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두44144 개발행위 불허가처분취소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장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0. 10. 선고 2014누47053 판결
판결선고
2016. 3.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에 의한 토지의 형질변경허가는 그 허가기준 및 금지 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재량행위에 속한다.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에서는 행정청의 재량에 의한 공익 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을 그 판단 대상으로 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두19960 판결, 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2두2559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자유재량에 의한 행정처분이 그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점은 그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자가 이를 주장·입증하여야 하고, 처분청이 그 재량권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었다는 점까지 주장·입증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861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① 이 사건 신청은 1만 제곱미터 미만의 토지에 자동차관련시설을 건축하기 위한 신청으로서 관계 규정이 정한 자연녹지지역 안에서 의개발행위허가 기준을 충족하고, ② 이 사건 토지는 위치나 입지조건에 비추어 택시차 고지로 적합하며, ③ 차고지에서의 차량 교대는 1일당 횟수나 그 소요 시간이 적은데다가 정비공장을 지하 1층에 설치하고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갖출 것이어서 주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 아니할 뿐 아니라 개발행위허가에 부관을 붙인다면 규제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④ 대로에서 이 사건 토지로 통하는 길의 폭이 차량 교행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고 이 사건 토지까지 매우 가까운 거리여서 차고지의 신축으로 인하여 그 부근의 교통체증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보이지 않고, ⑤ 이 사건 토지는 현재 별다른 쓰임 없이 방치되어 있고 주변에 무허가 고물상 등이 난립하고 있어 오히려 현대식 택시차고지를 설치하는 것이 주변 지역의 경관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⑥ 피고가 2000년경 이후부터 이 사건 토지 일대 토지소유자들의 재산권을 제한하여 왔음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계획적 관리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도시개발사업계획 수립 중이어서 계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유는 정당한 불허가처분사유라고 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처분 사유에는 환경오염, 교통사정 악화, 미관 훼손, 도시개발사업 지장 등 처분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을 뿐 아니라, ⑦ 이 사건 차고지는 택시의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중요성과 주민들의 택시이용 편의 등에 비추어 공익에 부합하는 시설로서 필요성이 인정되는데다가 원고가 택시차고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입게 되는 손실을 감안할 때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고, ⑧ 이 사건 토지 인근의 토지들에 대하여 과거에 택시 차고지 건축을 허가하였거나 현재 마을버스 차고지 사용을 인가한 점 등에 비추어 평등의 원칙에도 위 배되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토지는 C 도시자연공원에 인접한 농지로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하여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을 강화 또는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는 유보 용도 지역의 일종인 자연녹지지역에 속하는데(국토계획법 제58조 제3항 제2호,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6조 제2항), 자연녹지지역은 도시의 녹지공간의 확보, 도시 확산의 방지, 장래 도시용지의 공급 등을 위하여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인 개발이 허용되는 지역이다(국토계획법 시행령 제30조 제4호 다목).
(2) 이 사건 토지 바로 북쪽에는 농지들이 있고, 동쪽에는 자동차 정비공장과 마을버스 차고지 등이, 남쪽에는 고물상으로 이용되는 공터와 D협회 V 자녀기숙사가 각 위 치하며, 그 주위로는 C 도시자연공원이 둘러싸고 있다.
(3) 원고는 약 100여 대의 택시를 보유한 택시회사의 차고지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의 주차전용 건축물과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하는 자동차 관련시설을 건축하기 위하여 지목이 답인 이 사건 토지 중 일부에 대하여 개발행위(토지 형질변경) 허가신청을 하였다.
(4) 국토계획법 제58조 제1항 제4호는 개발행위허가의 기준 중 하나로서 주변지역의 토지이용실태 또는 토지이용계획, 주변환경이나 경관과 조화를 이룰 것을 규정하고,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6조 제1항 [별표 1의2]에 따르면 개발행위로 인하여 당해 지역 및 그 주변지역에 대기오염 · 수질오염·토질오염 ·소음·진동·분진 등에 의한 환경오염 등이 발생할 우려가 없어야 할 것, 주변의 자연경관 및 미관을 훼손하지 아니할 것 및 주변의 교통소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것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개발행위 허가기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 관해서는 행정청이 재량을 가지는데, 피고는 적법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택시차고지 내 각종 오염물질로 인한 주변 환경오염과 소음·분진 발생 우려, 교통사정 악화, D협회의 생활환경 저해 및 미관 훼손 우려, 도시개발사업 수립 중으로서 계획적 관리방안 마련 후 검토가 바람직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의 개발행위허가신청을 불허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된다.
(1) 차량의 택시차고지 진·출입이 하루 2회 각 3시간씩에 해당하는 택시의 교대시 간에만 국한되고 차량 1대당 교대시간이 길지 않으며 정비공장을 실내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하더라도, 100여 대의 택시가 교대시간 중에 1분에 1.2대의 비율로 녹지지역을 진·출입하는 경우 주변에 환경오염물질 배출이나 소음·분진 발생으로 인한 영향을 줄 우려가 없거나 매우 적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 대로에서 이 사건 토지로 통하는 2개의 도로 중 하나는 그 폭이 차량의 교행에 충분할 만큼 넓지 않고, 나머지 하나는 차량의 교행은 가능하나 이 사건 토지를 지나면 막다른 길인데 마을버스 차고지와 자동차 정비공장 등 주변의 다른 시설에 출입하는 다수의 차량들이 이미 이용하고 있으며 도로 위 불법 주·정차도 빈번한 현황 등을 고려하면, 100여 대의 택시가 교대시간에 집중적으로 위 도로를 통하여 드나들 때 주변의 교통사정을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비록 이 사건 토지 일대에 무허가 고물상의 난립 등으로 이미 경관이 훼손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제거되어야 할 위법한 상태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주위에는 녹지나 농지가 많고 C 도시자연공원이 둘러싸고 있으며 D협회 기숙사 건물도 있는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토지에 택시차고지 건물이 설치되는 것이 생활환경 저해 및 미관 훼손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4) 피고가 당초에 글로벌타운 조성 등 이 사건 토지 일대의 전체구역에 대한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입장이었음에 반하여, 서울특별시는 기본적으로 자연녹 지지역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다만 개발하더라도 공동주택 위주의 고밀도 개발보다는 단계적 · 블록별 환경개선 또는 공익적 목적의 저층·저밀도의 친환경적인 개발계획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상반된 의견을 표시함에 따라 그동안 구체적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못하였는데, 향후 서울특별시와 피고의 입장 차이가 좁혀질 경우 이 사건 토지 일대의 전체 또는 일부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개발사업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개발행위허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도시개발사업과의 연계 검토가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토지 일대를 자동차관련시설 블록으로 개발하는 것이 서울특별시의 개발 방침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원심의 판시 부분은 이를 소명할 아무런 근거자료가 없다.
(5)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토지가 속한 자연녹지지역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인 개발만 허용되는 지역인데 이 사건 토지의 택시차고지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재산권 행사 제약으로 인한 불이익이 이 사건 토지 주변의 환경오염과 교통악화, 경관훼손 등을 방지하는 공익적 목적에 비하여 현저히 더 크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으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6)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인접한 토지들에 대하여 과거의 택시 차고지 이용 및 현재의 마을버스 차고지 이용 등을 인허가해준 것은 사실이나, 위 각 토지들은 모두 지목이 '대지'로서 지목이 '답'인 이 사건 토지와는 인허가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원심이 드는 사정만으로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다.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 사유에 환경오염, 교통사정 악화, 미관 훼손, 도시개발사업 지장 등 처분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례 · 평등의 원칙의 위배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
주심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