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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2. 9. 선고 99다48801 판결

[정기예탁금반환][공2001.4.1.(127),603]

판시사항

[1] 금융기관의 직원이 고객의 예금을 파출수납의 방법으로 입금 및 인출하여 오던 중 고객으로부터 예금인출 요구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출을 요구받은 것처럼 가장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인출한 경우, 표현대리의 법리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2] 채무 내용에 따른 본래의 급부의 이행을 구하는 경우 과실상계의 적용 여부(소극) 및 예탁금계약에 기한 정기예탁금 반환청구사건에 있어서 예금주의 인장관리의 소홀과 입ㆍ출금 내역 조회의 불성실을 이유로 과실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금융기관의 직원이 고객관리차원에서 장기간 동안 고객의 예금을 파출수납의 방법으로 입금 및 인출하여 오던 중 고객으로부터 예금인출 요구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출을 요구받아 파출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금융기관의 영업부 직원에게 구두로 출금을 요구하여 돈을 받은 후 고객 몰래 인장을 찍어 둔 인출청구서에 고객의 서명을 위조하여 위 영업부 직원에게 교부하는 방법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인출한 경우, 파출수납의 방법에 의한 예금 입·출금은 금융기관 직원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고, 고객이 직원에게 예금 입·출금과 관련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거나 그 수여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여 표현대리의 법리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2] 과실상계는 원칙적으로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인정되는 것이지 채무내용에 따른 본래 급부의 이행을 구하는 경우에 적용될 것은 아니므로, 예금주가 인장관리를 다소 소홀히 하였거나 입·출금 내역을 조회하여 보지 않음으로써 금융기관 직원의 불법행위가 용이하게 된 사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정기예탁금 계약에 기한 정기예탁금 반환청구사건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정을 들어 금융기관의 채무액을 감경하거나 과실상계할 수 없다.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황만임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한)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피고 금융 주식회사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소외 망 김철석은 1983년경부터 피고와 금융거래를 시작하였는데, 피고는 김철석이 거액의 돈을 예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관리차원에서 직원인 소외 1으로 하여금 직접 김철석을 찾아가 동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입금 처리하거나 통장 개설, 예금인출 등을 하여 주는 파출수납의 편의를 제공하였고, 소외 1이 1996. 7. 1. 심사부 과장으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그 동안의 김철석과 관계 등을 고려하여 계속 파출수납업무를 담당하도록 한 사실, 소외 1은 김철석으로부터 출금을 요구받을 경우 김철석으로부터 예금통장과 지급청구서를 받아와 돈을 인출한 후 다시 김철석에게 그 돈을 가져다주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미리 피고의 출금담당 직원으로부터 돈을 인출한 후 김철석을 찾아가 그 돈을 교부하면서 김철석이 가지고 있던 통장에 수기로 거래내용을 기재하여 주고 인출청구서에 김철석의 서명날인을 받아 담당직원에게 제출하여 결재를 받는 방법으로 위 업무를 처리하여 왔는데, 소외 1은 주식투자로 손해를 입자 김철석의 예탁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인출금을 가져다 준 후 김철석으로부터 인출청구서에 서명날인을 받으면서 미리 준비하여 간 여분의 백지 인출청구서에 김철석이 교부하는 인장을 몰래 날인하여 두었다가, 김철석으로부터 인출요구를 받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김철석으로부터 인출요구를 받아 파출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가장하여 피고 영업부 직원인 소외 2 등에게 구두로 출금을 요구하여 돈을 받은 후 김철석 몰래 동인의 인장을 찍어 둔 인출청구서에 김철석의 서명을 위조하여 소외 2 등에게 교부하는 방법으로 1997. 3. 10.부터 1997. 5. 21.까지 11회에 걸쳐 이 사건 예탁금 각 계좌에서 만기 전 인출금 합계 금 2,479,798,266원을 인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의 위 인출행위가 표현대리의 법리에 의하여 김철석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먼저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김철석이 소외 1에게 위 예금인출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는 의사를 피고에게 표시하였거나 소외 1에게 피고와의 금융거래와 관련하여 어떤 대리권을 수여하였어야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김철석이 파출수납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피고의 직원인 소외 1을 통하여 예금 입·출금을 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소외 1이 김철석으로부터 받은 돈을 피고 사무실로 가져와 입금 처리하거나 또는 피고 사무실에서 인출한 돈을 김철석에게 가져다주고 인출청구서에 서명날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소외 1이 피고의 직원으로서 자신의 직무인 파출수납업무를 수행하여 온 것에 불과하고, 그러한 사정만을 들어 김철석이 소외 1에게 예금 입·출금과 관련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거나 그 수여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이나 표현대리의 성립에 있어서의 기본대리권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는바, 그렇다면 더 나아가 위 인출행위가 표현대리로 인정되기 위하여 필요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점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 및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김철석이 소외 1에게 인장을 주어 인출청구서에 날인을 하게 하면서 그 인장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으로 소외 1 으로 하여금 다른 인출청구서에 임의로 날인하여 이를 위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고, 또 장기간에 걸쳐 소외 1을 통하여 피고와 입·출금 등의 거래를 하면서 그 입·출금 내역을 조회하는 등의 조치를 한 번도 취하지 아니하여 소외 1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감행하는 것을 방치한 잘못이 있는바, 그러한 잘못이 비록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한 원인이 되어 피고가 이 사건 예탁금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 이상 피고에게 이 사건 예탁금 전액의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다 할 것이므로, 김철석의 위와 같은 과실을 참작할 경우 피고가 반환하여야 할 예탁금은 이 사건 예탁금의 만기지급액에서 20%를 감액한 금액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과실상계는 원칙적으로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인정되는 것이지 채무내용에 따른 본래 급부의 이행을 구하는 경우에 적용될 것은 아니므로, 예금주가 인장관리를 다소 소홀히 하였거나 입·출금 내역을 조회하여 보지 않음으로써 금융기관 직원의 불법행위가 용이하게 된 사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정기예탁금 계약에 기한 정기예탁금 반환청구사건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정을 들어 금융기관의 채무액을 감경하거나 과실상계할 수 없고 (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34822 판결, 2000. 4. 7. 선고 99다537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결론은 예금주의 잘못이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이나 형평을 고려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다른 견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예탁금액을 산정함에 있어 김철석의 위와 같은 과실을 참작하여 감액한 것은 과실상계나 신의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고, 따라서 원심의 과실상계 비율이 너무 적다는 취지의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도 없이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이용우 강신욱(주심) 이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