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09헌바430 형사소송법 제420조 위헌소원 등
최○식
대리인 법무법인 정동
담당변호사 조용익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9재고합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
한법률위반(뇌물)
1.헌법재판소법(1988. 8. 5. 법률 제4017호로 제정된 것)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 및 법원의 청원심사처리 불이행에 대한 각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2.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20조는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전직 세무공무원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
물)’ 혐의로 기소되어 2008. 4. 10. 징역 3년 6월 및 추징금 5,000만 원의 판결을 받고{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7고합171, 185(병합), 201(병합), 202(병합), 203(병합), 209(병합), 211(병합), 218(병합), 219(병합), 229(병합), 이 중 청구인에 대한 사건은 2007고합201}, 항소하였으나 2008. 11. 7. 기각되고{서울고등법원 2008노1128(분리)}, 상고 역시 2009. 3. 12. 기각되었다(대법원 2008도11166).
(2) 이에 청구인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위 2007고합201 판결에 대한 재심의 소를 제기하고(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9재고합3), 위 소송 계속중인 2009. 10. 13. 형사소송법 제420조(재심이유)에서 ‘법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한 오판의 경우, 법관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 또는 법관의 잘못된 판단에 원인이 있는 경우’(이하 ‘법관의 오판 등’이라 약칭한다) 등의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 및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데(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9초기1373), 위 법원은 2009. 11. 24. 재심대상판결이 항소심에서 파기되어 재심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각하하였고, 위 결정정본이 2009. 11. 30. 청구인에게 송달되었다.
한편, 청구인은 2009. 11. 23. 위 법원에 재심대상판결의 내부 결정과정을 알려 줄 것을 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12. 18. 재심기각결정의 결정과정 등을 알려 줄 것을 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1. 3. 18.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하여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아니하였다.
(3) 이에 청구인은 2009. 12. 30. 형사소송법 제420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
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 및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장이 청구인의 청원을 심사․처리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20조,헌법재판소법(1988. 8. 5. 법률 제4017호로 제정된 것)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법원의 청원심사처리 불이행의 부작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제420조(재심이유) 재심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1.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인 것이 증명된 때
2.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3. 무고로 인하여 유죄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4. 원판결의 증거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
5.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6.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
7.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단,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에 한한다.
제68조(청구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
[관련 조항]
제451조(재심사유) ① 다음 각 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법률에 따라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
2. 법률상 그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법관이 관여한 때
3. 법정대리권ㆍ소송대리권 또는 대리인이 소송행위를 하는 데에 필요한 권한의 수여에 흠이 있는 때. 다만, 제60조 또는 제97조의 규정에 따라 추인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그 사건에 관하여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때
5. 형사상 처벌을 받을 다른 사람의 행위로 말미암아 자백을 하였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공격 또는 방어방법의 제출에 방해를 받은 때
6.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 그 밖의 물건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인 때
7. 증인ㆍ감정인ㆍ통역인의 거짓 진술 또는 당사자신문에 따른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
8.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
9.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
10.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때
11. 당사자가 상대방의 주소 또는 거소를 알고 있었음에도 있는 곳을 잘 모른다고 하거나 주소나 거소를 거짓으로 하여 소를 제기한 때
2. 청구인의 주장 및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각하결정 이유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법관의 오판 등을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것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2)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
고 있는 것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3) 청구인이 2009. 11. 23. 재심대상판결의 주문에 이른 과정 등 내부결정 과정을 알려 줄 것을 청구하였고, 같은 해 12. 18. 재심기각 판결의 결정과정 등을 알려 줄 것을 청구하였는데도 이를 방치한 부작위는 청구인의 알권리 및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나.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각하결정의 요지
청구인은 항소심에서 파기된 제1심 판결을 대상으로 법률의 방식에 위반한 재심청구를 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의 재심청구는 청구인이 주장하는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상관없이 기각될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들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재판의 전제성을 결여하였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부분
당해사건 법원은 위헌제청신청각하결정과 재심청구 기각결정에서 ‘청구인에 대한 제1심 판결의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2008노1128(분리) 판결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징역 4년 및 추징금 2억 원을 선고하였고, 이에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 2008도11166 판결로 상고기각되어 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라고 사실인정을 한 후, ‘형사소송법은 재심대상판결을 유죄의 확정판결과 항소 또는 상고를 기각한 판결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에게 있어 재심대상이 될 수 있는 판결은 유죄의 확정판결인 위 항소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08노1128(분리) 판결}과 상고를 기각한 판결(대법원 2008도11166 판결)일 뿐, 항소심에서 파기된 제1심 판결은 재심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위
제1심 판결을 대상으로 한 재심청구는 기각을 면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위헌제청신청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위헌제청신청을 각하하고, 재심청구도 기각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이 파기되어 징역 4년 및 추징금 2억 원을 선고받은 자는 공동피고인 김창훈이고, 청구인에 대하여는 제1심 판결(2007고합201)이 항소 및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으므로, 청구인에 대한 제1심 판결은 재심청구의 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이다.
따라서 재심사유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라 할 것이다.
나아가, 청구인은 법관의 오판 등을 재심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바, 이는 소위 부진정입법부작위의 경우에 해당하고, 이러한 경우 그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되고 그 결정의 취지에 따라 당해 법률조항이 개정되는 경우 당해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헌재 2003. 12. 18. 2002헌바14 , 판례집 15-2하, 466, 473 등).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며, 여기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려면 그 법률이 그 사건의 재판에서 적용되어야 하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그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헌재 1995. 7. 21. 93
헌바46, 판례집 7-2, 48, 58 등 참조).
그런데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당해사건인 재심의 소에 적용되는 법률이라고 할 수 없고, 위 조항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설령 위헌으로 선언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당해사건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그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다. 법원의 청원심사처리 불이행 부분
헌법 제26조에서 규정한 청원권은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 의견, 희망 등에 관하여 적법한 청원을 한 국민이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청원을 수리ㆍ심사하여 그 결과를 통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헌재 2004. 5. 27. 2003헌마851 , 판례집 16-1, 699, 703 참조), 국가기관이 청원에 대한 수리ㆍ심사를 하여 그 결과를 청원인에게 통지하였다면 비록 그 결과가 청원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헌재 1994. 2. 24. 93헌마213 등, 판례집 6-1, 183, 190).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편철된 사실조회 회보에 의하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장이 2011. 3. 18. 청구인에게 “판결의 내부결정 과정은 헌법 제103조 및 법원조직법 제65조에 의하여 공개할 수 없는 사항이고, 신속한 형집행정지의 촉구는 2009. 11. 24.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9재고합3 사건의 재심기각결정에 의하여 판단되었다”는 내용의 회신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장이 청원을 수리ㆍ심사하여 그 결과를 청원인인 청구인에게 통지한 이상, 청구인이 주장하는 공권력의 불행사는 더 이상 존
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헌법소원심판 계속중의 사정변경으로 청구인이 주장하는 침해상태가 종료되었다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음이 원칙이고(헌재 2002. 8. 29. 2002헌마4 , 판례집 14-2, 233, 239 참조), 이 사건의 경우 달리 헌법적으로 해명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거나, 반복적인 침해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경우에도 해당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라. 소결
형사소송법 제420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에 대한 심판청구는 적법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가. 재판청구권과 재심제도
(1)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재판청구권은 공권력이나 사인에 의해서 기본권이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위험에 처해 있을 경우 그에 대한 구제 또는 예방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다른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기본권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재판이라 함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확정과 그에 대한 법률의
해석적용을 그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따라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함은 결국 법관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해석ㆍ적용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고, 그와 같은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의 기회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제약이나 장벽을 쌓아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며, 만일 그러한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다면 헌법상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헌재 1995. 9. 28. 92헌가11 등, 판례집 7-2, 264, 278 참조).
(2) 한편, 형사소송에 있어서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그 오인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로서,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이념이 충돌하는 경우에 정의를 위하여 판결의 확정력을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재심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판결의 취소와 이미 종결되었던 사건의 재심판을 구하는 비상의 불복신청방법으로서 그와 같은 중대한 하자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므로, 판결에 대한 불복방법의 하나인 점에서는 상소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상소와는 달리 재심은 확정판결에 대한 불복방법이고, 확정판결에 대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은 미확정판결에 대한 그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상소보다 더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헌재 2009. 10. 29. 2008헌바101 , 판례집 21-2하, 218, 225 등 참조).
형사소송법 제420조상의 재심사유는 ① 원판결의 증거가 허위임이 드러난 때(제
1호 내지 제4호), ②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제5호), ③ 원판결의 기초(전제)가 되는 판결이 변경된 때(제6호) ④ 원판결 또는 수사의 절차에 현저한 하자가 있는 때(제7호) 등의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위 재심사유들은 모두 원판결의 확정력을 도저히 그대로 인정할 수 없을 정도의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나. 재심제도와 입법형성권
형사소송에 있어서 일단 재판이 확정되면 피고인을 보호하고 공적 판단의 지속성을 유지함으로써 법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효력으로서 확정력이 주어진다. 법적 안정성은 형사사법질서의 전제로서 법적 판결이 지속될 것에 대한 피고인과 일반인의 신뢰를 보호한다는 의미로서 그 전제는 판결의 정당성이다.
그러나 확정력 있는 판결이 항상 정당성을 지닌다고 할 수는 없고 판결의 오류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입법자는 확정력을 배제하고 그 오류를 시정해야 하는 경우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가려내어야 하는바, 이는 민사소송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법치주의에 내재된 두 가지의 대립적 이념, 즉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실현이라는 상반된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결국 이는 불가피하게 입법자의 형성적 자유가 넓게 인정되는 영역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재심제도와 관련하여 인정되는 입법적 재량을 감안하면, 형사소송법상 재심의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가 국가형벌권의 행사에 관한 공적 판단의 지속성 유지 및 법적 안정성의 확보만
을 중시하는 반면 정당하고 적정한 재판이라는 법치주의의 또 다른 이념을 도외시하여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그 내용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현저히 자의적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다. 재판청구권 및 평등권 침해 여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재심사유를 7개의 항목으로 분류하여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바, 이를 통하여 확정된 종국판결에 오류가 있는 경우 그 확정판결을 번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그 외의 사유로는 확정판결을 다툴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무고한 자를 구제하는 한편, 불필요한 재심을 방지하고 확정된 종국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여 법원 판결의 권위를 유지함과 아울러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며, 나아가 재심사유가 법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좌우될 수 없도록 사전에 확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이 지나치게 자의적이어서 입법자에게 허용되는 형성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그 오인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재심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유죄의 확정판결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오류를 가지고 있고 재심이 더 정당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가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판결의 증거가 허위임이 드러나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 원판결의 기초(전제)가 되는 판결이 변경되거나 원판결 또는
수사의 절차에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경우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법관의 오판 등은 결국 피고인의 주장과 상반되는 법관의 증거평가 자체를 재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무의미한 불복절차를 반복하게 하는 것과 다름 아니므로, 원판결의 오류 및 재심판의 정당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존재한다고 볼 만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3)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무고한 자를 보호하는 한편, 무분별하고 불필요하게 재심을 제기하는 남소의 폐단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을 위해 구체적 정의 내지 재판의 적정성을 현저히 자의적으로 희생시켰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4) 또한 청구인의 주장과 같은 사유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재심사유와 달리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로 삼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행복추구권은 다른 기본권에 대한 보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므로, 재판청구권이라는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 존재하여 그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헌재 2000. 12. 14. 99헌마112 , 판례집 12-2, 399, 408 등 참조).
마. 신체의 자유 침해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재심사유를 규정한 조항으로서 신체의 자유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
바.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 및 법원의 청원심사처리 불이행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는 부적법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와 같은 전부각하 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재판관 조대현의 전부각하 의견
청구인의 이 사건 청구는, 재판소원 금지 규정 부분과 청원심사처리 불이행 부분이 위에서 설시한 이유로 부적법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입법부작위 부분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적법하므로, 모두 각하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재심사유를 규정하면서 법관의 오판 등을 재심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기존 법률의 내용이 아닌 것은 규범으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재판의 기
준으로 적용되는 법률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일정한 입법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에도 그 위헌성은 국회의 입법을 통하여 시정되는데, 그와 같이 새로 입법된 내용이 당연히 입법부작위의 위헌성을 문제삼은 당해사건에 소급하여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는 재판의 전제로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위헌 여부에 대하여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도 없고, 당사자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입법부작위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부분도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
2011. 6. 30.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