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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의정부지법 2011. 12. 23. 선고 2011노2089 판결

[모욕] 확정[각공2012상,295]

판시사항

피고인이, 갑이 운영하는 유치원의 통학버스들이 소음과 주차난 등을 야기하는 데 불만을 품고 유치원 부근 주택 외벽에 ‘안하무인 유치원’, ‘꼴통 유치원’, ‘후안무치 유치원’ 등으로 기재된 현수막을 게시하여 공연히 갑을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정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고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갑이 운영하는 유치원의 통학버스들이 소음과 주차난 등을 야기하는 데 불만을 품고 인근 주민들과 공모하여 유치원 부근 주택 외벽에 ‘안하무인 유치원’, ‘꼴통 유치원’, ‘후안무치 유치원’ 등으로 기재된 현수막을 게시하여 공연히 갑을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안하무인’, ‘꼴통’, ‘후안무치’라고 표현한 부분은 일응 갑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언사라고 볼 여지가 있으나, 현수막 부착 경위나 배경 등 제반 정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많은 주민들이 유치원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의 매연, 소음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유치원 측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갑 측에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며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과장하여 현수막 기재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김공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이 사건 현수막의 내용은 ‘안하무인 유치원’, ‘꼴통 유치원’, ‘후안무치 유치원’으로 유치원에 관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 ○○유치원’(이하 ‘이 사건 유치원’이라 한다)의 원장인 공소외 1이 아니라 유치원의 교직원 또는 유치원 원생들이다. 그런데 모욕죄는 형법 제312조 제1항 에 의하여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인바, 이 사건 공소는 적법한 고소권자가 아닌 공소외 1의 고소에 터잡아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여 기각되어야 한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안하무인 유치원’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였을 뿐이고, ‘꼴통 유치원’, ‘후안무치 유치원’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은 다른 집에서 게시한 현수막이다.

다. 이 사건 현수막에 사용된 ‘안하무인’, ‘꼴통’, ‘후안무치’라는 표현은 욕설이 아니라 널리 쓰이고 있는 일상용어여서 이를 모욕적 언사라고 볼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표현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유치원이 운행하는 통학버스들에서 발생하는 소음, 매연 등에 대한 주민들의 피해를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피고인의 집 부근인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지번 생략) 소재 피해자 공소외 1 운영의 ‘ ○○유치원’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들이 주변 지역에 소음과 주차난 등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평소 불만을 품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0. 8. 중순 일자불상경 위 ○○유치원 부근인 같은 동 1228-9, 1244-9, 1228-6 소재 주택 외벽에 위 유치원 주변을 통행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 또는 흰색 글씨로 “...안하무인 유치원...”, “...꼴통 유치원”, “...후안무치 유치원...” 등으로 기재된 현수막을 게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거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공소제기가 부적법하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2003년경 이 사건 유치원 개원 이래로 이 사건 유치원과 인근의 주민들 사이에 유치원 통학버스의 소음, 매연 등의 문제로 인한 분쟁이 계속되어 온 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현수막은 “숨을 쉬고파 잠을 자고파 안하무인 유치원, 주민생명 위협하며 유아교육 장사 7년”, “알리는 건 명문 유치원, 알고보니 꼴통 유치원”, “선량한 주민들 vs 후안무치 유치원, 우리 동네 살려내자”라는 내용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 사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분쟁배경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현수막의 기재 내용은 이 사건 유치원의 통학버스 운행으로 인한 불만의 표현임을 알 수 있고, 이는 결국 유치원의 운영에 관련된 내용이므로 결국 그 비난 대상이 이 사건 유치원의 운영자인 피해자 공소외 1로 특정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현수막 기재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인 이 사건 유치원의 운영자 공소외 1의 고소에 터잡은 이 사건 공소제기는 적법하다고 봄이 옳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은 ‘안하무인’, ‘꼴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도850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의 경우를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2003년경 이 사건 유치원 개원 이래로 이 사건 유치원과 인근의 주민들 사이에 유치원 통학버스의 소음, 매연 등의 문제로 인한 분쟁이 계속되어 온 사실, 이에 피고인을 비롯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주택 외벽에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현수막 등을 부착하기로 하고 현수막 제작 비용을 모았으며, 피고인이 이 사건 현수막을 포함한 현수막 제작을 의뢰한 사실(증거기록 제151쪽, 제537쪽 내지 제541쪽)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한 다른 주민들과 의사의 결합을 이루어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므로 그들 사이에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피고인이 ‘후안무치’, ‘꼴통’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현수막을 자신의 주택 외벽에 직접 설치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표현이 모욕적 언사가 아니라는 주장 등에 대한 판단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바(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1453 판결 등 참조), 어떤 글이 특히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 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1433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의 경우를 본다.

피고인이 부착한 현수막 중 ‘안하무인’, ‘꼴통’, ‘후안무치’라고 표현한 부분은 일응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언사라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이 사건 현수막을 부착하게 된 동기나 배경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유치원이 2003년경 개원한 이후부터 피고인을 포함한 인근 주민들은 이 사건 유치원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에서 발생하는 매연, 소음, 사고 위험, 버스 주차 문제에 관한 민원을 계속적으로 제기하였는데, 피고인이 주식회사 아시아소음진동연구소에 의뢰한 영향검토서(증거기록 제209쪽 내지 제210쪽)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의 집을 기준으로 할 때 주간소음도가 생활소음 규제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였고(다만 피해자 측에서는 소음도가 생활소음 규제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평가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유치원의 인가된 원생 수는 520명으로(피해자는 2003년경에는 원생이 520명이었으나 피고인을 비롯한 주민들이 현수막을 게시하고 민원을 제기한 시점부터 원생이 감소하여 2010년경에는 364명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증거기록 제14쪽) 그와 같은 원생 규모를 감안하여 보면 실제 통학버스 통행량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러한 민원에 대하여 고양시의원 공소외 2, 3이 이 사건 유치원 근처 주민 100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유치원의 차량운영 관리로 인하여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한 세대가 60%, 이에 대한 ‘유치원의 대응이 성의 없었다’고 응답한 세대도 54%에 이르렀고(증거기록 제361쪽 내지 제381쪽), 피고인이 작성한, 유치원이 운행하는 통학버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시장에게 진정하겠다는 내용의 진정서에 주민 중 121명이 동의하기도 한 점, 그럼에도 유치원 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보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여 볼 때 피고인은 피고인을 포함한 주민들 다수가 이 사건 유치원 통학버스로 인하여 고통을 느끼고 있음에도 유치원 측에서 그 문제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고 유치원으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해 주도록 촉구하기 위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현수막을 부착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유치원 측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하거나 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하여 이 사건 현수막을 부착하게 된 것으로 위와 같은 이 사건 현수막 부착 경위나 그 배경을 살펴볼 때 그와 같은 문구 선정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이나 판단 자체가 정확한 것인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전혀 터무니없이 남을 비방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인 뿐 아니라 이 사건 유치원 인근 주민들이 자신들의 주택 외벽에 이 사건 현수막과 비슷한 취지의 현수막을 부착하기도 한 점, ④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안하무인’, ‘꼴통’, ‘후안무치’라는 표현이 다소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어투이기는 하나 현수막 전체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없는 점, ⑤ 중앙일간지를 비롯한 언론매체에서도 ‘안하무인’, ‘후안무치’, ‘꼴통’이라는 용어를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그 자격에 걸맞는 언행을 하지 못하고 다소 극단적으로 처신하는 것을 비꼬아 널리 사용하고 있는 점(2011. 9. 8.자 접수 변호인의견서에 첨부된 참고자료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많은 주민들이 이 사건 유치원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로 인한 매연, 소음 문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유치원 측이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피해자 측에 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의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과장하여 이 사건 현수막 기재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그와 같은 제반 정황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3.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태식(재판장) 김진하 최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