시 해산명령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3) 2013. 6. 10.자 기자회견과 대한문 집회 장소 점거 행위
(가)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은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 중 경찰관의 제지에 관한 부분은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 즉 눈 앞의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의무를 명하는 방법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무불이행을 전제로 하지 않고 경찰이 직접 실력을 행사하여 경찰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관한 근거조항이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4도17900 판결 참조).
(나) 위에서 보았듯이, 경찰이 2013. 6. 10.자 기자회견과 대한문 집회 장소를 점거한 행위의 위법 여부는 사건 당일 발생한 상황에 국한하여 단편적으로 살펴볼 것이 아니고 2012. 4. 5. 쌍용차 대책위가 대한문 앞 점거와 농성을 시작한 이후 2013. 6. 10. 행정대집행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공무집행방해와 손괴 행위가 발생하고 장기간 불법적으로 물건을 설치하였던 일련의 과정을 고려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쌍용차 대책위는 2012. 4. 5.경부터 이 사건 당일까지 대한문 앞을 점거한 뒤 천막과 분향소 등을 설치하여 농성을 하였고 그 기간 동안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위 기자회견 장소는 대한문에 인접하고 있어 문화재 보호 필요성이 크고 그 부근에 지하철역, 서울광장, 관공서와 상업용 건물이 밀집하여 사람의 통행이 빈번한 곳이다. 서울 중구청 직원이 행정대집행으로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려고 하면 쌍용차 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를 방해하면서 중구청 직원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하였고, 철거 후에도 다시 같은 장소를 점거하고 물건을 비치하기를 반복하였다. 이 사건 당일인 2013. 6. 10. 09:15경 서울 중구청의 임시분향소 등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쌍용차 대책위 관계자들이 격렬하게 저항하여 몇 명이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되었다. 이후에도 쌍용차 대책위 관계자들이 대한문 주변에 머물면서 항의를 계속하고 있었으므로 인도 점거와 물건 비치가 반복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원고 5는 이에 대한 항의 과정에서 긴급하게 같은 날 11:00경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하였고, 집회의 형태나 규모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다수의 경찰이 현장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이 사건 기자회견 장소를 점거한 것은 쌍용차 대책위 관계자들에 의한 인도 점거와 물건 비치, 화단 등 주변시설 훼손 등의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은 기자회견 장소 주변을 둘러싸고 서 있으면서 쌍용차 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 장소에 진입하려는 것을 소극적으로 제지하였을 뿐이고, 이는 불법적인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로 볼 수 있다.
(4) 2013. 6. 10.자 기자회견과 대한문 집회 해산명령
(가) 위에서 보았듯이 집회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행동이 발생했을 때 경찰공무원이 집회를 허용할 것인지는 현장에서 즉시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 이에 따른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할 사항이다.
(나) 2013. 6. 10.자 기자회견과 대한문 집회 당시 경찰은 행정대집행 이후 천막 등의 설치를 미리 방지하는 업무를 수행하고자 인도에 줄지어 서 있었고 집회참가자들을 향하여 유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당시 경찰은 소극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을 뿐이어서 집회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일부 집회참가자들이 경찰을 밀치는 행위를 하였다. 피고 2로서는 현장 상황에 비추어 집회참가자들이 경찰에 대항하여 공공의 질서 유지를 해치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당시 해산명령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위 가.에서 보았듯이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 2013. 6. 10.자 기자회견과 대한문 집회에서 있었던 피고 2 등 경찰의 집회장소 점거와 피고 2의 해산명령을 그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경찰력의 행사로 보고 피고들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과 위법성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들의 상고는 이유 있어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