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제22호)]
구 관세법(1993. 12. 31. 법률 제46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5조 중 제181조 부분의 위헌 여부
배된다.
구 관세법 제215조 중 제181조 부분
제청법원 부산지방법원
당해사건 부산지방법원 96가합1057 부당이득반환청구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당해 사건의 원고인 청구외 황○봉은 ○○무역공사라는 상호로 무역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1992. 2. 21. 중국산 볶은 율무 30톤을 미화 48,000불에 수입하기로 하고 같은 달 28. ○○은행으로부터 수입승인을 받아 신용장을 개설한 다음 중국으로부터 볶은 율무
30톤이 부산항에 도착하자 같은 해 4. 13. 이를 보세장치장에 입고시키고, 또 같은 해 2. 20. 중국산 볶은 흑참깨 30톤을 미화 42,000불에 수입하기로 하고 같은 달 28. ○○은행으로부터 수입승인을 받아 신용장을 개설한 다음 중국으로부터 볶은 흑참깨 30톤이 부산항에 도착하자 같은 달 28. 이를 보세장치장에 입고시켰다.
(2) 한편 부산세관장은 위 황○봉이 가공되지 아니한 생율무와 흑참깨를 수입하면서 마치 가공된 물품인 양 위장하여 무면허수입행위를 하려는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위 황○봉을 관세법위반으로 입건하고 1992. 5. 10. 위 율무 30톤을, 같은 해 6. 18. 위 흑참깨 30톤을 각 압수한 다음, 이들을 환가하여 그 환가대금 134,003,200원을 보관하여 오다가 1993. 7. 27. 구 관세법(1967. 11. 29. 법률 제1976호로 전문개정되고 1993. 12. 31. 법률 제46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15조에 의하여 위 환가대금을 국고에 귀속시켰다.
(3) 위 황○봉은 1994. 8. 4. 관세법위반(무면허수입예비죄)으로 기소되었으나 1995. 6. 1.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에서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 받고, 이어 같은 해 8. 11. 대법원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받음으로써 위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4) 위 황○봉이 위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부산세관장에게 위 환가대금의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부산세관장은 위 압수물의 환가대금이 법 제215조의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되었다는 이유로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 이에 위 황○봉은 국가가 위 환가대금을 국고귀속시킴으로써 법률상 원인없이 위 환가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고, 위 황○봉에게 동액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국가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위 당해사건인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사건을 심리중이던 제청법원은 법 제215조에 관하여 1996. 7. 27.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위헌제청결정문에 따르면 제청법원은 법 제215조 전부에 대하여 위헌심판을 제청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황○봉이 가공되지 아니한 율무와 흑참깨를 수입하면서 마치가공된 물품인 양 위장하여 무면허수입행위를 하려는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관세법위반으로 입건되고 수입하려한 그 율무와 흑참깨가 압수된 점에 비추어 보면 법 제215조 중 제181조(무면허수출입죄) 부분만이 위 당해사건의 재판에 있어 전제가 될 수 있음이 명백하므로 법 제215
조 중 제181조 부분에 대하여만 위헌심판을 제청한 것으로 보기로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법 제215조 중 제181조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215조(압수물품의 국고귀속) 제179조 내지 181조·제183조 내지 제186조의 규정에 의하여 몰수할 것으로 인정되는 물품을 압수한 경우에 있어서 범인이 당해 관서에 출두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범인이 도주하여 그 물품을 압수한 날로부터 4월을 경과한 때에는 당해 물품은 국고에 귀속한다.
법 제181조(무면허수출입죄)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그 물품원가의 3배이하에 상당한 벌금에 처한다.
1. 제137조의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출·수입 또는 반송한 자(제186조의 3에 해당하는 자를 제외한다)
2. 법령이 정하는 허가·승인·추천 기타 조건을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구비하여 제137조의 면허를 받은 자
법 제182조(미수범등) ① 그 정을 알고 제179조 내지 제181조의 규정에 의한 행위를 교사하거나 방조한 자는 정범에 준하여 처벌한다.
② 제179조 내지 제181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자와 미수범은 각각 해당하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
법 제198조(몰수·추징) ① 제179조의 경우에는 그 물품을 몰수한다.
② 제180조 제1항 및 제2항·제181조 또는 제186조의 경우에는 범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그 물품을 몰수한다. 제180조 제1항 및 제2항의 경우에 납부할 관세의 일부를 포탈한 때에는 당해 전체물품 중 포탈한 세액의 전체세액에 대한 비율에 해당하는 물품만을 몰수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몰수할 물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몰수할 수 없는 물품의 범칙 당시의 국내도매물가에 상당한 금액을 범인으로부터 추징한다.
④ 제195조의 본인 및 제196조의 법인은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범인으로 본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의 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 제181조의 규정에 의하여 몰수할 것으로 인정되어 압수한 물품에 대하여 당
해 피의자가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선고, 확정되고 압수물품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있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범인이 당해 관서에 출두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범인이 도주한 상태로 압수한 날로부터 4월이 경과되었다는 객관적 요건이 충촉되기만 하면 무조건 당해 물품이 국고에 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처럼 당해 물품에 대한 피의자 또는 유죄판결 확정전의 피고인의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합리적 근거없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2) 또한 피의자(또는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 확정여부와 관계없이 일정기간 수사관서에의 불출석이라는 객관적 요건만으로 그 소유물품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규정하여 실질적으로 몰수형을 집행한 것과 같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피의자등을 유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과 같게 취급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침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
(3) 일반적으로 범칙물품의 소유자는 범칙물품에 대한 몰수형이 확정된 경우에 한하여 그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는데 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몰수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범칙물품은 국고에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관세법 위반 범칙물품의 소유자를 일반 범칙물품 소유자에 비하여 합리적 근거없이 불평등하게 대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
나. 재정경제원장관의 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국고귀속 후 관세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몰수할 것으로 인정되는 물품”이라고 하는 국고귀속의 요건이 소멸된 것이므로 위 국고귀속의 원인도 상실되었다고 보아 국가는 피압수자에게 국고에 귀속된 물품이나 그 매각대금을 당연히 반환하여야 한다고 해석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재산권보장, 무죄추정의 원칙,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과 목적
1949. 11. 23. 법률 제67호로 제정된 구 관세법 제228조는 “현행범인의 유류한 물품으로서 몰수할 것으로 인정되는 것을 차압(차압)한 경우에 있어서 범인이 도망한 그대로 2월을 경과한 때에는 당해물품은 몰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 규정은 1953. 10. 30. 법률 제296호로 “제197조, 제198조, 198조의2 또는 제200조의 규정에 의하여 몰수할 것으로 인정되는 물품을 차압한 경우에 있어서 범인이 당해관서에 출두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범인이 도주하여 그 물품을 차압한
날로부터 2월을 경과한 때에는 당해물품은 국고에 귀속한다”라고 개정되었다가 1961. 4. 10. 법률 제600호로 2월에서 4월로 다시 개정되고, 1967. 11. 29. 법률 제1976호로 전문개정되면서 법 제215조로 되었다.
이처럼 법이 압수물건의 처분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어 형사소송법에서는 인정하지 아니하는 국고귀속의 근거를 마련한 주된 뜻은 범인의 당해관서에의 출두를 확보하고 범인의 도주를 방지함으로써 관세범에 대한 형벌권의 신속하고도 적절한 행사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1)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모든 국민은 ……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헌법조항이 규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은 절차는 물론 법률의 실체적 내용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는 원리로서, 특히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는 형사소송의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원리로서 기능하고, 형사피고인의 기본권이 공권력에 의하여 침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절차를 형성·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은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몰수는 범죄행위와 관련하여 압수된 물건의 소유권을 박탈하여 국고에 귀속시키는 재산형으로서 다른 형에 부가하여 과하여지는 형벌이다(형법 제48조 제1항, 제49조).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압수물품의 국고귀속”의 의미도 피의자로부터 압수물건의 소유권을 빼앗아 그 압수물건을 국가의 소유로 한다는 것을 뜻하므로 그 내용의 실질은 몰수형을 집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생기게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한 “압수물품의 국고귀속”은 곧 헌법 제12조 제1항에 규정한 ‘처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당연히 위 압수물건의 국고귀속의 경우에도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어떤 물건이 관세법상 몰수할 것으로 인정되어 압수된 경우, 첫째, 범인이 당해 관서에 출두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범인이 도주하고, 둘째, 그 물건이 압수된 날로부터 4월이 경과한 때라는 두가지 요건만 충족되면 별도의 재판이나 처분없이 당해 물건은 국고에 귀속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범인의 당해관서에의 출두를 확보하고 범인의 도주를 방지함으로
써 관세범에 대한 형벌권의 신속하고도 적절한 행사를 도모하려는 입법목적을 지닌다 할지라도, 재판이나 청문의 절차도 밟지 아니하고 압수한 물건에 대한 피의자의 재산권을 박탈하여 국고귀속시킴으로써 그 실질은 몰수형을 집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내용의 법률규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에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
(2)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아직 공소가 제기되지 아니한 피의자는 물론 비록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로 다루어져야 하고, 그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 원칙은 언제나 불리한 처지에 놓여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피의자나 피고인의 지위를 옹호하여 형사절차에서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이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압수한 관세범칙물건은 범인이 당해 관서에 출두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범인이 도주한 때에는 그 물품을 압수한 날로부터 4월을 경과하면 별도의 재판이나 처분없이 곧 바로 국고에 귀속한다는 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죄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무죄의 추정을 받는 자의 소유에 속한 압수물건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몰수형을 집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케 하는 내용의 것이므로 결국 헌법 제27조 제4항에 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에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과 헌법 제27조 제4항에 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각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주 심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황 도 연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