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1993. 5. 13. 선고 92헌마36 판례집 [불기소처분 에 대한 헌법소원]

[판례집5권 1집 350~364]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검사(檢事)의 무혐의(無嫌疑)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으로 인한 기본권침해(基本權侵害)가 인정된 사례

결정요지

검사(檢事)가 청구인(請求人)의 고소사실(告訴事實)에 대하여 믿을 수 없는 증거에만 의존한 나머지 수사의 방향을 잘못 설정함으로써 고소사실(告訴事實)의 일부이고 사건의 핵심에 대한 수사가 거의 행하여지지 않았으며 그 결과 합리성이 결여된 사실에 기초하여 피고소인(被告訴人)들에게 무혐의(無嫌疑)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을 하였으니 피청구인(被請求人)인 검사(檢事)는 검찰권(檢察權)을 행사(行使)함에 있어 차별없이 성실한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청구인의 평등권(平等權)과 재판절차진술권(裁判節次陳述權)을 침해하였다고 한사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김문희의 반대의견(反對意見)

이 사건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은 이를 취소(取消)할 필요가 없거나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가 간여할만한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생각되므로 이를 취소(取消)할 만한 이유가 없다.

당사자

청 구 인 박 ○ 영

대리인 변호사 박 태 훈

주문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 90년 형제4377, 8052호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1991.2.28. 피의자 김○근, 동 송○호, 동 이○학, 동 이○수, 동 김○훈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 90년 형제4377, 8052호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경기 이천○ 소재 액화석유가스 판매업체인 '삼표가스'의 종업원 전기설은 1990.3.19. 20:30경 청구인이 경영하는 같은 읍 소재 음식점 '청기와회관'에서 주방용 버너의 가스호스를 위 회관 옥상에 설치된 가스통에서 내려오는 쇠파이프 배관에 연결하는 작업을 하였다. 당시 옥상에 설치된 가스통에서 주방쪽으로 내려온쇠파이프 배관은 주방까지 내려온 후 두방향으로 갈라져 한쪽은 주방용 버너로 연결되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주방 바깥의 객실 밑에서 끝나 있었고 다만 객실 밑으로의 가스누출을 차단하기 위하여 위 파이프에서 갈라져 나와 객실쪽 파이프가 시작되는 곳에 중간밸브가 설치되어 잠겨져 있었다. 그런데 위 전기설은 주방용 버너와 위 쇠파이프 배관사이에 고무호스를 연결한 후 점화실험을 하는 과정

에서 객실 쪽으로 가는 파이프에 설치된 위 중간밸브가 주방용 버너쪽의 파이프를 중간에서 차단하는 중간밸브인 것으로 오인하고 이를 열어놓음으로써 옥상의 가스통에 있던 가스가 위 객실 밑으로 뻗어 있는 배관 끝부분으로 유출되게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같은 날 21:40경 객실 밑 공간에 가득 차게된 가스가 주방의 석유버너불에 인화되어 폭발함으로써 위 음식점이 대파되고 청구인의 처 김재영, 종업원 안경숙 등이 각 전치 20주의 상해를 입고, 손님 김영중 등 7명이 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이천경찰서는 현장검증당시 객실 밑의 배관 끝부분에 파이프를 개폐할 수 있는 콕(마개)이 부착되어 있었고 당시 그 콕은 개폐손잡이가 부러진 채로 잠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그렇다면 폭발사고는 객실 밑의 배관 끝부분에서 가스가 유출되어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객실안에서 가스가 유출되어 폭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고 당일 객실안의 가스버너 호스연결작업을 하였던 위 음식점 종업원 이이기와 그에게 호스연결 작업을 지시한 청구인의 처 김재영을 업무상과실치상혐의로 인지하였고, 액화석유가스판매업체 '삼표가스'의 대표 이○학과 그의 종업원 전기설에 대하여는 다만 그들이 '청기와회관'에 가스공급을 함에 있어 안전점검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등의 혐의로 액화석유가스의안전및사업관리법 위반혐의로 인지한 후, 같은 해 5.1. 위 피의자들을 모두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불구속 송치하였다.

나. 청구인은 위와 같은 경찰의 수사결과에 대하여 증거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수사경찰관 등을 진정하였고, 그 후 같은 해 8.7.과 12.1.에는 이 사건 수사경찰관들인 김○근, 송○호, 김○

훈, 이○수 및 위 이○학 등 도합 5명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2회에 걸쳐 고소하였는데 고소사실의 요지인즉, 피고소인들은 공모하여 1990.3.19. 21:40경 위 음식점에서, 위 전기설이가 주방버너와 건물 옥상의 가스통을 연결하는 배관작업을 하던 중 중간밸브를 잘못 조작하여 가스가 누출됨으로써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위 전기설이가 형사처벌을 받게될 뿐만아니라 ‘삼표가스’ 대표인 피고소인 이○학에게 그에 대한 민,형사책임이 돌아오게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공모하여, 같은 달 22. 오전경 위 가스폭발사고에 대한 실황조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사실은 배관끝에 콕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마치 폭발사고 당시 콕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배관끝에 콕을 부착해 놓았을 뿐더러 실황조사시에 이를 압수조치한 후 그 배관을 이천경찰서 수사과 형사계 사무실에서 보관하던 중 새로운 배관으로 교체하였으며, 또한 그 시경 위 음식점 옥상에 있던 가스통이 가스누출로 인하여 거의 비어있는 상태인 것을 없애버리고 가스가 가득찬 새로운 가스통으로 교체하였는바, 피고소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증거인멸죄에 해당될 뿐더러 경찰관들인 피고소인들에 대하여는 동시에 직무유기죄에도 해당되므로 수사하여 엄벌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다. 이 사건을 수사한 피청구인은 우선 위 김재영 및 이이기등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혐의에 대하여는 사고의 원인이 위 전기설이 가스배관 연결작업 중 중간밸브를 잘못 연데서 기인한 사고로 결론짓고 같은 해 11.12. 김재영, 이이기에 대하여 무혐의처분을 하는 한편 위 전기설을 업무상과실치상죄와 액화석유가스의안전및사업관 리법위반죄로, 위 이○학을 액화석유가스의안전및사업관

리법위반죄로 각 구속 기소하였으나, 청구인이 고소한 이 사건 수사경찰관들과 이○학에 대한 증거인멸죄 등 피의사실에 대하여는 1991.2.28.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각 무혐의처분을 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항고, 재항고를 거쳐(재항고기각결정이 1992.1.25. 청구인에게 송달되었다.) 1992.2.22. 이 사건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를 한 것이다.

라. 증거인멸죄 피의사실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이유를 보면 “우선 압수된 콕이 교체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경찰관인 피고소인들은 위 배관을 압수한 다음날 곧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하였으므로 이를 교체한 사실이 없다고 변명하고, 피고소인 이○학은 청구인의 처가 폭발사고 약 1주일전에 콕과 연결된 배관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여 그 무렵 이○학자신이 새로 교체한 것이라고 변명하는 데 대하여, 청구인은 압수한 배관과 현재 존재하는 배관이 다르다고 주장하나 경찰실황 조사당시 촬영한 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감정의뢰회보의 기재내용 및 참고인 임헌권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소인들의 변명에 수긍이 가고, 이에 반하는듯한 위 감정의뢰회보상에 콕과 엘보의 이음부에서 열변형 형태가 식별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음부의 폭발당시 위치로 보아 콕이 교체된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기 어렵고,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참고인 지광태, 조태균의 일부 진술은 앞에서 인정된 압수시 증거물의 상태 등에 비추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피고소인 이○학에 대한 거짓말탐지기검사결과 및 참고인 이설우의 진술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소인들이 본건 폭발사고후에 콕을 교체하였거나 가스통을 교체하였다는 점

을 인정할만한 자료 없으므로 결국 범죄혐의 없고 따라서 경찰관인 피고소인들에 대한 직무유기의 점도 증거없어 범죄혐의 없다.”라고 되어 있다.

2. 그러므로 보건대

가. 수사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의 폭발지점이 객실 밑의 공간인 점에 대하여는 의문이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폭발사고 후 현장실황조사시에는 객실밑의 가스배관 끝에 콕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콕은 잠겨져 있는 상태였으므로 폭발 직전에도 그러한 상태였다면 객실 밑에 가스가 모일 수가 없었으니 객실밑에서 폭발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객실밑에서 폭발한 것이라고 하려면 배관끝에 콕자체가 아예 없었거나 있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열려 있었거나 하는 양자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황조사시에 콕이 설치되어 있고 또 그것이 잠겨져 있는 상태였다면 일응 사고후 실황조사 전에 조작되었을 가능성에 대하여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검사는 위와 같은 점을 전혀 문제로 삼지 않고 폭발사고 당시 위 콕이 당연히 존재하고 있었던 것을 전제로 하여 실황조사시에 압수된 다음에 이것이 교체되었는가의 여부에 대하여만 중점을 두고 수사한 끝에 증거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하였다. 그러나 검사의 처분에는 다음과 같은 잘못이 있다.

첫째, 청구인이 처음에 제출한 고소장(수사기록 4 내지 6면)을 보면 청구인은 실황조사시에 압수된 가스배관이 그후 교체되었다는 주장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 당시에는 배관끝에 콕이 없었는데 폭발사고 후 현장실황조사시에는 콕이 부착되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을 뿐더러, 실황조사 당시 객실밑의 가스

배관끝에 부착된 콕에 대한 가스누출시험결과 가스가 누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니 이것이 압수된 후 굳이 다른 콕을 바꿔낄 아무런 필요성이 없는 것이므로 검사로서는 압수된 콕이 교체 되었는지 여부를 수사하기보다는 폭발사고 후 실황조사전에 콕을 부착시켰거나 아니면 흠이 없는 다른 콕으로 교체하였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수사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수사방향을 잘못잡아 압수된 콕이 교체되었는지의 여부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하고 정작 수사해야 할 폭발사고후 실황조사전에 콕을 부착시켰거나 콕을 교체하였는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수사를 아니하였다.

둘째, 검사는 폭발사고 약 1주일전에 콕과 연결된 배관을 제거해 달라는 청구인의 처(김재영)의 요청에 따라 자기가 콕을 교체하였다는 피고소인 이○학의 변명을 수긍이 가는 변명이라면서 이를 받아들였고, 그러다보니 앞에서(첫째 부분) 지적하다시피 수사 방향을 잘못 잡아 폭발사고 후 실황조사전의 콕의 부착 또는 교체 가능성에 대하여는 수사를 아니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검사가 이○학의 변명을 받아들인 근거로 설명하고 있는 자료(경찰실황조사 당시 촬영한 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감정의뢰회보의 기재내용 및 참고인 임헌권의 진술)를 아무리 검토하여도 그것들은 이○학의 변명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없고 이○학의 주장은 이를 그대로 믿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즉 이○학은 수차례에 걸친 경찰조사와 검찰조사시('90.4.3. 경찰 1회 피의자신문조서, 동년 8.17. 경찰 2회 피의자신문조서, 동년 10.25. 검찰 1회 피의자신문조서)까지 콕의 교체에 관하여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가 청구인으로부터 증거인

멸의 혐의로 고소당하자, 사고발생 후 7개월 후에 느닷없이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면서 폭발사고 이전에 콕을 교체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왔는데(동년 11.7. 검찰 2회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 이설우의 진술('90.11.14. 검찰 진술조서)에 의하면 이○학이 콕을 교체하였다고 주장하는 시점에는 객실바닥을 높이는 공사를 하는 중이었는데 그 때는 이미 객실바닥 위, 즉 콕이 있던 공간 위를 합판으로 덮고 못질이 끝난 후여서 콕을 갈아 끼울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청구인의 처 김재영이 참고인 송요환(청기와회관에 온수기를 설치하였던 사람으로서 폭발사고가 나자 혹시 자기가 설치한 온수기에 하자가있어 일어난 사고가 아닌가 걱정이 되어 현장에 가본 사람)의 진술을 녹취한 녹취서의 내용에 의하면 그는 청구인과 그의 처 김재영에 대하여 “……배관라인 끝에 가랑(콕)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수사기록 787면)”, “파이프만 있는 상태고 볼발브가 열린 상태인데, 사고가 났었으며 터져나가면 나갔지 그냥 파이프를 돌려 빼는 상태였었거든요? 그래서 인제 우리가 삼표가스로 내려와서 파이프 가랑이 열려있는 상태다라고 그랬더니 그 때 가서야 거기 끼어있던 가랑이 아니라 딴 가랑(콕)을 가지고 올라가서 낀 것 같애요. 우리는 요거만 알고 인제 얘기를 해준건데 그리고 검찰(경찰)측에 그 기계, 재는 기계를 가지고 오라 그래가지고 올라가서 그 재검할 때 가보니까 가랑이 껴있더란 얘기에요. 그래서 그 기간이 그러니까 우리가 오전에 일찍 본거구 오후에 그랬으니까 한 5시간 정도 흘런 것 같애요.……(기록 787면)”, “바뀐거지. 결국은 없던 걸 갖다 끼워논거죠(기록 787면)”, “그 콕이 없었던 것을 조태균도 알죠(기록 790면)”라고 진술하였는데 결국 그 요지는 현장실황조사 전에는 가스배관끝

에 콕이 없었는데 실황조사 때 보니 콕이 끼워있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송요환은 수원지방법원에서의 증인신문시 “사고 다음날 가스배관 끝을 본 사실은 있으나 콕이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고 진술 하면서도 김재영과 대화한 녹취서에 대하여는 “녹취하는 줄은 몰랐으나 그 당시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다.”고 증언하였으며(심판기록 396면) 거짓말탐지기실험결과 폭발사고 전에 콕을 갈아 끼웠다는 이○학의 진술에 대하여 거짓말반응이 나왔음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실들에 비추어 이○학의 진술은 믿을 것이 못된다. 그리고 이상을 종합하면 폭발사고 당시에는 콕장치가 안 되어 있었거나 현재 압수되어 있는 콕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제반증거에 부합되는 건전한 사실인정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이 점에 대하여 거의 수사를 함이 없이 사건을 종결하였다.

3. 결국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폭발사고후 실황조사전에 콕이 새로이 끼워진 것인지 여부, 그것이 피고소인 이○학의 행위인지 경찰관인 다른 피고소인들이 가담하였는지 여부(폭발사고후 경찰이 사고현장을 지키면서 사람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었다)에 대하여 중점을 두고 수사를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증거에만 의존한 나머지 수사의 방향을 잘못 설정하였고, 그 결과 고소사실의 일부이고 사건의 핵심부분에 대한 수사가 거의 행하여지지 않았으며, 그 결과 합리성이 결여된 사실에 기초하여 피고소인들에게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니 피청구인은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 차별 없이 성실한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청구인(고소인)의 권리(평등권)와 재판절차진술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의하여 검사의 불

기소결정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김문희의 반대의견이 있다.

4.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김문희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폭발사고 당시 동 폭발사고가 난 건물의 객실 밑에 시설된 가스배관파이프 끝에 콕이 시설되어 있지 않았던 것을 피고소인 이○학이 동 폭발사고 이후 실황조사시까지 사이에 위 객실 밑의 위 파이프 끝에 콕을 끼워 증거인멸을 한 혐의가 짙고 여기에 나머지 피고소인들도 공모 내지 묵인하고 그 직무를 유기한 의혹이 짙은데도 불구하고 이 점에 대한 수사가 미진인채 혐의없음의 결정을 하였으니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함에 있다.

나. 이에 먼저 피고소인 이○학에 대한 증거인멸 피의사실 부분부터 본다.

(1)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수사기록 304정 내지 308정)에 의하면 위 콕이 위 파이프 끝에 위 사고 당시 시설되지 않았던 것을 위 폭발사고 이후 실황조사시까지 사이에 시설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 있지만, 위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위 객실 밑의 위 파이프의 배관공사는 1988년 피고소인 이○학이 한 것이고(수사기록 610정), 청구외 전기설은 동 배관공사에 관여한 바 없어 객실 밑의 파이프에 대한 중간 밸브를 주방 버너 쪽으로 가는 가스를 중간에서 차단하는 중간 밸브인 것으로 오인하는 정도였던 점이 인정된다. 그리고 배관파이프 끝에 콕을 시설하지 않으면 파이프 끝을 통하여 가스가 파이프 밖으로 분출되어 폭발할 우려가

크므로 가스배관공사를 하는 경우 반드시 파이프 끝은 콕을 시설하는 것이 상식이고, 누구든 기존 가스배관의 파이프 끝에 콕이 시설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

(2) 그러므로 만일 다수의견이 의심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폭발사고 발생 당시 위 객실 밑의 위 파이프 끝의 콕이 시설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즉 1988년에 위 객실 밑의 위 가스 파이프를 배관하는 공사 시공시에 그 파이프 끝에 동 파이프를 통과한 가스가 파이프 끝에서 동 파이프 밖으로 분출하지 못하도록 콕을 시설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위 객실 밑에 위 파이프가 묻힌 것조차 모른 위 전기설이 위 객실 밑의 파이프의 중간밸브를 주방 버너쪽에 연결된 파이프의 중간차단밸브로 오인하여 이를 열자, 위 객실 밑의 파이프 끝을 통하여 가스가 동 파이프 밖으로 분출함으로써 발생한 사고이고 이로 인하여 사람들이 화상 등을 입었다면, 파이프 끝에는 안정상 반드시 콕을 시설하게 되어 있으므로, 그 폭발사고로 인한 과실치상의 책임은 오직 위 파이프의 배관공사를 하면서 그 파이프 끝에 콕을 시설하지 아니한 피고소인 이○학에게만 있는 것이고, 위 청구외 전기설 또는 그 밖의 누구에게도 위 객실 밑의 파이프 끝에 콕이 시설되어 있지 아니한 것이 직접원인이 되어서 발생한 폭발사고에 관련된 업무상 과실치상책임도 액화석유가스의안전및사업관리법상의 형사책임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사 위 폭발사고 당시 위 객실 밑의 위 파이프 끝에 콕이 시설되어 있지 않았던 것을 피고소인 이○학이 1990.3.19. 폭발사고 이후 동년 3.22. 오전 실황조사시까지 사이에 위 콕을 시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때는 아무도 형사입건되기 전이어서 이는 동 피고소인이 자기의

업무상 과실치상죄와 액화석유가스의안전및사업관리법위반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의사로서 하였을 뿐 타인에 대한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의식은 없었다고 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합치한다.

(3) 그런데 형법 제155조 제1항에 의하면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이고 자기에 대한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는 동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4) 그렇다면 다수의견과 같이 수사를 더하여 이○학이 위 폭발사고 이후 실황조사시까지 사이에 위 객실 밑의 위 파이프 끝에 위 콕을 시설하여 증거를 인멸한 점을 밝혀낸다고 하여도 동 피고소인에게 증거인멸죄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는 것이고, 어차피 동 피고소인에 대한 증거인멸 피의사실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동 피고소인에 대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이 점에 대한 수사미진이라는 이유로 피고소인 이○학에 대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다. 다음으로 경찰관인 피고소인 김○근, 동 송○호, 동 김○훈 및 동 이○수가 위 피고소인 이○학에 대한 증거인멸행위에 공모하였다는 피의사실 부분을 본다.

(1) 다수의견은 경찰관이 위 폭발사고 이후 부터 위 실황조사시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경찰관과 공모내지 묵인하지 않는 한, 위 이○학이 위 객실밑의 위 파이프 끝에 위 콕을 시공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경찰관인 피고소인들에 대한 피의사실에 대하여도 수사미진으로 인하여 혐의없음의 처분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 그러나 경찰관인 김○근은 이천경찰서 수사과장이고, 피고소인 김○훈은 동서 형사계 계장이고, 피고소인 송○호는 동서 수사과 경장이고, 피고소인 이○수는 동서 수사과 직원일 뿐 위 폭발사고가 난 현장을 간수한 자들이 아니다. 위 수사기록에 의하면 1990.3.19.부터 3.20.까지 현장을 간수한 자는 의경 정하길과 이천경찰서 동부파출소 경찰관 하맹수이며 1990.3.20. 이후의 현장보존 책임은 치안본부 감식계에게 인계하였다는 것이다(수사기록 627정 참고인 하맹수의 진술 참조). 그러므로 경찰관인 위 피고소인들이 위 폭발사고 이후 부터 위 실황조사시까지 폭발사고 현장을 간수한 것을 전제로 동 피고소인들이 위 이○학이 위 폭발사고 이후 실황조사시까지 사이에 위 객실 밑의 가스배관파이프 끝에 위 콕을 시설하여 증거를 인멸함을 묵인하거나 공모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경찰관인 피고소인들이 위 폭발사고 후 부터 실황조사시까지 사이에 현장의 간수자에게 피고소인 이○학의 위 콕의 시설행위를 허용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증거도 없고 지시할 까닭도 없다고 생각된다.

(3) 결국 피고소인 이○학이 위 폭발사고 후에 위 객실 밑의 위 파이프 끝에 위 콕을 처음 시공하였다고 가정해도 폭발현장을 간수하지도 않은 경찰관인 피고소인 김○근, 동 송○호, 동 김○훈 및 동 이○수가 피고소인 이○학의 위 콕의 시설행위를 묵인 내지 공모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이 이 점에 대하여 수사의 미진으로 인하여 결찰관인 이들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결정을 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에 대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헌법재판소가 간여하여야 할 정도의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생각된다.

라. 끝으로 위 경찰관인 김○근, 동 송○호, 동 김○훈 및 동 이○수에 대한 직무유기에 대한 피의사실 부분을 본다.

위 피고소인 이○학의 증거인멸에 관련한 위 경찰관들에 대한 직무유기 피의사실도 위 피고소인 이○학이 위 폭발사고 이후 실황조사시까지 사이에 위 객실 밑의 위 파이프 끝에 위 콕을 시설하는 것을 공모 내지 묵인하였다고 할 수 없는 점은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아서 이 점에 대한 혐의없음의 처분을 한 피고소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헌법재판소가 간여할 만한 어떠한 잘못도 있다고 할 수 없다(뿐만 아니라 직무유기죄의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되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에 의하여 공소시효기간은 3년인바 1993.3.21.로 그 기간이 이미 만료된 점에서도 이 점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

마. 필경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이를 취소할 필요가 없거나 헌법재판소가 간여하여야 할만한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생각되므로 이를 취소할만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