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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3다271 판결

[근저당권설정계약부인등][공2005.12.15.(240),1925]

판시사항

[1] 일부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를 한다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이른바 편파행위로서 파산법상의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기 위하여는 그 행위 당시 채무자가 부채초과상태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2] 파산법 제64조 제1호 에서 정한 부인의 대상으로 되는 행위인 '파산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한 행위'에 이른바 편파행위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편파행위에 대한 고의부인이 인정되기 위하여 요구되는 주관적 요건의 내용

[3] 형식적으로는 기존 채무의 변제를 받고 그 직후 같은 금액을 신규대출하는 방식을 취하였지만, 그 실질 및 경제적 효과에 있어서는 기존 채무에 대한 기한의 연장에 불과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근저당권설정행위가 이른바 편파행위로서 파산법 제64조 제1호 에서 정한 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의 일반재산의 유지·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경우와는 달리, 이른바 편파행위까지 규제 대상으로 하는 파산법상의 부인권 제도에 있어서는 반드시 해당 행위 당시 부채의 총액이 자산의 총액을 초과하는 상태에 있어야만 행사할 수 있다고 볼 필요도 없고, 행위 당시 자산초과상태였다 하여도 장차 파산절차에서 배당재원이 공익채권과 파산채권을 전부 만족시킬 수 없는 이상, 그리고 그러한 개연성이 존재하는 이상, 일부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를 한다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채권자들이 파산절차에서 배당받아야 할 배당액을 감소시키는 행위로서 부인권 행사를 할 수 있다.

[2] 파산법 제64조 제1호 에서 정한 부인의 대상으로 되는 행위인 '파산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한 행위'에는 총채권자의 공동담보가 되는 파산자의 일반재산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이른바 사해행위뿐만 아니라 특정한 채권자에 대한 변제나 담보의 제공과 같이 그 행위가 파산자의 재산관계에 영향을 미쳐 특정한 파산채권자를 배당에서 유리하게 하고 다른 파산채권자와의 공평에 반하는 이른바 편파행위도 포함되나, 한편 위와 같은 고의부인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파산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 것'을 필요로 하는데, 파산법이 정한 부인대상행위 유형화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거래 안전과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특정채권자에게 변제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편파행위를 고의부인의 대상으로 할 경우, 파산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채권자평등의 원칙을 회피하기 위하여 특정채권자에게만 변제 혹은 담보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3] 형식적으로는 기존 채무의 변제를 받고 그 직후 같은 금액을 신규대출하는 방식을 취하였지만, 그 실질 및 경제적 효과에 있어서는 기존 채무에 대한 기한의 연장에 불과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근저당권설정행위가 이른바 편파행위로서 파산법 제64조 제1호 에서 정한 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본 사례.

원고,피상고인

파산자 동서호라이즌증권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준서)

피고,상고인

한국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황주명 외 4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판단의 요지

가. 원심은 그의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동서증권 주식회사(1998. 5. 28. 동서호라이즌증권 주식회사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동서증권'이라고 한다)는 피고에게 각 액면 200억 원 및 100억 원의 각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하고 기업어음 할인자금으로 1997. 9. 2. 200억 원(만기 1997. 12. 8.), 1997. 9. 10. 100억 원(만기 1998. 1. 15.)을 대출받았고, 액면 20,052,547,945원의 약속어음 1장을 발행·교부하고 단기 콜자금으로 1997. 12. 1. 200억 원(만기 1997. 12. 8.)을 대출받았다.

(2) 피고는, 1997. 12. 8. 결제용으로 지급받은 1997. 9. 2.자 및 1997. 12. 1.자 각 200억 원의 대출금에 대한 동서증권 발행의 각 약속어음을 교환에 돌렸고 자금난으로 위 각 약속어음을 결제하기 어렵게 된 동서증권으로부터 변제기의 연장을 요구받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합계 670억 원의 각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동서증권으로 하여금 1997. 9. 2.자 약속어음을 1997. 12. 8. 21:02경, 1997. 12. 1.자 약속어음을 1997. 12. 8. 20:22경 각 결제하고 400억 원을 피고가 발행한 자기앞수표로 교부받아 23:43경 동서증권의 보통예금 계좌에 입금하여 사용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1997. 12. 10. 다시 위 400억 원을 회수하고 같은 날 만기 1997. 12. 12.로 정하여 대여하는 방법으로 기한을 유예하였다가 1997. 12. 12. 동서증권의 부도로 이를 상환받지 못하였다.

(3) 피고는 위 각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1997. 12. 12.부터 1997. 12. 13.까지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4) 동서증권은 1997. 12. 12. 지급정지로 최종적으로 부도처리되어 증권관리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처분을 받고 1998. 10. 23. 파산선고를 신청하여 1998. 11. 25.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아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나. 원심은 나아가 그의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동서증권이 위 각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시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던 사실, 모그룹인 극동그룹의 재정적 위기로 인한 탈법적 자금지원, 단기차입금의 부담 가중, 고정자산의 과다 보유로 스스로 유동성 부족을 초래하였고, 고려증권 부도 이후 예탁금의 계속적인 인출이 있었으나 그 인출사태가 호전될 기미도 없었던 사실,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연달아 도래하였으나 추가적인 자금조달도 어려웠고, 위 각 근저당권설정계약 후 바로 4일 만에 지급정지에 이르게 되었던 사실, 1997. 12. 11.자 예탁금 대량 인출이 없었더라도 당시의 재정상황 및 금융여건에 비추어 지속적인 예탁금 인출로 인하여 조만간 부도가 예견되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파산법 제64조 제1호 의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부인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부인등기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1997. 12. 8.에 만기가 도래하는 1997. 9. 2.자 어음할인에 의한 대여금채무 200억 원과 1997. 12. 1.자 콜자금 대여금채무 200억 원이 1997. 12. 8. 21:32 및 20:22경 결제된 후에 400억 원의 피고 발행 자기앞수표가 동서증권에게 건네졌고 동서증권은 이를 23:43경에 한빛은행 여의도지점 보통예금계좌에 입금하여 사용함으로써,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기존 채무의 변제가 먼저 이루어지고, 그 직후에 새로운 대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음은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다.

나. 그러나 같은 날 위 각 변제 이전에 이 사건 각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체결되었는데, 변제기가 도래한 합계 금 400억 원의 채무를 당일 동서증권이 변제하고서 동액 상당을 다시 대출받을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면 새삼스럽게 근저당권을 설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점, 변제와 대출이 시간적으로 극히 근접하여 이루어진 점, 변제한 채무액과 대출금액이 동일한 점 및 당시 동서증권이 처한 원심 인정의 급박한 유동성 위기 등에 비추어 보면,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시 이미 동서증권과 피고 사이에 동일한 금액에 대하여 당일 변제 및 당일 대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에 관한 양해가 있어 채무의 변제와 동일 금액의 재대출이 서로 조건적으로 연계되어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일단 변제받은 다음 동일한 금액을 다시 다른 조건으로 대출하는 방식을 취하였지만, 그 실질 및 경제적 효과에 있어서는 기한의 연장과 달리 볼 이유가 없고, 담보 제공의 목적 역시 피고의 동서증권에 대한 전체 신용제공의 규모를 계속 유지시키려는 데에 있다 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는 무담보 채권을 담보부 채권으로 전환한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도모한 것에 지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다. 그렇다면 1997. 12. 8. 심야에 이루어진 400억 원 상당의 대출이 실질적으로는 신규자금의 대출이 아니라 기존 채무의 변제기 연장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고, 사업의 계속을 도모하기 위하여 신규로 자금을 제공받은 경우와는 달리, 이 사건 각 근저당권설정행위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하였다거나 불가피하였다고 인정되어 일반 파산채권자가 파산재단의 감소나 불공평을 감수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 5, 6점에 관하여

파산법상의 일반적인 파산원인은 지급불능에 있으며, 지급정지가 있는 경우에는 지급불능이 추정되고, 부채초과는 파산법상 법인과 상속재산에 관한 부가적 파산원인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지급불능은 채무자가 변제능력의 결핍으로 인하여 즉시 변제하여야 할 채무를 일반적,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객관적 상태를 의미하므로, 재산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신용이나 노력 내지 기능에 의하여 지급수단을 조달할 수 있으면 변제능력의 결핍은 아니고, 반대로 채무를 초과하는 재산이 있더라도 용이하게 환가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급수단을 조달할 수 없으면 변제능력의 결핍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장부에 반영되지 아니한 보증채무 등 이른바 우발채무가 모두 반영되지 아니할 수도 있고, 파산절차에서 채권의 추심, 부동산 매각 등 회사의 자산의 처분 가격이 재무제표상의 평가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영업 중단 등으로 인한 설비나 재고자산의 산일과 진부화로 자산의 축소가 따르기 마련인 점과, 상대방으로서도 위기상황에 처한 회사와 거래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고 거래에 임하기 마련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해당 행위 당시 대차대조표 등 재무제표상 부채의 총액이 자산의 총액에 미치지 아니하는 상태(이하 '자산초과상태'라고 한다)였다고 하여, 반드시 유해성 혹은 상당성이 부정되어 파산법상 부인권 행사를 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채무자의 일반재산의 유지·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경우와는 달리, 이른바 편파행위까지 규제 대상으로 하는 파산법상의 부인권 제도에 있어서는 반드시 해당 행위 당시 부채의 총액이 자산의 총액을 초과하는 상태(이하 '부채초과상태'라고 한다)에 있어야만 행사할 수 있다고 볼 필요도 없고, 행위 당시 자산초과상태였다 하여도 장차 파산절차에서 배당재원이 공익채권과 파산채권을 전부 만족시킬 수 없는 이상, 그리고 그러한 개연성이 존재하는 이상, 일부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를 한다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채권자들이 파산절차에서 배당받아야 할 배당액을 감소시키는 행위로서 부인권 행사를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심의 인정과 판단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증권감독원이 1997. 12. 31.을 기준으로 실시한 동서증권에 대한 자산실사 결과나, 삼일회계법인이 동서증권을 인수할 의향을 보였던 국민은행의 의뢰에 따라 1998. 1. 17.을 기준으로 실시한 자산실사 결과는 모두 동서증권이 자산초과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으나, 위 각 자산실사에 있어서 우발채무가 모두 고려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원심의 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 등의 잘못이 없으며, 이와 같은 사실인정을 기초로 하여 편파행위에 의한 파산법 제64조 제1호 의 부인을 이유로 한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며,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4. 상고이유 제3, 4, 7점에 관하여

가. 파산법 제64조 제1호 에서 정한 부인의 대상으로 되는 행위인 '파산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한 행위'에는 총채권자의 공동담보가 되는 파산자의 일반재산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이른바 사해행위뿐만 아니라 특정한 채권자에 대한 변제나 담보의 제공과 같이 그 행위가 파산자의 재산관계에 영향을 미쳐 특정한 파산채권자를 배당에서 유리하게 하고 다른 파산채권자와의 공평에 반하는 이른바 편파행위도 포함되나, 한편 위와 같은 고의부인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파산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 것'을 필요로 하는바, 파산법이 정한 부인대상행위 유형화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거래 안전과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특정채권자에게 변제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편파행위를 고의부인의 대상으로 할 경우, 파산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채권자평등의 원칙을 회피하기 위하여 특정채권자에게만 변제 혹은 담보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 임은 소론과 같다.

나. 이에 관해 원심은, 동서증권이 위 각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시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있었고, 모그룹인 극동그룹의 재정적 위기로 인한 탈법적 자금지원, 단기차입금의 부담 가중, 고정자산의 과다 보유로 스스로 유동성 부족을 초래하였으며, 고려증권 부도 이후 예탁금의 계속적인 인출이 있었으나 그 인출사태가 호전될 기미도 없었고,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연달아 도래하였으나 추가적인 자금조달도 어려웠으며, 위 각 근저당권설정계약 후 바로 4일 만에 지급정지에 이르게 되었고, 1997. 12. 11.자 예탁금 대량 인출이 없었더라도 당시의 재정상황 및 금융여건에 비추어 지속적인 예탁금 인출로 인하여 조만간 부도가 예견되었던 점 등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여, 동서증권에게는 파산채권자를 위한 공동담보인 책임재산이 감소하여 그 평등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한편, 극동건설의 1997. 12. 10.자 자구계획 발표로 인한 예탁금의 대량 인출이 부도 원인이 되었더라도, 모기업인 극동건설도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자구계획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고 이러한 극동건설의 자금사정 악화는 계열사들에게 부당 자금지원을 했던 동서증권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어서 이로 인한 동서증권의 부도는 이미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예견되었다고 볼 것인 점, 피고도 금융기관으로서 동서증권의 위와 같은 재정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고 볼 것인 점, 피고는 대출금채무의 회수와 대출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실제로는 기한의 유예를 주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로서도 위 각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시 그것이 다른 파산채권자들 사이에 평등을 저해하는 편파행위에 해당함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고 달리 피고가 그 당시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의 위 판시는 결국 동서증권 및 피고가 지급정지가 임박하였음을 예견한 상태에서, 장차 파산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채권자평등의 원칙을 회피하기 위하여 위 각 근저당권설정행위를 하였다고 본 것으로서, 위 가.항에서 본 법리에 입각하여 판단한 것으로 풀이되므로 여기에 상고이유가 주장하는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할 것이다.

5.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박재윤 양승태(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2.11.28.선고 2001나9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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