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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2014. 5. 16. 선고 2014구합30385 판결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취소의소] 항소[각공2014하,645]

판시사항

수단 국적의 갑이 인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하면서 북수단 정부의 강제징집에 불응하여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하였는데, 인천공항출입국 관리사무소장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호 , 제7호 에서 정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사유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한 사안에서, 갑의 난민신청에 위 규정에서 정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이와 달리 보아 위 처분을 한 것은 난민인정심사 회부결정에 대한 재량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수단 국적의 갑이 인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하면서 북수단 정부의 강제징집에 불응하여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하였는데, 인천공항출입국 관리사무소장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호 , 제7호 에서 정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사유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한 사안에서, 대한민국 사증 발급을 요청한 시점에 관한 갑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갑의 난민신청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호 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갑의 난민신청 경위가 신청 무렵 수단의 강제징집 및 내전 현황과 일부 부합하고, 갑의 난민면담 시의 진술이 사실에 반하는 명백한 허위의 진술이라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갑의 난민신청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갑의 난민신청에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호 , 제7호 에서 정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이와 달리 보아 위 처분을 한 것은 난민인정심사 회부결정에 대한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일)

피고

인천공항출입국 관리사무소장

변론종결

2014. 5. 2.

주문

1. 피고가 2013. 11. 26.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수단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2013. 11. 18. 카르툼 공항에서 출국하여 2013. 11. 20.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나. 원고는 2013. 11. 20.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하면서 피고에게 북수단 정부의 강제징집에 불응하여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하였다.

다. 피고는 2013. 11. 26. 원고에게 ‘원고의 난민신청은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할 신뢰할 수 있는 명백한 사유가 인정되기 어렵고, 원고가 난민인정 신청사유 등에 관하여 거짓된 진술로 일관하고 있으므로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 , 7호 에서 정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사유에 해당한다’라는 이유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고, 같은 날 원고에 대하여 입국불허결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3, 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4,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1) 이 사건 처분은 입국불허결정의 전제인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입국불허결정이고, 이러한 외국인의 입국허가 여부에 대한 처분은 국제법상 주권국가의 고권적 재량행위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난민법 제6조 에서 정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제도는 출입국관리법상 입국금지사유에 해당함에도 인도적 고려에서 예외적인 경우에 입국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로서, 이러한 제도를 통한 원고의 난민신청은 그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난민인정심사회부를 요청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3)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이 사건 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입국불허결정의 전제인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고, 입국불허결정과 구별되는 별도의 처분으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즉, ① 이 사건 처분은 원고에 대하여 난민법 제5조 에서 정한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결정이고, 입국불허결정은 원고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입국을 불허하는 결정으로서 그 내용 및 법률효과가 다르다. ② 이 사건 처분은 난민법 제6조 에 근거한 것이고, 입국불허결정은 출입국관리법 제12조 에 근거한 것으로서 그 법률상 근거 역시 다르다. ③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2 , 3항 에 따르면 해당 처분청은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에게 난민인정심사회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별도로 알려야 하고,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하였다면 그 난민신청자에게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입국심사를 진행하여야 하지만, 그 입국심사과정에서 해당 처분청이 반드시 그 난민신청자에게 입국불허결정을 할 법률상 의무는 없다.

2) 나아가 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난민인정심사 회부결정을 할 경우에는 원고는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3항 에 따라서 입국이 허가될 뿐만 아니라, 난민신청자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어 난민법에서 정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제12조 ) 및 자료 등의 열람·복사권( 제16조 ) 등의 법률상 이익을 얻게 되는 점, ② 원고가 난민인정심사과정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경우에는 난민법 제30조 내지 제43조 에서 정한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 내지는 교육의 보장 등의 법률상 권리를 받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난민신청자의 지위를 받지 못하여 난민인지 여부를 확인받을 기회조차 박탈됨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을 단순히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제도가 생기면서 발생하게 된 반사적 이익의 상실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① 원고는 난민신청을 하면서 허위의 진술을 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② 원고의 난민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피고의 난민인정심사 회부결정에 대한 재량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2) 피고의 주장

원고는 브로커에게 대한민국 사증발급을 요청한 경위가 강제징집 상황과 무관함에도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였으므로, 원고의 난민신청은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호 에서 정한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원고가 주장하는 난민신청사유는 대한민국 입국허가를 받기 위하여 입국심사 시에 허위로 지어낸 것으로서 그 신빙성이 전혀 없고, 원고는 단순히 입대 통지를 받고 도망한 것에 불과하며, 원고가 수단으로 귀국할 경우 수단 정부가 원고를 박해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원고의 난민신청은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 에서 정한 ‘난민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 및 심사의 한계

가)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금지를 규정한 난민협약 제33조의 취지에 따르면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할 수 있는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 , 7호 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는 점, 난민법 제6조 에서 정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에 대한 난민인정심사 회부제도’는 난민들의 인권보호 향상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출입국항의 난민신청자들에게 난민법 제5조 에서 정한 난민인정심사를 받을 기회를 주는 것에 그 입법 취지가 있고, 이에 따라서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의 각 호 에서는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그 사유 역시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하거나 또는 해당 처분청의 판단에 근거한 것이더라도 그 판단에 상당한 이유 내지는 명백한 이유를 요구하고 있는 점, 만일 난민신청자에게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사유의 부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가할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서 실제로 정당한 난민 역시 난민인정심사를 받아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강제로 출국을 당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위 제도의 입법 취지에 반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각호 에서 정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사유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해당 처분청에게 있다.

나) 한편 2013. 7. 1.부터 시행되는 난민법의 취지 및 난민인정 신청이 있으면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면접을 실시하고 사실조사를 한 다음 난민인정심사, 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인 점을 고려하면, 난민법 제6조 에 따라 난민인정 심사 자체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은 형식적 사유에 의해서만 예외적으로만 가능하고 실체적 사유로 불회부결정을 할 수는 없다.

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속칭 브로커인 소외인에게 대한민국 사증발급을 요청한 시점에 관하여 진술의 일관성이 없는 점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원고의 난민신청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호 에서 정한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여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갑 제1, 13, 14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의 난민신청 경위가 그 신청 무렵 수단의 강제징집 및 내전 현황과 일부 부합하고, 원고의 난민면담 시의 진술이 사실에 반하는 명백한 허위의 진술이라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② 원고가 한국어를 할 수 없고 국내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왕복티켓을 소지한 채 대한민국에 입국하려고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난민신청 외의 다른 목적으로 대한민국 사증을 발급받았다고 보기도 어렵고, 달리 원고가 대한민국에 입국하려는 특별한 동기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③ 단순히 강제징집을 거부한 사정만으로는 박해의 원인이 있었다고 할 수 없으나, 징집거부가 정치적 동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등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때에는 박해의 원인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두3930 판결 참조), 원고가 강제징집 거부를 난민신청사유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난민신청이 명백히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없는 점, ④ 수단의 내전상황 및 강제징집행태가 대한민국의 군복무상황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에 대한 난민인정심사 회부결정이 대한민국의 병역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충격을 주어서 대한민국의 안전 또는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생긴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수단의 2007년 Armed Forces Act 제168조는 “누구든지 군복무를 수행하도록 지정되었으나 군복무의무를 거절하는 범죄를 저지른 자, 그리고 한 달 안에 그 지정에 응하지 않거나 그 이후로 도망간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전시에 범죄를 저질렀을 때도 마찬가지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강제징집 거부는 수단 정부의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을 제1, 2, 4, 6, 10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난민신청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 에서 정한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4) 소결론

결국 원고의 난민신청에 대하여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 , 7호 에 정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피고가 위와 같은 사유가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난민인정심사 회부결정에 대한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임태혁(재판장) 송명주 박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