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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두4624 판결

[병역면제거부처분취소][집50(2)특,510;공2002.12.1.(167),2739]

판시사항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병역면제처분 대상자인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의 범위에 '출생에 의하여 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고 외국에서 가족과 같이 체재·거주하는 사람'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출생에 의하여 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였고 출생시부터 병역면제신청 당시까지 가족과 같이 외국에 체재·거주하여 영주권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은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병역면제처분 대상자인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에 해당한다.

원고,상고인

박동식 (소송대리인 일신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송재헌)

피고,피상고인

서울지방병무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1976. 1. 3. 뉴질랜드국 웰링톤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버지 박태양과 중국인인 어머니 양대원 사이에서 출생하여 대한민국 국적과 뉴질랜드국 시민권을 모두 취득한 이중국적자로서 뉴질랜드국에서 계속 거주하여 대한민국 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던 중, 2000. 1. 12. 주뉴질랜드국 대사를 통하여 피고에게 국외체재기간 연장허가신청을 함으로써 피고에 의하여 제1국민역의 병적에 편입되는 한편, 국내에 영주할 목적으로 귀국할 때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징병검사가 연기된 것으로 간주된 사실, 원고는 2000. 11. 17. 자신과 부모가 모두 뉴질랜드국 시민권자로서 대한민국 외에서 거주하고 있으므로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으로서 병역면제대상에 해당한다며 피고에게 병역면제원을 제출하였으나, 피고는 2000. 11. 29. 원고가 출생에 의한 이중국적자로서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국 영주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므로 위 조항 소정의 병역면제처분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위 병역면제신청을 거부한 사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인정한 다음, 일반적으로 영주권은 외국인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거류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는 반면, 시민권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의미하여 양자가 개념상으로 구별될 뿐만 아니라 시민권을 취득하는 경우로는 영주권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통상 영주권을 취득하고 일정 기간 그 나라에 거주한 후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쳐 취득하게 되는 경우와 국적에 관하여 출생지주의를 취하는 나라에서 출생에 의하여 당연히 취득하는 경우 등이 있어 시민권 취득자라고 하여 당연히 영주권 취득 사실이 전제된다고 볼 수도 없고, 병역법시행령 제128조 제4항 단서 도 재외국민 2세에 대한 징병검사와 국외여행허가처분의 취소 및 병역의무부과요건을 규정함에 있어, 재외국민 2세를 국외에서 출생 또는 6세 이전에 국외로 출국한 사람으로서 18세가 될 때까지 계속 국외에서 거주하고 부모 및 본인이 외국정부로부터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얻은 사람으로 규정하여 시민권이나 영주권이라는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병역법 제70조 제3항 , 병역법시행령 제128조 제4항 단서 , 제134조 제8항 , 제149조 제1항 , 제3항 의 규정을 종합하면, 재외국민 2세 이상인 자는 생활의 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영주할 목적으로 국내에 귀국할 때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아 징병검사 등의 병역의무가 연기되므로 영주할 목적으로 귀국하지 않는 한 국외여행허가가 취소되어 현실적으로 병역의무가 부과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할 것인데, 단순히 출생에 의하여 외국의 시민권을 보유하게 된 이중국적자에게 병역면제처분을 허용하게 되면, 영주권 취득자와 달리 곧바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이탈함으로써 그 통치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게 되므로 그 후 영주할 목적으로 귀국하여 취업 등의 경제활동을 하면서 실질적인 생활의 근거를 국내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되는바, 이를 용인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에게 부여된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도록 방치하여 병역의무대상자 사이에 형평성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게 되고, 한편 출생에 의하여 외국의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이중국적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로서 제1국민역에 편입되는 18세가 되기 이전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이탈할 수 있고, 18세 이후부터는 영주할 목적으로 귀국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병역의무가 부과되지 아니하며, 35세가 경과하여 징병검사·현역병입영 또는 공익근무요원소집의무가 면제되거나 그 이전이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하든지 제2국민역에 편입되는 경우에는 국적이탈이 가능하므로 외국의 시민권을 보유한 이중국적자를 병역법상 병역면제대상자에서 배제한다고 하여 이중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원심 판단과 같이 이론상으로나 법령상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는 구별되는 개념이기는 하지만, 첫째,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의 입법 취지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외국에서 가족과 같이 체재ㆍ거주하면서 영구히 거주할 목적으로 외국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에 대하여는 국가의 주권과 관련하여 볼 때 국내에 거주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과는 실질적으로 다른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하여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이 부적절하므로 그들의 신청에 따라 병역의무를 면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 및 국적이탈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데 있을 뿐 아니라 영주권 등 무기한 체류자격을 취득한 거주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점, 둘째,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이라 함은 '가족과 같이 국외에 체재·거주하면서 영주권을 얻은 사람'을 의미하므로( 대법원 1995. 6. 9. 선고 96누1194 판결 , 2001. 11. 9. 선고 2001두7251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의 영주권은 '국외에 체재ㆍ거주'하는 표지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어서 '외국에 체재ㆍ거주하면서 영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이상 그 명칭이 영주권이 아니라 시민권이라 하여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는 점, 셋째, 출생에 의하여 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였으나 대한민국에서 체재ㆍ거주하는 경우와 달리 출생에 의하여 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고 외국에서 가족과 같이 체재ㆍ거주하는 시민권자는 영주권자보다 외국에서의 체재ㆍ거주라는 측면이 훨씬 밀접하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에 대하여는 병역의무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외국에서 출생하여 외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시민권자로서 외국에 가족과 같이 체재ㆍ거주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18세 이후부터 36세가 될 때까지는 사실상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이상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중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형평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넷째, 출생에 의하여 외국의 시민권을 취득한 후 그 곳에서 가족과 같이 체재ㆍ거주하는 시민권자가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에 의하여 병역면제처분을 받아 대한민국의 국적을 이탈한 경우, 그 시민권자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어서 대한민국 국민임을 전제로 한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하여도 그러한 시민권자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에의 출입국이나 체류 등은 다른 사유로 제한할 수 있으므로 병역의무대상자 사이에 형평성을 침해한다거나 국익에도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출생에 의하여 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지 아니하였더라면 원고는 출생시부터 이 사건 병역면제신청 당시까지 약 24년 10월간 가족과 같이 외국에 체재ㆍ거주하여 영주권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이므로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에 해당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가 외국의 시민권을 보유한 이중국적자라는 이유만으로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