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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1.12.선고 2016도15523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건
피고인

1. A

2. B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JI(피고인들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JN, JK, JL

판결선고

2017. 1. 1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한 판단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인들이 M(이하 'M'라고 한다) 시제품의 신뢰성·내구성 시험

중에 시제품을 교체한 사실이 없는데도, 원심이 '시험 중이던 시제품 내부에서 소음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자 피고인들이 M 시제품을 M 2호기로 교체하여 시험을 진행하였

다'고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의 인정, 증거의 취사선택과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

는 한 사실심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피고

인들이 위 시험 중에 M 시제품을 M 2호로 교체하였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이 자유

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한 판단

가.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

한다(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5도1120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

러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155 판결 등 참조).

한편 금전의 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서 기망으로 인한 금전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바로 사기죄가 성립하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

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므로 사기죄에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

터 교부된 금전으로부터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금전 전체이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747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피고인들이 M 시제품의 신뢰성·내구성 시험평가를 하던 중 시제품을

교체하였다는 위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여, 주식회사 L(이하 'L'이라고 한다)의 직원들

인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시제품을 교체한 사실이 없는 것처럼 속이는 등의 방식으로

성능검사를 마친 다음 방위사업청 담당직원을 기망하여 방위사업청으로 하여금 L에 M

54대의 대금 명목으로 23,002,674,810원을 교부하게 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L과 방위사업청이 체결한 M 납품계약에 따르면, M 물품은 국방기술품질원이 정

한 규정에 따라 감독·검사를 받아야 한다. 먼저 시제품 1대를 생산해 국방기술품질원

의 성능검사를 거친 후 후속물량 생산에 착수하게 되는데, 성능검사에는 국방품질경영

업무규정 제18조에서 정한 자체 검사결과에 합격하였다는 검사성적서가 제출되어야 한

다.

(2) L은 국방기술품질원이 지정한 인증기관인 한국에스지에스 주식회사로부터 시제

품의 신뢰성 · 내구성 시험평가를 받았다. 위 시험은 표준 해발의 대기조건에서 1,000

시간 동안 시제품을 작동시켜 내구성 등을 검증 · 평가하는 시험이다. 위 시험 도중에

는 예정된 유지보수나 수리, 주유를 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M 시제품을 계속 작동시켜

야 한다.

(3) 위 시험에 적용되는 내구성 시험절차서에 따르면, 오작동 아이템을 다른 아이템

으로 교체해야 하거나, 제조 또는 조립과정에서 기술적인 결함으로 오작동 아이템을

탈거, 조정 또는 수리해야 하는 때에는 시험에 실패한 것으로 보아 불합격 처리를 한

다. 한국에스지에스의 담당직원은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M 시제품에 부착된 시간계

(hour meter) 등을 봉인하는 조치를 하였다.

(4) 그런데 2013. 5. 9, 07:00경 위 시험을 시작한 후 약 400시간이 지난 2013. 5.

25. 11:00경 M 시제품 내부에서 소음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피고인들은 현장의 L

직원 Y 등에게 지시하여 시험 중이던 시제품을 전력분석기 등과 분리하여 시험장 밖

으로 옮겼으며, 조립 완성 단계의 M 2호기를 시험장으로 이동시켜 봉인지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교체, 연결하였다.

(5) 피고인들은 교체한 M로 신뢰성 · 내구성 시험을 마치고 한국에스지에스 주식회사

로부터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아 국방기술품질원에 제출하였으며, L은 이에 기초해 성능

검사를 통과한 다음 2013. 10. 15.부터 2013. 12. 30.까지 M 54대를 납품하였다.

라. 이 사건 M 납품계약의 내용, 신뢰성·내구성 시험의 방식과 절차 등에 의하면,

시험 중에 위와 같이 시제품을 교체하는 행위는 불합격 처리 사유에 해당하므로, 시험

인증기관이 M 시제품의 교체사실을 알았더라면 L은 성능검사를 통과할 수 없었을 것

이고, 이후 M를 납품하거나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시제품을 교체한 사실을 속여 성능검사를 통과한 다

음 그 결과를 제출한 행위는 대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판단의 기초사실에 관한 것으로

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피고인들은 '방위사업청에서 시제품의

교체사실을 알았더라도 문제삼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기망행위에 해당

하지 않고 피해자의 대금지급과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하나,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

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성능검사 결과를 근거로 방위사업청을 기망하여 M의

대금을 교부받은 이상 그 자체로써 그 대금에 관한 사기죄가 성립하고, L이 제공한 M

가 이 사건 납품계약에서 정한 품질이나 성능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는 사기죄의 성립

에 영향이 없다. 이를 전제로 원심이 물품대금으로 교부한 금전 자체가 이득액이 된다.

고 본 판단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이득액에 관한 법리를 오

해한 잘못이 없다.

마. 그러나 원심이 물품대금의 지급시점을 가려보지 않은 채 선금을 포함한 대금 전

액의 교부행위가 피고인들의 위 기망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긍하

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L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받은 M 대금 합계 23,002,674,810

원 중에는 2013. 5. 9. L이 시제품의 시험평가에 착수하기도 전에 지급받은 돈이 포함

되어 있다. 즉 L은 이 사건 납품계약에 따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선금 명목으로 2012.

11. 6. 7,968,000,000원, 2013. 3. 15, 1,900,000,000원 합계 9,868,000,000원을 미리 지

급받았다. 이러한 선금의 교부행위와 그 후에 이루어진 피고인들의 기망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위 선금 9,868,000,000원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금전지

급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

라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중 위 선금에 관한 부

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이와 나머지 유죄 부분을 포괄일죄로 인정하여 하

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보영

대법관박병대

대법관권순일

주심대법관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