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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0549 판결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공1996.4.1.(7),899]

판시사항

아버지가 아들의 채무에 대한 담보 제공을 위하여 아들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한 행위가 복임권을 포함하여 채무 담보를 위한 일체의 대리권을 준 것이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아버지가 아들의 채무에 대한 담보 제공을 위하여 아들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한 사안에서, 아들에게 복임권을 포함하여 채무 담보를 위한 일체의 대리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보아, 그 아들로부터 다시 그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제3자가 이를 이용하여 타인에게 설정하여 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유효하다고 본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들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의 아들인 소외 1이 판지제조업을 영위하면서 1992. 초경부터 소외 2에게서 그 처인 소외 3 명의의 약속어음을 빌려쓰고 지급기일에 대신 입급시켜 오던 중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에 어음금을 입금시키지 못하는 일이 생기자, 위 소외 2의 담보제공 요구에 따라 1992. 9. 26. 아버지인 원고 명의로 발행일 및 지급기일을 백지로 하여 발행한 액면금 120,000,000원의 약속어음에 자신이 배서하여 위 소외 2에게 교부하고 원고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에 근저당권자를 위 소외 3, 채무자를 원고, 채권최고액을 120,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주는 한편 위 소외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장기신용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원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1통을 위 소외 2에게 맡겨둔 사실, 그 후 같은 해 11. 3.에 이르러 위 소외 2, 소외 3은 거액의 부도를 내고 해외로 도피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기히 부담하고 있던 합계 1억 8천여 만 원의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그에게 원고 명의의 위 액면금 120,000,000원의 약속어음을 교부하는 한편, 위 소외 3 명의의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함과 동시에 소지하고 있던 원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사용하여 근저당권자가 피고, 채무자가 원고, 채권최고액 120,000,000원인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준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 명의의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원고나 원고를 대리한 위 소외 1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2.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담보 제공을 승낙하고 인감증명서뿐 아니라 인감도장까지 그의 아들인 소외 1에게 교부하였고, 위 소외 1은 소외 2에 대한 채무의 담보로 그의 처인 소외 3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주면서 위 소외 2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으로 위 채무에 충당하라고 하면서, 그에 필요한 위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맡겼다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의 근저당권자가 누구이건 간에 그의 아들인 위 소외 1의 행위로 말미암은 채무에 대하여는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사로 위 소외 1에게 이에 해당하는 일체의 대리권을 준 것으로 볼 것이고( 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다10605 판결 참조), 이 대리권의 범위 내에는 제3자에게 복대리권을 부여하는 복임권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고 할 것이므로 위 소외 1이 다시 위 소외 2에게 원고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교부하여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을 권한을 부여한 이상 위 소외 2가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부동산 위에 피고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준 행위는 원고가 그의 아들인 위 소외 1에게 부여한 대리권 범위 내에 속하는 유효한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 명의의 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원고나 원고를 대리한 소외 1의 의사에 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본 것은,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해석을 그르쳤거나 대리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