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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민사지법 1994. 4. 18. 선고 93가합77840 제18부판결 : 항소

[손해배상(기)청구사건][하집1994(1),75]

판시사항

직장 상사가 직장 내에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과 관련된 언동이나 성적 접근을 하고, 이러한 행위에 대한 복종 또는 거절이 그 근로자의 고용 여부나 근로환경을 결정하는 요소로서 작용하도록 한 경우에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직장 내에서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권 또는 인사권을 가지거나 기타 실질적으로 그 근로자의 임면, 근로조건의 결정 등에 대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가 그 근로자를 상대로 하여 그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과 관련된 언동을 하여 그 상대방이 몹시 불쾌감을 느끼고 성적인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하는 것, 또는 근로자의 직무수행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외부적 또는 정신적으로 불쾌하고 열악하게 만들기 위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하거나 위와 같은 행위를 함으로써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 등은 근로자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조건에서 일할 권리 및 개인의 성적 자유에 대한 침해이며 또한 헌법근로기준법, 남여고용평등법 등에서 보장되고 있는 고용과 근로에 있어서의 성차별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행위이다.

원고

원고

피고

피고 1외 2인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 1은 원고에게 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3.10.30.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피고 1,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나머지 각 청구 및 피고 김종운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1과 사이에 생긴 부분은 이를 4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위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하고, 원고와 피고 김종운, 피고 대한민국과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5. 위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갑 제4호증의 1(탄원서), 2(실근무기간 및 행정적근무기간현황), 3 내지 8, 갑 제8호증(이상 각 확인서), 갑 제6호증의 1, 2(각 진정서), 갑 제9호증의 1(건물배치도), 2(내부구조도), 갑 제10호증의 1 내지 4(각 팩시서신), 갑 제11호증의 1(진술서), 갑 제12호증의 1(서신), 2(탄원서, 을 제11, 19호증과 같다), 갑 제13호증의 1 내지 29(각 일기장), 30(업무일지), 갑 제15호증의 1, 2, 갑 제18호증의 1, 갑 제20호증(이상 각 진술서), 갑 제16호증의 1(학사일정표), 2, 3(각 시험지), 갑 제18호증의 2(사실확인서), 을 제1호증, 을 제6호증, 을 제9호증(이상 각 확인서), 을 제4호증(강의시간표 확인서),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8호증의 1, 2, 을 제15호증(이상 각 사진), 을 제8호증의 3(NMR기기), 을 제14호증의 1(확인서), 2(시간표), 을 제16호증(진술서)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류권영, 채종근의 각 증언(다만, 증인 채종근의 증언 중 뒤에서 배척하는 부분 제외) 및 원고본인신문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을 제2호증, 을 제7호증의 2, 을 제21호증(이상 각 진술서)의 각 기재와 증인 채종근의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 없다.

(1) 원고는 1992.5.29.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의 1에 있는 국립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의 '80메가헤르쯔 에프 티 엔엠알(80 MHZ FT NMR)'기기(이하 '엔엠알기기'라고 한다)의 관리 및 운영을 업무로 하는 유급조교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2) 피고 1은 위 화학과 교수이자 위 엔엠알기기의 책임 및 관리담당자이고, 피고 김종운은 위 서울대학교의 총장이다.

(3) 원고는 1992.4.경 피고 1로부터 면접 및 기기조작 테스트를 받아 같은 해 5. 초순경 위 엔엠알기기 담당 유급조교로 출근할 것을 요청 받고, 같은 해 5.29.부터 위 엔엠알기기실로 출근하여 위 엔엠알기기의 관리 및 운영에 관한 교육을 받으면서 위 기기의 담당조교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형식적으로 원고에 대한 유급조교 임용권자는 서울대학교 총장이고, 원고는 임명장상 1992.8.10.부터 1993.8.9.까지 위 엔엠알기기 담당 유급조교로서 임용되었으며 위 임용기간 만료 후 원고는 재임용되지 아니하였다.

(4) 위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업무는 1989.4.1.부터 1990.4.12.까지 소외 진의창, 1990.4.12.부터 1991.6.24.까지 소외 조성애, 1991.6.1.부터 1992.5.28.까지 소외 1이 각 담당하여 왔다.

(5) 위 엔엠알기기 담당 유급조교의 선임에 관한 형식적인 절차는 교수들이 추천한 후보자 중 학과교수회의의 동의를 받아 선발된 자를 학과장이 자연과학대학장에게 추천을 하고 대학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학장이 총장에게 추천을 하면 서울대학교인사위원회가 이를 심사하여 그 임용 여부를 결정하여 총장이 임용을 하게 되어 있으나, 원고가 위 유급조교로 임용될 당시까지는 사실상 위 엔엠알기기의 담당교수이자 관리책임자인 피고 1이 위 엔엠알기기 담당 유급조교의 선발, 교육, 관리, 재임용 여부 등에 관하여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 위 피고의 결정에 따라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서 위 기기 담당 유급조교의 선임 및 재임용 여부가 행하여지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

(6) 위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의 업무는 위 기기에 의한 시료측정 의뢰가 들어오면 위 기기를 작동시켜서 시료측정을 하여 그 결과를 알려주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그 밖에 위 기기에 대한 관리, 시료측정자료 정리 등을 하는 것이며, 위 엔엠알기기를 사용하기 위하여는 그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 그 기기의 원리와 작동방법, 각 시료의 특성에 따른 조건을 최적화시키고 작동을 시키는 방법 등에 대하여 교육을 받고 이를 숙지하여야 한다.

(7) 원고는 1992.5.29.부터 위 엔엠알기기실에 출근을 하여 소외 진의창으로부터 위 엔엠알기기의 사용방법에 대하여 교육을 받다가 같은 해 6.5.경 이후 동인이 유학준비 등의 이유로 위 기기실에 나오지 않자 피고 1 및 소외 류권영으로부터 위 기기의 사용방법에 대하여 교육을 받게 되었다.

(8) 피고 1은 1992.6.5.경부터 약 2 내지 3주간 주로 오전 09:00에서 10:00사이에 위 엔엠알기기실에서 원고에게 위 엔엠알기기의 사용방법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20 내지 30차례에 걸쳐서 원고가 컴퓨터 키보드 앞에 앉아 있으면 원고의 등 뒤에서 위 피고의 가슴을 원고의 등에 가까이 대고 포옹하는 듯한 자세를 한 채로 원고의 앞에 있는 컴퓨터 키보드를 자신이 치기도 하고, 원고의 어깨나 등에 위 피고의 손을 올려 놓거나 원고의 등을 쓰다듬기도 하고, 원고가 기기를 작동하고 있을 때 옆에 있다가 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원고의 팔을 손으로 잡기도 하고 때로는 원고의 옆에서 위 기기를 조작하면서 의도적으로 위 피고의 몸의 일부분을 원고에게 접촉시키는 등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행하여 왔다.

(9) 원고는 피고 1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한여름임에도 두꺼운 파카를 입고 근무하거나 위 피고가 그러한 행위를 할 때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빼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등 이를 불쾌하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는 하였으나, 위 피고에게 불쾌하다거나 그러한 행위를 하지 말아달라고 명시적으로 얘기하지는 아니하였다.

(10) 1992.6.경부터 8.경까지 피고 1은 사무실 복도에서 원고를 마주치면 함께 걸으면서 원고의 등에 손을 대거나 어깨를 잡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한 번은 대학원생들이 사용하는 실험실에서 원고의 땋은 머리를 만지면서 "요즘 누가 시골 처녀처럼 이렇게 머리를 땋고 다니느냐"는 얘기를 한 사실이 있고, 심부름 기타 명목으로 원고를 자신의 연구실로 자주 불러, 들어오는 원고를 위아래로 훑어 보며 몸매를 감상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11) 피고 1은 원고가 위 엔엠알기기 담당 조교로 들어온 후 얼마 안 있어 실험실 학생들과 입방식을 한 이후에 원고에게 자신과 따로 입방식을 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1992.8.경에는 원고에게 "날씨가 좀 서늘해지면 실험실 사람들 모르게 자신과 단 둘이서만 넥타이 메고 가는 곳에서 입방식을 하자"는 얘기를 하였다.

(12) 1992.10.경 피고 1은 자신이 사용하던 의자를 고치러 간다는 명목으로 위 서울대학교 내 목공소까지 원고에게 동행을 요구하여 원고와 함께 목공소로 가던 중 원고에게 "관악산에는 조용한 산책길이 많은데 (원고이름 생략)씨도 나랑 점심 먹고 산책을 하는 게 어때. 옷차림이 불편하면 내 연구실에 청바지랑 운동화랑 가져다 놓고 갈아 입으면 되고, 문 잠그고 갈아 입으면 누가 들어올 사람도 없어"라는 얘기를 하였고, 이에 원고가 그 자리에서 "싫어요"라고 거절의 뜻을 위 피고에게 명확하게 얘기하자 위 피고는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얼굴을 붉혔다.

(13) 위와 같은 일이 있은 후 피고 1은 원고의 업무수행이나 업무상 보고 등에 대하여 무관심 또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였는데, 1993.2.경 원고가 위 피고에게 위 엔엠알기기의 이상상태를 수차례 보고하였으나 위 피고는 원고의 이러한 보고를 계속 무시한 채 방치하다가 결국 소외 류권영이 위 피고에게 기기이상을 재차 보고하여 이를 수리하게 되었다.

(14) 종래부터 학생들이 위 엔엠알기기를 사용하여 시료측정을 하는 것은 제한되어 있고 원칙적으로 위 기기 담당 조교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시료측정을 하여 주도록 되어 있으며 피고 1의 실험실소속 대학원생들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방법으로 위 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피고 1의 실험실 대학원생들만은 예외적으로 위 기기 담당 조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위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관행으로서 허용되어 왔고, 피고 1은 원고가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에 원고에게 다른 학생들이 신청한 시료측정보다는 위 피고의 실험실소속 대학원생들의 위 기기 사용에 우선권을 주도록 지시하였고, 또한 다른 학생들의 시료측정 의뢰량이 많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10개를 초과하여서 시료측정을 하지 말라고 지시를 한 사실이 있기에 원고는 위 지시에 따라 업무에 임하였었는데, 1993.3.경부터 위 피고의 실험실소속 대학원생인 소외 류권영이 실험때문에 하루에 2, 3시간 이상씩 위 기기를 독점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또 같은 실험실소속 대학원생인 소외 채종근은 미리 위 기기 사용시간을 알려 달라는 원고의 협조부탁에도 불구하고 예고 없이 임의로 장시간 위 기기를 사용하기도 하여 원고와 소외 채종근과의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던 경우도 있는 등 피고 1이 원고에게 지시한 자신의 실험실 소속 대학원생들에게 위 기기 사용의 우선권을 주고, 외부로부터 의뢰된 시료측정을 하루에 10개를 초과하여 측정하지 말라는 지시사항의 준수로 인하여 원고의 업무에 지장이 오거나 의뢰받은 시료측정이 자꾸 지연되는 등의 애로 사항이 발생하게 되어 원고가 위 피고에게 이에 대한 조절을 부탁하였으나, 위 피고는 원고에게 "그것은 조교와 학생 간에 해결할 문제이고, 방샘플이 최우선인데 다른 의뢰샘플이 아무리 늦어져도 그것은 조교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화를 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후 위 엔엠알기기를 사용한 시료측정이 지연된다는 사유로 다른 실험실이나 측정의뢰자들로부터 불만의 얘기가 나오자 위 피고는 위 기기 담당조교인 원고의 불찰때문이라고 얘기한 사실이 있다.

(15) 원고가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 피고 1은 원고의 책상을 위 피고의 지도학생들 실험실(22동 309호)에 마련해 주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도록 배려해 주었으나, 1993.2.경 위 피고는 그곳에 있던 원고의 책상을 위 엔엠알기기실로 옮기도록 지시하여 원고를 그곳에서 혼자 근무하도록 하였다.

(16) 평소에 피고 1은 원고에게 위 엔엠알기기 담당조교는 위 기기에 관한 업무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인접 유기공동기기실의 일과는 무관하므로 유기공동기기실의 업무에는 관여하지 말라고 얘기를 하여왔었는데, 1993.5.경 위 유기공동기기실에 새 기계를 설치할 당시에 위 피고는, 자신과 그의 지도학생들이 위 유기공동기기실에서 분주히 일을 하고 있는데 원고가 그 일이 위 엔엠알기기 담당조교업무와는 무관하다고 하여 전혀 돕지를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원고를 책망하기도 하였다.

(17) 1993.6.25. 피고 1은 위 엔엠알기기실에서 원고에게 같은 달 30.까지만 출근을 하고 그 이후로는 출근을 하지 말라고 지시를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하여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가, 같은 달 30. 원고에게 위 기기에 손대지 말것을 명하였고, 같은 해 7.1. 위 피고는 위 엔엠알기기의 이상을 이유로 작동중단을 실험실 내·외부에 공고하였으며, 같은 달 2. 위 피고는 원고, 소외 류권영, 소외 채종근을 불러 원고의 재임용불가사유를 위 시료측정 등의 지연, 원고가 공부를 하지 않는 점, 원고와 위 피고의 실험실 학생들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점 등으로 설명하였고, 위 피고는 같은 달 3.부터 임의로 피고의 실험실을 당분간 폐쇄하였다.

(18) 위 엔엠알기기는 1993.7.7. 다시 가동하기 시작하였고 그 동안 위 기기에 이상이 없었음이 확인되었으며, 원고는 1993.8.31.까지 출근하였으나 위 기기의 사용은 허용되지 아니하였다.

(19) 1993.7.1.부터 피고 1이 원고의 후임자로 선정한 소외 성명미상자 여자조교가 출근을 하기 시작하였다가, 그 후 원고가 피고 김종운 등에게 진정한 내용 등이 서울대학교 화학과에 알려지자 위 화학과장인 소외 최명언 교수는 위 소외 성명미상자를 출근하지 않도록 하고 같은 달 28. 조교모집공고와 화학과 교수회의를 거쳐서 서울대 화학과 출신의 남학생인 소외 전흥배를 위 엔엠알기기 담당조교로 선정하여 출근하도록 하였다.

(20) 원고의 전임자인 소외 1은 피고 1이 추천을 하여 위 엔엠알기기 담당유급조교로 임용되어 근무한 자인데, 위 피고는 소외 1의 위 근무기간 초기에 동인에게, 자주 점심 및 저녁식사를 단둘이서만 하자고 제의를 하고, 위 기기사용 교육을 명목으로 등 뒤에서 포옹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사적인 일로 목공소를 갈 때도 동행을 요구하고 앞으로 매일 산책을 하자고 제의를 하면서 옷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갈아입으면 된다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고, 1991.11.말경 근무시간중인 15:00경 소외 1에게 남한산성을 함께 가자고 요구하여 남한산성에 이르자 추운 날씨를 빌미로 자신의 주머니에 소외 1의 손을 넣으라고 하고 어깨를 끌어 안기도 하고 정상에 이르러서는 소외 1의 등 뒤에서 동인을 끌어 안기도 하였으며, 남한산성을 다녀 온 며칠 후에는 서울시내 63빌딩 내에 있는 음식점에서 소외 1과 단둘이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동인에게 "교수라는 직업은 따분하고 고독하여 그 무료함을 네가 달래주기를 바란다"는 등의 얘기를 하기도 하고, 1991.12. 중순경 소외 1에게 2일 간의 휴가를 자신과 함께 가자고 제의하였으나 소외 1이 "사모님과 함께 가시라"고 말씀드리면서 거절의 뜻을 표시하자 "무슨 재미로 부인과 함께 휴가를 가느냐"고 하면서 동인의 거절에 대하여 실망의 뜻을 나타내었으며, 소외 1이 위와 같이 휴가동행제의를 거절한 이후 동인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업무상 모호한 지시를 하여 동인을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다가 1992.5. 중순경 소외 1에게 일주일 후부터 출근하지 말 것과 이미 동인의 후임자가 결정되었음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사실이 있다.

(21) 소외 2는 1988.3.경 서울대학교에 발령을 받아 약 6개월 정도 피고 1의 추천을 받아 화학과 23동 108호실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자인데, 피고 1은 소외 2에게, 근무중에 업무와 관련 없이 동인을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가까이 앉혀 놓고 동인의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네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그러는 거니까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는 등의 얘기를 하고, 근무하는 장소에 청바지와 운동화를 갖다 놓고 함께 산책을 하자는 제의를 하고, 함께 산책을 하면서 산을 오르는 데 이끌어 준다는 구실로 동인의 손을 잡기도 하였으며, 그 후 소외 2가 위 피고와 단둘이 있는 것을 가능한 피하고 위 피고를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가지자 어느날 소외 2에게 근무상황이 바뀌게 되었다는 이유로 근무자의 교체 및 후임자 선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 1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원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상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행위에 해당되고 그 결과 원고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고 더 나아가 원고가 일하기 쉬운 직장에서 일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위법하고 그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직장을 그만두도록 실질적으로 해임하는 보복조치를 하여 직장까지 잃게 하는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위 피고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 1은, 그러한 행위는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본의 아닌 접촉이거나 위 기기 담당교수와 담당조교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순수한 친밀감의 표시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또한 원고가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것은 1년 임기가 만료된 후 재임용되지 않은 결과이고 위 기기 담당조교의 임용 및 재임용에 관하여 위 피고는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펴본다.

(2) 현대 사회의 발전에 따라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같은 직장이나 작업현장에서 남녀가 함께 그 구성원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아진 요즈음에 있어서, 직장 내에서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권 또는 인사권을 가지거나 기타 실질적으로 그 근로자의 임면, 직장 내에서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결정 등에 대하여 적극적, 소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가 그 근로자를 상대로 하여 직장이나 작업현장 또는 그 이외의 장소에서, 그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과 관련된 언동을 하여 그 상대방이 몹시 불쾌감을 느끼고 성적인 굴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그와 관련하여 그 근로자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하는 것, 또는 성적 접근에 응하기를 요구하거나 불쾌한 성적 접근, 기타 성적인 성격을 갖는 언동을 하며 그러한 행위에 대한 복종 또는 거절이 그 근로자의 고용 여부, 근로조건과 환경을 결정하는 요소로서 작용하도록 하는 것, 또는 근로자의 직무수행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외부적 또는 정신적으로 불쾌하고 열악하게 만들기 위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하거나 위와 같은 행위를 함으로써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 등은 근로자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조건에서 일할 권리 및 개인의 성적 자유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헌법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에서 보장되고 있는 고용과 근로에 있어서의 성차별금지원칙 즉, 성별때문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달리하거나 기타 불이익한 조치를 취할 수 없으며 근로자가 여성인 경우 여성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는 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1은 위 엔엠알기기 담당조교의 선발과 재임용 여부 결정에 대하여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위 기기 담당조교로서 근무하는 원고에 대하여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교육적 목적이나 친밀감의 표시의 정도를 벗어나는 의도적인 신체적 접촉이나 성과 관련된 일련의 언동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하여 원고로 하여금 불쾌감이나 성적인 굴욕감을 느끼게 하고 원고의 근무환경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하고 열악한 상태로 조성되게 하였으며, 마침내 원고가 위 피고의 산책동행제의 당시 이러한 위 피고의 언행에 대하여 불쾌감이나 거절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자 그 후 위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거나 피고의 지시에 따른 업무수행을 하는 원고를 질책하거나 원고에게 합리적이지 못한 지시를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원고가 편안한 근무환경에서 합리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을 초래하도록 하고 원고가 1년 임기의 유급조교인 점을 고려하여 원고에 대하여 재임용 추천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원고로 하여금 직장을 그만두도록 하여 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성적 접근 및 성적인 성격을 갖는 언동에 대하여 원고가 복종하지 아니한 것이 원고의 근무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도록 하였다 할 것이고, 피고 1의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가 원고에게 국한되었던 것이 아니라 전임 여성조교들에 대하여도 행하여졌다는 사실은 위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해준다고 볼 것이다.

(4) 더욱이 피고 1은 국립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교수의 신분으로서 자신의 실험실의 기기담당 조교를 상대로 학교 내 실험실이나 연구실 등지에서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를 하였는바, 공인으로서, 교육자로서의 위 피고의 지위나 학교라는 환경적 특성, 위 피고와 원고 간의 사무실 내에서의 지위 및 역할 등을 고려해 볼 때 위 피고에게는 다른 일반 직장에서 일반인에 대하여 요구되는 정도의 인격적, 사회적 가치기준보다도 더 높고 엄격한 가치기준의 설정과 그에 기한 행동이 요구된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배하고 위 피고가 의도적으로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를 행한 것으로서, 이는 원고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성적 자유 및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조건에서 근로할 권리를 침해하고 또한 원고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위 피고의 성적 접근 기타 성적인 성격을 갖는 언동에 대하여 복종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근로조건을 달리하거나 불이익한 조치를 하고 원고의 근무환경을 신체적, 심리적으로 불편하고 열악하게 조성하고 근로능률이나 의욕을 저하시켜 고용과 근로에 있어서 성차별을 한 위법한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5) 그렇다면, 피고 1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위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이를 위자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바, 위에서 인정한 모든 사실들 및 판단내용들을 종합하여 볼 때, 위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금액은 금 3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나. 피고 김종운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피고 김종운은 서울대학교 총장으로서 서울대학교 교수인 피고 1의 사용자인 대한민국을 대리하여 피고 1의 사무를 감독하는 대리감독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대한민국의 피용자인 피고 1이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원고에게 가한 손해에 대하여 대리감독자로서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대학교수라는 지위는 연구 및 강의활동 등에 있어서 전적으로 자유성이 보장되고 있으며 그 임용권자인 사용자 또는 그 대리감독자라 하더라도 행정적인 업무나 형식적 사항이 아닌 교수의 연구활동이나 기타 사생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이를 지시, 감독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위에서 인정한 피고 1의 일련의 행위들은 위 피고의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 또는 위 피고의 연구활동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 김종운이 비록 서울대학교 총장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피고 1의 위와 같은 행위들에 대하여서까지 이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 김종운에게 피고 1의 위 행위에 대한 감독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원고는 또한, 피고 김종운은 피고 1 및 원고의 사용자인 피고 대한민국의 대리감독자로서 앞서 본 피고 1의 행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예방조치를 취하고 또 그러한 행위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수습 및 구제조치를 취하는 등 원고에게 일하기 쉬운 직장환경을 조성하여 주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는 등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하여 직접적인 불법행위자로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서울대학교 총장인 피고 김종운에게 많은 서울대학교 교수들 중의 한 명인 피고 1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연구활동 및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행위들에 대한 구체적 감독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김종운이 위에서 인정한 것과 같은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일련의 행위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기에 이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는 인정하기 어렵고, 원고의 조교 임기 만료 후 형식적인 임용권자인 피고 김종운이 인사위원회의 추천이 없는 원고를 재임용하지 아니한 것이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위법행위로서 원고에게 손해를 준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달리 피고 김종운이 서울대학교 총장으로서 바람직한 직장환경의 조성을 위하여 하여야 할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위배하였다거나 기타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어떠한 위법행위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국, 원고의 피고 김종운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다.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1, 피고 김종운의 사용자로서 위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 및 원고의 사용자인 자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므로 위 각 불법행위책임에 기하여 피고 대한민국에게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원고의 이러한 청구는 국가의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음을 이유로 국가에게 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으로, 국가배상법 제9조의 규정에 의하면 이와 같은 손해배상 소송은 동법에 의한 배상심의회의 결정을 거친 후이거나 배상금지급 신청이 있은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되지 아니하고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원고가 이 사건 소송의 제기 전은 물론이고 그 이후 이 사건 변론종결시까지 위 국가배상법에 의한 배상결정을 거쳤다든가 배상금지급의 신청을 하였으나 3개월이 경과하도록 배상결정이 없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부분은 결국 위와 같은 전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2)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원고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인 원고의 노동수행과 관련하여 원고의 인격적 존엄을 침해하고 그 노무제공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원고가 일하기 쉬운 직장환경이 되도록 배려하고 남녀간의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고용계약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 대한민국의 위와 같은 채무는 고용계약에 있어서 신의칙이나 조리 등에 의하여 사용자측에 인정되는 추상적, 부수적인 의무라고 할 것이며 그 내용과 한계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고용계약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일반적,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위에서 인정한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행위들은 피고 대한민국의 원고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의무이행과는 무관한 별도의 피고 1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연구과정에서 파생된 행위라고 볼 것이며, 피고 대한민국과 원고와 사이의 고용계약에 있어서 피고 대한민국과 다른 유급조교들과의 고용계약과는 달리 피고 대한민국에게 근로환경조성과 관련한 어떤 특별한 의무의 약정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 없고, 달리 원고의 사용자인 피고 대한민국이 사용자에게 인정되는 고용계약상의 구체적인 의무 및 일반적,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추상적, 부수적인 의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국,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부분은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1,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나머지 각 청구 및 피고 김종운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 제92조 를,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 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장우(재판장) 강승준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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