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위반][미간행]
피고인 1 외 1
김지언
변호사 신시현 외 1인
피고인들은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공소사실
피고인 1은 피고인 2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피고인 2 주식회사는 여행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가. 피고인 1
피고인은 2006. 5. 15.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동 (지번 생략) 피고인 2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 ○○○월드유럽’이라는 여행안내서를 발간함에 있어 위 책 689쪽 카를교회에 대한 설명을 함에 있어 피해자 공소외인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편집저작물인 2005. 5. 10.자 증보판 ‘ △△천하유럽’ 여행안내서 394쪽 내용인 “건물전체의 하얀색이 하늘색의 둥근 지붕에 대비되어 더욱 세련되고 말끔한 자태를 뽐낸다. 1739년에 만들어진 독특한 바로크 양식의 이 교회는 둥근 지붕과 건물 앞 두 기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또한 교회 내부에서는 화려한 천장 프레스코화와 독특한 내부 장식을 감상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쓰는 등 별지와 같이 피해자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위 △△천하유럽 여행안내서의 내용을 배열을 일부 바꾸거나 단어 일부를 바꾸는 방법으로 2차적 저작물인 위 ○○○월드유럽을 발간 배포함으로써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은 위 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대표자인 위 피고인 1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 1.항과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
2. 판단
먼저 피고인들의 ‘ △△천하 유럽’의 내용에 대한 저작권 또는 공동저작권 주장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1999.경 ‘ △△천하유럽’의 초판 발행시부터 상당 기간 ‘지은이’가 피고인 1을 가리키는 ‘ □□□’으로 책자에 표시된 바 있고, 피해자와의 계약서에 따르더라도, ‘저작권은 공소외인에게 있다’는 문구에 불구하고(계약서 제4조 제1항), 다시 저작권료는 ‘ 피고인 1에게 500원, 공소외인에게 700원’(계약서 제7조 제3항)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실제 피고인 1이 피해자가 기존에 발행하던 ‘ △△박사유럽’의 개정·증보 작업을 맡아 현지에서 정보를 취재하여 송고하는 과정을 통해 위 ‘ △△천하유럽’ 초판 및 그 뒤 개정판들을 만들어 왔으므로, 이 사건 ‘ △△천하유럽’에 대한 저작권은 피고인 1과 피해자에게 공동으로 귀속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공동저작권자라고 하더라도 그 저작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서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므로(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 ), 그 공동저작권자의 1인인 피해자가 피고인들에 대하여 그 권리의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만약 피고인 1이 저작물 ‘ ○○○월드유럽’를 통해 ‘ △△천하유럽’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면 피고인 1이 공동저작권자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마찬가지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음으로,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그 행위가 피해자의 저작권과 저촉된다는 것, 즉 침해자가 피해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과 피해자의 저작물과 침해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때 그 침해된 저작물 내용에는 당연히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 △△천하유럽’과 ‘ ○○○월드유럽’은 모두 여행정보서로서 일종의 실용적 저작물인데, 일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교통수단, 교통시간표, 입장료, 입장시간, 전화번호 및 주소,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위치 정보, 방문지의 역사, 박물관 등 방문지의 소장 내용, 식당 정보, 숙박 정보 등은 각종 정보지 등에서 누구나 쉽게 구하여 취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므로 그 자체에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문제는, 그 외 ① 방문지에 대한 묘사, 설명 등이 일부 동일하거나 유사할 경우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및 ② 전체적으로, 특히 편집저작물로서의 성격과 관련하여, 위 각종 정보들을 선택, 배열하는 방식이 동일하거나 유사할 경우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이다.
먼저, 위 ①의 쟁점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설명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 부분으로는, “(프랑크푸르트는) 세계 항공로의 중심지이다”, “독일의 주요 관광지라기보다는 유럽의 교통요충지로 많은 박람회가 열리는 박람회의 도시이기도 하다”(침해사례 1), "(독일 관광안내소가) 친절하고“, ”많은 안내서가 있다“(침해사례 8), ”(택시는) 빠르지도 않고 매우 비싸다“, ”(슈타델 미술관은) 렘브란트, 세잔, 보티첼리, 르느아르, 라파엘 등 세계적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침해사례 16), ”(괴테하우스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로운 곳이다“(침해사례 20), "(뢰머광장과 시청사) 주변 건물들이 고풍스럽고 중세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침해사례 22), "(자일거리는) 벤취에 앉아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공연을 펼치는 거리의 악사들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침해사례 24), "(작센하우젠은) 프랑크푸르트의 엔터테인먼트와 나이트라이프의 중심지이다”, “일부 레스토랑에선 멋진 아코디언 연주를 들을 수 있다”(침해사례 27), “배를 타고 라인강변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언덕 위에 수 많은 작은 고성들이 눈에 띄는데 이 중에 고양이의 성, 쥐의 성, 라인슈타인 성, 마르크스 성 등이 유명하다. 고양이의 성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장크트고이트 마을 맞은편에 로렐라이 언덕이 보인다”, “라인에서 운행하고 있는 라인강 유람선은 상·하행 모두 가능하나 여름철엔 하행선이 인기가 더 많다”(침해사례 28), “(라인강 기차 유람) 프랑크푸르트나 하이델베르크를 갈 경우 약간 우회하게 되더라도 이 구간을 꼭 달려보라고 권하고 싶다”(침해사례 32), "(유스호스텔은) 저녁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침해사례 44)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들은, 전체 17쪽에 이르는 프랑크푸르트 편 중 극히 일부일 뿐만 아니라, 대부분 그 유사한 표현을 여러 다른 여행정보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고, 해당 방문지가 그와 같은 특성과 평판을 갖고 있고 또한 그것이 널리 알려져 있는 이상 그 표현 방식에 독창성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보인다.
다음으로, 위 ②의 쟁점에 관하여 보면, ‘ △△천하유럽’과 ‘ ○○○월드유럽’의 내용들은 여행정보서의 성격상 비슷할 수밖에 없는 구조, 즉 도시 정보, 여행 수단, 볼거리, 먹거리, 숙박정보, 지도 등의 체계를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 △△천하유럽’의 발간 이전부터 전세계적으로 많은 여행정보서들이 채택하여 발전시켜 온 편집방식이고, 따라서 여행정보서들은 대개 이를 기본으로 하여 여기에 다른 새로운 편집 및 서술 방식들이 추가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사할 수밖에 없는 성격상의 한계가 있다고 보이고, 실제 ‘ ○○○월드유럽’은 열차시각 등(침해사례 4 등) 구체적인 정보 및 각 정보에 대한 편집방식, 정보의 양, 편집 배열 등에서도 ‘ △△천하유럽’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위에서 본 것처럼 ‘ ○○○월드유럽’이란 저작물에서 ‘ △△천하유럽’의 창작성이 쉽게 감지될 정도에 이르지 않은 이상,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