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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다카15892 판결

[대여금][공1990.5.15.(872),954]

판시사항

면책적 채무인수의 승낙에 관하여 채증법칙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채권자가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낙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에 있어서 증거 가치판단을 잘못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당사자의 의사를 잘못 해석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본 사례

원고, 상고인

최병훈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우

피고, 피상고인

유한회사 대하신약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훈종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하영철이 대표이사로 있던 피고 회사에게 1983.1.8.부터 1986.2.20.까지 사이에 합계 금 80,000,000원을 이자는 월 2푼으로 정하여 대여한 사실을 확정한 다음, 위 하영철이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원고는 이를 승낙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의 위 채무는 면제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거시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위 금원을 대여할 때마다 피고 회사로부터 차용증서를 받아 소지하고 있었으나 그 후 피고 회사의 경영상태가 나빠지자 채권회수를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피고 회사 발행의 액면 금 40,000,000원으로 된 당좌수표 2장을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 회사의 실질적 1인 사주이던 위 하영철은 피고 회사의 재무상태가 날로 악화되어 부도가 날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투자자로 하여금 회사를 인수케 하기로 하고 대상자를 물색하던 중 1987.2.경부터 소외 김철종과 인수상담을 진행하였으나 피고 회사의 재무상태를 조사해 본 위 김철종은 피고 회사의 장부상의 부채만도 자신을 초과하므로 피고 회사의 채무중 장부에 기장되지 않은 부외부채이면서도 당좌수표가 발행되어 있는 원고에 대한 채무금 80,000,000원 및 소외 성명불상자의 채무금 20,000,000원등 합계금 100,000,000원의 채무를 위 하영철이 개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이상 회사를 인수할 수 없다고 하여 회사인수문제가 난관에 봉착하게 된 사실, 이에 위 하영철은 수차에 걸쳐 원고에게 위 김철종이 회사를 인수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부도가 나게 되고 그러면 원고로서도 전혀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 반면 회사가 인수되면 자기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계속 근무하면서 우선 이자를 지급할 수 있게 되고 또 수입의약품관계의 다른 사업을 통하여 원금도 변제해 주겠으니 위 회사가 인수되도록 협조하여 달라고 설득하여 마침내 원고의 협조 승낙을 받은 사실, 위 하영철은 이에 따라 1987.4.28. 위 김철종에게 원고가 소지한 위 당좌수표의 회수를 약속하였고이어서 원고는 같은 해 5.4. 위 하영철과의 약속에 따라 피고 회사 총무부장이던 소외 이성일을 통하여 위 김철종을 대리한 소외 김억순에게 김철종이 회사인수시에 폐기하기로 한다는 점 이외에는 아무런 조건없이 위 당좌수표 2장을 반환한 사실, 위 하영철과 위 김철종은 같은 해 7.13.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채무는 위 하영철이 책임지기로 하여 회사의 채무계정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최종적인 회사인수인계약정을 체결하였고 그 뒤 위 하영철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계속 근무하면서 자신의 봉급으로 원고에게 위 대여금에 대한 이자를 변제해 오다가 같은 해 12.경 피고 회사를 그만 두면서 이자지급을 중단하자 원고가 위 대여금에 대한 피고 회사 명의의 차용증을 아직도 소지함을 내세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사실등을 확정한 다음 이 사건 회사인수과정에 즈음하여 위 하영철 및 인수자측인 소외 김억순등을 수차 상면하여 그 인계인수에 관한 조건들 및 그와 관련한 위 하영철의 협조요청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으리라 추단되는 원고가 위 하영철의 요청에 응하여 위 당좌수표를 반환한 행위에는 단순한 채권실행의 유예 내지 채권담보방법만의 포기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피고 회사의 채무에서 원고의 채권을 배제한다는 의사가 담겨져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원고는 위 당좌수표의 반환으로써 위 하영철의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낙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변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소외 하영철은 원고에 대한 채무원금 80,000,000원과 그에 대한이자를 변제할 만한 자력이 전혀 없었고, 김철종에게 피고 회사를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 양수 후에도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계속 근무하면서 급여를 수령하는 이외에는 별다른 재산상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원고로서는 위 하영철이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위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함을 가볍게 승낙할 처지에 있지 않았다 할 것이고, 또 원심이 채택한 을 제3호증의1, 을 제4호증의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김철종은 하영철로부터 피고 회사를 양수하면서 피고 회사의 자산을 초과하는 장부상의 채무와 기타 부채명세서에 명시되지 아니한 부외부채로서 1987.6.30.이전에 귀속된 채무는 하영철이 변제책임을 부담하고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 하영철의 친척인 소외 하영호, 최성진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금 100,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약정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니 이에 의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하영철이 피고 회사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며, 나아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위 당좌수표 이외에도 피고 회사로부터 이 사건 대여금에 대한 차용증서를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니, 위와 같은 당좌수표의 교부에도 불구하고 원고로서는 위 대여금채권을 행사함에 지장이 없었다 할 것이고, 이상의 사정과 기록을 통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위 김철종에게 위 당좌수표를 교부한 뜻은 피고 회사 인수후 단기간 내에 다액의 당좌수표가 추심되는 불안을 해소하여 그로 하여금 피고 회사를 인수, 경영하게 하고, 또 이 사건 대여금채권은 하영철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추심한다는 뜻에서 이를 김철종에게 교부하여 준 것으로 엿보이고, 원고가 위 당좌수표 2장을 위 김철종에게 반환함으로써 위 하영철의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낙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심의 판단은 증거가치의 판단을 잘못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당사자의 의사를 잘못 해석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고,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제2항 의 파기사유에 해당한다.

2. 그러므로 원심을 파기하고, 더 심리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주한(재판장) 이회창 김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