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확정[각공2019상,24]
갑 주식회사가 을 주식회사와 기화식 소독기를 제작하여 을 회사에 납품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위 소독기의 시제품을 개발하여 을 회사에 납품하였는데도 을 회사가 시제품 개발에 소요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을 회사와 그 대표이사인 병을 상대로 시제품 개발 비용 등 손해의 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가 시제품의 품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갑 회사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춘 제품을 을 회사에 인도하였다거나 을 회사가 계약에 따른 시제품이 제조되었음을 승인하고 갑 회사에 양산용 제품을 발주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어 을 회사 등이 시제품 개발비용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갑 주식회사가 을 주식회사와 기화식 소독기를 제작하여 을 회사에 납품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위 소독기의 시제품을 개발하여 을 회사에 납품하였는데도 을 회사가 시제품 개발에 소요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을 회사와 그 대표이사인 병을 상대로 시제품 개발 비용 등 손해의 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기화식 소독기는 을 회사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제작되는 것이므로, 위 계약은 특정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에 대한 제작물공급계약에 해당하여 도급의 성질을 띠고, 위 계약에서는 제품 개발비를 제품 납품가에 포함하여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어 갑 회사는 기화식 소독기가 을 회사에 납품되어 그 납품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제품 개발비를 지급받게 되는데, 을 회사가 시제품의 품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기화식 소독기의 주요구조가 약정된 대로 제작되어 갑 회사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춘 제품을 을 회사에 인도하였다거나 을 회사가 계약에 따른 시제품이 제조되었음을 승인하고 갑 회사에 양산용 제품을 발주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갑 회사가 계약에서 정한 대로 일을 완성하여 기화식 소독기를 정상적으로 납품할 수 있음을 전제로 을 회사 등이 시제품 개발비용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주식회사 씨에스티일렉트로닉스 (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씨에스티)
로원 주식회사 외 1인
2018. 8. 22.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36,204,240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1. 2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갑 제1호증의 1)
원고는 냉온 정수기 기계 기구, 장비 연구 개발 및 제조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2015. 5. 14.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 로원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는 기화 방역기 제조 판매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2013. 1. 21. 설립된 회사이며, 피고 2는 2015. 2. 3.부터 2016. 5. 31.까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사람이다.
나. 제품공급계약의 체결(을 제1호증)
원고는 2015. 8. 31. 피고 회사와 사이에 원고가 기화식 소독기를 제작하여 피고 회사에 납품하기로 하는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계약’),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목적) |
본 계약은 기화식 소독기(이하 ‘제품’이라 한다)를 생산하여 납품함에 있어 각자 수행해야 할 업무와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정함에 있으며, 협조를 통하여 상호 발전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
제2조(제품 및 사양) |
① 본 제품의 사양은 사전에 피고 회사의 동의를 얻은 후 원고가 제작키로 한다. |
② 원고는 제품 및 포장에 피고 회사의 상표를 표시하여야 하며 형태 및 방법은 피고 회사가 정하기로 한다. 또한 원고는 제품에 관한 사항을 본 계약 이행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
③ 피고 회사는 원고와 체결한 제품별 생산 계약에 대하여는 국내에 원고 이외의 제3자에게 제품을 위탁 생산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한다. 다만 원고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생산이 지연되거나 생산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제3조(개별계약) |
본 계약은 종류별 제품생산 계약(이하 ‘개별계약’이라 한다)에도 공통으로 적용되며 개별계약은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주문서를 발행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
제4조(납품) |
① 원고는 개별계약에 따라 피고 회사가 지정하는 장소로 납품해야 하며 이에 지체하는 경우에는 즉시 피고 회사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
② 피고 회사는 제작의뢰서 및 설계도면 등에 근거하여 자재검사와 납품 전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
③ 피고 회사와 원고 간의 제품 개발로 발생되는 개발비는 사전에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 후 원고가 우선 지급하고, 제품 납품가에 개발비를 상쇄하여 피고 회사에게 청구한다. 이 경우 발생되는 모든 산업재산권은 피고 회사의 소유로 한다. |
④ 피고 회사가 상기 제3조에 의한 개별계약 주문 시 원고의 귀책으로 납품기일이 초과되는 경우에는 지체상금으로 일일에 3/1,000을 부담하여야 한다. |
제5조(납품가격) |
① 본 제품의 납품가격은 포장비 및 피고 회사가 지정한 납품장소까지의 운송비를 포함하여 별도로 피고 회사와 원고가 협의하여 정한다. |
② 제품의 사양 변경, 원자재 가격 변동 등에 따른 납품가격, 납기 등 계약조건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 회사와 원고가 협의하여 정한다. |
제6조(대금지급) |
① 원고는 본 제품의 대금을 매월 말일까지 피고 회사에게 청구하고, 피고 회사는 다음 달 말일까지 원고가 지정한 은행 계좌에 전액 입금시켜야 한다. |
② 대금지급이 3개월 이상 지체될 경우 원고는 물품 공급을 중단할 수 있으며, 대 관공서 입찰 물량 등의 대금 지급은 상호 협의 후 조정할 수 있다. |
(이하 생략) |
다. 형사사건의 경과(갑 제1호증의 1~3)
1) 원고는 2016. 5.경 소외 1과 피고 2가 기화식 소독기에 대한 개발비 지급 및 생산 발주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원고를 기망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원고가 개발한 각종 디자인, 설계도면 및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제3자에게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소외 1과 피고 2를 사기, 저작권법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고소하였다.
2) 이에 대하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가 2016. 7. 17. 2016년 형제28397호로 소외 1과 피고 2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자, 원고의 사내이사 소외 2가 서울고등법원 2016초재3790호 로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2016. 12. 5. 위 재정신청을 기각하였다.
2.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연대하여 원고에게 기화식 소독기 시제품(이하 ‘시제품’) 개발 및 생산설비 비용 101,204,240원과 시제품 생산을 준비하는 동안 원고가 얻지 못한 매출이익 35,000,000원의 합계 136,204,24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책임
피고들은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시제품 개발비용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는데, 원고는 기술지원을 위해 피고 회사로부터 파견된 소외 3의 지시에 따라 시제품을 개발한 후 피고 회사의 승인을 받고 2016. 1. 25. 피고 회사에 시제품을 납품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이 사건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원고에게 시제품 개발에 소요된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피고들은 처음부터 시제품 개발비용 등을 지급할 의사도 없고 기화식 소독기의 확실한 판로도 없는 상태에서 원고를 기망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후 원고로 하여금 시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설비를 갖추는 비용을 지출하게 하였다. 또한 피고들은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이행과정에 피고 회사에 제출한 설계도면, 디자인도면 등을 무단으로 제3자에게 공급하고 이를 통해 원고의 시제품과 유사한 외형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원고의 저작권 및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개발비용 지급의무의 존부
1) 관련 법리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하기로 하고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적용 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게 된다.
또한 제작물공급계약에서 보수의 지급시기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나 관습이 없으면 도급인은 완성된 목적물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수급인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때 목적물의 인도는 완성된 목적물에 대한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그 목적물이 계약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이다.
한편 도급계약에 있어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에게 있고,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고 하려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제작물공급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으로서는 그 목적물 제작에 관하여 계약에서 정해진 최후 공정을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까지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등 참조).
2) 인정 사실
가)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시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 피고 회사의 소외 1은 원고의 직원 소외 4에게 2015. 10. 26. “지난 금요일 시연 결과 분무량과 토출구 소음이 문제점으로 판단됩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2015. 11. 2. “내일 테스트가 완전히 끝나면 도광판과 일반형 2종 케이스 주문하여 본격 주문에 들어가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각각 전송하였고, 소외 4는 2015. 12. 2. 소외 1에게 “제품 됐어요. 내일 오세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소외 1과 소외 4는 2015. 12.경까지 카카오톡 메신저로 시제품 개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갑 제2호증).
나) 그런데 그 이후 피고 회사는 2015. 12. 29.경 원고에게, 12월 초 중간 점검과정에서 시제품의 소음만 조금 향상되었으나 목표치에 미달하고 토출량 저하 및 원가 상승 등의 미비 사항이 있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결과 주문 발주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취지의 서면을 보냈으며(을 제5호증), 2016. 1. 25.경 원고로부터 시제품을 공급받은 피고 회사는 시제품의 소음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제1심 증인 소외 4의 증언).
3) 구체적인 검토
가) 이 사건 계약의 성질
앞서 기초 사실에서 본 이 사건 계약 내용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 회사의 주문에 따라 기화식 소독기를 제작·공급하고 그 대금을 지급받는 것인데, 기화식 소독기는 피고 회사의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제작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은 특정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에 대한 제작물공급계약에 해당하여 도급의 성질을 띠게 된다.
또한 이 사건 계약서 제4조 제3항에 의하면, 원고는 개발비를 제품 납품가에 포함하여 피고 회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결국 원고의 개발비용은 기화식 소독기가 피고 회사에 납품되어 그 납품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 지급받게 되는 것이다.
나) 피고들의 개발비용 지급의무 존부
먼저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제작한 기화식 소독기의 주요구조가 약정된 대로 제작되었고, 이에 따라 원고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춘 제품을 피고 회사에 인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 회사는 원고가 제공한 시제품의 성능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한편 시제품 개발 과정에 소외 1이 2015. 11. 11. 소외 4에게 “기화소독기 케이스 제작수량... 일반형(보급형) 10개, 도광판 12개입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있으나(갑 제2호증), 그 이후에도 피고 회사가 시제품의 품질에 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위 메시지는 시제품 개발 과정에 전달된 것에 불과하여 위 메시지만으로 피고 회사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시제품이 제조되었음을 승인하고 원고에게 양산용 제품을 발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일을 완성하여 기화식 소독기를 정상적으로 납품할 수 있음을 전제로 피고들이 시제품 개발비용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1) 먼저 피고들이 처음부터 시제품 개발비용을 지급할 의사도 없는 상태에서 기화식 소독기의 판로가 있는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로 하여금 시제품 개발비용을 지출하게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또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시제품 개발 과정에 2015. 9.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주식회사 에카디자인과 주식회사 일성에 디자인 개발비 및 설계비 명목으로 각각 495만 원을 지급하고 디자인 및 설계도면을 제공받았으며, 위 디자인 및 설계도면이 피고 회사에게도 전달된 사실은 인정되나(갑 제1호증의 1), 피고들이 이를 무단으로 제3자에게 공급하고 이를 기초로 원고의 시제품과 동일 내지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저작권침해 내지 영업비밀 침해 주장 역시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