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확약금등][미간행]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11055 판결 (공2002상, 559)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3599 판결 (공2010상, 557)
원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영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4항 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론주의 원칙상 당사자가 주장할 책임이 있는 사항 자체에 대하여 이를 주장하는지 여부를 석명할 의무는 없으나,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말미암아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거나 모순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 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게 된다 (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11055 판결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359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이 사건 소장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7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일부로서 5,000만 원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소장에는 증거서류로 피고 등 명의의 ‘지불확약서’와 ‘합의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제1심은 제1회 변론기일에 피고 소송대리인만이 출석하자 원고의 소장을 진술 간주한 다음, 피고 소송대리인이 ‘원고 주장과 같은 약정을 한 사실이 없으며 소장에 첨부된 지불확약서는 위조된 것이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진술하면서 지불확약서 등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담긴 확정된 민사판결문들을 증거로 제출하자 바로 변론을 종결하였다. 이후 원고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하였고 그 신청서에는 지불확약서를 위조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입증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형사판결등본이 첨부되어 있었으나, 제1심은 변론을 재개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청구원인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다.
(2) 이에 원고가 항소하였는데, 원심 제1회 변론기일에서는 원고만이 출석하여 소장에 첨부된 지불확약서, 합의서 및 변론재개신청서에 첨부된 판결등본을 증거(갑 제1 내지 3호증)로 제출하였고, 이때 원고는 항소취지를 정리하는 것 외에 추가적인 주장이나 변론을 하지는 아니하였다. 이후 원심 제2회 변론기일에서는 피고 소송대리인만이 출석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구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자 원심은 바로 변론을 종결하였다. 이후 원고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신청서에는 지불확약서가 위조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다투는 내용 및 관련 입증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원심은 변론을 재개하지 아니한 채, 지불확약서(갑 제1호증)와 합의서(갑 제2호증)의 진정성립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위 증거들이 위조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배척하면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원심판결을 선고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지불확약서(갑 제1호증)와 합의서(갑 제2호증) 중 피고 명의 부분의 진정성립 여부이다.
앞서 본 것처럼 제1심에서는 원고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지불확약서 등이 증거로 제출되지 아니하였고 피고는 답변서에서 그 진정성립을 다투는 취지의 주장을 하여 제1심은 이 사건 청구원인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지불확약서 등은 이후 원심 제1회 변론기일에 원고만이 출석한 상태에서 비로소 증거로 제출되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경우 원심으로서는 지불확약서와 합의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여 제1심판결과 달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 위하여는, 원심 제2회 변론기일에 출석한 피고 소송대리인에게 지불확약서와 합의서 중 피고 명의 부분의 진정성립 여부에 관하여 의견을 구하고 그와 관련하여 입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증명책임이 있는 당사자에게 그 입증을 촉구하였어야 한다.
또한 지불확약서에 대하여는 원고가 이를 위조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형사판결이 있을 뿐 적극적으로 그 진정성립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제출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확정된 민사판결들이 증거로 제출되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추가 증거가 없는 이상 이를 증거로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나 피고 소송대리인에게 지불확약서와 합의서 중 피고 명의 부분의 진정성립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의견이나 석명을 구하지 아니한 채 원심 제2회 변론기일에 바로 변론을 종결한 다음, 지불확약서와 합의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를 근거로 이 사건 청구원인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피고의 위조항변을 배척함으로써 제1심판결과 반대되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필요한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증의 진정성립에 관한 법리도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