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위반] 항소[각공2020하,595]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인 피고인이, 위 조합이 아파트 신축공사 시공사로 선정한 갑 건설회사의 신용도가 낮아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된 데 불만을 품고 갑 회사의 현장 책임자 을이 기르는 개[견, 진도견]의 목줄을 발로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주먹 또는 각목으로 때리거나 발로 걷어차고 목과 머리를 밟는 방법으로 신체적 고통을 주어 학대하였다고 하여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생명경시행위에 해당하여 이에 대하여는 엄정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한 사례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인 피고인이, 위 조합이 아파트 신축공사 시공사로 선정한 갑 건설회사의 신용도가 낮아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된 데 불만을 품고 갑 회사의 현장 책임자 을이 기르는 개[견, 진도견]의 목줄을 발로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주먹 또는 각목으로 때리거나 발로 걷어차고 목과 머리를 밟는 방법으로 신체적 고통을 주어 학대하였다고 하여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범행 경위와 동기가 견주(견주)에 대한 보복 또는 원한에서 비롯된 점, 범행 기간과 범행 횟수가 일회적이지 않고 약 3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피해 동물이 성견이 아닌 생후 약 4~5개월가량인 강아지인 점, 특히 피고인의 범행이 촬영된 영상에서 확인된 범행 방법과 태양이 상당히 폭력적이고 잔인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가능성도 높을 뿐 아니라, 생명체로서의 동물을 보호해야 하고 동물을 하나의 권리 주체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하여 1978년 유네스코 세계동물권리선언으로 이어졌는데, 획기적으로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꾼 위 선언의 내용으로부터 동물에게도 생명체로서의 존엄을 인정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논의·확대된 점, 전 세계 및 우리나라의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이를 반영한 입법 내용 및 동물보호법의 목적과 체계 등을 살펴볼 때 동물의 생명 및 신체의 온전성도 보호법익으로서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가치에 해당하고 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도 충분히 인정되므로, 동물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하거나 학대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더 이상 간과하거나 경시하여서는 안 되는 점,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임을 인식해야 하고, 동물학대행위를 단순히 권리의 객체인 물건의 손괴행위로 인식할 수는 없으며, 특히 가학적·충동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생명체에 대한 심각한 경시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더욱 엄격히 죄책을 물어야 하는 점, 나아가 동물학대행위를 방지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가장 미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적이고 잔인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범행은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생명경시행위에 해당하여 이에 대하여는 엄정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한 사례이다.
피고인
진세언 외 1인
변호사 정인철
피고인을 징역 4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은 울산 (주소 생략) 일원을 사업지로 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이다.
위 ‘○○○○지역주택조합’은 공소외 1 주식회사를 264세대 아파트 신축 시공사로 선정하였으나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신용도가 낮은 이유로 금융회사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해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되자,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대한 불만을 품게 되었다.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1. 2018. 10. 중순경 울산 (주소 생략) 공소외 1 주식회사 현장사무실 앞에서, 위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현장 책임자 공소외 2가 기르는 진도견의 목줄을 발로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주먹으로 3~4회 때리고, 발로 3~4회 걷어차고 목과 머리를 밟았다.
2. 2018. 10. 말경 제1항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진도견에 대해 목줄을 발로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발로 3~4회 걷어차고 목과 머리를 밟았다.
3. 2018. 11. 중순경 제1항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진도견에 대해 목줄을 발로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발로 3~4회 걷어차고 목과 머리를 밟았다.
4. 2018. 12. 초순경 제1항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진도견에 대해 목줄을 발로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발로 3~4회 걷어차고 목과 머리를 밟았다.
5. 2018. 12. 중순경 제1항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진도견에 대해 목줄을 발로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발로 3~4회 걷어차고 목과 머리를 밟았다.
6. 2019. 1. 15. 15:00경 제1항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진도견에 대해 각목으로 4~5회 때리고, 발로 7회 걷어차고, 목줄을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발로 머리와 목을 밟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 대하여 신체적 고통을 주어 학대하였다.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공소외 2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공소외 3(목격자)의 진술서
1. 국민신문고 민원접수, 현장사진, 학대영상 캡처사진, 영상 및 사진저장 CD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1. 집행유예
1. 이 사건 범행은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인 피고인이 시공사 대표에 대한 불만을 화풀이하고자 그 대표가 기르는 피해 동물(진도견)을 약 3개월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학대하였다는 것이다. 범행 경위와 동기가 견주에 대한 보복 또는 원한에서 비롯된 점, 범행 기간과 범행 횟수가 일회적이지 않으며, 피해 동물이 성견이 아닌 생후 약 4~5개월가량인 강아지인 점, 특히 피고인의 범행이 촬영된 CD 영상에서 확인된 피고인의 범행 방법과 태양이 상당히 폭력적이고 잔인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가능성도 높다.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있지만 경찰 조사 단계에서 자신의 범행이 단지 장난에 불과하고 학대는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심각성이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에 해당한다.
2. 덧붙여 피고인이 범한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동물학대행위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으며, 피고인의 판시 동물학대행위에 대하여 더욱 엄정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설시한다.
가. 동물은 분명 생명체에 해당함에도 과거 동물에 대한 인식에는 단순히 동물을 식량, 의류를 위한 수단이나 자원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데 한정되었고, 이는 우리 민법상 동물이 권리의 객체인 물건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이러한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서 생명체로서의 동물을 보호해야 하고 더 나아가 동물을 하나의 권리 주체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주1) 시작하였으며, 이는 1978년 유네스코 주2) 세계동물권리선언 으로 이어졌다. 유네스코 세계동물권리선언에서는 모든 동물이 생태계에서 존재할 평등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 권리의 평등은 개체와 종의 차이를 가리지 않으며, 모든 동물의 삶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동물은 부당하게 취급받거나 잔인하게 학대당하지 않아야 하며, 특히 인간에게 의존하고 있는 동물(반려동물)은 생명을 유지하고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위와 같은 유네스코 세계동물권리선언의 내용은 획기적으로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내용으로서 그로부터 동물에게도 생명체로서의 존엄을 인정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논의되어 확대되었고, 그 결과 독일, 스위스 등 몇몇 국가에서는 의미 있는 입법이 이루어졌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1990년 민법 개정을 통해 동물이 물건이 아님을 선언하였고, 2002년 기본법 개정을 통해 국가는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였다.
나. 비록 점진적인 속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위와 같은 논의가 확장되면서 생명체로서의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화되었고, 이는 1991년 동물보호법의 제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제정 당시 동물보호법 제1조 는 이 법이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 방지 등을 통해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동물도 존엄한 생명체의 하나로서 보호받아야 함을 선언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그 이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쳐서 동물보호의 수준을 강화하여 오다가, 2017. 3. 21.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학대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였고(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2018. 3. 20.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는 제1조 의 목적 조항에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도 목적으로 추가하였다. 위와 같은 전 세계 및 우리나라의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이를 반영한 입법 내용 및 동물보호법의 목적과 체계 등을 살펴볼 때, 이제는 동물의 생명 및 신체의 온전성도 보호법익으로서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가치에 해당하며, 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동물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하거나 학대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더 이상 간과하거나 경시하여서는 안 된다.
다. 또한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 에서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이라고 정의 내리면서 이러한 점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동물에 대한 생명침해행위나 학대행위가 있을 경우 동물 역시 그러한 고통을 느끼면서 소리나 몸짓으로 이를 표현하며 고통을 호소하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여 학대행위를 한다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이 미약하거나 결여되어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동물학대행위를 단순히 권리의 객체인 물건의 손괴행위로 인식할 수는 없으며, 특히 가학적, 충동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생명체에 대한 심각한 경시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더욱 엄격히 죄책을 물어야 함이 타당하다. 게다가 동물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경시행위에 대하여 우리가 더욱 신경을 쓰고 이를 방지해야 하는 이유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언젠가 그 학대나 폭력행위를 사람에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소외 4, 공소외 5 등 일부 연쇄살인범의 행동은 그들이 자신들의 개를 도살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이 미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부지불식간에 그러한 인식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에 대하여 적절한 법적 통제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생명 존중 미약이나 부존재 인식은 언제든 사람에게 향할 수 있는 것이다.
라. 더 나아가 동물학대행위를 방지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가장 미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적이고 잔인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우리 곁에 살고 있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에 포함시킨다고 가정하면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위치에 있는 존재일 것이다. 동물학대행위는 사회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존재에 대한 혐오 내지 차별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혐오 내지 차별적 행동을 용인하거나 그 위법성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 밖의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내지 차별적 행동, 폭력적 행동까지도 간과하거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동물에 대한 학대를 막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생명을 가지고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이라는 관점과 연결되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단순히 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물에 대한 보호와 학대 방지는 단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에서 가지고 있는 도덕적 의식과 의무감에서 필요한 것을 넘어서서 전체 사회구성원의 존중과 배려 및 보호라는 관점에서 인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점 때문에 마하트마 간디는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국가가 동물들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판단된다’는 말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마. 위와 같이 언급한 내용들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생명경시행위에 해당하므로, 여기에 대하여는 엄정한 죄책이 부과되어야 한다. 하지만 피고인에 대한 검사의 구형(벌금 200만 원)은 이 사건 범행의 죄질과 비난가능성에 비추어 과소하다고 판단되고, 이 사건 범행의 죄질과 비난가능성, 위에서 언급한 여러 사정들을 참작할 때 피고인에게는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피고인의 형사책임 정도에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3. 다만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해 동물을 관리하는 견주와 합의에 이르러 그 견주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밝힌 점, 피고인에게 음주운전으로 1회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는 다른 처벌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정상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주1) 동물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한 학자로는 피터 싱어(Peter Singer)가 언급된다. 그는 ‘동물해방론’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모든 동물은 평등하며,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동물보다 더 높은 가치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인종차별,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종(종)차별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고, 인간의 기본적 이익과 동등한 자격으로 동물의 기본적 이익을 주장함으로써 동물을 도덕적 공동체에 포함시키려고 하였다.
주2) 원문은 www.esdaw.eu/unesco.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