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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6. 22. 선고 93도786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공1993.9.1.(951),2195]
판시사항

교통사고 피해자의 상처 부위 및 정도, 목격자 진술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 다른 차량에 의한 사고 가능성 등에 비추어 목격자의 진술만으로는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 사례

판결요지

교통사고 피해자의 상처 부위 및 정도, 목격자 진술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 다른 차량에 의한 사고 가능성 등에 비추어 목격자의 진술만으로는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상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보충상고이유서는 상고이유서제출 기간경과 후에 제출되었으므로 상고이유서 기재이유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심 판시 버스를 운행하여 그 판시 사고일시 장소를 지나간 것은 기록상 분명하고, 여기에다 그 교통사고를 목격한 고등학생 손성열, 박성원의 경찰, 검찰, 1심법정에서의 진술을 종합하여 자세히 검토하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주장하고 내세우는 모든 다른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이 1심 판시 사고를 야기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는바, 그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흥아타이어 소속 버스운전사인바, 1992.7.1. 21:40경 위 버스를 운전하여 서면에서 하마정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부산 부산진구 양정 3동 399의 19 소재 동영목욕탕 앞길에서 시속 2킬로미터로 우회전하게 되었는바 당시 야간으로 전방주시가 어려웠고 버스 차체가 반경이 크므로 이런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회전하기 전에 전방과 좌우를 잘 살피고 보행인이나 장애물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태만히 한 채 만연히 진행한 과실로 때마침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 우측에 서있던 피해자 정상훈의 다리를 피고인 차량 우측 앞바퀴에 걸려 넘어지게 하고, 넘어진 피해자의 머리 등을 위 버스 우측 뒷바퀴로 역과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뇌좌멸상을 입게 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다.

2. 기록에 의하여 관계증거를 살펴보면

가. 피고인은 경찰조사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위 버스를 운전하여 위 일시경 위 사고장소를 지나간 사실은 있으나 위 버스로 정상훈을 충격하거나 역과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가 입은 상처의 부위나 내용으로 볼 때 정상훈이 피고인이 운전하는 버스에 위와 같은 경위로 충격 또는 역과당하여 사망하였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그 사람은 피고인의 차량이 위 사고장소를 지날 때 이미 그 곳에 죽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나. 기록을 세밀히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한 결정적 증거는 피고인의 범행현장을 목격하였다는 손성열, 박성원의 1심법정에서의 증언과 그들에 대한 검사 및 사법경찰관 작성의 참고인 진술조서에 기재되어 있는 위 원심인용의 제1심판결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임을 알 수 있고 그 이외에는 피고인이 위 사고일시경 사고장소를 버스를 운전하고 지나갔다는 사실 이외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의 유·무죄는 위 손성열, 박성원(이하 손성열 등이라 한다)의 진술의 객관적 신빙성의 유·무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손성열 등이 진술하는 주요사항의 요지는 손성열 등은 피고인이 위 일시경 버스로 부산 서면에서 하마정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부산 부산진구 양정 3동 399의 19 소재 동영목욕탕 앞길을 천천히 우회전하여 진행하던 중에 위 버스의 앞바퀴로 정상훈의 다리를 충격하여 넘어뜨린 후 위 버스 차 밑으로 쓰러져 들어간 정상훈의 상체부위를 위 버스 오른쪽 뒷바퀴로 역과하는 것을 위 사고지점에서 약 29미터 떨어진 곳에서 보았으며 그때 피해자의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도 들었다는 것이다.

3. 손성열 등은 고등학생으로서 일관되게 이와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하고 있어 손성열 등의 진술의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원래 범죄사실의 증명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견지에서 본다면 위 손성열 등의 증언을 그대로 믿어 그 것에 의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좀더 밝혀져야 할 몇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는 정상훈의 사망원인이 된 상처가 과연 피고인이 운전하던 버스에 충격당하거나 역과당하여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수사기록에 편철된 검시조서의 기재 및 영상(수사기록 18 내지 21면), 시체검안서(수사기록 22면)와 변사사건 발생보고 및 지휘품신서의 기재(수사기록 7면) 등을 보면 정상훈은 사망당시 왼쪽발 안쪽(바깥쪽 제외)의 피부 및 근육의 박리상과 족부개방성 골절상을 입었고 왼쪽다리 무릅 아래쪽에 찰과상이 있으며 머리 왼쪽부위(오른쪽부위 제외)에 두개골 복잡골절상 및 뇌파열상을 입었을 뿐 신체 다른 부위는 별다른 상처 없이 보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바(즉 정상훈이 입은 상처는 좌측의 측두부, 좌측다리 및 발안쪽 등 신체의 좌측에만 상처가 생겨 있다는 것과 다른 부위에는 별다른 손상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위 손상열 등의 진술을 토대로 원심이 인정한 대로 피고인의 운전차량 우측에 서있던 정상훈의 다리를 버스 우측 앞바퀴에 걸려 넘어지게 하고 넘어진 피해자의 머리 등을 위 버스 우측 뒷바퀴로 역과하였다면 통상인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정상훈이 사망당시 위와 같은 상처만을 입었을까하는 강한 의심이 생긴다.

왜냐하면 정상훈이 버스 바퀴에 역과되었다면 버스의 중량 때문에 바퀴에 닿은 신체부분과 그 반대쪽의 지면에 접촉된 신체부분에 대칭적으로 상처를 입거나 뭉개졌을 것인데 정상훈 사체에 생긴 상처는 그러한 모습이 아니며, 피해자가 땅에 넘어진 후 버스 차체 밑으로 들어 갔다 하더라도 버스 차체의 높이를 고려하면 버스 바퀴 이외의 차체에 부딪쳐 정상훈의 사체에 앞서 본 바와 같은 부위정도의 상처가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는가 하는 의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러한 의심을 해소할 만한 증거를 찾아 볼 수가 없다(연산경찰서장의 감정의뢰에 대한 의사 서진근 작성의 답변서-수사기록 167 내지 169정-기재에 의하면 서진근은 정상훈의 사체에 있는 상처가 차량 바퀴에 역과되어 입은 상처라고 인정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으나, 위 답변서는 증거로 제출된 바도 없을 뿐아니라, 위 견해에서 말하는 차량이 이 사건 버스와 같은 차량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외의 소형차량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하고 피해자의 상처가 차량 바퀴 이외의 차체부위에 의한 상처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도 않다).

이와 같이 손성열 등이 진술하는 바와 같은 경위로는 정상훈이 위와 같은 상처만을 입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손성열 등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원심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려면 좀더 이 점에 대한 심리를 하였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사고경위에 대한 위 손성열, 박성원의 진술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다.

기록에 의하여 손성열 등의 진술내용을 살펴보면 위 버스 오른쪽 앞바퀴로 피해자를 충격하였는지, 아니면 왼쪽 앞바퀴로 피해자를 충격하였는지, 또 피해자가 사고 당시 사고장소에 서 있었는지 아니면 버스 진행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단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손성열과 박성원의 진술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바, 통상 교통사고를 목격한 여러 사람의 진술이 세밀한 점까지 일치될 수는 없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이 손성열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결정적으로 의심케 하는 사유는 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의심케 하는 사유는 될 것이며 특히 손성열 등의 진술 중 약 29미터 떨어진 곳에서 2 차례에 걸쳐 뼈 부러지는 소리로 생각되는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손성열, 박성원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은 위에 본 정상훈 사체에 나 있는 상처의 부위, 내용, 특성으로 미루어 보거나, 사고장소와 목격자들의 거리, 주변사정 등에 비추어 그 신빙성이 상당히 의심된다.

셋째는 정상훈이 피고인 운전버스 이외의 다른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기록에 있는 경찰의 실황조사서(수사기록 5, 6정) 및 검증조서(수사기록 24 내지 31정), 수사보고서(수사기록 35, 36정)의 각 기재와 1심증인 성진수의 증언 등에 의하면 위 사고일시경 서면 방면에서 하마정 방면으로(위 사고지점을 대로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 오기 전 큰길에) 택시 또는 봉고차 같은 소형차량으로 보이는 차량의 스키드마크가 21.5미터 가량 나 있었는데 경찰이 처음 이 사건을 교통사고로 보고 조사할 당시(피고인이 피의자로 지목되기 전임. 피고인은 사고 9일 후경에야 경찰의 탐문수사로 현장목격자로 나타난 손성열 등의 진술로 비로소 혐의자로 지목되었다)에는 사고장소 주변 노상의 이와 같은 현황 및 위 일시경 위 장소에서 차량이 급정거하는 소리와 물체가 차량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는 주변사람들의 진술을 종합하여 정상훈이 서면 방면에서 하마정 방면으로 과속으로 진행하던 차량에 충격되어 사고장소에 떨어져 사망하였던 것으로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는 한편, 기록에 의하면 사고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경찰관이 사고장소 주변차량들에 의한 사고혐의를 두고 사고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워 둔 피고인 운전버스(위 버스는 흥아타이어 회사소속 출퇴근버스이다)의 차바퀴 등을 점검하였으나 혈흔 등 용의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며(수사기록 305, 306정 수사보고서) 또 사고 당시 피고인 운전차량과 교행하면서 사고지점을 통과하다가 정상훈이 사고장소에 죽어 있는 것을 목격한 제1심증인 옥주성은 목격 당시 정상훈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상당히 많이 고여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어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정상훈이 피고인이 운전하던 버스 이외의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를 당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3. 사실관계와 증거가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위에서 지적한 점에 관하여 좀더 심리하거나 검토하여 이 사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름이 없이 위와 같이 판단하고 말았음은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주한(재판장) 윤관 김용준 천경송(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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