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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6. 13. 선고 98다35389 판결

[구상금][공2000.8.1.(111),1643]

판시사항

[1] 과실상계에서의 '과실'의 의미 및 과실상계 사유에 대한 사실인정과 비율확정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적극)

[2] 해상적하보험계약의 보험증권상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과 협회전쟁위험담보약관 및 드럼이나 캔에 의한 포장을 조건으로 하는 감량위험담보(오염손 포함) 약정이 동시에 나열되어 있는 경우, 전위험담보 협회적하약관에 의하여 담보되는 손해의 범위

[3] 해상적하보험계약의 보험증권상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과 드럼이나 캔에 의한 포장을 조건으로 하는 감량위험담보(오염손 포함) 약정이 동시에 나열되어 있는 경우, 선박의 항해 중 통풍 불완전 때문에 생긴 결로로 인하여 발생한 화물의 손상은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에 의하여 담보된다고 한 사례

[4] 보험증권상 출항예정일이 1992. 11. 19.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출항예정일은 '특정한 일자 또는 그 무렵에 출항(Sailing on or about)'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같은 달 28일 출항한 것이 보험증권상 출항일에 관한 담보특약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5] 보험자와 운송인 간에 손해배상에 관한 협상을 하면서 화물의 인도시점부터 합의서 일자까지 경과된 시간에 대한 프리스크립션(prescription)의 이익을 포기하고 추가 6개월간의 프리스크립션 기간이 시작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경우, 위 합의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와 제소기간의 연장 모두를 포함한다고 해석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상 과실상계 제도는 채권자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채권자의 그와 같은 부주의를 참작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사회통념상 혹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단순한 부주의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을 이루었다면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의 과실상계 사유의 유무와 정도는 개별 사례에서 문제된 계약의 체결 및 이행 경위와 당사자 쌍방의 잘못을 비교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이 때에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2] 해상적하보험계약의 보험증권에서 그 부보조건으로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Institute Cargo Clauses (All Risks)]과 협회전쟁위험담보약관(Institute War Clauses) 및 드럼이나 캔 포장을 조건으로 하는 감량위험담보(오염손 포함)를 동시에 나열하고 있는 경우, 비록 위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 제5조에서 보험목적물에 관한 멸실 또는 손상의 모든 위험을 담보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여도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이 제정되거나 개정된 경위와 연혁, 이를 규율하는 영국의 1906년 해상보험법의 규정 및 해상적하보험의 본질, 협회전쟁위험담보약관이나 감량위험담보조건을 추가하는 경우 추가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전쟁위험 및 피보험목적물에 생기는 통상적 누손이나 자연소모와 같은 통상적 손해는 담보하지 않거나 면책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위 보험계약의 부보조건은 기본적으로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에 의하되 이러한 기본약관에 의하여 부보되지 않거나 보험자가 면책되는 위험을 담보하기 위하여 협회전쟁위험담보약관이나 드럼이나 캔에 의한 포장을 조건으로 하는 감량위험담보 및 오염손담보 약정을 추가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같이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과 드럼이나 캔에 의한 포장을 조건으로 하는 오염손 담보 약정이 동시에 있는 경우에 보험목적물에 오염이 발생하였어도 그 오염이 화물의 성질이나 하자 등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통상의 손해가 아니라 다른 원인이 개입된 이례적인 손해라면 그 손해는 통상의 손해 담보를 목적으로 하는 오염손 담보 약정에 의하여 부보되는 것이 아니라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에 의하여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3] 해상적하보험계약의 보험증권상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과 드럼이나 캔에 의한 포장을 조건으로 하는 감량위험담보(오염손 포함) 약정이 동시에 나열되어 있는 경우, 선박의 항해 중 통풍 불완전 때문에 생긴 결로로 인하여 발생한 화물의 손상은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에 의하여 담보된다고 한 사례.

[4] 보험증권상 출항예정일이 1992. 11. 19.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출항예정일은 '특정한 일자 또는 그 무렵에 출항(Sailing on or about)'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같은 달 28일 출항한 것이 보험증권상 출항일에 관한 담보특약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5] 보험자와 운송인 간에 손해배상에 관한 협상을 하면서 화물의 인도시점부터 합의서 일자까지 경과된 시간에 대한 프리스크립션(prescription)의 이익을 포기하고 추가 6개월간의 프리스크립션 기간이 시작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경우, 위 합의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와 제소기간의 연장 모두를 포함한다고 해석한 사례.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제일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한각 외 2인)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동남아해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종구 외 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민법상 과실상계 제도는 채권자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채권자의 그와 같은 부주의를 참작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사회통념상 혹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단순한 부주의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을 이루었다면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의 과실상계 사유의 유무와 정도는 개별 사례에서 문제된 계약의 체결 및 이행 경위와 당사자 쌍방의 잘못을 비교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이 때에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 1999. 5. 25. 선고 98다5641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송하인인 소외 주식회사 선경(이하 '선경'이라 한다)이 한 이 사건 화물의 포장이 내부 비닐포장이 되어 있는 폴리백에 의한 것으로 통상적이기는 하여도 습기에 취약한 이 사건 화물을 완전히 밀폐하지는 못하는 것이었고, 이는 이 사건 결로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보험사고의 발생 경위 등 제반 사실관계에 비추어 30%를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선경 사이에 1992. 11. 17. 체결된 이 사건 해상적하보험계약의 보험증권에서는 그 부보조건으로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Institute Cargo Clauses (All Risks)], 협회전쟁위험담보약관(Institute War Clauses), 드럼이나 캔 포장을 조건으로 하는 감량위험담보(오염손 포함)를 나열하여 내세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비록 위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 제5조에서 보험목적물에 관한 멸실 또는 손상의 모든 위험을 담보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여도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이 제정되거나 개정된 경위와 연혁, 이를 규율하는 영국의 1906년 해상보험법의 규정 및 해상적하보험의 본질, 협회전쟁위험담보약관이나 감량위험담보조건을 추가하는 경우 추가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전쟁위험 및 피보험목적물에 생기는 통상적 누손이나 자연소모와 같은 통상적 손해는 담보하지 않거나 면책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부보조건은 기본적으로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에 의하되 이러한 기본약관에 의하여 부보되지 않거나 보험자가 면책되는 위험을 담보하기 위하여 협회전쟁위험담보약관이나 드럼이나 캔에 의한 포장을 조건으로 하는 감량위험담보 및 오염손담보 약정을 추가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

나아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과 드럼이나 캔에 의한 포장을 조건으로 하는 오염손 담보 약정이 동시에 있는 경우에 보험목적물에 오염이 발생하였어도 그 오염이 화물의 성질이나 하자 등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통상의 손해가 아니라 다른 원인이 개입된 이례적인 손해라면 그 손해는 통상의 손해 담보를 목적으로 하는 오염손 담보 약정에 의하여 부보되는 것이 아니라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에 의하여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화물을 적재한 선박이 1992. 11. 28. 울산항을 출발하여 방콕으로 항해하는 도중에 1992. 12. 1. 19:00경부터 같은 달 3일 06:00경 사이에 선박이 심하게 흔들리고 갑판에 해수가 넘치는 악천후를 만나 선창에 통풍환기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는데, 이 사건 화물 중 일부가 위 선박의 통풍의 불완전으로 생긴 결로에 의하여 젖거나 포장이 터지고 녹이 혼입되어 손상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와 같은 이 사건 선박의 항해중의 통풍불완전 때문에 생긴 결로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이 손상을 입은 것은 위 전위험담보의 협회적하약관에 의하여 담보되는 위험이라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 판단유탈, 해상적하보험의 담보조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증권상에 출발지가 부산, 출항예정일이 1992. 11. 19.로 각 기재되어 있음에도, 이 사건 선박이 실제로는 1992. 11. 28. 울산항에서 이 사건 화물의 선적을 마치고 출항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위 보험증권상의 출항예정일은 특정한 일자가 아니라 '특정한 일자 또는 그 무렵에 출항(Sailing on or about)'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기재된 1992. 11. 19.이 아니라 그로부터 9일 후인 같은 달 28일 출항한 것이 위 보험증권상의 출항예정일에 관한 조건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선박 출항 전인 1992. 11. 26. 송하인인 선경의 요청에 의해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출발지가 부산으로 되어 있던 것을 배서에 의하여 울산으로 변경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선경이 위 보험증권상의 출항일 및 출발지에 관한 조건을 위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보험계약상의 담보특약 위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명시적 담보특약 및 자백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피고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보험사고와 관련하여 소외 멜론 폴리에스터의 대리인인 선경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원고는 선경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피고와 손해배상을 둘러싼 협의를 벌이게 되었는데, 원고는 1993. 11. 24.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것을 촉구하고 같은 달 30일까지 합의가 되지 않을 때는 이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취지를 통지하면서, 이 사건 제소기간 내에 피고의 자발적인 채무이행이 어려운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첨부한 영문 합의서에 서명, 날인하여 원고에게 반송할 것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소멸시효 완성 및 제소기간 만료 전인 1993년 12월 초경 "쌍방은 이 사건 화물운송 과정 중 발생된 손해, 손실, 비용에 대한 상대방의 청구와 관련하여, 위 화물의 인도시점에서부터 본 합의서 일자까지 경과된 시간에 대한 프리스크립션(prescription)의 이익을 포기하고, 1993. 12. 7.부터 1994. 6. 7.까지 추가 6개월간의 프리스크립션 기간이 시작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위 합의에 응한 사실, 이어 원고와 피고는 위 합의에 따라 연장된 제소기간의 만료가 가까워진 1994. 5. 24. 다시 위와 같은 내용으로 위 화물의 인도시점에서부터 본 합의서 일자까지 경과된 시간에 대한 프리스크립션의 이익을 포기하고, 1994. 5. 24.부터 1994. 11. 24.까지 추가 6개월간의 프리스크립션 기간이 시작되기로 다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와 같은 사실관계와 함께 원고와 피고는 모두 상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서 해상운송과 관련한 분쟁은 통상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소송절차보다는 상호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원고는 제소에 앞서 분쟁해결을 위한 의견절충과 타협을 위하여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였기 때문에 피고에게 자발적 의무이행 또는 위와 같은 기간연장을 요청하였고, 피고도 이러한 사정을 이해하고서 위와 같이 2회에 걸친 합의에 이른 점, 위 프리스크립션을 소멸시효나 제소기간의 어느 하나로만 해석한다면 결국 위 합의는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리는 점, 위 각 합의서의 문면상으로도 프리스크립션 이익의 포기, 프리스크립션 기간의 진행 등으로 표현되어 있어 프리스크립션과 프리스크립션 기간을 달리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각 합의는 위 연장된 기간까지 이 사건 운송계약과 관련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로서 시효이익의 포기와 제소기간의 연장 모두를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이나 제소기간 경과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소멸시효이익의 포기 내지 제소기간 연장 합의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국, 원고와 피고의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지창권(주심) 신성택 유지담

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8.6.12.선고 96나49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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