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위반
2015도6355 식품위생법위반
A
검사
울산지방법원 2015. 4. 17. 선고 2014노1101 판결
2017. 3. 30.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수산물 유통업을 하는 피고인이 2011. 12. 10.부터
2013. 6.경까지 활어 운반차량 1대를 소유하고 울산 북구에 있는 'F'으로부터 수족관 2
개를 임차하여 광어, 우럭 등 수산물을 보관하면서 울산에 있는 20여 곳의 음식점 등
으로 운반하여 도·소매로 유통하는 등, 시설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연평균 5,800
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식품운반업을 영위하면서 식품운반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
는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이 활어 등 수산물을 판매하면서 매수인의 요청에 따라 활어 등 수산
물을 운반해 준 것은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 제4호 단서 중 '해당 영업자의 영업소
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식품을 운반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식품운반업 신고대상이 아니
라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의 활어 등 수산물 운반행위가 식품운반업 신고대상인지 여
부인데, 그 전제로서 활어 등 수산물이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2. 먼저 활어 등 수산물이 식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식품위생법 제2조 제1호는 식품을 모든 음식물(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은 제외
한다)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가공·조리된 식품뿐만 아니라 '자연식품'도 식품에 포함
된다(대법원 1989.7.11. 선고 88도231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자연으로부터 생산되
거나 채취· 포획하는 산물이 어느 단계부터 자연식품으로서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
당하는 것인지는,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식품위생법을 비롯한 식품 관련 법령의 문언, 내용과 규정 체계, 식품의
생산 · 판매 · 운반 등에 대한 위생 감시 등 식품으로 규율할 필요성과 아울러 우리 사
회의 식습관이나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
원 2017. 1, 12. 선고 2016도237 판결 참조).
식품위생법에서 활어 등 수산물이 어느 단계부터 식품인지에 관하여 명확하게 규정
하고 있지는 않지만, 식품위생 관련 법령의 규정내용, 문언과 체계, 우리 사회의 식습
관이나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 등을 종합해 보면, 바다나 강 등에서 채취·포획한 어류
나 조개류로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산물은 가공하거나 조리하기 전에도 원칙적
으로 식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식품위생법은 위와 같이 식품을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음식물이라고 하여 식
품의 개념을 매우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활어 등 수산물도 원칙적으로 식품이
라고 보아야 한다.
둘째,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 제4호는 식품위생법의 위임에 따라 식품운반업에
관하여 정하면서, 어류와 조개류를 식품운반업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어류와
조개류가 식품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셋째,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은 원료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식품이라는 점
을 전제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류와 조개류가 음식의 원료로 사용되는 경우 이를 가
공하거나 조리하기 전이라도 식품으로 보아야 한다.
넷째,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식품의 기준과 규격을 정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인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이는 식품공전에 수록되어 있다)'은 어류와 조개류 등을
수산물로 명시하고 있고, 2007년부터는 활어에 관해서도 명시적인 규정을 두면서 활어
등 수산물이 식품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다섯째, 활어 등 수산물을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활어 등
수산물이 식품위생법의 규율대상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수산물에 대한 위생 감시에 중
대한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
여섯째, 우리 사회의 식습관, 음식문화와 조리기술,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 등에 비추
어,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어류와 조개류는 식품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념이다. 이러
한 관념은 위와 같은 식품위생법령을 비롯한 식품 관련 법령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
어 사실적 차원을 넘어 규범적 차원에서도 승인되기에 이르렀다.
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운반한 광어, 우럭 등 수산물은 바다에서 포획하여 식용
으로 판매한 것으로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한다.
3. 다음으로 피고인의 활어 등 수산물 운반행위가 식품위생법상 신고대상인지 여부
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전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을 하려는 자는 대
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영업 종류별 또는 영업소별로 관할관청에 신고하도록 정
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4호는 영업신고를 하여
야 하는 업종 중 하나로 제21조 제4호의 '식품운반업'을 들고 있다. 식품운반업에 관해
서는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 제4호에서 '직접 마실 수 있는 유산균음료(살균유산균
음료를 포함한다)나 어류 · 조개류 및 그 가공품 등 부패·변질되기 쉬운 식품을 위생
적으로 운반하는영업'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단서는 '해당 영업자의 영업소에서 판매
할 목적으로 식품을 운반하는 경우'와 '해당 영업자가 제조·가공한 식품을 운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다. 위 규정들은 식품운반업을 식품위생법상 영업신고의 대상으로
정하되,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 제4호 단서에서 영업신고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두
가지 예외를 명시한 것이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 제4호 단서의 문언, 내용과 규정 체계에 따르면, 위 단서
규정 중 '해당 영업자의 영업소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식품을 운반하는 경우'는 영업자
가 자신의 영업소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식품을 운반하여 가져오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여기에서 나아가 영업자가 부패·변질되기 쉬운 식품을 판매하는 과정에
서 '매수인에게 운반해 주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식품판매업과 식품운
반업의 시설기준이 달라서 식품판매업자로서 필요한 시설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식품
운반업자로서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것은 아닌 점, 식품판매업자가 영업소에서 판매하
기 위하여 부패·변질되기 쉬운 식품을 운반해 오는 경우와 그러한 식품을 판매하면서
매수인에게 운반해 주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위생상 위해의 정도가 다른 점에 비추
어 보아도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피고인은 식품운반업 신고를 하지 않고 광어, 우럭 등 수산물을 울산에 있는
20여 곳의 음식점 등에 판매하면서 운반하는 행위를 하였다. 이는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 제4호 본문에서 정한 부패·변질되기 쉬운 식품을 운반하는 영업을 한 것으로,
식품운반업 신고의 예외사유를 정한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 제4호 단서 중 '해당
영업자의 영업소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식품을 운반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이 수산물의 판매를 영업으로 하면서 활어 운반차량을 이용하여 계속적·반복적
으로 수산물을 운반하였다면 영리를 목적으로 수산물의 판매와 운반을 한 것이라고 보
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에 따라 식품운반업 신고를 하지
않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위법하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식품운반업의 신고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식품위생법과 식
품위생법 시행령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
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조희대
주심대법관김창석
대법관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