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노4 살인,살인미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문재웅(기소), 문재웅, 정지영, 송명지, 심재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D, E, F, G
판결선고
2016. 5. 19.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마을회관 내 냉장고에 있는 사이다에 농약인 메소밀을 혼입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들에게 메소밀이 혼입된 사이다를 마시게 한 사실도 없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음에도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원심판결문 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의 상의와 바지, 전동차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원인으로 밝혀진 메소밀이 검출되었는데, 피해자들의 유전자는 검출되지 않아 피고인의 상의 등에서의 메소밀 검출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을 합리적 의심 없이 배제할 수 있는 점,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박카스 병과 메소밀 병이 발견된 점, 이 사건 범행 현장에 박카스 병뚜껑으로 닫힌 사이다 병이 있었고, 그 안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점, 메소밀의 검출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 구조요청 등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이 객관적인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여 피해자들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 판단의 요지 및 구체적인 판단의 순서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도4392 판결 등 참조).
2) 당심 판단의 요지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 할 것이어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피고인은 평소 화투를 치면서 피해자들 특히 피해자 M과 사이에 다툼 내지 갈등이 있었고, 여기에 평소 억눌러 왔던 분노가 표출되어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정이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살해의 동기로 이해되기 어려울지라도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살해의 동기로 충분하였다 할 것이고, 더구나 메소밀은 고령의 피고인에게 아주 적합한 범행수단이었다.
② 피고인은 2015. 7. 13.(이하 '범행 전날'이라 한다) 19:00경부터 2015. 7. 14. (이하 '범행 당일'이라 한다) 14:00경 사이 언제든지 범행 즉 마을회관 안에 있던 사이다 병(이하 '이 사건 사이다 병'이라 한다)에 메소밀을 붓는 행위를 할 수 있었고, 일부 피해자들이 마을회관 안에 같이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마을회관 내부의 구조 및 범행의 실행방법을 고려할 때 별다른 어려움 없이 범행을 실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범행 당일 평소에는 전혀 찾지 않던 피해자 M의 집을 찾아가 피해자 M이 마을회관에 가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다.
④ 이 사건 범행 당시 마을회관 안에 있던 사람은 피고인과 6명의 피해자들인데, 그 중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사람은 피고인밖에 없다.
⑤ 피고인의 집 풀숲에서 뚜껑이 없는 박카스 병(이하 '이 사건 박카스 병'이라 한다)이 발견되었고, 위 박카스 병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었으며, 위 박카스 병은 피고인의 집안에서 발견된 나머지 9병의 박카스 병과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이 동일하다. 상주시 P에 다른 40세대에서는 동일한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의 박카스 병이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인 이외의 진범이 이 사건 박카스 병을 피고인의 집 풀숲에 버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⑥ 피고인의 손과 접촉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의 상의, 하의, 전동차, 지팡이, 이 사건 박카스 병 및 마을회관 안에 있던 휴지뭉치, 노란색 수건 등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었다. 이러한 검출결과는 피고인이 범행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메소밀을 묻혔음을 보여준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분비물을 닦아주는 과정에서 묻은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나, 분비물이나 피해자들의 옷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 밖에 다른 경로로 메소밀이 묻었을 가능성도 상정하기 어렵다.
⑦ 피고인은 메소밀 중독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마을회관 밖으로 나온 피해자 이 및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쓰러진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범행 현장에 피고인 외에 달리 구호조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⑧ 피고인은 범행 이후 마을회관 안의 상황을 최초로 목격한 마을이장 R에게 피해자들이 쓰러진 원인을 정확하게 지목하였다.
⑨ 피고인이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한 진술은 일관성이 없거나 객관적인 증거에도 배치되어 믿을 수 없고, 범행 이후 피고인이 주변 사람들 및 법정에서 보인 태도는 상당 부분 경험칙에 반한다.
3) 구체적인 판단의 순서
당심에서 피고인은 별다른 주장을 하지 않고 있고, 변호인은 원심판결문의 모두 사실 및 범죄사실에 설시되어 있는 피고인의 성향, 범행의 동기, 경위, 범행 실행 전의 상황 및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설시되어 있는 사실 또는 사정들에 대하여 반박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그 주장을 상세히 펼치고 있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원심판결문에 설시되어 있는 사실 또는 사정들에 대한 변호인의 반박이 타당한지 여부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아울러 위 '당심 판단의 요지'에서 본 사정들에 관하여 상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다. 당심의 구체적인 판단
1) 피고인의 성향과 범행의 동기
가) 원심의 설시
피고인은 H 태어나 1950년경 남편 I과 결혼한 후, 술과 도박에 빠져 지내는 남편과 잦은 갈등을 빚었고, 남편의 폭력성향으로 인해 극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려 자주 남편을 피해 이웃집으로 피해 가는 등 순탄치 않은 40년의 결혼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중 1994년경 남편이 사망하였으나, 피고인은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강압적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 및 폭력에 의한 억압, 자존감 저하로 인하여 타인과의 원만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감정표현이나 분노표출에 소극적이어서 급기야 사소한 감정문제에도 심한 분노를 느끼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피고인과 피해자 J(여, 86세), K(여, 89세), L(여, 87세), M(여, 83세), N(여, 77세), (여, 65세)은 상주시 P에서 약 30년 이상을 함께 지내온 사이로서, 평상시 14:00경 마을회관에 모여 어울리다 17:00경 각자 귀가하는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마을회관에 있는 대부분 시간에 화투놀이를 즐겼는데, 피고인이 자주 속임수를 써 주로 피해자 M이 그때마다 이를 지적하면 서로 시비가 되어 다투는 일이 잦았고 피고인의 속임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른 피해자들과도 관계가 좋지 않아, 마을회관에 '싸우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을 정도로 피해자들과 자주다툼이 있어 감정이 악화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범행 전날 상주시 Q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초복 날을 맞이하여 함께 식사를 한 후, 평소와 마찬가지로 화투놀이를 하였는데 피고인이 또다시 속임수를 쓰자, 피해자 M은 화투패를 집어 던지고 나와 버리는 등 화를 내며 피고인과 크게 다투었다.
위와 같이 분노표출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성향인 피고인으로서는, 다툼이 끊이지 않는 피해자 M에게 지속적으로 분노를 느끼던 중 위와 같은 심한 다툼으로 그 분노가 극에 달하여 피해자 M 및 평소 피고인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다른 피해자들까지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나)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남편 사망 전에 남편의 술과 도박, 폭력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 폭력에 의한 억압, 자존감 저하 등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피고인은 동시대를 살아온 다른 한 국여성들처럼 엄격한 가부장적 구조 아래서 순종적인 삶을 살다보니 감정표현이나 분노표출에 소극적인 성향을 다소 지니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피고인에게만 특유한 성향이라고 볼 수 없고 이는 참고 인내하는 것이 몸에 베인 동시대 여성들의 공통적인 경향이다. 실제로 피고인은 17살에 상주시 P로 시집을 온 이래 60년 이상 주민들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사소한 감정문제로 급격한 분노를 표출하여 주민들과 다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남편이 사망한 것은 1994년이고 이후 20년 동안 별탈 없이 잘 살아오다가 인생말년에 도달한 지금에서 그와 같은 분노감정이 표출되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
피해자 M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속임수를 쓴 일로 다툰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딴 돈 20원을 다 가지려 하여 다투게 되었다는 것이고, 또 싸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해자 M이 화투패를 던진 것은 아니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 M과 크게 다투었다고 하더라도 그 원인은 피해자 M이 돌려달라고 한 돈 10원 때문인데, 피고인이 10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리고 화가 난 것은 피고인이 아니라 피해자 M이므로 피해자 M이 피고인을 죽였다면 몰라도 피고인이 피해자 M을 죽일 이유는 없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 M에 대해 앙심을 품었다면 피해자 M만 죽이면 되는 것이지 다른 피해자들까지 죽일 이유가 없다. 피고인이 피해자 M만을 죽이려 하였다면 피해자 M이 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었으므로 집을 비운 사이에 피해자M의 집 냉장고 음료수에 메소밀을 타면 피해자 M을 쉽게 죽일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피해자 M 외에 다른 피해자들 나아가 다른 마을주민들이 먹고 죽을 수도 있는 마을회관 냉장고의 사이다에 메소밀을 넣을 이유는 없다. 한편 피해자 M은 "피고인뿐만 아니라 자신도 속이고 모두 다 속인다. 속이고 우기는 재미로 화투 친다. 그래서 다투어도 화투가 끝나면 딴 돈을 모두 다 돌려주고 서로 웃고 만다."라고 진술하였는바, 화투로 인한 갈등이 없었음을 알 수 있고, 피해자 0과 마을주민 AF의 진술도 동일하다. 피고인은 노년에 혼자 피해자들과 함께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며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으므로, 피해자들이 없으면 피고인도 무료해서 살 수가 없는데 화투 치다 다툰 일로 피해자들을 죽일 리가 없다. 검사는 살인의 동기와 관련하여 당초에는 피고인이 피해자 0과 3년 전에 농지 임대료 문제로 다툰 사실을 들어 피해자 0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았다가, 피해자 M이 의식을 회복하여 범행 전날 화투를 치다가 다툰 사실이 있다고 하자 그때부터 살인의 대상을 피해자 M으로 변경하여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다) 당심의 판단
①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평소 화투를 치면서 피고인이 많이 속이고 피고인과 매일 싸우며 범행 전날에도 싸우고 화투패를 집어던지고 나왔다는 피해자 M의 검찰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증거기록 2871면, 2876면, 공판기록 927면, 938면 ~ 942면, 980면 ~ 981면), ② 범행 당일 피해자 M의 집을 찾아가자 피해자 M이 "어제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쳤는데 부애(화)가 많이 난다."라는 말을 하였다는 V의 검찰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증거기록 2814면, 공판기록 897면 - 898면), ③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화투를 칠 때 자주 다투었다는 X의 원심 법정진술(공판기록 1173면), ④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화투를 치면서 싸우는 모습을 가끔 보았다는 CQ의 검찰진술(증거기록 1269면), ⑤ 피고인이 화투를 칠 때 점수를 잘 속인다는 AF의 경찰 및 검찰에서의 진술(증거기록 731면 ~ 732면, 1397면), ⑥ 피고인이 화투를 칠 때 한 번씩 속인다는 말을 어머니인 피해자 M으로부터 들었다는 W의 검찰진술(증거기록 2802면), ⑦ 화투를 치면서 종종 싸우고 피고인과 피해자 M이 잘 친다는 피해자 0의 검찰진술(증거기록 2827면 2828면), ⑧ 2014. 12.경 ~ 2015. 1.경 마을회관 내부에 '싸우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는 AM의 경찰 및 검찰에서의 진술(증거기록 1150 ~ 1151면, 1576면 ~ 1577면)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평소 화투를 치면서 피해자들 특히 피해자 M과 자주 다투었고, 범행 전날에도 다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인은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강압적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 및 폭력에 의한 억압, 자존감 저하로 인하여 타인과의 원만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감정표현이나 분노표출에 소극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30 ~ 237면, 571면 ~ 580면, 1712면 ~ 1740면).
위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의 다툼 내지 갈등 및 피고인의 성향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범행을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살해하기까지 할 만한 동기로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범죄는 이성적인 계산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지배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는 살인죄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즉 일반인이 보기에는 사소한 감정의 문제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임에도 왕왕 순간적인 분노의 폭발로 살인이 범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화투를 치던 중 발생한 다툼은 매우 사소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없으면 결국 피고인도 사는 낙(화투)이 없어져 버리는데, 이를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살해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피고인은 당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더구나 피고인이 범행 당시 82세의 고령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인의 시각에서 본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살해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메소밀은 고령의 피고인이 손쉽게 취득할 수 있고 다른 액체와 혼입하는 등으로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경우라도 피해자들을 혼내 주기에는 문제가 없었으므로, 당시 피고인에게는 아주 적합한 범행수단이었다.
2) 피고인이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한 경위
가) 원심의 설시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평소 마을회관에 모여 사이다 등 음료수를 즐겨 마시는 것을 알고, 초복 날 잔치를 마치고 모두 귀가한 시각인 2015. 7. 13. 19:00경부터 2015. 7. 14. 14:00경 사이에 위 마을회관에서, 미리 준비한 이 사건 박카스 병(100ml)에 담긴 메소밀을 그곳 냉장고 안에 있는 마시다 남은 1.5L 이 사건 사이다 병에 몰래 부어 혼입하였다.
나)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범행 당일 13:09경 피고인의 집에서 전동차(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와서, 피해자 M의 수리한 집을 구경하고 거기서 복숭아를 같이 먹으며 잠시 놀다가(그 무렵 피해자 L이 피해자 M의 집으로 옴) 14:00경 마가루를 먹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피고인의 집 앞에 설치된 CCTV 상으로는 범행 당일 13:09경 피고인이 나가는 모습은 촬영되었지만 14:00경 들어오는 모습은 촬영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CCTV 촬영방향이 AZ 방향인데 피고인이 집에서 나갈 때는 AZ 방향으로 나갔기 때문에 촬영이 되었으나 들어올 때는 반대 방향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촬영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후 피고인은 마가루를 먹은 후 집을 나와 14:10경 마을회관에 도착하였는데, 도착해 보니 피해자 J, N, K이 먼저 와 있었고 잠시 후에 피해자 0이 감자를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와서 피해자 J 등 5명과 감자를 깎았으며 잠시 후 피해자 M, L이 마을회관에 도착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 M의 집에서 나와 이 사건 범행을 위해 바로 마을회관으로 갔다고 추측하다, 범행 당일 13:00경부터 14:00경 사이에 피고인이 마을회관으로 갔다는 증거가 없다. 즉 위 시간 동안 피고인이 마을회관으로 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피고인의 집에 설치되어 있던 CCTV에도 당일 13:17경 X의 아들인 ED이, 13:34경 U의 아들인 DG가, 13:35경 N의 남편인 DP가, 13:44경 DG와 FU의 수리업자가 각 찍혔으나, 위 사람들 중 피고인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피해자 0은 "J이 물을 끓여 놓았다고 했지만 아직 식지 않아서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이에 의하면 피해자 J이 먼저 와서 물을 끓였던 사실을 알 수 있고, 피해자 0의 진술에 의하면 평소에도 마을회관 가까이에 사는 피해자 J, N가 마을회관에 가장 먼저 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당일 마을회관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 J, K, N가 먼저 도착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위 피해자들의 눈을 피해 마을회관 주방의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한다는 것은 피고인의 연령과 신체조건, 마을회관의 구조 등에 비추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검사는 피해자 J 등 3명이 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거실에 앉아 있어 주방에 있는 냉장고를 볼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이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해자 J 등 3명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해자 J이 주방에 있는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놓았던 점, 실제로 피해자 J은 주방에 쓰러진 채 구조된 점, 평소에도 피해자 J은 거실이 아니라 주방에 머무르곤 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J 등 3명이 모두 거실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죽이기 위해 메소밀을 혼입 할 생각이었다면 피해자들이 마을회관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의 임박한 시간이 아니라 그 전날이나 당일 오전에 탔을 것인데, 그렇다면 박카스 뚜껑을 잘못 닫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근거 없는 추론에 불과하다.
다) 당심의 판단
(1) 마을이장 R의 경찰진술, 경찰관 AA의 원심 법정진술 등에 의하면, 범행전날이 초복이어서 마을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두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었고,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화투를 쳤으며, 19:00경 이전에 모두 귀가하여 마을회관이 비어 있었다. 것이다(증거기록 2658면 ~ 2661면, 공판기록 1443면), 그리고 범행 당일 14:00경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마을회관에 도착한 후 사이다를 마심으로써 이 사건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한 일시가 일응 범행 전날 19:00경에서 범행 당일 14:00경 사이인 것은 알 수 있지만, 나아가 범행 전날인지 범행 당일인지, 구체적으로 몇 시인지에 관해서는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해 보아도 이를 확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문과 같이 '범행 전날 19:00경부터 범행 당일 14:00경 사이' 정도로 특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2) 피고인의 집 앞에 설치된 CCTV상으로는 범행 전날부터 범행 당일까지 피고인의 모습이 촬영된 것이 범행 당일 07:29경 걸어서 집을 나갔다가 바로 들어오는 모습(증거기록 1340면)과 범행 당일 13:09경 전동차를 타고 나가는 모습(증거기록 1346면)밖에 없다. 그렇지만 변호인의 주장처럼 CCTV 촬영방향이 AZ 방향이므로 그 반대 방향으로 출입할 경우에는 촬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은 CCTV에 촬영되지는 않았지만, 범행 전날 19:00경부터 범행 당일 14:00경 사이에 얼마든지 피고인의 집을 출입하였을 수 있었고, 마을이장 R의 경찰진술에 의하면 마을회관의 출입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므로(증거기록 2662면), 피고인은 집에서 나와 마을회관으로 가서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였을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 M의 집을 들렀다가 자신의 집으로 와서 마가루를 먹었다는 변호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범행 당일 13:09 경 전동차를 타고 마을회관으로 가서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한 후 피해자 M의 집을 거쳐 자신의 집으로 와 마가루를 먹고 다시 마을회관으로 갔을 수도 있는 것이다.
(3) 다만, 피고인으로서는 혼자 있는 상황 즉 범행 전날이나 범행 당일 가장 먼저 마을회관에 도착해 있었던 상황에서 메소밀을 혼입하는 것이 손쉬웠을 것이다.
만약 피고인이 범행 당일 마을회관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 아니라면 피해자들 중 일부와는 같이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범행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같이 범행의 손쉬운 실행이라는 측면에서는 피해자들이 마을회관에 도착하기 전에 조속히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였을 것으로 보이나, 한편 피고인으로서는 그 범행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범행 당일 피해자들 특히 피해자 M이 마을회관에 오는지 여부가 중요한 문제이고, 너무 일찍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할 경우 다른 마을주민들도 피해를 입을 수가 있다는 측면에서는 피해자들이 마을회관에 도착하는 시각에 근접하여 범행을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피고인의 범행 일시는 범행 당일 피해자들이 마을 회관에 도착한 무렵에 근접한 시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4) 피고인의 범행 일시를 알 수 있는 증거는 피해자 0의 검찰진술 정도이다.
위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0은 범행 당일 14:20 조금 넘어서 마을회관에 도착하였는데, 이미 피고인 및 피해자 K, J, N가 와 있었고, 피해자 M, L은 자신보다 더 늦게 도착하였다는 것이다(증거기록 2822면) (변호인도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도착순서에 관하여는 마찬가지로 주장하고 있다).
(5) 위와 같은 피해자 0의 진술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하게 상황을 설정해 본다면 피고인은 피해자 K, J, N가 마을회관 내에 있는 상황에서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였다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할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만약 위 피해자들이 모두 거실에 있었다면 마을회관 내부의 구조상 냉장고가 위치한 주방과 화투를 치는 등의 생활공간인 거실 사이에 미닫이문이 있어 거실 쪽에서는 주방 내의 냉장고 쪽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증거기록 392면, 2222 면 ~ 2224면, 당원의 현장검증결과), 피고인이 주방에서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위 피해자들이 모두 거실에 있지 않고 일부가 주방에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혼입이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①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박카스 병에 들어있던 메소밀을 이 사건 사이다 병으로 부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인 점, ② 박카스 병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하지 않은 물건이고, 메소밀은 무색, 투명한 액체이므로, 메소밀이 담겨 있는 박카스 병이 발견되더라도 이상한 낌새라고 보이기 어려운 점, ③ 당시 피해자 K은 89세, 피해자 J은 86세, 피해자 N는 77세로 모두 고령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범행이 아주 곤란한 정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 K, J, N가 마을회관 내에 있는 상황에서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한 것이라면, 위 피해자들이 모두 거실에 있는 상황에서 혼입하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 변호인은, 피해자 J이 주방에 있는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놓았고 실제로 주방에 쓰러진 채 구조되었기 때문에 위 피해자가 주방에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 피해자가 계속해서 주방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위 3명의 피해자들이 모두 거실에 있는 틈을 타 범행을 하였을 소지가 충분하다.
3) 피고인이 마을회관에 가기 전 피해자 M의 동태를 살폈다는 점 관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2015. 7. 14. 13:09경 평소에는 찾아간 적이 없는 피해자 M의 집에 들리 피해자 M이 마을회관에 갈 것을 확인하였다.
나)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평소 피해자 M의 집에 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범행 당일은 최근 피해자 M이 집을 수리한 사실이 있어 수리한 집을 구경하기 위해 피해자 M의 집에가 보았던 것이다. 피해자 M의 딸 W도 최근 수돗가에 비막이(가작) 설치공사를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 M도 피고인이 놀러 와서 고친 집을 구경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당일 피해자 M을 죽이기로 마음먹고 피해자 M이 마을회관에 가는지를 확인하고 동태를 살피기 위해 평소 가지 않던 피해자 M의 집을 찾아간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해자 M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매일 마을회관에 모이는데 굳이 피해자 M이 마을회관에 올지 안 올지를 확인해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이 당일 피해자 M을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서도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더욱더 피해자 M의 집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다) 당심의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들 중에서도 특히 피해자 M과 자주 다투었고 범행 전날에도 피해자 M과 다툰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M을 선순위의 범행대상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M이 범행 당일 마을회관으로 오지 않는다면 범행이 수포로 돌아가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M이 마을회관으로 오는지 여부가 중요한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래서 피고인은 범행 당일 평소에는 가지 않던 피해자 M의 집에 들러 피해자 M이 마을회관으로 오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해자 M의 검찰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평소 마을회관에 가자며 찾아온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범행 당일 마을회관에 가자고 찾아와서 무슨 일인가 의 아해 했으며, 잠시 있다가 자신은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오라면서 그냥 혼자 갔다는 것이다(증거기록 2872면 ~ 2873면).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M이 마을회관으로 오는지 확인하였다는 사실은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진행이다.
4) 피고인이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점 관련
가) 변호인의 주장
이 사건 당시 마을회관 냉장고 안에는 콜라, 환타, 사이다 등 각기 다른 3병의 음료수가 있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결과 그 중 이 사건 사이다 병에만 메소밀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어느 음료수를 마실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므로 만일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사이다를 마시자고 제안하면서 직접 냉장고에서 사이다 병을 꺼내왔을 것인데, 피고인이 이러한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
한편 피고인은, 사이다 병을 꺼내온 것은 피해자 M이고, 피해자 M이 피고인에게 사이다를 마실지 물어보았으나, 피고인은 마가루를 먹은 상태여서 먹지 않겠다고 하였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피해자 M, L이 가장 늦게 도착한 점, 피해자M, L이 더운 날씨에 걸어왔기 때문에 목이 말랐을 것으로 보이는데 마침 시원한 물이 없었던 점, 다른 사람들은 앉아서 감자를 깎고 있었기 때문에 손이 더러웠을 것이고 피해자 M, L은 감자를 깎지 않았기 때문에 손이 깨끗한 상태였던 점, 피해자 M은 피해자 L에 비하여 5살이나 어린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피해자 M이 사이다를 꺼내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피해자 M은 원심에서 자신이 사이다를 꺼내온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그 진술은 마을회관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상황만 기억이 날 뿐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이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이유는 위와 같이 마가루를 먹었기 때문이고 실제 이 사건 발생 이후인 2015. 7. 17. 피고인의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피고인의 집에는 당시 타먹었던 마가루가 그대로 주방에 있었는데 수사기관에서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나) 당심의 판단
(1) 이 사건 사이다 병을 꺼내온 사람이 누구인지에 관하여는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알 수 있는 것인데, ① 피해자 J, K은 이 사건 직후 사망하여 진술을 할 수 없었고, ② 피해자 N, L은 당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으며, ③ 피해자 0은 검찰에서 누군가 사이다를 가지고 와 한잔씩 따라주었고 자신이 두 번째 마신 것은 기억나지만, 사이다를 마시자고 한 것이 누구인지, 사이다를 누가 가지고 왔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823면), ④ 피해자 M은 검찰에서 사이다를 누가 꺼냈는지 알 수 없고 자신이 사이다를 꺼내지 않았으며 마을회관에 늦게 도착하니 사이다를 마시고 있어서 같이 마셨다고 진술하였으며(증거기록 2838 면 ~ 2839면, 2875면), ⑤) 피고인은 대체로 피해자 M이 사이다를 꺼내 왔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57, 1377면),
이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사이다 병을 꺼내온 사람을 알 수 없고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보아도 누가 사이다 병을 누가 꺼내왔는지 뚜렷하지 않다.
(2) 변호인은 사이다 병을 꺼내온 사람이 피해자 M이라고 주장하나, ① 이는 추측에 불과하고, ② 피해자 M의 검찰진술에도 반하며, ③ 피고인도 범행 당일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냉장고에서 사이다 병을 꺼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8면), 이후 경찰 및 검찰에서 피해자 M이 사이다를 꺼내왔다고 진술하기도 하고, (증거기록 57, 1377면), 다시 잘 모른다고 진술을 번복하기도 하여(증거기록 1749면), 그 진술의 일관성이 없어, 변호인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국 피고인이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였고,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사이다 병을 꺼내왔거나 사이다를 마실 것을 제안하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한 후 피해자들이 마시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마시지 않는 경우에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을 수 있다(그렇다고 하여 살인의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은 이 사건 사이다 병을 꺼내오고 사이다를 마시는 데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어서, 설령 피해자 M이 이 사건 사이다 병을 꺼내왔다. 고 하더라도 달리 볼 이유가 없다.
5) 피고인의 집 마당에서 발견된 이 사건 박카스 병과 메소밀 병 관련
가) 원심의 설시
피해자들은 카바마이트계 살충제인 메소밀의 독작용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사경을 헤매다 겨우 생명을 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범행 현장에서 박카스 뚜껑으로 닫혀 있는 사이다 병이 발견되었고, 위 사이다 병에서는 메소밀이 검출되었다.
피고인의 집에서 뚜껑이 없는 이 사건 박카스 병(압수된 증 제1호)과 동부메소밀 농약병(압수된 증 제6호)(이하 '이 사건 메소밀 병'이라 한다)이 발견되었는데, 위 박카스 병과 메소밀 병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었고, 위 박카스 병은 피고인의 집안에서 발견된 나머지 9병의 박카스 병과 제조번호, 유효기간이 동일하다. 수사기관에서는 상주시 P에 있는 피고인의 집 이외의 40세대에 대하여 수색하였으나 제조번호 등이 동일한 박카스 병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나)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의 집 풀숲에서 발견된 이 사건 박카스 병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박카스 병은 총 294,300 병이고, 그중 범행 당일 이전에 AZ에 공급된 양만도 약 4,000병이므로, 이 사건 박카스 병과 피고인의 집안에서 발견된 박카스 병의 제조번호가 일치한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박카스 병이 피고인의 집안에 있었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검사의 주장대로라면 피고인은 범행 당일 19:00경 경찰 조사를 마쳤으므로 집으로 돌아온 후인 19:30경 이 사건 박카스 병을 버렸다는 것이고, 상주경찰서 소속 경찰관 은 그 다음날인 2015. 7. 15. 15:30경 피고인의 집 풀숲에서 위 박카스 병을 발견하여 압수하였으므로 위 박카스 병은 20시간 동안 외부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인데, 피고인의 집안에 있던 박카스 병과 비교하여 보면 그 상태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는바, 불과 20시간 만에 병 전체에 흙과 이물질이 묻고 글자가 다 뭉개지거나 번질 정도로 훼손될 수는 없다. 범행 당일 P에 비가 온 사실이 없고, 이 사건 박카스 병이 버려진 장소가 풀숲이어서 던지더라도 병 전체에 많은 양의 흙이 묻을 수는 없으며, 단 하루 만에 자외선에 의한 빛바램 현상이 생길 수가 없고, 메소밀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메소밀이 말라 굳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메소밀은 무색, 투명하여 말라서 굳더라도 흰색의 형상을 띠지 않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박카스 병에 흙이 묻어 있고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이러한 진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검사는 피고인의 집안에 있던 박카스 병 7개와 경찰관인 Z과 AA에게 제공된 박카스 병 2개 및 풀숲에서 발견된 이 사건 박카스 병 1개 총 10개, 1박스를 이루므로 풀숲에서 발견된 이 사건 박카스 병은 피고인의 집안에 있었던 것을 범행 후 마당에 버린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러한 주장은 피고인이 박카스 1박스를 구입하여 하나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비상식적인 전제이다. 피고인은 2015. 5.경 아들 AO의 친구 동생으로부터 박카스 1박스를 선물 받고 그 중 1, 2병 정도를 먹은 후 피고인의 집안에 보관해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피고인이 거주하는 P에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되지 않아 피고인은 빈병 등 재활용쓰레기를 집 출입문 쪽에 따로 모아두었다가 피고인의 자녀들이 피고인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수시로 이를 수거해 가곤하였는바, 피고인의 자녀들이 박카스 병을 수거해 갔다면 피고인의 집안에는 8~9개의 박카스만 남아 있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마당에서 수거한 박카스 병까지 합하여 정확히 10개, 1박스를 이룬다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이 사건 박카스 병에서 검출된 메소밀과 이 사건 사이다 병에서 검출된 메소밀이 같은 제조회사의 메소밀이라는 점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위 박카스 병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발생 후 사이다 병을 최초로 목격한 R은 수사기관에서 최초 진술을 하면서 "할머니들이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을회관에 갔을 때는 사이다 병의 뚜껑이 닫혀있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고 원심에서도 같은 진술을 하였으며, 그 후의 목격자인 S, T도 사이다 병에 박카스 병의 뚜껑이 닫혀있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당초 마을회관 사이다 병에 박카스 병의 뚜껑이 닫혀있었던 것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렇다면 박카스 병은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 사건 발생 후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주변에 있던 박카스 병의 뚜껑으로 사이다 병을 닫았을 수 있다.
이 사건 사이다 병, 박카스 병 및 메소밀 병에서 피고인의 지문이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 검사는 피고인이 장갑을 끼고 범행을 하였거나 범행 후 지문을 지웠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치밀하게 이 사건 범행을 하였다면 사이다 병에 박카스 뚜껑을 잘못 닫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고 나아가 범행에 사용된 이 사건 박카스 병과 메소밀 병을 풀숲에 방치해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피고인은 범행 당일 조사를 받은 후 마을회관으로 왔다가 그곳에 세워둔 전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바, 집으로 오는 도중 많은 풀숲과 논들이 있으므로 그곳에 박카스 병을 버리거나, 집으로 온 후 다음날 15:30경 박카스 병이 압수되기까지 다른 곳에 버리는 등 은닉하였을 수 있음에도 굳이 집으로 가지고 와서 집 풀숲에 버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AV파출소의 CCTV상으로 피고인이 박카스 병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AA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범행 당일부터 마을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박카스 병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을 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마당에 버려두었던 박카스 병을 그대로 방치했을 리가 없고, 이 사건 메소밀 병은 2015. 7. 17. 피고인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피고인의 집 풀숲에서 발견되었는데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경찰관이 범행에 사용된 박카스 병을 발견한 상태였으므로 범행 발각을 우려하여 풀숲에 있던 이 사건 메소밀 병을 치웠을 것임에도 이를 태연히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위 메소밀 병과 박카스 병은 진범이 이 사건 발생 후 피고인이 사이다.를 마시지 않을 것을 알고 피고인이 참고인조사를 받으러 간 사이 또는 피고인이 대구에 있는 큰딸의 집으로 가면서 집을 비운 사이 피고인의 집에 가져다 놓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 당심의 판단
(1) ① 피해자들이 카바마이트계 살충제인 메소밀의 독작용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사경을 헤매다 겨우 생명을 구한 점, ② 이 사건 범행 현장에서 박카스 뚜껑으로 닫혀있는 이 사건 사이다 병이 발견되었고, 사이다 병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점, ③ 피고인의 집 풀숲에서 2015. 7. 15. 뚜껑이 없는 이 사건 박카스 병이, 2015. 7. 17. 이 사건 메소밀 병이 각 발견되었는데(증거기록 77면, 161면), 박카스 병과 메소밀 병에서 모두 메소밀이 검출된 점, ④ 이 사건 범행 현장에서는 사이다 병에 닫혀있던 박카스 뚜껑에 대응하는 박카스 병이 발견되지 않은 점(공판기록 1458면 ~ 1460면, 1560면)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집 풀숲에서 발견된 뚜껑이 없는 이 사건 박카스 병이 범행의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는 이 사건 박카스 병에서 검출된 메소밀과 이 사건 사이다 병에서 검출된 메소밀이 같은 제조회사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분명하지 않다(공판기록 1320면~1322면 참조)]이 밝혀져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① 이 사건 박카스 병이 피고인의 집에서 발견된 점, ② 이 사건 박카스 병은 피고인의 집안에서 발견된 나머지 9병의 박카스 병과 제조번호, 유효기간이 동일한 점(증거기록 131면, 226 면 ~ 229면), ③ 경찰에서는 범행 당일 저녁부터 상주시P에 있는 피고인의 집 이외의 40세대에 대하여 수색하였으나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이 동일한 박카스 병은 발견하지 못한 점(증거기록 1875면 ~ 1886면, 공판기록 1463면 ~ 1475면) 등을 종합하면, 위 박카스 병을 범행의 도구로 사용한 사람은 피고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만약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범인이 아니고 진범이 따로 있다고 가정한다면 진범은 범행 후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도록 하기 위해 피고인의 집 풀숲에 이 사건 박카스 병을 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범은 평소 피고인과 피고인의 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범행 당일 마을회관에 있었던 사람들 중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피고인임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 즉 범행 현장에 있었거나 범행 후 사건의 전말에 관하여 전해들은 사람일 것인데, 그러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정황이 기록상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더구나 진범은 자신이 버린 박카스 병과 피고인의 집안에서 발견된 다른 박카스 병의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몰랐지만 우연히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진범이 알았을 가능성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일반 사람들은 일정 수량의 박카스가 제조번호를 같이한다는 사실 자체를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진범은 피고인의 집안에 있던 박카스 병을 절취하거나 피고인의 집안에 있던 박카스의 제조번 호를 확인한 후 동일한 제조번호의 박카스 병을 입수한 후 메소밀을 묻혀 피고인의 집풀숲에 버렸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한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다음으로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박카스 병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박카스 병이 총 294,300병 생산되었고 그중 범행 당일 무렵 이전에 AZ에 공급된 양이 4,000병으로서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① 위 294,300병은 2015. 4. 28. 19:00경부터 21:00경까지 및 같은 달 29. 08:30경부터 08:45경까지 즉 만이틀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생산되어 전국에 유통된 점(공판기록 123쪽~ 124쪽), ② 이 사건 박카스 병과 같은 박카스D의 경우 상주지역에는 매주 25,000병 ~ 30,000병이 약국에 공급되고, AZ에만 2개의 약국에 2주 동안 2,000병 ~ 3,000병씩 공급되므로(증거기록 1912면 ~ 1914면), 범행 당일 무렵 상주지역은 물론이고, AZ만 하더라도 이 사건 박카스 병과 제조번호를 같이 하는 박카스 병보다 제조번호를 달리하는 박카스 병이 훨씬 많이 존재하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가능성도 그리 높지는 않아 보인다.
(3) 이 사건 박카스 병의 상태에 관하여, ① 피고인이 메소밀을 이 사건 박카스 병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원액이 흘러 표면이 훼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Y도 원심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1308면~1309면), ② 박카스 병이 버려진 곳이 풀숲(흙)이었고(증거 기록 87쪽), ③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경찰관인 Z, AA의 각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범행 당일 비가 날리는 정도로 조금 내렸다는 것이며(공판기록 1391면, 1405 면 ~ 1406면, 1416면, 1430면), 경찰관인 AB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범행 다음날 오후에 비가 조금 내렸다는 것이어서(공판기록 1564면~ 1567면), 이 사건 박카스 병이 버려진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았다고 해서 훼손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리고 발견 당시 이 사건 박카스 병의 외관상 훼손상태(압수된 증 제1호, 증거기록 86 면 ~ 89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박카스 병이 피고인의 집안에 있던 다른 박카스 병과 같은 박스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까지 훼손상태가 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4) 경찰관 AA과 Z은 범행 다음날인 2015. 7. 15. 피고인의 집 풀숲에서 이 사건 박카스 병을 발견하였고, 이어 피고인의 집안에서 피고인의 아들 AO로부터 박카스 1병씩을 제공받아 이를 마신 후, AA은 빈 박카스 병을 그대로 놔두었고, Z은 빈 박카스 병을 경찰서로 가지고 왔다(증거기록 131면, 공판기록 1353 ~ 1354면, 1379면, 1417면). 그리고 경찰에서는 2015. 7. 17. 피고인의 집 전체를 수색하여 쓰레기통에서 빈 박카스 병 3개(AA이 놔둔 빈 박카스 병은 제외), 주방 바닥에서 개봉하지 않은 박카스 병 4개를 발견하였고, 그 과정에서 AO가 위와 같이 AA이 마시고 놓아둔 빈 박카스 병을 가지고 갔다(증거기록 172면, 181면, 226 면 ~ 229면, 공판기록 1417면).
이와 같이 이 사건 박카스 병을 포함하여 피고인의 집안에서 발견된 빈 박카스 병과 개봉하지 않은 박카스 병을 합하면 모두 10병인데, 위 10병은 모두 제조번호, 유효기간이 동일하다(증거기록 226면), 변호인은 위와 같이 발견된 박카스 병이 정확히 10개, 1박스를 이룬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개봉하지 않은 박카스 병과 마시고 난 후의 빈 박카스 병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피고인의 집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
(5) 이 사건 범행 후 이 사건 사이다 병을 최초로 목격한 R은 경찰에서 사이다. 병의 뚜껑이 닫혀있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하였으나(증거기록 2658면), 곧이어 뚜껑이 닫혀있었는지에 관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는바(증거기록 2670면), 사이다 병의 뚜껑이 닫혀 있지 않았다는 R의 기존 진술을 믿을 수 없다.
한편 경찰관들이 범행 당일 현장에 도착하였을 당시 및 압수 당시에는 사이다.
병이 박카스 뚜껑으로 닫혀 있었음은 물론이고(증거기록 98면, 760면, 863면, 공판기록 1457면), 현장의 목격자들은 대체로 사이다 병에 뚜껑이 닫혀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즉 S은 당시 사이다 병에 뚜껑이 있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고 진술하였지만(증거기록 2684면), ① 119 구급대원 CF은 사이다 병의 마개는 확실히 박카스 병 마개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89면), ② 마을주민 T 역시 무슨 뚜껑인지는 모르지만 사이다 병이 뚜껑으로 닫혀있었던 것이 맞다고 진술하였으며 (공판기록 842면), ③ 119 구급대원에 앞서 마을회관에 도착한 경찰관 FV, FW이 R에게 사건의 경위를 묻자, R이 사이다 병을 가리키며 '이걸 먹었다더라.'라고 말하면서 FV에게 사이다 병을 건네주었고, 당시 사이다 병은 박카스 뚜껑으로 닫혀 있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680면), 반면 열려 있는 사이다 병을 뚜껑으로 닫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경찰관과 구급대원이 긴급출동한 범행 현장에서 누군가 병뚜껑을 닫는다는 것은 경험칙에도 반한다.
따라서 사이다 병에 박카스 뚜껑이 닫혀있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발생 후 누군가가 주변에 있던 박카스 뚜껑으로 사이다 병을 닫았을 수 있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6) 경찰에서는 이 사건 사이다 병, 박카스 병 및 메소밀 병에 대해서 유전자 감식 및 지문감식을 하였으나, 어떤 유전자나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증거기록 313쪽~~316쪽, 857쪽~ 859쪽). 즉 피고인의 유전자나 지문이 발견되지도 않았지만 피해자들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유전자나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 범행 전후 피해자들이 사이다를 나누어 마신 것은 분명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사이다 병을 손에 쥘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이 사건 범행 이후 T이 사이다 병을 집어서 119 구급대원에게 전달하였다(공판기록 842쪽~ 843쪽). 그럼에도 사이다 병에 피해자들이나 T 등 누구의 유전자나 지문도 발견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사이다 병을 맨손에 쥐었음에도 피고인의 유전자나 지문이 발견되지 않는 것을 두고 이상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나아가 실내에 보관되어 있었고 범행 직후 압수된 사이다 병에 어떤 유전자나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야외에 장시간 방치되어 훼손된 이 사건 박카스 병이나 메소밀 병에서 어떤 유전자나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7) 피해자들이 마시고 쓰러지게 된 사이다 병이 박카스 뚜껑으로 닫혀있었고, 위 뚜껑과 조합을 이루는 빈 박카스 병이 피고인의 집에서 발견됨으로써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전개이고, 실제로 이 사건 박카스 병과 메소밀 병이 피고인의 집에서 발견된 것은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사후적으로 판단한다면 범행도구인 이 사건 박카스 병을 자신의 집에 버리거나 이 사건 메소밀 병을 치우지 않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①0 당시 피고인이 82 세로 고령이었던 점, ②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경을 헤매던 상황이었던 점, ③ 피고인은 범행 당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저녁에 귀가하여 경황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55면), () 이 사건 범행 당일 저녁부터 40여명의 경찰관들이 마을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을 하고 수색을 벌이고 있었던 점(증거기록 63면, 공판기록 1419면 ~ 1420면), ⑤ 피고인이 귀가한 후에도 피고인의 집에 기자와 경찰관들이 찾아왔고, 이어 피고인의 아들 AO가 찾아왔으며, 피고인은 다음날 13:00경 AO와 같이 AV파출소에 가서 조사를 받고, 같은 날 15:30경 다시 집으로 왔으며, 그 때 이 사건 박카스 병이 발견되었고, 그 후 바로 큰딸인 DE의 집으로 가서 계속 거주하였는바(증거기록 77면, 공판기록 1611면, 1618면), 범행 이후 이 사건 박카스 병이나 메소밀 병이 압수될 때까지 피고인이 이를 은닉할 심리적·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계산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더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박카스 병이나 메소밀 병을 다른 곳에 은닉하려다 경찰관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박카스 병을 자신의 집에 버리고 메소밀 병을 다른 곳으로 치우지 않은 피고인의 행동은 충분히 수긍이 된다.
6)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이 묻은 경위
가) 원심의 설시
피해자들이 메소밀에 중독될 당시 피고인이 입고 있던 상의와 바지(사타구니 부분, 왼쪽 주머니 내부, 바지단 부분 등 광범위한 부분), 피고인이 타고 마을회관으로 온 전동차(손잡이 부분, 몸체 부분, 바구니 부분), 피고인이 집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지팡이(이하 위 피고인의 상의, 바지, 전동차, 지팡이를 통칭하여 '피고인의 옷 등'이라 한다)에서는 모두 메소밀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피해자들이 마신 사이다 속에 있던 메소밀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
나) 변호인의 주장
검사는 피고인의 옷 등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경위에 관하여, 첫째 피고인이 이 사건 박카스 병과 사이다 병에 메소밀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메소밀이 피고인의 손에 묻었고 손에 묻은 메소밀이 피고인의 옷 등에 옮겨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둘째 범행 후 이 사건 박카스 병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 흘러나온 메소밀로 인해 피고인의 옷 등에 묻었다고 주장한다.
검사의 첫째 주장대로 피고인의 손에 메소밀이 묻은 이유가 박카스 병과 사이다 병에 메소밀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묻은 것이라면, 피고인은 범행 당일 모자를 쓰고 마을회관으로 갔고 마을회관에 도착한 후 모자를 손으로 벗었으므로 모자에도 메소밀이 검출되었어야 하나 모자에는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리고 냉장고 손잡이 등 냉장고에서도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았다. 검사의 둘째 주장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박카스 병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적이 없고 AV파출소 CCTV에서 피고인이 왼쪽 주머니에 뭔가를 넣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휴대폰과 집 열쇠 뭉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경찰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범행 당일인 2015. 7. 14. 마을회관 내에 있던 모든 액체류와 범행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물건들을 채취, 압수 등으로 수거하였고, 같은 달 15. 이 사건 박카스 병을 압수하였으며, 같은 달 17. 피고인의 소지품 등을 압수하였고, 이어 위 액체류, 물건들 및 피해자들의 혈액 등에 대하여 약독물 분석을 하였다(증거기록 77면 ~ 78면, 143면 ~~ 156 면, 161면 ~ 190면, 311면 ~ 316면, 834면 ~ 911면, 1847면 ~ 1849면).
그 결과 마을회관 내에 있던 이 사건 사이다 병, 사이다 병에 닫혀있던 박카스 뚜껑, 씽크대 내 밥그릇 2점, 휴지뭉치, 노란색 수건 및 피해자들의 혈액, 피고인의 옷 등, 이 사건 박카스 병 등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었다.
(2) 이 사건 사이다 병과 사이다 병에 닫혀 있던 박카스 뚜껑, 씽크대 내 밥그릇 2점 및 피해자들의 혈액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것은 피해자들이 사이다 병에 있던 사이다를 밥그릇에 따라 마신 후 메소밀에 중독되었으므로, 위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3) 피고인의 옷 등에서 위와 같이 메소밀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피고인이 메소밀과 직접 접촉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피고인은 사이다 병에 있던 메소밀이 함유된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다. 한편 피고인 이외의 진범이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을 묻혔을 가능성에 관하여, 기록상 피고인 이외의 진범이 있다는 자료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집에 있던 모든 물건이 아니라 피고인의 상의, 바지, 전동차, 지팡이에 한정해서 묻혔을 리가 없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옷 등에 묻은 메소밀의 양이 상당히 적은데 이와 같이 적은 양만을 묻혔을 리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검출 결과와 더불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박카스 병을 범행도구로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메소밀을 이 사건 박카스 병과 사이다 병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직접 손에 묻혔거나 메소밀이 흘러내려 휴지뭉치나 노란색 수건으로 닦는 과정에서 손에 묻혔고, 이어 손에 묻은 메소밀이 피고인의 옷 등에 옮겨갔던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4) 한편 피고인의 모자와 마을회관 냉장고에서는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았는바(증거기록 908면), 우선 모자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이 모자를 집는 등 모자와 접촉할 당시 손에 메소밀이 묻지 않았거나 묻었다고 하더라도 극미량이어서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즉 피고인의 상의와 바지는 피고인의 손과 수시로 접촉되는 물건이고, 전동차도 그 손잡이 등은 항상 접촉되는 부분이며, 지팡이도 집에서는 수시로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인 반면, 모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마을회관 등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그것도 낮에 사용하는 물건이고, 손으로 집어서 한 번 쓰면 다시 손을 대지 않아도 되므로, 사용빈도가 낮고 피고인의 손과 접촉횟수가 적은 물건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피고인의 옷 등에 대하여 감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검출된 메소밀의 양이 상당히 적어 정확한 확인을 위해 2차 감식을 실시한 바 있다(공판기록 1323면 ~ 1324면). 이와 같이 피고인의 손과 접촉이 빈번한 피고인의 옷 등 즉 상의, 바지, 전동차, 지팡이에서조차 검출된 메소밀의 양이 상당히 적어 2차 검사를 통해서야 비로소 확인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모자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은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5) 다음으로 마을회관의 냉장고에 관하여 본다.
첫째, 피고인이 냉장고를 열거나 닫을 당시에는 손에 메소밀이 묻어 있지 않았거나 묻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미량이어서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즉 피고인이 집에서 이 사건 박카스 병에 메소밀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이를 손에 묻힌 것이라면, 집에서 이용하는 피고인의 상의, 바지, 지팡이 및 집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사용하는 전동차에는 메소밀이 묻을 수는 있지만 메소밀이 묻은 때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 피고인의 집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는 마을회관의 냉장고를 열 당시에는 피고인의 손에 묻어 있던 메소밀이 소실되었거나 검출되지 않을 정도의 미량만 남아 있었을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손과 접촉이 빈번한 피고인의 상의, 바지, 전동차, 지팡이에서조차 검출된 메소밀의 양이 상당히 적어 2차 감식을 통해 비로소 확인된 점에 비추어 보아도 위와 같은 가능성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둘째, 피고인이 냉장고를 열 당시에는 손에 메소밀이 묻어 있지 않았는데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 병에 메소밀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손에 메소밀을 묻힌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냉장고를 열 때는 메소밀이 냉장고에 묻지 않을 것이고, 닫을 때에는 손에 메소밀이 묻어 있는 상태이기는 하나 손으로 냉장고를 닫지 않았다면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손 이외의 다른 부위로 냉장고를 닫는 것은 빈번하다) 냉장고에 메소밀이 묻지 않는다. 그리고 장갑, 수건, 휴지 등을 이용하여 손과 냉장고가 직접 접촉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였을 수도 있다.
셋째, 피고인이 냉장고를 열고 닫을 당시 검출이 가능할 정도의 메소밀을 손에 묻힌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장갑 등을 이용하여 손과 냉장고가 직접 접촉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을회장인 R이 이 사건을 신고한 범행 당일 15:43경(증거기록 157면)에서 감식반이 출동하여 감식을 시작한 16:30경(증거기록 834면, 849면) 사이에 사고현장을 발견한 마을주민, 구급대원 등이 사고의 원인을 식중독인 것으로 파악하여 남은 음식물 등을 확인하기 위해 냉장고를 수회 열어보면서 그 과정에서 메소밀이 제거되어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냉장고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은 것 역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고 할 수 없다.
7) 피고인의 옷 등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에 관하여
가) 원심의 설시
피고인은 입고 있던 옷 등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것에 대하여 마을회관 내에서 사이다를 마시고 메소밀에 중독된 피해자들의 입 등을 닦아 주는 과정에서 옷과 손에 묻게 된 것이고, 전동차와 지팡이에도 묻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①) 피해자들이 마을회관 내에 쓰러져 있으면서 남긴 분비물에서는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질의회보에 의하면, 피해자들이 마을회관 내에 남긴 분비물은 구 토물이 아닌 메소밀의 섭취로 인한 과도한 타액 분비에 의하여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높은데 경구로 생체 내 흡수된 메소밀이 혈액 또는 위 내용물에서는 검출될 수 있으나, 메소밀 급성 중독에 의하여 분비가 증가된 타액에서는 메소밀이 검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회신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분비물 등을 닦아 주어 그때 묻은 메소밀이 피고인에게 옮겨진 것이라면 노란색 수건과 피고인의 옷 등에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검출되어야 함에도 검출되지 않은 점(특히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피해자 0의 분비물을 닦아준 휴지를 피고인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바지에서 피해자 0의 유전자가 검출되어야 함에도 피고인의 바지에는 메소밀, 피고인의 유전자 외에 다른 사람의 유전자는 검출되지 아니하였다), ③ 이 사건 범행 현장을 감식한 AB은 이 사건 범행 현장에 있던 액체류는 이를 모두 채취하여 검사를 의뢰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위 액체류에서 모두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변호인의 주장
마을회관 거실 바닥에는 피해자들의 분비물 외에 물처럼 보이는 액체와 누런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위 액체와 누런 흔적에 대해서는 메소밀 검사가 이루어졌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모든 액체류를 채취하여 검사한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옷 등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것은 ① 이 사건 범행 당일 피고인이 현장에 있으면서 거품을 내고 있는 피해자들의 입을 손과 휴지뭉치 및 노란색 수건으로 닦아주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입안에 남아있거나 입가에 묻어 있던 사이다의 메소밀이 피고인의 손을 통하여 옷 등으로 옮겨 묻었을 가능성, ② 피해자들이 사이다를 따르는 과정 또는 마시는 과정 내지 메소밀 중독으로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바닥에 흘렸을 수 있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입을 닦아주면서 엉덩이를 바닥에 붙인 상태에서 피해자들 사이를 이동하였으므로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이 묻었을 가능성, ③ 피해자 0은 전동차 앞에서 토한 것으로 보이는데 구토 과정에서 전동차에 메소밀이 묻었을 가능성을 들 수 있다.
특히 위 ① 가능성에 관하여, 가 피해자들이 분비한 타액에서는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경구로 체내에 흡수된 메소밀이 타액에서 검출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들이 사이다를 마신 직후 입안에 사이다 잔량이 남아 있었을 것이고 이와 같이 초기에 분비한 타액에는 잔류 사이다에 섞여 나온 메소밀 성분이 검출될 수 있는 것이며, 입가에 묻은 사이다에 대해서는 타액과 관계없이 메소밀이 검출될 수 있다.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입을 그곳에 있던 휴지 뭉치와 노란색 수건으로 닦아 주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결과 휴지 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었고 휴지뭉치에서 피해자 M의 유전자가 검출된 사실에 비추어 보면 분명하고, 나 피고인의 옷 등에서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 원인에 관하여는 과학적인 수사가 진행된 바 없어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입 등을 닦아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이 검출된 경위에 관하여, 검사는 메소밀을 박카스 병과 사이다 병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손에 묻은 메소밀이 피고인의 옷 등으로 옮겨갔고, 그 메소밀이 다시 휴지뭉치와 노란색 수건으로 옮겨갔다고 주장하므로, 검사의 주장과 같다면 피고인의 옷 등에서보다 휴지 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 더 적은 양의 메소밀이 검출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다) 당심의 판단
(1) 마을회관 내 거실 바닥에 있던 모든 액체류를 채취하여 검사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변호인이 채취 및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물처럼 보이는 액체와 누런 흔적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당시 마을회관 내 거실 바닥에 있던 액체 중 물처럼 보이는 액체와 누런 흔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11번 구토물 밖에 없는데(증거기록 870면), 당시 경찰에서는 10여명의 감식 과학수사요원을 동원하여 위 11번 구토물을 포함한 거실 바닥에 있던 모든 액체류를 채취하여 감식한 결과 모두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았다(증거기록 903면, 공판기록 1559면 ~ 1560면, 1574면).
따라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바닥에 흘린 사이다로 인해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이 묻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우선 이 사건 범행 현장의 바닥에 있던 모든 액체류를 채취하여 감식하였는데 사이다는 존재하지 않았다(공판기록 1559면 ~ 1560면), 그리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입었던 바지를 그대로 입은 채 범행 다음날 큰딸인 DE의 집으로 가서 2015. 7. 17. 10:58경 압수될 때까지 그 바지를 계속해서 입고 있었다(증거기록 143면, 공판기록 1618면), 만일 변호인의 주장처럼 사이다와 피해자들의 타액이 피고인의 바지에 묻어 더럽혀졌다면, 그런 바지를 그대로 입은 채 딸의 집에서 며칠 동안 일상생활을 하였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피고인이 범행 당일 오전에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가 (증거기록 1340면) 오후에는 모시 저고리로 갈아입은 것만 보더라도(증거기록 155면), 위와 같이 더렵혀진 바지를 며칠 동안 그대로 입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입을 닦아주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입안에 남아있거나 입가에 묻어 있던 사이다의 메소밀이 피고인의 손을 통하여 옷 등으로 옮겨 묻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가) 우선, 위와 같은 가능성 주장은 실제 피해자들의 분비물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은 감식 결과(증거기록 903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나) 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사이다를 마신 직후 입안에 사이다 잔량이 남아 있거나 입가에 사이다가 묻었을 가능성'에 관하여 본다.
피해자들이 사이다를 마시던 도중 또는 마시자마자 쓰러져 의식을 잃었던 것이 아니므로 피해자들의 입안에 사이다가 남아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고 설령 사이다가 남아 있었다고 해도 그 양은 극히 미미했을 것으로 보인다. 입가에 사이다가 묻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설령 묻었다고 해도 그 양은 극히 미미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FX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휴지 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는 2차 검사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메소밀이 검출되었다는 것인데(공판기록 1324면), 입안 또는 입가에 사이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양이 극히 미미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휴지 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 검출된 메소밀이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타액을 닦음으로 인해 전이된 것이라면 휴지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도 극히 미미한 정도의 메소밀만 검출됨이 마땅할 것인데, 휴지 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 위와 같이 많은 양의 메소밀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다) 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초기에 분비한 타액에서 메소밀이 묻어 있었을 가능성'에 관하여 본다.
피해자들은 사이다를 마신 후 중독 증상으로 쓰러져 타액을 계속 흘렸을 것이고 그 타액의 일부는 입 주위에, 일부는 바닥에 흘렀을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 사건 범행 현장에 있던 모든 액체류를 채취하여 감식한 결과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변호인의 주장대로라면 현장에 남아 있던 분비물은 중독 증상이 발현된 직후가 아닌 중 · 후기에 나온 분비물이고 초기 분비물은 피고인이 이를 모두 제거한 경우에만 위와 같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고령의 피고인이 위와 같이 초기 분비물을 남김없이 모두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고, 초기 분비물은 모두 제거하였으면서도 중·후기 분비물을 제거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① 피고인이 마을회관을 나올 때까지 피해자들의 분비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닦아준 것은 아닐지라도 피고인이 휴지 뭉치나 노란색 수건으로 피해자들의 분비물을 닦아준 이후부터는 분비물에 메소밀이 함유되어 있지 않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② 피해자들의 분비물에 메소밀이 함유되어 있었으나 민감도가 떨어지는 검사방법에 따라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고 주장한다.
위 ① 주장에 관하여 보면, 결국 피고인이 메소밀 성분이 함유된 초기의 분비물을 남김없이 모두 제거하였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위 ② 주장에 관하여 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감식 결과 피고인의 옷 등에서는 소량의 메소밀이 검출되어서 1차 검사에서는 확인을 할 수 없어 2차 검사를 실시하기까지 하여 감식의 정확성을 기하였다(공판기록 1323 ~ 1324면), 그리고 변호인의 주장대로 메소밀이 함유된 피해자들의 분비물을 피고인이 휴지뭉치와 노란색 수건으로 닦아주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이 옮겨 묻은 것이라면, 휴지뭉치와 노란색 수건, 피고인의 옷 등보다 피해자들의 분비물에서 더 많은 메소밀이 검출되어야 할 것인데, 휴지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는 많은 양의 메소밀이 검출되었고(공판기록 1324면) 피고인의 옷 등에도 그 양이 적기는 하지만 메소밀이 검출되었음에도(공판기록 1323면), 정작 피해자들의 분비물에서는 어떤 메소밀도 검출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방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보인다.
(라) 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결과 휴지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박카스 병과 사이다 병에 메소밀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메소밀이 직접 또는 피고인의 손을 통해 휴지 뭉치와 노란색 수건에 옮겨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위와 같은 사정은 변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마) 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휴지뭉치에서 피해자 M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피해자들이 사이다를 마시면서 입을 댄 정도인 밥그릇에서 피해자 N, O, L의 유전자가 검출된 것으로 보아(증거기록 2169면 - 2175면) 타액이 직접 어느 물건에 묻었다면 그 물건에서 유전자가 검출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CL도 당심에서 휴지에 타액이 묻었으면 유전자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변호인의 주장대로 피해자 0이 119 구급대에 후송된 후 피고인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 나머지 피해자들의 분비물을 계속해서 닦아주었다면 그 양이 만만치 않을 것이므로, 피해자 M 외에 나머지 피해자들의 유전자도 검출되었어야 마땅할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자 M 외에 나머지 피해자들의 유전자는 검출되지 않았다(증거기록 2169면 ~ 2175면).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피고인은 피해자 M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그 분비물을 닦아주지 않은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휴지뭉치에서 피해자 M의 유전자가 발견된 이유는, 변호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휴지문치로 피해자 M의 분비물을 닦아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보이지만, 이 휴지뭉치가 수거된 위치나 피고인이 피해자 0을 닦아준 휴지는 자신의 바지주머니에 넣었다면서 피해자 M을 닦아준 휴지는 왜 그대로 현장에 버려두었는지 설명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M이 휴지뭉치로 손이나 입을 닦는다는 등으로 휴지 뭉치를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인다(설령 피고인이 피해자 M의 분비물을 닦아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피고인은 실행행위를 종료하였고 위와 같은 정도의 행위만으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형법 제26조의 중지범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피고인이 범인임을 가리키는 여러 다른 객관적 정황들이 충분함을 고려할 때, 휴지 뭉치에서 피해자 M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합리적 의심을 품게 하는 사정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바) 변호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옷 등에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은 원인에 관하여는 과학적인 수사가 진행된 바 없어 그와 같은 사실만으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입 등을 닦아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① 타액에 구강상피세포가 포함되어 있어야 유전자가 검출되는 것인바 피해자들은 메소밀에 중독된 상태에서 그 증상의 발현으로 무의식적으로 타액을 분비하였을 뿐이므로 애초에 피해자들의 타액에 구강상피세포가 없었을 가능성이 많고, ② 휴지 뭉치와 노란색 수건에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있었으나 부분적인 검사로 인해 확인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며, ③ 피해자들 유전자 상호간의 혼합, 메소밀에 함유된 물이나 기타 화학적 성분에 의한 유전자 소실가능성, 보관과 검사과정에서의 소실가능성 특히 피고인의 전동차는 이 사건 범행 이후 사흘 동안 외부와 차단된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었으며 피고인의 바지는 이 사건 범행 이후 4일 동안 그대로 입고서 일상생활을 하였으므로 그 과정에서 유전자의 파괴 또는 소실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위 ① 주장에 관하여 보면, CL의 당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구강상피세포는 면봉으로 사람의 입을 닦았을 때에도 충분히 나올 수 있고, 타액 한 방울에도 아주 많은 구강상피세포가 있으며, 타액이 나왔는데 그 타액에서 구강상피세포가 나오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휴지 뭉치에서 피해자 M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는 바, 변호인의 주장에 의하면 다른 피해자들과 달리 피해자 M의 타액에만 구강상피세포가 있었다는 것인데, 피해자 M의 타액과 다른 피해자들의 타액이 다를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납득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위 ②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휴지뭉치에서 피해자 M의 유전자가 검출된 점에 비추어 보면 검사방법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위 ③ 주장에 관하여 본다. CL의 당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메소밀에 함유된 물이나 기타 화학적 성분에 의한 유전자 소실가능성은 보고된 바 없고, 피해자들 유전자 상호간의 혼합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의 타액이 묻었을 경우 특정 사람의 유전자만 나오는 것은 아니며, 이 사건에서 보관과 검사과정에서의 소실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는 외부적 환경 등에 의한 바지와 전동차에 묻어있던 유전자의 파괴 또는 소실가능성에 관하여 살펴본다.
CL의 당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유전자가 묻은 바지를 입은 채 잠을 자는 등 일상생활을 함으로써 묻어 있던 유전자가 없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 피고인은 범행 당시 입었던 바지를 며칠 동안 그대로 입은 채 일상생활을 하였으므로[범행 당시, 입었던 피고인의 바지는 2015. 7. 17. 10:58경 압수되었다(증거기록 143면),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소실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특히 피고인의 원심에서의 진술 즉 피해자 0의 분비물을 휴지로 닦아주었고 흠뻑 젖은 그 휴지를 그 상태로 피고인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는 것이라면(공판기록 1764면 ~1766면), 피해자 0의 유전자마저 완전히 소실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특히 전동차는 바지와 다르다. 전동차는 2015. 7. 17. 피고인의 집을 수색하던 중 발견되어 압수되었고(증거기록 161면), 압수될 당시 지붕과 벽으로 둘러싸인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증거기록 169면), 한편 피고인은 범행 당일 AV파출소에서 조사를 받고 마을회관으로 와서 전동차를 타고 귀가하였다(증거기록 360면), 그리고 다음날인 2015. 7. 15. 아들인 AO와 같이 AV 파출소로 가서 조사를 받고(공판기록 1612면, 증거기록 55면), 같은 날 15:30경 AO와 같이 피고인의 집에 들렀다가(증거 기록 77면), 바로 큰딸인 DE의 집으로 갔다(공판기록 1618면), 따라서 이 사건 범행 이후 압수될 때까지 피고인이 전동차를 사용한 것은 범행 당일 마을회관에서 집으로 올 때뿐이었고, 이후 외부적 환경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은 상태로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 피고인의 바지에서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완전히 소실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 G 변호인의 주장대로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전동차에서는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검출되었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검출되지 않은 점(증거기록 909면, 955면)[반면, 마찬가지로 상당 기간 방치되어 있다가 2015. 7. 17. 압수된 피고인의 집 쓰레기통에 있던 박카스 병에서는 피고인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증거기록 162면, 907면)], ㉰ CL의 당심 법정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들의 타액이 피고인의 옷이나 전동차에 묻었다면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검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인 점,라 휴지 뭉치에서 피해자 M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휴지 뭉치는 변호인이 주장하는 외부적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므로 피해자 M 외에 나머지 피해자들의 유전자도 검출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보아야 함에도 휴지 뭉치에서 다른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외부적 환경 등에 의한 유전자의 파괴 또는 소실가능성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4) 피해자 0의 구토로 피고인의 전동차에 메소밀이 묻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피해자 0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당시 구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공판기록 1212면), X의 원심 법정진술 역시 피해자 0이 구토를 하거나 마을회관에 구토를 한 흔적이 없었다는 것이다(공판기록 1191면), 119 구급대원 CF과 FY는 경찰에서 피해자 0이 구토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으나(증거기록 288면 ~ 289면), ① 위와 같은 피해자 0 및 X의 진술과 더불어, ② 다른 피해자들의 분비물이 구토물이 아니라 타액인 점, ③ 마을회관의 거실 바닥에 있던 액체류를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피해자들의 타액을 두고 구토물이라고 잘못 표시하기도 한 점(증거기록 312면), ④ 피해자 0의 쪼그려 앉아 있던 자세와 입에 거품을 물고 있던 모습을 보고 구토를 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0이 실제로 구토를 하여 구토물이 나온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의 옷 등에 피해자 0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고, 변호인의 위 주장대로라면 전동차 이외에 피고인의 상의, 바지, 지팡이에서도 메소밀이 검출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추어 보아도, 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5) 검출된 메소밀의 양에 대한 주장에 관하여 본다.
FX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휴지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는 많은 양의 메소밀이 검출되었고 피고인의 상의, 바지, 전동차, 지팡이에서는 적은 양의 메소밀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공판기록 1323면 ~ 1324면).
피고인이 이 사건 메소밀 병에 들어있던 메소밀을 이 사건 박카스 병에 옮겨 담고 이를 다시 이 사건 사이다 병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상의, 바지, 전동차, 지팡이는 메소밀 액이 직접 닿는 물건이 아니므로 메소밀이 적게 검출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이 사건 박카스 병에 들어있던 메소밀을 이 사건 사이다 병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휴지나 수건은 흘러내린 메소밀을 제거하거나 피고인의 손에 묻은 메소밀을 닦아내는데 사용하는 것이어서 메소밀 액이 직접 닿으므로 휴지뭉치와 노란색 수건에서 메소밀이 많이 검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FX의 원심 법정진술내용은 피고인의 범행과정에 따르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리고 검사의 주장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공판기록 1851면 참조), 변호인의 주장처럼 검사가 "피고인의 손에 묻은 메소밀이 피고인의 옷 등으로 옮겨갔고, 그 메소밀이 다시 휴지뭉치와 노란색 수건으로 옮겨갔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6) 한편 변호인이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피고인이 사이다 병에 메소밀을 혼입하는 과정이 아니라 다른 경로로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이 묻었을 몇 가지 가능성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은 메소밀이 포함된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사이다를 마시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이 묻었을 가능성은 없다.
피고인이 텃밭을 가꾸기는 하나, 제초제를 사용할 뿐 메소밀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진술(증거기록 1437면)과 피고인의 집에 보관되어 있던 다른 농약병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은 점(증거기록 316면), 피고인 옷 등 외에 다른 소지품에 대해서는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은 점(증거기록 316면)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텃밭을 가꾸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이 묻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보인다.
피고인의 농촌에서의 일상생활 과정에서 메소밀이 묻었을 가능성에 관하여 보더라도, 피고인과 생활환경이 비슷한 피해자 L, 0이 평소 입던 바지에 관하여 감정을 실시한 결과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았는바(증거기록 1555면 ~ 1570면, 2179면 ~ 2183면), 그와 같은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보인다.
(7) 이와 같이 피고인의 범행 과정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피고인의 옷 등에 메소밀이 묻었을 가능성은 상정하기 어렵다.
8) 피해자 0의 분비물을 닦아주었다는 주장 관련
가) 원심의 설시
피고인은 원심에서 피해자 0의 분비물을 휴지로 닦아주었고 흠뻑 젖은 그 휴지를 그 상태로 피고인의 바지 주머니에 넣었으며, 그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피고인의 집에 돌아와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그러한 과정에서 피고인의 옷(특히 바지의 주머니 부분 등)과 전동차, 지팡이에 메소밀이 묻었을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언급이 없다가 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피해자 0의 분비물을 닦아 준 휴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은 후 집에까지 가져와 버렸는데, 구체적으로 어디에 버렸는지는 모르나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을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분비물을 닦아 휴지가 흠뻑 젖었음에도 이를 버리지 않고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둔 채로 있다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집에 돌아와서야 이를 버렸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이는 점(피고인은 피해자 0이 구호된 후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으므로, 마을회관 안에서 충분히 휴지를 버릴 수 있었다), ③ 피해자 0의 분비물을 닦아 주었다면 피고인의 바지 주머니 안에서 메소밀과 피해자 0의 유전자가 함께 검출되어야 함에도 피해자 0의 유전자는 검출되지 않은 점, ④ 피고인은 피해자 이 119 구급차에 실려갈 때까지 계속 피해자 0을 닦아주었고, 피해자 0이 119 구급차에 실려가는 것을 보고 마을회관 안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나, 이는 당시 119 구급차가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피해자 0을 구조하던 객관적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이 부분 진술도 수긍하기 어렵다.
피해자들이 메소밀에 중독될 당시 마을회관을 들렀다가 피해자 0의 위중한 상태를 보고 119에 신고한 X은, 피해자 0이 마을회관 출입문 앞 계단 난간에서 몸을 떨고 있다가 겨우 계단을 내려가 마을회관 앞마당을 엉금엄금 기어 다니는 것을 발견하고 예전에 있었던 식중독사고가 생각나 그 옆에 서 있던 피고인에게 "또 뭐 먹었어요?"라고 그 경위를 물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 0이 아무것도 안 먹었다."는 취지로 말하고, 마을회관 안의 상황에 대하여 아무런 말이 없어 피해자 0 혼자 갑자기 중풍이 온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해 피해자 0을 구조하고 떠날 때 마을 회관 양쪽 모두 열려있던 현관 한쪽 문을 닫고 그 앞에 앉아(블랙박스 사진), 피해자 0이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AK, AL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등으로 오히려 마을회관 안에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마을회관 안에 피해자 0 외에 다른 피해자들이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나) 변호인의 주장
최초 출동한 119 구급차의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구급차가 마을회관 마당으로 들어올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 0이 있던 곳으로부터 마을회관 쪽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촬영되어 있고 119 구급대가 도착하여 피해자 0을 구조할 당시의 상황을 목격한 AK, AL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 0 곁에 있었다는 것이므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다.
피고인은 평소에 휴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버릇이 있어 그 휴지로 피해자 0을 닦아 주었는데 그 후 이를 버렸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버렸다.면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잊어버리고 집에까지 가지고 가 변기에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므로, 이례적이라고 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고인의 바지 주머니에서 피해자 0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관하여도, 피고인이 휴지를 위와 같이 넣었다는 것이 정확한 기억은 아니고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피해자 0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은 원인이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부당하다(특히 피고인은 범행 당일 입고 있던 바지를 그대로 입고 생활하다가 3일 후인 2015. 7. 17. 압수되었다).
다) 당심의 판단
(1) 최초 출동한 119 구급차의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범행 당일 15:01경 구급차가 마을회관으로 진입하기 전 피해자 0은 전동차 옆에 있었고, 피고인은 이미 계단을 올라가 마을회관 내부로 들어가려고 걸어갔으며(증거기록 295면, 1166 면 ~1173면), 15:04경 구급차가 피해자 0을 신고 마을회관에서 떠날 당시에도 피고인은 여전히 마을회관 내부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 있었는바(증거기록 295면, 1257면), 피해자 0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였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 0을 간호하다가 마을회관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부르려고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려던 중 119 구급차가 마을회관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시 피해자 0의 곁으로 가서 피해자 0이 구조되는 장면을 지켜 보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위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119 구급차가 마을회관 마당에 도착하는 순간 피고인이 119 구급차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이고, ② 당시 출동한 119 구급대원 FY의 경찰진술에 의하면, FY가 전동차 앞에서 쪼그려 앉아 구토를 하는 피해자 0을 발견하였고, 이때 피고인이 피해자 0을 가리키며 "뭔 일인지 모르겠는데 저러고 있다."라는 말을 하였다는 것이며(증거기록 289면), ③ 당시 현장을 목격한 마을주민 AK, AL 및 X의 경찰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전동차 또는 피해자 0 옆에서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므로(증거기록 519면 ~ 521면, 2652면), 피고인이 피해자 0의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위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 0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고인은 구호장면을 보고 있던 AK, AL에게 "할매는 뭐하시 노, 할머니 놀러오라고 해라."라고 말하는 등 일상적인 대화를 하였다는 것인데(증거기록 521면 ~ 522면, 1257면 ~ 1258면), 피해자 0이 119 구급차에 실려 갈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고 더구나 변호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피해자 0에 대한 구호조치까지 하였던 상황이라면 응당 피해자 0에 대한 걱정과 건강상태에 관한 언급을 하는 것이 정상적 이지, 위와 같이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묻는 등의 태평스러운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변호인의 주장대로라면 119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피고인이 마을회관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부르려고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던 중이었다는 것이고, 당시 출입문이 모두 열려 있었으므로(증거기록 295면, 1166면 ~ 1173면), 즉시 다른 피해자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119 구급차가 도착한 후 피해자 0을 태우고 출발한 3분 동안 구호장면을 구경하기만 하였다는 것도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2) 설령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평소에 휴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버릇이 있다고 하더라도, 타액으로 흠뻑 젖은 휴지를 버리지 않고 자신의 바지 주미니에 넣어 두었다는 것이나 그 바지를 며칠 동안 그대로 입은 채 일상생활을 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휴지를 자신의 바지주머니에 넣어 두었다는 진술을 하지 않다가 원심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진술을 하였다(공판기록 1764면 ~ 1766면), 그리고 피고인의 주머니에서 피해자 0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등의 점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인의 위 진술은 믿기 어렵다.
피고인이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휴지를 넣었다는 진술은 유도신문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스스로 한 진술이라는 점에서, 정확하지 않은 기억에 기초한 단순한 착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피해자 0의 입을 휴지로 닦아주었다고 진술한 후 이어 그 휴지의 처리 또는 행방에 관한 변명이나 해명을 하기 위해 꾸며낸 말이라고 보인다(공판기록 1711면 참조).
(3) 그리고 피고인의 바지 주머니에서 피해자 0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관하여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타액이 옷에 묻었다면 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더구나 바지 주머니 안의 경우 외부적 환경 등에 의한 파괴 또는 소실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는 피해자 0의 타액이 묻은 휴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9) 피해자들에 대해 구호조치를 하였다는 주장 관련
가) 원심의 설시
피고인은 피해자 0이 구조된 후 약 50분 동안 나머지 피해자들을 구조하기 위하여 119에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마을회관 안의 위급한 상황에 대하여 알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피고인은 휴대폰을 이용하여 119 신고를 할 줄 모른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피고인의 휴대폰에는 많지는 않으나 전화번호 모두를 이용하여 발신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집 전화를 이용할 때 전화번호 전체를 눌러 이용한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힘들다).
피고인은 피해자 0이 구조될 당시 및 그 후의 상황에서 마을회관 안에 있던 피해자들에 대한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피해자 0의 위급상황에 대하여 119 신고를 한 X이 마을회관 안에 있던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하여도 구조요청 내지 신고를 하는 것으로 알아 자신이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마을회관 안의 상황을 모르는 X이(피고인은 당시 X에게 마을회관 안의 상황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한 바 없다) 마을회관 안의 피해자들에 대한 구조요청을 할 것으로 기대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마을회관 안에 있던 피해자들이 자는 것으로 알고 있어 추가적인 구조요청을 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① 피해자 이은 피해자 K 다음으로 메소밀이 함유된 사이다를 마셨다고 진술하고 있고, 다른 피해자들도 비슷한 시기에 사이다를 마셨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 이 메소밀이 함유된 사이다를 마신 후 증상이 발현된 시점에는 다른 피해자들도 입에서 거품이 나오고 땀이 흠뻑 젖어 있는 등의 같은 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는 점, ② 피해자 0은 당시 피해자 J, K 등과 함께 감자를 깎은 후 감자를 삶는 동안 화투를 치려고 하였고 자신이 부엌으로 가 깎은 감자를 물에 씻고 있던 상황이라 그동안 다른 피해자들이 모두 누워 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마을회관 안의 피해자들이 발견될 당시 입 주위에 거품이 있는 채로 베게도 없이, 다른 피해자의 발 부위에 머리를 두고 누워 있거나, 틀니까지 빠진 상황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자는 줄 알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당시의 객관적 상황과는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더구나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마을회관 안에 다시 들어갔을 때에는 마을회관에 있던 피해자들의 입에서 거품이 나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많이 아픈 줄 알았으며 자신이 벌벌 떨릴 정도였다는 것인 만큼 그러한 상황에서도 마을이장 R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와 피해자들의 상황을 발견하고 신고할 때까지 피고인이 아무런 구조요청 없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모든 피해자들의 분비물 등을 닦아주는 등 피해자들을 구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119 구급차의 CCTV 사진에는 피고인이 오히려 쓰러져있는 피해자 0으로부터 멀어지거나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발견되고, 피해자 0이 구조된 후 마을회관에 온 X, R, AN 목격자들은 모두 피고인이 구호활동을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나) 변호인의 주장
피해자들이 범행 당일 14:30경 사이다를 나누어 마신 후 피해자 0은 마을회관 부엌 싱크대로 가서 감자를 씻었고 다른 피해자들은 주변을 정리한 후 마을회관 바닥에 누웠으며 피고인도 같이 누웠다. 그로부터 15분 정도가 지난 14:45경 피해자 0이 고통을 호소하며 밖으로 나갔고 피고인도 피해자 0을 따라 나갔다. 당시는 피해자 0의 경우 가장 젊었고 감자를 씻는 등으로 활동하여 혈액순환이 빨랐으므로 가장 먼저 증세가 나타난 것이고 다른 피해자들은 메소밀 중독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었다.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0이 나가면서 "나만 그래여, 나만 그래여"라고 말했다는 것으로 이를 뒷받침한다(피해자 0은 원심에서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당시 피해자 0은 메소밀 중독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 0을 따라 마을회관 계단 난간으로 갔을 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X이 피해자 0을 보고 달려왔는데 피고인은 X에게 "이 사람 왜 카겠어, 왜 카겠어"라고 말하였고 X이 피고인에게 피해자 0이 뭘 먹고 이러는지 묻자 피고인은 설마사이다를 먹고 이렇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안 먹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X은 14:51경 119에 신고를 한 뒤 마을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마을회관을 떠났다. 119 구급차가 오는 동안 피고인은 휴지로 피해자 0의 입가 거품을 닦아주었고, 15:01경 119 구급차가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왔다. 피고인은 피해자 0의 곁에서 0이 구조되는 장면을 지켜보았고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며 15:05경 119 구급차가 피해자 0을 태우고 마을회관을 떠난 뒤 마침 그곳 현장으로 온 AK, AL과 그 할머니인 AF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나누었고, AK, AL이 떠나자 15:10경 무렵 비로소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피해자 O에 대한 구조 당시 상황에 관하여, CF은 당시 회관 마당에 피고인이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AK와 AL은 당시 피고인이 전동차가 있는 곳에서 있었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의 진술에 부합한다.
피고인이 들어가자 다른 피해자들이 입에 거품을 문 채 쓰러져 있었고 식중독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여 놀란 상태에서 피해자들의 입을 그곳에 있던 휴지와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러다가 마을회관 안의 공기가 탁하게 느껴지고 어지러워 밖으로 나와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은 15:40경 R이 마을회관으로 왔고 피해자들을 보고서 15:43경 119에 신고하여 피해자들 모두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보고 처음에는 너무 놀라 구조요청을 할 생각을 못했고 정신을 차린 후에는 마을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X이 이미 119에 신고를 하였고 또 마을사람들에게 알리러 갔으므로 곧바로 추가적인 119 구급차와 마을사람들이 올 것으로 생각하여 따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다. 당시 피고인은 83세의 노인이고 당황하여 경황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피고인의 오판이 수긍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피고인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기는 하였으나 전화를 잘 걸 줄 모르고(2015. 1. 1.부터 같은 해 5, 31.까지 발신통화가 단 5건임) 이전에 119에 신고해 본 적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신속하게 119에 구조요청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원심은 피고인이 집 전화로 전화를 건 적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나, 집 전화는 피고인이 자식들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서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과정에서 숙달된 것일 뿐이므로 이를 두고 피고인이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걸 수 있었다. 고 보기는 어렵다).
다) 당심의 판단
(1) 메소밀 중독증상이 피해자 0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① 피해자 0이 다른 피해자들보다 다소 젊은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 0 역시 상당히 고령인 1950년생인 점, ② 피해자 0의 검찰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사이다를 마실 당시 늦게 도착한 피해자 S, M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피해자들과 피고인이 모두 감자를 깎고 있었고, 다른 피해자들과 피고인이 깎은 감자껍질을 종이에 담는 동안 자신은 주방으로 가서 깎은 감자를 씻자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 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어서(증거기록 2823 면 ~ 2825 면, 공판기록 1204면~1205면), 피해자 0이 유독 육체적 활동을 많이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피해자 0의 검찰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K 다음으로 메소밀이 함유된 사이다를 마셨다는 것이고(증거기록 2824면), 다른 피해자들도 같이 사이다를 마셨을 것으로 추측되는 점, ④ 변호인은 피해자 0이 가장 젊기 때문에 중독 증세가 다른 피해자들에 비해 빨리 나타 난 것이라고 주장하나, 상식적으로는 노약자가 건강하거나 젊은 사람에 비해 각종 질병이나 유해환경 등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므로, 동일한 조건이라면 오히려 나이가 더 많은 다른 피해자들에게서 중독 증상이 더 빨리 더 심하게 나타났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FX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들 중 피해자 0과 피해자 J의 혈중 메소밀 농도가 다른 피해자들에 비해 낮았다는 것인 점(공판기록 1325면), ⑥ 피해자 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나만 그래여, 나만 그래여"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당시 혼잣말을 한 취지는 '내 몸이 왜 이러지'라는 의미였다는 것인 점(공판기록 1219 ~ 1221면)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이에게서 메소밀 중독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난 시점에는 다른 피해자들에게서 더 심하거나 적어도 비슷한 정도의 증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은, 피해자 에게서 메소밀 중독 증상이 빨리 나타났다는 근거로 농약 중독연구소의 사실조회회보서를 들고 있으나, 위 사실조회회보서에는 중독증세가 나타나는 시간은 개인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이고 오히려 허약한 사람의 경우 중독의 정도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되어 있어(공판기록 158면, 164면), 위 사실조회회보서에 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젊어 더 건강한 것으로 추측되는 피해자 이보다 다른 피해자들에게서 메소밀 중독 증상이 더 빨리 더 심하게 나타났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피고인이 밖으로 나간 피해자 0을 따라 나가느라 다른 피해자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다른 피해자들도 피해자 0과 비슷한 시기에 메소밀 중독 증상이 나타났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해자 의 검찰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0을 포함하여 감자를 깎은 피해자들과 피고인이 사이다를 마시기 전후로 자리에 눕지 않았고, 평소에도 감자를 삶는 동안 화투를 쳤지 잠을 자지는 않는다는 것인 점(증거기록 2825면, 공판기록 1205 면 ~ 1208면, 1257면), ③ 당심에서 검사가 제출한 수사보고(대구 BG병원 응급실에 치료 중인 0 상대 녹취)에 따른 피해자 0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0이 깊은 감자를 씻으러 계수대로 갈 당시 다른 피해자들은 누워 있지 않고 앉아 있었다는 것인 점(증거목록 순번 565번), ④. 당시 피해자 0을 목격한 X의 경찰, 검찰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0이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떨고 엉금엉금 기는 등 평소와 다른 확연한 메소밀 중독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므로(증기기록 2651면, 2759면 ~ 2760면, 공판기록 1127면 ~ 1130면), 피고인이 밖으로 나간 피해자 0을 따라 나갈 당시 다른 피해자들에게서도 피해자 0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을 것으로 보이고, 설령 피해자 0보다는 덜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단순히 잠을 자는 모습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와 같은 평소와 확연히 상이한 피해자들의 이상(異常) 상태를 인지하였을 것이다.
(3) 위와 같이 피고인이 밖으로 나간 피해자 0을 따라 나갈 당시 다른 피해자들의 이상 상태를 확인하였을 것으로 보이나, 설령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피고인이 마을회관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는 다른 피해자들의 심각한 상태를 인지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 0이 후송된 이후 범행 현장을 최초로 목격한 R의 경찰진술에 의하면 딸로부터 연락을 받고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당시 피고인은 혼자 마을회관 밖에 서 있었다는 것이고(증거기록 2671면), 이후의 목격자인 S, T, U의 경찰 또는 검찰에서의 진술 또한 피고인이 마을회관 밖의 계단에 앉아 있거나 계단 밑에 서 있었다는 것이어서(증거기록 2684면, 2729면, 2792면), R의 진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즉 위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혼자 마을회관 밖에 서 있었을 뿐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구호조치를 하였다는 것이 아니고, 달리 피고인이 구호조치를 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변호인의 주장대로라고 하더라도 당시 피고인이 한 행동이라고는 R이 마을회관에 도착하기 전에 피해자들의 입을 닦아준 것 외에는 없다. 이러한 피고인의 행동은 당시와 같은 피해자들의 상태를 보고 일반적인 사람이 취하는 행동과는 너무나 큰 거리가 있다. 일반적인 사람이 취하는 행동은 피해자 0의 위독한 상태를 최초로 목격한 X과 다른 피해자들의 위독한 상태를 최초로 목격한 R이 취했던 행동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즉 X은 피해자 이에게 달려가 "형님 왜 이래요. 왜 이래요"라고 묻고 곧바로 119에 신고하였으며 피해자 0의 집으로 찾아가 남편에게 알렸고 마을이장 R의 집에가서 R의 부인 S에게 이를 알렸다(증거기록 2651면 ~ 2652면), R은 범행 당일 오후 김천 이마트에 있다가 딸로부터 연락을 받고 곧바로 마을회관으로 가서 안으로 들어가 피해자들의 상태를 확인한 후 즉시 119에 신고하고 밖으로 나가 지나가는 마을주민인 U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으며 자신의 처와 AE 등 다른 마을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였다(증거기록 2719면 ~ 2722면).
피고인이 고령이고 다소 경황이 없었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4)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변호인은 피고인이 처음에는 너무 놀라 구호요청을 하지 못했고 나중에 정신을 차린 후에는 X이 이미 119에 신고를 하였고 또 마을사람들에게 알리러 갔으므로 곧바로 추가적인 119 구급차와 마을사람들이 올 것으로 생각하여 따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러나 피고인은 이미 다른 피해자들과 비슷하게 심각한 상태에 있었던 피해자 0을 지켜보았으므로 다른 피해자들의 상태를 보고 구호조치를 취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놀라거나 경황이 아주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 0의 상태를 본 X이 119에 신고하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휴대폰도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스스로 충분히 119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고 보인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다시, 피고인이 휴대폰을 가지고는 있었으나 119 신고를 할 줄 모른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아무리 피고인이 고령이라도 119 신고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직전에 X의 119 신고를 목격하였으며, 피고인의 휴대폰에는 많지는 않으나 단축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번호를 눌러 발신한 내역이 있고(증거기록 814면 ~ 818면), 피고인이 원심에서 집 전화를 이용할 때 전화번호 전체를 눌러 이용한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1726면, 1801면) 등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리고 변호인은, 피고인으로서는 X이 119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따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인데, 이는 피고인이 고령이고 경황이 없던 상황에서의 오판이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의 나이와 당시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변호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범행 당일 15:10경에는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 다른 피해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는 것이므로 R이 119에 신고한 같은 날 15:49경(증거기록 159면)까지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30분 넘게 계속 위와 같은 오판에 빠져있었다는 것은 좀처럼 수긍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직전에 X이 119에 신고한 지 10분 만에 119 구급차가 도착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어(증거기록 158면) 30분 넘는 시간 동안 119 구급차가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였어야 함에도 그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10) 피고인이 R에게 피해자들이 쓰러진 원인을 정확히 지목한 부분 관련
가) 원심의 설시
피고인은 피해자 0이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처음으로 마을회관 안의 현장을 확인한 마을이장 R에게 피해자들이 쓰러진 원인에 대하여 "사이다 먹고 그래요"라고 말하여 마을회관 안에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는 원인을 정확히 지목하였고, (피고인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R에게 피해자들이 사이다 먹고 쓰러졌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R이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이 법정에서는 이를 인정하였다), R이 이를 듣고 음료수를 먹고 피해자들이 쓰러졌다는 취지로 신고하여 수사기관에서는 신속하게 이 사건 범행 현장에 있던 사이다 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나)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들이 동일한 증세를 보이고 있었고 피해자들이 같이 마신 것은 사이다밖에 없었으므로 R에게 자연스럽게 "사이다 먹고 그래요"라고 말한 것이고, 만약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위와 같은 말을 태연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 당심의 판단
피고인이 R에게 피해자들이 쓰러진 원인에 대하여 "사이다 먹고 그래요"라고 말한 것은 피고인도 원심과 당심 법정에서 인정하는 바와 같이 사실로 보이고, 이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과 같이 유력한 유죄의 증거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만약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과연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도 있는 위와 같은 말을 하였을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피고인은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기는 하였지만 막상 피해자들이 사이다를 마신 후 쓰러져 거품을 토하면서 의식을 잃게 되자 적잖이 당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R도 경찰에서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할 당시 피고인 혼자 회관 밖에 서서 "어째하면 좋겠어, 어째하면 좋겠어, 이 사람들 왜 이 카겠어"라는 말을 하였다는 진술을 한 바 있다(증거기록 2671면, 2720면),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냉정한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언행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순간적인 감정에 따라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고원인을 정확히 지목하는 말을 하였던 것으로 봄에 부족함이 없다.
11)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가)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83세의 노인이고, 뇌경색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 다양한 조사를 받은 관계로 기억의 혼란을 겪었고, 본능적인 방어기전이 작동하여 명백한 사실조차도 부인한 경우가 있었다는 등을 감안하면, 다소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는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나) 당심의 판단
위와 같은 변호인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아래와 같이 일관성이 없거나 객관적인 증거에 배치되는 진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범행 이후 아래와 같은 피고인의 태도는 경험칙에 반하므로, 결국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이를 믿기 어렵다.
(1) 피고인은 범행 당일 마을회관에 도착한 순서에 관하여 경찰에서는 자신이 피해자 J, N, K, L, M 다음으로 도착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199면, 365면),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L, M이 가장 나중에 도착하였다는 피해자 0의 검찰진술(증거기록 2822면) 등으로 밝혀진 객관적 사실관계와 배치된다.
(2) 피고인은 범행 당일 AV 파출소에서 처음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꺼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8면), 이후 경찰 및 검찰에서는 피해자 M이 꺼내왔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가(증거기록 57면, 1377면), 다시 잘 모른다고 하여 기존 진술을 또 번복하였다(증거기록 1749면). 그리고 원심에서는 피해자 M이 꺼내온 것이 사실이라고 하여 기존 진술을 다시 번복하였다(공판기록 1697면),
(3) 피고인은 경찰에서 피해자 0이 다른 피해자들이 같이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나갔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200면),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0이 감자를 씻다가 메소밀 중독 증상으로 밖으로 나갔다는 피해자 0의 검찰진술(증거기록 2825면)과 배치된다.
(4) 피고인은 검찰에서 AK, AL과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1696면), 이는 앞서 본 AK, AL의 경찰진술(증거기록 521 면 ~ 522면, 1257면 ~ 1258면)과 배치된다.
(5) R, T,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AJ 및 AI은 경찰 또는 검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이 사이다를 먹고 쓰러졌다는 취지로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597 면, 1498면, 1505 면, 2720면, 2729면), AJ이 근무수첩에 한 메모도 같은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데(증거기록 504면), 피고인은 검찰에서 그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없고, 경찰관과 마을주민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697면 ~ 1701면),
(6) 피고인은 검찰에서 집 앞 CCTV에 범행 당일 13:09경 집에서 나가는 장면이 촬영되었음에도 집을 나간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369면).
(7) 경찰관이 피고인의 집에서 이 사건 박카스 병을 발견하자 피고인은, 경찰관이 피고인에게 어떤 질문을 한 적이 없고 직접 보여주지도 않았음에도 "병이 헌병이고, 흙이 많이 묻었다."는 말을 하였다(증거기록 202 ~ 203면, 373면), 이는 피고인이 이 사건 박카스 병의 존재와 상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8) 피고인은 범행 이후 피해자들의 병문안을 가지도 않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증거기록 1451면), 피고인이 범인으로 의심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안녕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수도 있다고는 보이나,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만이 사이다를 마시지 않아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 최소한 연락 정도는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9)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이는데,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으면서 면회를 온 가족들에게 억울하다는 하소연이나 진범이 잡혔는지에 관한 질문 등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1852면 ~1856면).
피고인은 당심에서도 수회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기일이 진행되는 동안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대한 답변 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 공판기일에 농약을 넣지 않았다는 짤막한 말 한마디만을 하였을 뿐이다. 이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에서 원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의 태도로는 보기 어렵다.
12) 소결론
이상과 같이 피고인과 변호인은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에 대하여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고, 그 중에는 경시할 수 없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이 제기하는 다른 가능성의 대부분은 일반인의 상식과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 밝혀진 객관적인 사실에도 반하여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만약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하나 또는 몇 개밖에 없다면, 예컨대 박카스 뚜껑으로 닫혀있던 이 사건 사이다 병, 피고인의 집 풀숲에서 발견된 뚜껑이 없는 이 사건 박카스 병과 메소밀 병, 피고인의 집안에서 발견된 제조번호가 동일한 다른 박카스 병, 피고인의 집 이외의 세대에서는 동일한 제조번호의 박카스 병이 발견되지 않은 점 정도라면 그 가능성이 아주 낮기는 하나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는 범인이 피고인임을 가리키는 많은 증거가 있다. 그 증거 하나하나로는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어도 그 증거를 다 모아놓고 보았을 때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보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라. 양형에 관하여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원심에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형이 적정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은 시골에서 순박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아낙네이고 80년 이상 여느 여인들처럼 남편과 아들딸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 기대에 걸맞게 아들딸은 물론이고 그 자식들까지 장성하여 이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웃들과도 큰 마찰 없이 지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범행에 있어서도 피고인이 악마의 심성을 가진 채 피해자들을 반드시 살해하겠다는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피해자들을 살해한 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었고 심지어 경찰서에 가면서 범행이 성공하였다는 기쁨에 웃고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는 기록 전체를 보아도 그렇고 피고인의 당심에서의 모습과 태도 등에 비추어서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피고인이 한 행위의 결과는 너무나 중대하고, 이에 대해 피고인은 시종일관 범행을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살아남은 피해자들이나 그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범한 시골마을이 이 사건으로 풍비박산이 되었다. 이웃들끼리 이제는 물 한잔도 권하지 못할 정도로 공동체는 붕괴하였고 현재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원심은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는데, 이 사건 판결선고일을 기준으로 피고인이 83세이고 사람의 평균수명을 고려할 때 과연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무엇보다도 원심에서 배심원들의 일치된 의견을 받아들여 무기징역을 선고한 점과 당심에서 양형의 조건에 관하여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그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량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그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범균
판사정한근
판사전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