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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7.13. 선고 2016고합260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건
피고인

1. A

2. B

검사

구태연(기소), 김승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C(피고인 A를 위하여)

담당변호사 D, E, F

법무법인 G(피고인 B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H

판결선고

2017. 7. 13.

주문

피고인 B을 징역 2년에 처한다.

피고인 A는 무죄.

피고인 A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 A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I, J, K, L 등 4필지 (8,312m, 약2,512평, 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소유자로서 ㈜M(이하 'M'이라 한다)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사람이고, 피고인 B은 위 A와 사실혼 관계에 있으면서 피고인 A가 대주주로 있는 ㈜N(이하 'N'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사람이다.

피고인 B은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각하자고 말하여 승낙받은 후 토지 매수자를 물색하던 중 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할 의사가 있는 피해자 0에게 토지 매입의사를 타진하였으나 위 피해자로부터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조건으로 토지를 매입하겠다는 말을 들었고, 이에 피고인 B은 허가를 받아줄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에게 토지를 매각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 B은 이 사건 토지에는 관할 관청으로부터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12. 3. 15. 고양시 일산동구 P에 있는 N 사무실에서 위 피해자에게 "A의 인맥을 이용하여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 계약금 및 중도금은 10억 원으로 정하고 잔금 20억 원은 은행대출 채무를 인수받는 것으로 갈음하되,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한 은행 대출금을 잔금 지급기일까지 20억 원으로 줄여놓겠다."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억 원, 2012. 3. 16. 2억 원, 2012, 4.30. 4억 원, 2012. 10. 11. 3억 원 합계 10억 원을 매매대금 명목으로 피고인 A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하게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 B은 이 사건 토지가 개발제한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어 관할관청으로부터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은행 대출금 일부를 변제하여 대출금을 위 잔금인 20억 원으로 줄일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 B은 피해자 0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합계 10억 원을 피고인 A에게 교부하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증인 A의 법정진술

1.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B의 일부 진술기재

1. 제1회 공판조서 중 증인 0의 진술 부분

1. Q, R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등기사항전부증명서, 토지대장, 부동산매매계약서, 계좌 이체내역, 토지 이용계획, 덕양구 질의서 회신, 법제처 법령 해석례, 수사관련 인허가 내역 회신

1. 각 수사보고(N 전 직원 T 진술청취, B이 처벌받은 약식명령문 첨부, 본건 S동 토지 담보대출 관련 금융거래 확인, A가 2012. 10. 11. 받은 중도금 3억 원 사용처 관련, 본건 토지에 대한 '폐기물 처리업' 인·허가 신청 여부 확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이 법원이 피고인 B의 범행 사실은 그대로 인정하면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A의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피고인 A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관계로, 10억 원을 교부받은 당사자는 피고인 A로 그대로이나 결과적으로 편취한 재물을 공범이 직접 교부받은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교부받은 것이 된다. 이에 따라 공소장에는 피고인 B이 피고인 A와 공모하여 재물을 편취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형법 제347조 제1항을 적용하였으나, 이 법원은 형법 제347조 제2항을 적용하였다. 피고인 A의 가담 부분을 제외하면 공소사실의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바뀐 것이 없고 피고인 B도 10억 원이 피고인 A 명의의 계좌로 송금된 사실관계 자체를 다투지는 않으므로, 공소장과 달리 형법 제347조 제2항을 적용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0도4419 판결 참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피고인 B과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해자에게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매매대금을 송금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 A가 인맥을 이용해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아줄 수 있다고 하기에 피고인 A의 능력으로 충분히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피고인 A의 말을 그대로 피해자에게 전달하였을 뿐이므로 편취의 범의가 없고, 이 사건 토지 매매를 통해 아무런 이익을 취한 사실도 없으므로 범죄의 동기도 없다.

2. 판단

피고인 B, 증인 A, 0의 법정진술, 피고인 A에 대한 제1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B, 0 대질) 중 피고인 B 진술 부분, Q, R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각 수사보고(N 전 직원 T 진술청취, B이 처벌받은 약식명령문 첨부, A가 2012. 10. 11. 받은 중도금 3억 원 사용처 관련)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B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 A에게 매매대금 명목의 돈을 교부하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피고인 B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M과 N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며 사실상 하나의 회사처럼 함께 운영되고 있었고, M, N 모두 N의 대표이사이던 피고인 B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였다[피고인 B도 수사기관에서 M과 N 모두 사실상 자신이 경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653쪽, 1,958쪽, 2,314쪽), M의 직원으로 근무했던 Q, R은 피고인 A가 M의 대표이 사로 되어 있기는 했지만 M의 업무를 처리한 사실이 없었고 피고인 B의 결재를 받아 업무를 처리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844쪽, 2,286쪽 이하)].

② 피고인 B은 2001. 10.경 M에서 야적장으로 사용할 땅이 필요하자 사실혼 관계에 있던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해달라고 부탁하였고, 피고인 A가 이를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후 피고인 B으로 하여금 이 사건 토지를 사용하도록 해 주었다.

피고인 B은 이 사건 토지를 사용하면서 2009. 6.경 개발제한구역인 이 사건 토지에 고철류 등 물건을 무단 적치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낸 사실도 있었고(수사기록 352쪽), 이 사건 토지가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수사기록 299쪽, 2,326쪽, 개발제한구역 내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는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되기 때문에(수사기록 90쪽 이하), 개발제한 구역인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③ 피고인 B은 이 사건 토지 매도를 통해 아무런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으므로 자신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 사건 토지를 팔 동기가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운영하던 N이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하여 은행에 21억. 원 이상의 대출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N의 재무구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를 팔아 은행 채무를 갚자고 피고인 A에게 제안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게 된 것이고(수사기록 1,809쪽),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매매대금 일부는 M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다(수사기록 1,865쪽). 또한 피고인 A 소유인 이 사건 토지 매매대금의 잔금을 N이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 상당의 채무를 매수인이 인수하는 것으로 대체하면, 피고인 B이 운영하는 N의 채무가 소멸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피고인 B에게 이 사건 범행의 동기가 존재한다.

4.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은 피고인 B이 피고인 A를 대리하여 피해자와 직접 체결하였고 피해자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인 A와 만난 사실은 전혀 없었다. 피해자는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피고인 B으로부터 피고인 A가 허가를 받아주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 B은 피고인 A가 인맥을 이용해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아준다고 하였고 이 사건 토지가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었지만 당시 피고인 A의 지위와 능력으로 보아 허가를 받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피해자에게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것처럼 피고인 B의 위와 같은 진술은 믿기 어렵고 피고인 B이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피고인 B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A가 어떻게 허가를 받아주겠다는 것인지조차 확인해본 사실 없이 막연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인데(수사기록 143쪽 이하), 피고인 A가 이전에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직접 수행한 사실이 있었다거나 허가와 관련된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 신빙성이 떨어진다.

(5) 피고인 B은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된 후 피해자로부터 계속해서 허가에 관한 독촉을 받게 되자 피해자에게 피고인 A가 조만간 허가를 낼 수 있다고 하니 일단 나머지 중도금 3억 원을 피고인 A에게 보내라고 한 뒤 위 3억 원을 곧바로 자신이 운영하던 M의 법인계좌로 송금받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다[피고인 B은 피고인 A가 M의 대표 이사이므로 자신이 아닌 피고인 A가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M은 피고인 B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회사였고 피고인 B이 2012. 10. 12. 피고인 A에게 위 3억 원에 대한 차용증(증가 제3호증)도 작성해 준 점에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러나 피고인 A는 피고인 B에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한 사실도 없었고, 피고인 B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허가 여부를 알아본 사실이 없었다. .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개월 이상 15년 이하

2. 양형기준의 적용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년 6개월 이상 4년 이하

[권고형의 범위]

일반사기 > 제3유형(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 감경영역(1년 6개월~4년)

[특별양형인자]

○ 감경요소: 처벌불원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2년

피고인 B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금액이 10억 원에 달하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 B은 공동피고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점은 피고인 B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 B이 이 사건 범행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득을 취한 것은 피해금액 중 일부인 3억 원 정도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 B으로부터 피해를 일부 변제받기로 했다고 하며 피고인 B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은 피고인 B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 B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는 피고인 B에게 판시와 같이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지시하여, 피고인 B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10억 원을 교부받았다.

2. 피고인 A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 B이 N과 M의 운영과 관련하여 돈이 필요하다고 하며 이 사건 토지를 팔자고 하였는데 마침 토지를 매수할 사람을 찾았다고 하기에 팔도록 허락한 것일 뿐이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아주겠다고 했다거나 피고인 B과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

3. 판단

가. 공소사실에 기재된 기망행위의 내용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들은 이 사건 토지가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대출금을 20억 원으로 줄일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고인 A의 지시를 받은 피고인 B이 피해자에게 '피고인 A의 인맥을 이용해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게 해 줄 것이고 은행 대출금을 잔금 지급기일까지 20억 원으로 줄여놓겠다'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되어 있다. 피고인 A를 대리하여 피해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공소사실에 기재된 위와 같은 말을 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사람은 피고인 B이므로, 피고인 A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 B과의 공모관계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나. 피고인 A가 인맥을 이용해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아주겠다고 말했다는 부분

1)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에 대한 평가

가) 피고인 B, 0의 진술, 부동산 매매계약서, 각 수사보고(A가 받은 계약금 및 중도금 7억 원, 3억 원 사용처 관련, 본건 토지에 대한 폐기물 처리업 인·허가 신청여부 확인)의 기재 등에 의하면,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에 '매수인이 진행중인 허가가 나지 않을 시 매매를 취소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어 피고인 A도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에서 허가가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인식했던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존재하고, 피고인 A 명의 계좌로 입금된 계약금 및 중도금 일부인 합계 7억 원이 곧바로 피고인 A가 대주주로 있던 ㈜U(이하 'U'라 한다)의 대출금 상환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사실 및 피고인들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신청한 사실이 없었던 사실이 확인되므로, 피고인 A가 피고인 B과 공모하여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나) 한편 피고인 A는 제1회 검찰 조사 때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 B이 이 사건 토지를 팔자고 제안하여 이를 허락한 것일 뿐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아주겠다고 한 사실은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A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과 같이 "피고인 B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각하라고 지시했고,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며 잔금 20억 원은 대출금 채무를 인수하는 것으로 갈음하되 잔금지급기일까지 대출금을 20억 원으로 줄여놓겠다고 거짓말하게 했다."라는 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사실상 피고인 B의 진술이 유일하다(피해자 0의 진술은 피고인 A를 대리한 피고인 B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인 B으로부터 피고인 A의 말을 전해 들었다는 것으로 직접적인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피고인 B의 진술 중 위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은 증인 B의 법정진술, 피고인 A에 대한 제1, 2, 5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B, O 대질) 중 B 진술 부분이 있다.

다) 피고인 B은 검찰에서 피고인 A, 0과 대질조사를 받으며 제1회 조사 때는 "내가 피고인 A에게 먼저 이 사건 토지 매도를 제안한 것은 맞다. N은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 21억 원 이상 채무가 있었는데 N의 재무구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를 팔아 은행 채무를 갚자고 피고인 A에게 제안하였고, 피고인 A가 동의하여 토지를 매도하게 되었다. 이 사건 토지를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았고 25억 원에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피고인 A가 30억 원은 받아야 한다고 하여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고, 피해자 0이 재활용품을 처리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주는 것을 조건으로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고 하여 서로 가격 조정을 거쳐 피고인 A가 30억 원에 이 사건 토지를 피해자에게 매도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1,809쪽 이하), 제2회 조사 때는 "피고인 A가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처리시설 허가를 받아준다고 하면서 계약하라고 했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845쪽 이하), 제5회 조사에서는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초기와 달라졌는데 어느 것이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피고인 A가 나에게 이 사건 토지를 팔아달라고 먼저 제안한 것이 맞다.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면 N의 재무상태도 건전해질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취지였는데 잘못 진술한 것이다. 피고인 A가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아 줄 수 있다고 장담하며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라고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2,324쪽 이하).

그 후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 A가 이 사건 토지를 매각하라고 지시하여 알아보다가 폐기물 처리업체 운영을 희망하던 피해자와 협상하게 되었고 피고인 A가 인맥을 이용해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하기에 이를 믿고 계약을 체결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인맥이 있으니까 허가는 내주는 방향으로 하겠다. 허가관계는 계약서 찍어오면 검토해서 결정하겠다'라고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B의 진술은 위와 같이 이 사건 토지 매도 경위, 피고인 A가 했다는 말의 내용 등 피고인 A의 공모를 인정할 핵심적인 부분에 관하여 일관되지 않고, 피고인 B은 피해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던 당사자인데 모두 피고인 A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므로 자신의 책임을 피고인 A에게 전가하거나 축소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울러 고려할 때, 피고인 A가 인맥을 이용해 허가를 받게 해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피고인 B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에 대한 평가

가) 피고인 B의 진술 외에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나머지 증거인 0의 진술, 부동산 매매계약서, 각 수사보고(A가 받은 계약금 및 중도금 7억 원, 3억 원 사용처 관련, 본건 토지에 대한 폐기물 처리업 인·허가 신청 여부 확인)에 관해 살펴본다.

나) 피해자 0의 진술은 모두 피고인 B으로부터 피고인 A의 말을 전해 들었다는 것이고 피고인 B이 계약에 관한 사항을 피고인 A에게 전달하는 것은 전혀 보지 못했다고 하므로, 0의 진술은 피고인 B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어야 그와 함께 증거가치가 있을 뿐 독립적인 증거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피고인 A가 피고인 B으로부터 계약서를 팩스로 받아 계약서 내용을 직접 읽어보고 U 직원인 V에게 살펴보라고 한 후 인감도장을 날인해 준 사실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특약사항의 문구는 "매수인이 현재 상기 부동산에 대해 진행 중인 허가가 나지 않을 시는 매매를 취소하며, 2012. 7. 30.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환한다."라는 내용으로, 그 문언상 피고인 A가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아준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는 않고 위 특약사항이 기재된 계약서에 날인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 A가 피고인 B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아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라) 피고인 A의 매매대금 사용내역(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가 매매대금 중 7억 원을 U의 대출금 상환 등에 사용하였으나, 토지 소유자로서 그 토지 매매대금을 자신이 필요한 곳에 사용한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폐기물 처리업 인·허가 신청 여부에 대한 수사보고도 피고인 A가 인맥을 이용해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게 해 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는 부족하다.

다. 은행 대출금을 잔금 지급 때까지 20억 원으로 줄여놓겠다고 했다는 부분

피고인 A가 피고인 B과 공모하여 은행 대출금을 잔금 지급 때까지 20억 원으로 줄 여놓을 의사나 능력 없이 거짓말했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도 피고인 B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런데 증인 B의 법정진술에 의하더라도, 계약체결 당시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한 은행 대출금이 24억여 원이었는데 피고인 B은 매매대금 잔금 20억 원의 지급에 갈음하여 피해자가 위 은행 대출금 채무를 인수하는 내용으로 피고인 A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사전에 피고인 A에게 24억여 원의 대출금을 잔금 지급일까지 20억 원으로 줄여놓아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채무자는 피고인 B이 운영하던 N이고(수사기록 18쪽 이하, 462쪽 이하),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은 피고인 B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M과 N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되었으므로[피고인 B은 수사단계에서 자신이 M과 N을 전부 실질적으로 경영하였다고 진술했을 뿐 아니라 같은 취지의 확인서도 작성한 사실이 있다(증가 제2호증)] 계약 당시 대출금 잔액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해 물상보증인에 불과한 피고인 A가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신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피고인 A는 이미 대출금이 20억 원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피고인 B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잔금 20억 원은 2012. 7. 30.에 지불한다(단, 은행 대출금으로 대체한다)."라는 문구만 보고 피고인 A가 은행 대출금을 24억여 원에서 20억 원으로 줄여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피고인 A가 위 계약서를 읽어보고 날인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 B과 공모하여 피해자에게 거짓말했다고 보기도 부족하다.

라. 소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B과의 공모관계 등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결론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 A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최병철

판사심우성

판사김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