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판정취소][공2002.1.15.(146),151]
상사중재원이 당사자에 의한 중재인 직접선정약정과 달리 사무국에 의한 중재인 선정절차를 밟았으나 당사자가 중재심판절차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중재판정이 내려진 경우, 중재인 선정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중재계약의 내용 중에 당사자에 의한 중재인의 직접선정조항이 있음에도 상사중재원이 사무국에 의한 선정절차를 취하면서 당사자가 제1순위로 지명한 중재인들을 모두 배제한 채 나머지 중재인 후보자들 중에서 중재인을 선정한 것은 구 중재법(1999. 12. 31. 법률 제608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중재인의 선정이 중재계약에 의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재판정 취소의 사유가 되나, 중재계약에서 중재인 선정기간을 정하지 아니하였고, 쌍방당사자가 모두 중재인을 선정하지 아니하였으며, 비록 중재원 사무국이 당사자에게 중재인을 선정하도록 통지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사무국에 의한 선정절차를 밟았다고 하여도, 중재인의 선정에 관한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여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당사자와 그 대리인들이 제1차 심문기일에 모두 출석하여 사무국에 의하여 선정된 중재판정부 앞에서 중재인 선정과 관련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본안에 관하여 진술하였다면, 당사자는 제1차 심문기일에 중재인을 사무국 선정의 중재판정부로 하기로 하는 새로운 합의를 묵시적으로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중재판정은 중재인의 선정이 중재계약에 의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한국가스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조중한 외 9인)
주식회사 케이피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건방)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원고는 1994. 5. 20. 피고로부터 볼 밸브 561개를 대금 35억 38,871,8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계약에 따른 분쟁의 최종적 해결은 대한민국의 법률 및 대한상사중재원(이하 '중재원'이라 한다)의 구 상사중재규칙(2000. 4. 27. 중재규칙으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의한 중재제도에 의하고, 중재인은 3명으로 하되, 원고와 피고가 1명씩의 중재인을 선정한 후 양측 중재인의 합의에 의하여 제3의 중재인을 선정하고, 만일 양측 중재인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중재원에 그 소속 중재인 중 1명을 중재인으로 선정할 권한을 부여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납기지연 및 제품의 하자문제 등으로 인하여 분쟁이 발생하자, 피고는 1997. 6. 27. 원고를 상대로 중재원에 중재신청을 하였는데, 중재원은 이 사건 중재계약에 따른 절차인 구 상사중재규칙 제20조(당사자에 의한 직접선정)에 의한 중재인 선정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같은 규칙 제22조(사무국에 의한 선정)에 의한 중재인 선정절차를 취하여 같은 해 7월 1일 원고와 피고에게 중재인 후보자명단을 보내면서 선정 희망순위를 표시한 후 이를 중재원에 보내달라고 통지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가 희망순위를 표시하여 오자, 중재원은 중재인 후보자 중 합산점수에 따른 순위가 높은 후보자를 중재인으로 지명하되, 원고와 피고가 의장중재인 또는 기타중재인의 1순위로 지명한 후보자를 가급적 배제하고 그 중 중재인 취임을 수락하는 중재인을 선정하는 방식을 취하여 같은 해 9월 8일 원고와 피고에게 의장중재인 소외 1, 중재인 소외 2, 소외 3이 선정되었음을 통지하였다.
다. 한편, 원고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이 중재사건의 대리인으로 선임하였는데, 그 법무법인의 담당변호사 소외 4, 소외 5는 1997. 10. 6. 이 중재사건의 제1차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중재인 선정과 관련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피고의 중재신청에 대하여 항변하는 등 본안에 관하여 진술하였고, 피고의 대표이사나 그 대리인 또한 제1차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중재인의 선정과 관련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본안에 관하여 진술하였으며, 이후 원고의 대리인과 피고의 대표이사 또는 대리인은 1999. 1. 7. 제10차 심문기일까지 현장검증을 포함하여 기일마다 출석하였으나, 역시 중재인 선정과 관련하여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었다.
라. 중재판정부는 1999. 1. 13. 원고가 피고에게 일정 금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원심 판시와 같은 내용의 원고에게 불리한 중재판정을 하였고, 같은 달 27일 원고와 피고에게 이 사건 중재판정 정본이 송달되었는바, 원고는 그 무렵 피고에게 이 사건 중재판정의 내용에 따른 금전을 지급하여 이 사건 중재판정을 모두 이행하였다.
2. 나아가 원심은,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중재계약의 내용 중에 당사자에 의한 중재인의 직접선정조항이 있음에도 중재원이 사무국에 의한 선정절차를 취하면서 원고와 피고가 제1 순위로 지명한 중재인들을 모두 배제한 채 나머지 중재인 후보자들 중에서 3명의 중재인을 선정한 것은 구 중재법 제13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중재인의 선정이 중재계약에 의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재판정 취소의 사유가 되나, 이 사건 중재계약에서는 중재인 선정기간을 정하지 아니하였고, 피고뿐 아니라 원고도 중재인을 선정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비록 중재원 사무국이 당사자에게 중재인을 선정하도록 통지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사무국에 의한 선정절차를 밟았다고 하여도, 중재인의 선정에 관한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여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원고 및 피고와 그 대리인들이 제1차 심문기일에 모두 출석하여 사무국에 의하여 선정된 중재판정부 앞에서 중재인 선정과 관련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본안에 관하여 진술함으로써, 원고와 피고는 제1차 심문기일에 중재인을 사무국 선정의 중재판정부로 하기로 하는 새로운 합의를 묵시적으로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중재판정은 중재인의 선정이 중재계약에 의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고 판단하였다.
3.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중재판정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