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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2020. 11. 26. 선고 2018노818 판결

[병역법위반] 상고[각공2021상,111]

판시사항

현역병입영 대상자인 피고인이 기독교 신앙과 비폭력주의, 반전주의 등 종교적ㆍ정치적 신념을 기초로 한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면서 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입영일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입영하지 아니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으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현역병입영 대상자인 피고인이 기독교 신앙과 비폭력주의, 반전주의 등 종교적ㆍ정치적 신념을 기초로 한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면서 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입영일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입영하지 아니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피고인이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이유 및 그러한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계기에 비추어 피고인은 기독교인 및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자신의 가치관이 폭력과 전쟁에 반하기 때문에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즉 비폭력주의나 반전주의 사상만을 독립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고의 흐름은 국군에 대한 편향적인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나, 병역거부 사유에서 ‘정당한 이유’의 존부 판단은 양심의 내용의 타당성이 아닌 진정한 양심인가에 따라 이루어지는 이상 위와 같은 문제는 ‘정당한 이유’를 인정함에 장애사유가 되지 않는데, 병역을 거부하는 피고인의 신념이 기독교인으로서의 일반적인 신앙과 ‘퀴어 페미니즘’의 신념에 뿌리를 둔 이상, 피고인이 얼마나 기독교의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랐는지, 기독교 신앙을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피고인의 삶에서 ‘퀴어 페미니즘’의 신념이 얼마나 발현되었고 또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나아가 피고인의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이 피고인의 신념이 깊고 확실하며 진실한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는바, 피고인은 8년간 교회에 다니면서 세례를 받았고, 고등학교 3년 동안 종교동아리에 참석하고 학급 예배 리더로서 활동하는 등 종교활동에 활발히 참여한 점, 대학교에 입학한 후 여러 선교단체에 참여하였고, 9년간 사회참여적 종교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캠퍼스 대표 등을 맡아 매주 모임에 참석하고 관련 시위 등 활동에도 참여한 점, 병역거부와 성소수자에 대하여 온건적인 입장을 취하는 성공회를 접하게 된 이후 주일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여러 교육 활동 프로그램과 청년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신앙생활을 하다가 신자로 등록한 점, 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에서 3년간 활동하며 ‘퀴어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소수자에 관한 기사를 다수 작성하였고, 대학원 *******에 입학하여 이에 관한 학위논문을 작성한 후 이에 기초한 단행본을 출간한 점, 대학원 졸업 이후 다수의 강연에 참석하며 이와 관련된 기사와 칼럼, 논문 등을 작성ㆍ발표한 점, 반전단체에서 약 8년 동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으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이다.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고두성 외 1인

변호인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임재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에 관한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기초로 한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이를 외면한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 조항의 위반이 있다.

2. 판단

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 정한 ‘정당한 사유’

1)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

2)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신념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설령 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

3)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

나. 피고인의 양심의 형성 과정 및 내용

피고인이 원심 및 당심에 제출한 각 소견서 및 피고인의 당심 공판에서의 진술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이유 및 그러한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이해된다.

1) 피고인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집단 문화에 성소수자로서 반감을 느끼며 사회의 기존 가치체계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피고인은 그러한 과정에서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에 의지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뜻을 실천할 것을 결심하였다.

2) 피고인은 ****년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여러 선교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피고인은 ****년 무렵부터 사회참여적 선교단체인 ‘공소외 1 단체’에 소속되어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단체 긴급기도회’, ‘용산참사 문제 해결 1인 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 및 ‘수요시위’ 등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기는 전쟁과 타인에 폭력을 가할 것을 전제로 존재하는 군대가 약자를 포용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기독교의 교리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 한편 피고인은 대학생활 도중 다양성과 평등을 핵심가치로 여기는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었고 ****년 ○○대학교 대학원 *******에 입학하여 이를 더 깊이 탐구하였다. 피고인은 성소수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주2) ‘퀴어 페미니스트’ 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4) 피고인은 차별과 이분법적 성별 인식을 지양하고 공존을 강조하는 페미니스트로서 다양성을 파괴하고 차별과 위계로 구축되는 군대 체제 및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표준 남성으로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위와 같은 피고인의 병역거부 이유를 살펴보면, 피고인은 기독교인 및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피고인의 가치관이 폭력과 전쟁에 반하므로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피고인은 비폭력주의나 반전주의 사상만을 독립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고의 흐름은 국군에 대한 편향적인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주3) 보이나 , 병역거부 사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의 존부 판단이 양심의 내용의 타당성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주4) 아니고 진정한 양심, 즉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가 깊고 확실하며 진실한가에 따라 이루어지는 이상, 그와 같은 문제는 ‘정당한 이유’를 인정함에 장애사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3) 한편 피고인은 대한성공회의 교인으로서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정신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 비폭력과 반전주의에 대한 성공회의 견해를 정리한 자료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의 당심 공판에서의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위와 같은 성공회의 견해를 신앙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독교 신앙에 기초하여 미리 병역거부에 대한 의사를 굳힌 뒤, 그러한 의사와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온건적인 입장인 성공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사건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정 종교의 구체적 교리임을 전제로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또는 다른 신도들 또한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와 같은 요소는 피고인의 병역거부 신념이 깊고 확실하며 진실한지 판단하는 데 있어 준거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4) 반면, 병역을 거부하는 피고인의 신념이 기독교인으로서의 일반적인 신앙과 ‘퀴어 페미니즘’의 신념에 뿌리를 둔 이상, 피고인이 얼마나 기독교의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랐는지, 기독교 신앙을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피고인의 삶에서 ‘퀴어 페미니즘’의 신념이 얼마나 발현되었고 또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나아가 피고인의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이 피고인의 신념이 깊고 확실하며 진실한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다.

5)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은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① 피고인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 속한 △△교회에 다녔으며 2005년 세례를 받았다. 피고인은 ****년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3년 동안 종교동아리인 □□□□ 찬양 동아리에 참석하고 학급 예배 리더로서 활동하는 등 종교활동에 활발히 참여하였다.

② 피고인은 ****년 대학교에 입학한 후 선교단체인 ‘공소외 2 단체’, ‘공소외 3 단체’, ‘공소외 1 단체’ 및 ‘공소외 4 단체’에 참여하였다. 피고인은 ****년부터 ****년까지 사회참여적 종교단체인 ‘공소외 1 단체’ 주5) 에서 활동하면서 캠퍼스 대표 등을 맡아 매주 두 번씩 모임에 참석하였고 ‘수요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및 ‘제주평화순례’ 등과 같은 활동에도 참여하였다.

③ 피고인은 2013년 병역거부와 성소수자에 대하여 온건적인 입장을 취하는 성공회를 접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3년부터 대한성공회 *****성당에서 주일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여러 교육 활동 프로그램과 청년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신앙생활을 하다가 2017. 12. 10. ******성당의 신자로 등록하였다.

④ 피고인은 ****년부터 ****년까지 ○○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에서 활동하며 ‘퀴어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수요시위를 비롯하여 소수자에 관한 주6) 기사 를 다수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년 ○○대학교 대학원 *******에 입학하여 ****년 ‘(논문명 1 생략)’라는 학위논문을 작성하였으며 ****년 이에 기초한 단행본 ‘(책자명 1 생략)’을 출간하였다.

⑤ 피고인은 ****년 대학원 졸업 이후 다음과 같이 다수의 강연에 참석하며 기사와 칼럼 등을 작성하였다.[표 삭제]

⑥ 피고인은 2012년부터 ‘공소외 9 단체’에서 다음과 같이 활동하였다.[표 삭제]

⑦ 피고인은 ****년, ****년 각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입영 대상으로 판정되었다. 피고인은 ****. *. *.부터 ****. **. **.까지 재학생임을 사유로, ****. *. **.부터 ****. *. **.까지 졸업예정을 사유로, ****. *. **.부터 ****. *. **.까지 대학편입 및 대학원진학을 사유로, ****. *. **.부터 ****. *. **.까지 자격시험 응시를 사유로 입영을 각 연기하였다. 피고인은 2017. 10. 16. 현역병입영 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수령하였으나 2017. 11. 20. 병무청에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하여 병역거부를 선택한다는 취지의 소견서를 제출하였다(증거기록 5~8쪽).

한편 피고인의 지인인 공소외 13, 공소외 14 및 공소외 15가 작성한 각 사실확인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적어도 2010년경부터 주변에 병역거부 의사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⑧ 중ㆍ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및 각 사실조회를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인정할 수 있거나 자신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양심을 의심하거나 부정하게 할 만한 특별한 사정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

⑨ 피고인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 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징역 1년 6월이라는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 입영을 거부하였다.

⑩ 피고인은 당심 공판에서 최근 제정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36개월간의 교도소 내지 구치소 합숙을 통한 대체복무제를 통해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공소에 관한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현역병입영 대상자이다. 피고인은 2017. 10. 16. **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2017. 11. 14.까지 **사단에 입영하라.’는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2017. 11. 17.까지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위 ‘항소에 관한 이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입영하지 않은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이 정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결과 이 사건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 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환(재판장) 김기현 박사랑

주2) 피고인은 ‘퀴어 페미니스트’를 사회가 정상 및 표준으로 여기는 요소를 성소수자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탐구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3)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5조에 의하면,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함을 그 이념으로 삼고 있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할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피고인이 지적하는 국군의 과거 행적과 군대 내부의 부조리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할 수는 없지만, 국군이 자유민주주의의 기치하에 국민주권을 압제로부터 수호함으로써 국민 스스로가 피고인이 염원하는 정의롭고 평화적인 사회를 꾸려나갈 자유와 기회의 현실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위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국군장병들이 기본권의 막대한 제한을 감내하고 있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은 국군의 복합적인 성질과 양태를 이해하지 않고 다만 국군이 전쟁과 폭력, 군사주의 문화 확산의 원인이라고 파악하는 피고인의 인식은 편향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4)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전제로 할 때에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일방적인 형사처벌만으로 규범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확인되었다. 그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는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주5) 위 단체가 참여한 활동으로는 2007년 이랜드 비정규직 대량해고 반대 활동,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반대 활동, 2009년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 2009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연대 활동, 2010년 4대강 사업 반대 ‘한강따라 강강순례’ 활동, 2011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 연대 활동, 2012년 강정 해군기지 반대 ‘제주평화순례’ 활동, 2013년 캠퍼스 재개발 반대 ‘백양다방’ / 청소, 경비노동자 시위 연대 활동,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정의로운 기억을 위한 활동, 2014년 밀양, 청도 송전탑 건설 반대 ‘평화심방’ 활동, 2015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활동,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규탄 및 탄핵 촉구 활동이 있다.

주7) 위 단체의 정관은 위 단체의 목적을 ‘모든 전쟁은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는 신념에 기초해 전쟁과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우리 일상 및 사회 구조에서 제거하기 위해 활동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