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원심 판시 범행 직전 피해자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이 억울하여 농약병을 들고 현장으로 되돌아갔는데, 그곳에서 다시 피해자 등과 시비가 붙자 맞아 죽느니 차라리 농약을 마시고 죽어버리겠다는 심정으로 홧김에 스스로 농약병을 들어 마시는 시늉을 하다
실수로 농약병에 남은 농약을 흡입하고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뿐, 원심 판시와 같이 피해자에게 강제로 농약을 흡입하게 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을 살인죄로 처단하는 위법을 저질렀다.
항소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결국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 채용한 증거들, 특히 이 사건 범행 당시 현장에 피고인 및 피해자와 같이 있었던 증인 I, H(이하 ‘증인들’이라고만 하면 이 둘을 가리킨다)의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증인들의 증언을 비롯한 원심의 유죄 증거들의 신빙성과 함께 그에 대하여 피고인이 제출한 탄핵증거들이 유죄의 심증을 뒤엎을만한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증인들 증언의 정합성과 일관성 문제 (1) 원심 판단 증인들은 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일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강제로 농약을 흡입하게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비록 증인들의 일부 진술이 범행의 구체적인 경위와 방법 등을 놓고 불일치하거나 진술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거나 불명확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신빙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2) 변호인의 주장 증인들의 진술이 그저 기억의 불완전성에 기인한 진술상 오류로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모순과 번복의 정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