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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2019. 7. 10. 선고 2018나319335 판결
[손해배상(국)] 확정[각공2019하,819]
판시사항

육군에 사병으로 입대하였다가 장기하사로 임관한 후 월남전에 참전하여 그 공으로 화랑무공훈장 등을 받은 갑이 숙부인 망 을이 반공법 위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판결이 확정된 후 구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에 따라 원에 의하지 아니하는 전역명령을 받아 전역하였는데, 그 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 등을 이유로 을의 아들 병이 청구하여 개시된 위 판결에 대한 재심에서 을과 그 공동피고인들이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연행된 후 불법구금되어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자백진술을 하였고, 임의성 없는 상태가 검찰조사 및 재심대상사건의 법정에서도 계속되어 자백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자, 갑이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로 조작된 위 사건으로 인한 자신에 대한 강제전역처분도 위법하다며 국가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국가공무원들의 중대한 반인권적, 조직적 불법행위에 의하여 야기된 을에 대한 재심대상판결 때문에 위법하게 강제전역처분을 받았음이 인정되므로 국가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갑에게 강제전역처분으로 인한 손해 중 갑이 구하는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갑이 재심무죄판결 확정 사실을 을의 장남인 정으로부터 들어 알게 된 때로부터 3년 이내에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갑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지 않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육군에 사병으로 입대하였다가 장기하사로 임관한 후 월남전에 참전하여 그 공으로 화랑무공훈장 등을 받은 갑이 숙부인 망 을이 반공법 위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판결이 확정된 후 구 군인사법(1976. 12. 31. 법률 제29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인사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제2호 에 따라 원에 의하지 아니하는 전역명령을 받아 전역하였는데, 그 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 등을 이유로 을의 아들 병이 청구하여 개시된 위 판결에 대한 재심에서 을과 그 공동피고인들이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연행된 후 불법구금되어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자백진술을 하였고, 임의성 없는 상태가 검찰조사 및 재심대상사건의 법정에서도 계속되어 자백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자, 갑이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로 조작된 위 사건으로 인한 자신에 대한 강제전역처분도 위법하다며 국가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갑이 구 군인사법 등 당시 관련 법령에서 정한 현역부적합사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데도 별다른 사유 없이 강제전역처분을 받았고 이는 을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인 점, 당시 친인척 중 반공법 위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 해당 공무원이나 군인에게 연좌제로 인한 불이익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갑이 을에 대한 재심대상판결 때문에 강제전역처분을 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을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은 국가공무원들의 중대한 반인권적, 조직적 불법행위에 의하여 야기된 것이므로 위 판결을 이유로 한 갑에 대한 강제전역처분도 위법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 국가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갑에게 강제전역처분으로 인한 손해 중 갑이 구하는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 국가배상법 제8조 ,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1항 , 제2항 에 의하면,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피해자 등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국가의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으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4호 에서 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는 재심대상판결로 인하여 야기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경우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를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에서 정한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인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아니라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정한 소멸시효의 주관적 기산점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였는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고, 갑의 손해배상청구권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 에서 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는 재심대상판결을 이유로 한 강제전역처분에 대한 것이므로 민법 제766조 제1항 을 적용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를 결정하여야 하는데, 갑이 재심무죄판결 확정 사실을 을의 장남인 정으로부터 들어 알게 된 때로부터 3년 이내에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갑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지 않았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경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조정)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9. 6. 12.

주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6. 1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의 입대와 전역 과정

1) 원고는 1969. 5. 27. 육군에 사병으로 입대하였다가, 1970. 1. 26. 장기하사로 임관하였다.

2) 원고는 1971. 3. 29.부터 1973. 3. 5.까지 2년간 월남전에 파병되어 참전하여 그 공을 인정받아 1971. 8. 13.에는 군사령관 표창을 받았고, 1972. 3. 16.에는 화랑무공훈장을 받았으며, 1972. 8. 1.에는 하사 임관 2년 6개월 만에 중사로 진급하였다.

3) 원고는 귀국 직후인 1973. 3. 8.부터 1974. 8. 20.경까지 육군 제○○사단에서 근무하였고, 1974. 8. 21.경부터 1975. 6. 30.경까지는 특수전사령부 제△공수여단 등에서 정보, 작전 업무를 수행하였다.

4) 그러던 중 원고는 1975. 7. 5.경 육군 제□사단으로 전보되었고, 제3군사령부 인사명령에 따라 1976. 4. 30. 구 군인사법(1976. 12. 31. 법률 제29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 제1항 제2호 에 따라 원에 의하지 아니하는 전역명령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강제전역처분’이라 한다).

나. 원고의 숙부 소외 1의 형사사건 재심무죄판결

1) 원고의 숙부인 망 소외 1은 1974. 2. 7.경 중앙정보부 소속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되어 구금되었고, 1974. 2. 13.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되었다.

2) 망 소외 1은 1963. 11.경부터 1966. 11.경까지 경북 울릉군에서 북한의 간첩으로 활동하는 소외 2, 소외 3, 소외 4의 간첩활동을 방조하고 소외 3, 소외 4의 잠입을 방조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반공법 위반 등)로 서울형사지방법원 74고합160, 175, 181, 196 사건으로 기소되어 1974. 7. 24.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하여 항소 및 상고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1974. 12. 9. 선고 74노1112 판결 , 대법원 1975. 4. 8. 선고 75도279 판결 에 의하여 항소 및 상고가 전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3) 그 후 망 소외 1의 아들 소외 5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울릉도간첩단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등으로 당시 수사관들의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의 범죄사실이 증명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여 2013. 8. 16.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졌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재고합21 사건으로 2014. 10. 24. 망 소외 1과 공동피고인들이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연행된 후 불법구금되어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자백진술을 하였고, 그러한 임의성 없는 상태가 검찰조사 및 재심대상사건의 법정에서도 계속되어 그 자백진술의 증거능력이 없거나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고, 항소심 및 상고심을 거쳐 2015. 10. 29. 위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서울고등법원 2015. 5. 21. 선고 2014노3377 판결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8834 판결 ).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원고는 우수하고 모범적인 특전사 요원으로 군복무를 하던 중 숙부인 망 소외 1이 반공법 위반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인하여 강제전역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위 사건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에 의하여 조작된 것이고, 그에 따른 원고에 대한 강제전역처분도 위법한 것이므로 대한민국은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는 손해배상금 중 위자료로 청구취지 기재 금액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원고에 대한 강제전역처분이 있었던 1976. 4. 30.부터 5년이 경과함으로써 시효로 소멸하였다.

3. 판단

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1) 이 사건 강제전역처분 당시 근거법령은 아래와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구 군인사법(1976. 12. 31. 법률 제29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원에 의하지 아니하는 전역 및 제적)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각 군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킬 수 있다
2.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
구 군인사법 시행령(1977. 1. 28. 대통령령 제84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전역)
① 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라 함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
2. 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
3. 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수행을 포기하는 자
4. 기타 군 발전에 저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상의 결함이 있는 자
②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 및 심사 기타 필요한 사항은 국방부령으로 정한다.
구 저능률자전역규정(1982. 9. 20. 국방부령 제347호로 폐지)
제4조(저능률자 기준)
① 영 제48조(주1)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발전성이 없거나 능력이 퇴보되는 자
2. 판단력이 부족한 자
3. 지휘 및 통솔능력이 부족한 자
4. 지능정도가 낮은 자
5. 군사보수교육을 받을 능력이 없는 자
② 영 제48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하는 자
2. 배타적이며 화목을 못하고 군의 단결을 파괴하는 자
3. 타인 또는 근무상 위험을 초래하게 할 성격상의 결함자
4. 변태적 성벽자
5. 개인 부채를 계속하여 가지는 자
③ 영 제48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책임감이 없으며 적극적으로 자기 임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는 자
2. 위험 또는 곤란한 임무를 부당하게 회피하는 자
3. 정당한 명령을 고의적으로 수행하지 아니하는 자
④ 영 제48조 제1항 제4호에 규정된 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동료들에 비하여 특히 발전이 늦으며 낙오되는 자
2. 타인을 중상모략하고 정실로 업무를 처리하는 자
3. 신의가 없으며 허위보고를 하는 자
4. 축첩행위자
5. 각 군 군사비밀보호규정에 의하여 비밀취급인가를 받을 수 없는 사유가 있는 자로서 당해 군의 보안적부심사위원회에서 부적격자로 판정된 자

주1) 영 제48조

2)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강제전역처분을 받은 사유에 관한 당시 현역복무부적합심의서 등의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 사실과 제1심 증인 소외 6의 증언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군복무를 하는 동안 월남전에 파병되어 무공훈장을 받고, 귀국 후에는 특수전사령부 공수여단에서 정보, 작전 업무 등을 수행하는 등 우수한 군인으로 근무하였던 것을 알 수 있고, 그 외에 달리 원고에게 구 군인사법 등 당시 관련 법령에서 정한 현역부적합사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고는 별다른 사유 없이 1975. 7. 5.경 육군 제□사단로 전보된 후 1976. 4. 30. 이 사건 강제전역처분을 받았는바, 이는 원고의 숙부 망 소외 1에 대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 1975. 4. 8.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고, 당시 위와 같이 친인척 중 반공법 위반 등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 해당 공무원이나 군인에게 연좌제로 인한 불이익이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원고는 숙부인 망 소외 1에 대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로 인하여 이 사건 강제전역처분을 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달리 이에 대한 반증이 없다.

나아가 망 소외 1에 대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에 의한 허위자백에 따른 것으로 국가공무원들의 중대한 반인권적, 조직적 불법행위로 야기된 것인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따라서 위 망 소외 1에 대한 반공법 위반 등 사건의 판결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강제전역처분도 위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강제전역처분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 중 원고가 구하는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관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민법상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이 적용되는지 여부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2항 , 제1항 , 국가배상법 제8조 ,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1항 , 제2항 에 의하면,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원고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주관점 기산점, 민법 제766조 제1항 )로부터 3년 또는 국가의 불법행위일(객관적 기산점,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그런데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등 불법행위에 의한 것으로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2005. 5. 31. 법률 제7542호로 제정된 것, 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162, 219, 466, 2015헌바50, 440, 2014헌바223, 290, 2016헌바419 전원재판부 결정 에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제4호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규정된 사건에 관하여는, 그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이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과는 다른 특수성, 즉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누명을 씌워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소속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였으며, 사후에도 조작·은폐함으로써 오랜 기간 진실규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소멸시효 법리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고, ‘채무자의 이중변제 방지’, ‘채권자의 권리불행사에 대한 제재 및 채무자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 보호’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입법 취지가 국가배상청구권 행사의 제한 근거가 되기 어려우며, 국가배상청구권은 헌법 제29조 제1항 에서 특별히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헌법 제10조 제2문에 따라 개인이 가지는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이를 사후적으로 회복·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기본권인 점을 고려할 때,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 헌법 제10조 의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와 헌법 제29조 제1항 의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완전히 희생시킬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국가가 소속 공무원들의 조직적 관여를 통해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집단 희생시키거나 장기간의 불법구금·고문 등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유죄판결을 하고 사후에도 조작·은폐를 통해 진상규명을 저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법행위 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발생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지도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에서 정한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소멸시효제도를 통한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위 사건 유형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그렇다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 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는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로 인하여 야기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는, 그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에서 정한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을 적용하여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였는지 여부로 결정할 수는 없고, 민법 제766조 제1항 에 따라 원고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2)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과거사정리법 소정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인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을 이유로 한 강제전역처분에 대한 것이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관한 국가의 불법성 및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강제전역처분에도 동일하게 미친다. 따라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하여는 객관적 기산점에 관한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을 적용할 수 없고, 다만 주관적 기산점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을 적용하여야 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7577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기초 사실과 갑 제1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재심무죄판결이 2015. 10. 29. 확정되었는데, 원고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2017. 12. 중순경 망 소외 1의 장남인 소외 7로부터 무죄판결 사실을 들어 알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위와 같은 국가의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그 불법행위로 인한 2차적 피해를 입은 원고로서는 그 사실을 더더욱 알기 어려웠다고 할 것이다.

결국 원고로서는 위 재심무죄판결 사실을 알게 된 때에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로부터 위 소멸시효 기간(3년) 이내인 2018. 5. 2.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경과하지 않았다(가사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2015. 10. 29.을 기산점으로 삼더라도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3년 이내에 제기된 사실은 마찬가지이다).

[가사,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더라도,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고,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의 취지를 이 사건과 같이 해당 불법행위로 인하여 2차적 피해를 입은 원고에게 적용한다면, 재심무죄판결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원고로서는 그 재심무죄판결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2017. 12. 중순경 망 소외 1의 장남인 소외 7로부터 그 사실을 전해 들어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6개월 이내인 2018. 5. 2.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3) 소결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위자료)의 범위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되는 변론종결 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 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의 기준 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한 배상이 변론종결 시까지 장기간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공무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위자료를 산정하면서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성실하고 우수하게 군복무를 하다가 국가공무원들의 반인권적, 조직적 불법행위로 야기된 숙부에 대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을 이유로 강제전역을 당하게 된 점, 그로 인하여 원고가 천직으로 여기던 군인으로서의 명예가 실추되고, 강제전역 후에도 간첩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받은 정신적 고통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재심무죄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40년 가까이 장기간 계속되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 금액은 5,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9. 6. 1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판사 김대규(재판장) 정지영 예혁준

주1) 구 군인사법 시행령이 1970. 4. 20. 대통령령 제4922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관련 조문인 제48조(저능률자의 전역)의 내용이 제49조(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전역)로 옮겨졌으나, 이에 관한 국방부령인 구 저능률자전역규정은 개정되지 않고 있다가 1982. 9. 20. 군인사법 시행규칙의 제정과 동시에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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