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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선고유예
부산고등법원 2021.2.4. 선고 2018재노1 판결
가.강도살인나.강도상해다.강도강간라.특수강도마.특수감금1)바.공무원자격사칭사.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아.도로교통법위반
사건

2018재노1 가. 강도살인

나. 강도상해

다. 강도강간

라. 특수강도

마. 특수감금1)

바. 공무원자격사칭

아. 도로교통법위반

피고인

1.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A

2. 가. 나. 다. 라. 마. 바. 사.

B

재심청구인

피고인들

항소인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들에 대하여)

검사

송성욱(기소), 변준석(공판)

변호인

변호사 박준영, 김예원(피고인들을 위하여)

동화 법무법인(피고인들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신윤경

재심대상판결

부산고등법원 1993. 1. 7. 선고 92노1125 판결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1992. 8. 11. 선고 91고합1305, 92고합14(병합) 판결

판결선고

2021. 2. 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에 대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강도살인의 점, 강도상해의 점, 강도강간의 점, 특수강도의 점, 각 감금의 점, 1991. 11. 초순경의 공무원자격사칭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 1991. 11. 6.경의 공무원자격사칭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과 피고인 B은 각 무죄.

위 무죄 부분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사건의 경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들은 1991. 12. 6. 피고인들의 공무원자격사칭,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 및 피고인 A의 도로교통법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 91고단8619호로, 1991. 12. 30. 피고인들의 강도살인, 강도상해, 강도강간, 특수강도, 감금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 91고합1305호로 각 공소제기되었다.

나. 원심법원은 1992. 1. 6. 위 91고단8619호 사건을 위 91고합1305호 사건과 병합 심리하기로 하는 결정을 한 후(91고단8619호 사건의 병합결정 후 사건번호는 92고합 14호) 변론을 거쳐 1992. 8. 11.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 A의 판시 제1죄(91고합1305호 사건)에 대하여는 무기징역을, 판시 제2, 3조(92고 합14호 사건)에 대하여는 징역 1년을, 피고인 B에 대하여는 무기징역을 각 선고하였다.

다. 피고인들 및 검사는 원심판결에 대하여 부산고등법원 92노1125호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일부 공소사실에 관하여 공소장변경(강도상해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를 추가기재하는 취지)이 이루어짐에 따라 이 법원은 1993. 1. 7.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의 원심 판시 제1죄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무기징역을 선고하였고, 피고인 A의 원심 판시 제2, 3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 A 및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고 한다).

라. 피고인들은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93도356호로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이 1993. 4. 27.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피고인들은 2017. 5. 8. 부산지방법원 2017재고합10호로 재심청구를 하였는데 부산지방법원은 2018. 1. 12. 재심청구의 내용과 피고인들의 주장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의사는 원심판결이 아닌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것임을 이유로 위 사건을 이 법원으로 이송하는 결정을 하였다. 위 이송결정에 따라 부산고등법원 2018재 노1호로 진행된 재심개시결정을 위한 절차에서 이 법원은 2020. 1. 6.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 2, 7호에서 정한 재심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대상판결 전부에 대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20. 1. 6.자 2018재노1 결정). 피고인들과 검사 모두 위 재심개시결정에 대하여 재항고하지 않아 위 재심개시결정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 원심 판시 제1죄에 대하여

피고인 A은 별지 1 공소사실 중 제1의 가.항(특수강도, 감금의 점) 및 제1의 나.항(강도살인, 강도상해, 강도강간, 감금의 점) 기재의 각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들은 경찰관들의 불법체포·구금과 고문·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허위로 자백하게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들의 허위자백과 증거능력 내지 증명력이 없는 보강증거들에 기초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무기징역 및 징역 1년 등)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

1) 사실오인

가) 원심 판시 제1죄에 대하여

피고인 B은 별지 1 공소사실 중 제1의 가.항(특수강도, 감금의 점) 및 제1의 나.항(강도살인, 강도상해, 강도강간, 감금의 점) 기재의 각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들은 경찰관들의 불법체포·구금과 고문·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허위로 자백하게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들의 허위자백과 증거능력 내지 증명력이 없는 보강증거들에 기초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원심 판시 제2죄에 대하여

피고인 B은 별지 1 공소사실 중 제2항 기재의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A과 공모하거나 공동하여 그러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 B은 피고인 A로부터 사전에 범행에 관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채 피고인 A의 권유로 현장에 동행하였을 뿐이고 범행에 관한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B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B에 대하여 선고한 형(무기징역 등)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위 각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가. 공소장변경

검사는 재심개시결정 이후 당심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피해자 C 및 D에 대한 공무원자격사칭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그 범행일자를 "1991. 11. 6. 16:00경"에서 "1991. 11. 5.경"으로, 피해자를 "C, D"에서 "C"으로2) 각 변경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해당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나.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관한 형법의 개정

원심은 구 형법(2004. 1. 20. 법률 제70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에 따라 1991. 8. 14. 및 1991. 11. 26. 각 벌금형의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 A에 대한 그 판시의 각 도로교통법위반죄와 원심 판시 제1죄가 사후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위 확정판결 전에 범한 판시 제1죄와 위 확정판결 후에 범한 판시 제2, 3죄에 대하여 따로 형을 정하여 선고하였다. 그런데 2004. 1. 20. 법률 제7077호로 개정된 형법 제37조에 의하면 경합범의 처리의 기준이 되는 죄가 "판결이 확정된 죄"에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로 변경되었고 위 개정법률은 공포된 날인 2004. 1. 20.부터 시행되었는바,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관한 법률의 변경은 형 그 자체에 대한 변경은 아니지만 처단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형법 제1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신법을 적용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로 되는 때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위와 같이 신법 시행 전의 사항에 대하여도 신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 A에게는 신법이 적용되어 벌금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원심 판시의 각 도로교통법위반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원심 판시 제1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게 되므로, 결국 피고인 A에 대하여도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가 인정될 경우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피고인 A에 대한 원심 판시 제1죄와 제2, 3죄에 대하여 따로 형을 정하여 선고한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 피고인 A에 대한 1991. 11. 초순경 및 1991. 11. 6. 17:00경의 각 공무원자격사칭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1 공소사실 제2항 중 별지 2 범죄일람표 순번 1, 3 기재와 같이 피고인들이 공모, 공동하여 교통경찰관의 자격을 사칭하여 그 직권을 행사하고 피해자들로부터 2회에 걸쳐 합계 40,000원을 갈취하였다는 것이다.

2) 판단

가) 피고인 A은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다. 위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는 공범인 피고인 B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자백과 각 압수물(증 제1 내지 10호) 및 그 압수조서가 있다.

나) 그런데 각 압수물(증 제1 내지 10호) 및 그 압수조서는 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다. 그리고 피고인 B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자백은 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이를 신빙하기 어렵고, 그와 같이 피고인 B의 위 자백을 신빙하기 어렵다는 판단의 근거되는 사정들까지 모두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B의 위 자백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 A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자백이 진실한 것임이 담보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 A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자백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위 자백은 피고인 A에게 불리한 유일의 증거에 해당하므로,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의미가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4.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위와 같은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친 후의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1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5.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진술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을 일으킬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를 떠나서 진술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여야 하며,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진술증거는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517 판결 등 참조).

2) 한편,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 및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면서 그것이 허위자백이라고 다투는 경우,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 정도, 진술의 내용,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그 조서의 형식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위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705 판결 등 참조).

3) 피고인이 비록 검사 앞에서 조사받을 때에는 자백을 강요당한 적이 없더라도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당시에 고문에 의하여 임의성이 없는 허위자백을 하고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사의 조사단계에까지 계속된 경우에는 검사 앞의 자백도 임의성이 없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도2409 판결 등 참조).

4) 또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 등으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법정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면 법정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도446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603 판결 등 참조).

5)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44조에 의하여 피의 자신문조서에 기재됨이 마땅한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진술서의 형식으로 피의자로 하여금 기재하여 제출케 한 경우에는 그 진술서의 증거능력 유무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구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2조 제2항]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결정할 것이 아니다(대법원 1982. 9. 14. 선고 82도147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6)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만,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라고 할지라도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함부로 인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앞서 본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이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한다. 나아가 법원이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등 참조).

나. 수사과정의 위법성

1) 불법체포·구금 여부

가) 수사관에 의한 임의동행은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에 의한 임의수사에 해당한다. 그러나 임의동행은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데도 이를 통제할 수단이 많지 않아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 동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동행의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671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임의동행에서의 임의성에 관한 판단은 동행의 시간과 장소, 동행의 방법과 동행거부의사의 유무, 동행 이후의 조사방법과 퇴거의사의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351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수사의 필요상 피의자를 임의동행한 경우에도 조사 후 귀가시키지 아니하고 그의 의사에 반하여 경찰서 조사실 또는 보호실 등에 계속 유치함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였다면 이는 구금에 해당한다(대법원 1985. 7. 29.자 85모16 결정 등 참조).

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 A은 1991. 11. 8. 오후 무렵 자신이 일하던 부산 강서구 E에 있는 F 부근 선착장에서, 피고인 B은 같은 날 저녁 무렵 자신의 주거지에서 각 G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해 G경찰서로 연행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피고인들에게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 변호인선임권 등을 별도로 고지한 사실이 없다.

② 위 수사관들이 피고인들을 연행할 당시에는 피고인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구속영장은 공무원자격사칭 및 공갈 혐의를 범죄사실로 하여 1991. 11. 9. 발부되었고 같은 날 23:30경 G경찰서에서 집행되었다.

③ 피고인 A은 주거지 인근의 직장에서, 피고인 B은 주거지에서 각 연행되었다. 1991. 11. 8.자로 작성된 '공무원자격사칭, 공갈 등 피의자 검거보고'에는 피고인들이 임의로 경찰서에 출석한 것이 아니라 수사관들이 피고인들을 '잠복수사 중 검거'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④ 피고인들은 G경찰서로 연행된 후 다음날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될 때까지 G경찰서 보호실에 유치되었고, 귀가하거나 G경찰서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조사를 받았다. 피고인들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와 같은 인신확보 및 수사과정에서 조성된 강제적 분위기와 그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 개입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⑤ 기록상 피고인들에 대한 연행에 관하여 수사관들이 검사로부터 사전 지휘를 받거나 사후에 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

다)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1991. 11. 8. G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피고인들에 대한 연행은 오로지 피고인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위 연행이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규정된 긴급구속(제206조)의 절차적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피고인들은 그와 같이 강제연행되어 조사가 끝난 후에도 귀가하지 못한 채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될 때까지 보호실에 유치되었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은 G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하여 1991. 11. 8.자로 영장 없이 불법체포되었고 그 때부터 구속영장이 집행된 1991. 11. 9. 자정 무렵까지 불법구금을 당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고문·가혹행위 여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1991. 11. 11.경부터 검찰에 송치된 1991. 11. 18.경까지 사이에 G경찰서 수사관들로부터 별지 1 공소사실 중 제1의 가.항 기재 범행(이하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이라고 한다) 및 제1의 나.항 범행(이하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이라고 한다)을 저지른 사실을 자백할 것을 강요받으면서 구타 및 물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가혹행위 정황에 대한 피고인들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

① 피고인들은 경찰 조사에서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였으나, 1991. 11. 18. 검찰에 송치된 이후 피고인 A은 1991. 11. 22. 제3회 피의자신문 시부터, 피고인 B은 송치 당일인 1991. 11. 18. 제1회 피의자신문 시부터 각 재심대상판결의 상고심에 이를 때까지 G경찰서 수사관들로부터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 및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의 자백을 강요받으며 구타와 물고문을 받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②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공소가 제기된 이후 제출된 탄원서에서 G경찰서에서 이루어진 가혹행위에 관하여 상세히 주장하였고 1992. 3. 17. 원심 제4회 공판기일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자신들이 당한 가혹행위의 내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피고인들 및 피고인들의 가족들은 그 이후 상고심까지 진행된 공판과정에서 재판부에 가혹행위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H, 청와대 등 유관기관에 대한 진정서 및 탄원서의 제출, 재심대상판결로 확정된 형의 집행 중에 G경찰서 수사관들에 대한 고소장의 제출, 출소 이후 언론사 및 방송사와의 인터뷰 등을 통하여 동일한 가혹행위를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③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고문의 내용은 손목에 휴지나 신문지를 두른 후 수갑을 채우고 무릎을 안게 한 후 꿇어 앉히고 무릎 뒤쪽으로 쇠파이프를 끼워 넣어 책상 등 사이에 쇠파이프를 걸쳐 피고인들을 거꾸로 매단 후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고 그 위에 물을 붓거나, 위와 같은 방법으로 수갑을 뒤로 채운 다음 역기대나 책상에 눕힌 후 수사관이 피고인들의 배 위에 올라타 피고인들의 몸을 누르면서 얼굴을 수건으로 덮고 그 위에 물을 붓는 방식으로 물고문을 당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피고인들의 진술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묘사하기 어렵다고 보일 정도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④ 또한 피고인들은 G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거나 피고인들의 진술이 피해자들의 진술 또는 객관적인 사건의 정황 등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 수시로 폭행, 구타 등을 당하였고 그와 같이 폭행, 구타가 있은 이후에는 G경찰서 수사관들이 요구하는 대로 자술서를 쓰거나 진술을 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나) G경찰서 동료 수감자들의 진술

① 피고인들이 구속되어 있는 기간 G경찰서 유치장에서 피고인 B과 같은 방에 있었던 I은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 B이 가혹행위를 당한 정황사실에 관하여 증언하였다. 피고인 A과 같은 방에 있었던 J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과의 면담 과정에서 피고인 A이 고문을 당한 정황사실에 관하여 진술하였다.

② I과 J은 '피고인들이 다른 수감자들과 달리 수시로 조사를 받으러 불려나갔고 조사를 받고 들어올 때는 손목, 발목이 부어 있거나 옷이 젖어 있었다.'라는 취지의 공통된 진술을 하였다. I과 J은 G경찰서에 피고인들과 같이 수감되어 있었던 사정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고, 서로 일면식도 없으며, 상호간 또는 피고인들과 별다른 친분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I과 J은 이후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의 제작진이나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면담 요청에도 흔쾌히 응하여 그 무렵 있었던 일에 관하여 임의로 진술하였다. I과 J이 20년 이상 지난 과거 수사기관의 가혹행위에 관하여 경험하지 않은 일을 허위로 꾸며 반복적으로 진술할 특별한 동기나 유인이 없다.

③ I과 J의 위와 같은 진술내용과 진술태도, 피고인들과의 관계, 허위진술의 동기 내지 가능성 등에 비추어 보면 I과 J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할 만하다.

다)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추단케 하는 정황사실

①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1991. 11. 15. 현장 검증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A이 각목을 이용해 피해자 K을 살해하였다.'라는 취지로 자백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1991. 11. 15. 밤에 G경찰서 별관 강력계 사무실로 불려가 수사관들로부터 살해방법에 관하여 '피고인 A이 각목으로 피해자 K의 머리를 가격한 후 피고인 B이 돌로 피해자 K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것 아니냐.'라는 추궁을 받으며 물고문이 행해졌다. 결국 G경찰서 수사관들의 요구에 따라 살해방법에 관해 진술을 번복하였고 그와 같이 변경된 자백의 내용에 따라 다음날인 1991. 11. 16. 현장검증이 재차 이루어졌다."라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피고인 A에 대한 경찰 조사를 보면, 1991. 11. 15. 전까지 작성된 2회의 피의자신문조서, 1회의 진술조서, 1회의 자술서, 1회의 진술녹취서에 의하면 피고인 A은 당시까지는 자신이 각목으로 피해자 K의 머리를 가격하여 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였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B의 개입에 관하여는 어떠한 진술도하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1991. 11. 15. 제4회 피의자신문 시에 '피고인 B이 돌로 피해자 K의 머리를 가격하였다.'라고 진술하여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 B 역시 1991. 11. 15. 제3회 피의자신문 전까지는 피고인 A이 피해자 K을 살해하였다고 진술하다가 1991. 11. 15. 제3회 피의자신문 때부터는 갑자기 종전 진술을 번복하고 자신이 돌로 피해자 K의 머리를 내리쳤다는 진술을 하였다.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갑작스러운 진술의 변경은 그간의 진술내용이나 태도 등에 비추어 석연치 않고, G경찰서 수사관들의 의도에 따라 진술을 변경한 것으로 이해하지 않는 한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면이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은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기억이 아니라 수사관들의 강압과 요구에 맞추어 허위자백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아내기 충분하고,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가혹행위와 고문이 있었음을 추단케 하는 정황에 해당한다.

② 수사기록에 편철된 1991. 11. 15.자 검증조서에 의하면 피고인들을 대동한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의 현장검증이 1991. 11. 15. 14:00경부터 같은 날 16:30경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고, 위 검증조서에 첨부된 사진 중에는 피고인 A이 피해자 K을 각목으로 가격한 후 의식을 잃은 위 피해자를 차도에서 인도로 옮긴 후 피고인 B과 함께 강변으로 옮기기까지의 상황을 재연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위 장면을 재연하는 사진들(사진 53 내지 56)은 사진 53 및 54와 사진 55 및 56을 경계로 하여 피해자의 대역이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어 있거나 피해자가 누워있는 곳의 보도블럭의 상태, 풀의 모습, 인도와 차도의 경계선 상태 등이 확연히 달라 그 전후 검증이 전혀 다른 시간대에 이루어졌음을 추정케 한다. 이는 '현장검증 이후 고문에 의하여 살해 방법에 관한 자백의 변경이 이루어졌고, 그와 같이 변경된 자백의 내용에 따라 그 다음날 2차 현장검증이 이루어졌다.'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사정에 해당한다.

나아가 위와 같이 현장검증이 전혀 다른 시간대에 걸쳐 2회 이루어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위 검증조서에는 현장검증이 '1991. 11. 15.' '1회' 이루어진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바, 그렇다면 위 기재는 허위라고 볼 것이고, 그와 같이 검증조서가 허위로 작성된 이유는 피고인들의 자백 변경의 경위가 석연치 않은 점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③ 피고인 A은 원심에서 'G경찰서에서 물고문을 당할 때 얼굴을 덮고 있던 수건을 이로 물었는데 수사관이 갑자기 수건을 낚아채는 바람에 치아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부러진 왼팔뼈를 고정시키기 위해 철심을 넣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고문을 당하면서 철심이 탈골되어 통증이 발생하였다.'라고 주장하였다. 치과의사 L, M, N는 피고인 A의 치아파절은 '일정한 강도 이상의 외력이 빠른 속도로 가해진 상황에 의한 결과일 개연성이 충분하다.'라는 취지의 소견을, 정형외과 의사 O은 '고문 상황으로 인하여 피고인 A의 왼팔 철심을 고정시키는 나사가 헐거워져 튀어나올 개연성이 충분하다.'라는 소견을 각 밝혔다. 위와 같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소견에 의하면 피고인 A의 치아파절 및 왼팔의 통증은 고문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

④ 1991.경 G경찰서 수사관에 의하여 발생한 유사한 고문피해 사례가 존재한다. P과 Q은 1991. 9.경 강도상해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각 징역 5년이 선고되었다가 항소심에서 Q에 대하여는 무죄가, P에 대하여는 징역 5년이 각 선고되었고 Q에 대한 무죄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P과 Q은 G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물고문에 의하여 허위자백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물고문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시기가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가혹행위의 시기와 불과 50여일 정도의 차이를 두고 있는 점, 물고문이 행해졌다고 지목한 장소가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가혹행위의 장소와 일치하는 점(G경찰서 별관 강력계 사무실), 물고문의 방법이 매우 유사한 점, 특히 Q의 진술내용은 '손목에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다리 뒤쪽으로 쇠파이프를 끼워 책상 사이에 거꾸로 매단 후 얼굴에 수건을 덮고 물을 부었다.'라는 것으로 피고인들 진술의 세부적인 내용과 일치하는 점 등에 비추어 P과 Q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할 만하다. 이와 같이 근접한 시기에 동일한 수사관서에서 유사한 방법의 고문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복수의 당사자가 존재하는 사정은 당시 G경찰서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 등의 악습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추단케 하는 간접사실 중 하나로 평가함이 타당하다.

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 및 당심 공판과정에서의 검찰의 변론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 및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에 관하여 2018. 4. 16.부터 2018. 6. 25.까지는 사전조사를, 2018. 7. 2.부터 2019. 3. 23.까지는 본조사를 각 실시하였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조사과정에서 지득한 수사 및 공판기록, 피고인들에 대한 방송사 취재 자료, 피고인들, 피해자들, 담당 검사 및 수사관들, 기타 고문 내지 가혹행위 관련자들과의 면담 결과 등을 종합하여 2019. 3. 25. '당시 G경찰서에서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고문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결론내렸다.

한편 당심에 관여한 공판검사는 2020. 12. 10. 당심 제8회기일에서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 및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에 관한 피고인들의 자백이 G경찰서 수사관들의 가혹행위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라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할 것을 요청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

다. 구체적인 판단

1)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입증을 위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는,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R, S에 대한 대질 부분 포함), 검사 작성의 R, S, T, U에 대한 각 진술조서, 검사 작성의 각 압수조서, 경찰 작성의 V, W, X, Y, R, S, Z, C, D, AA에 대한 각 진술조서, 경찰 작성의 피고인 A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조서, 경찰 작성의 피고인 B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 A 작성의 1991. 11. 9.자 자술서, 피고인 B 작성의 1991. 11. 8.자 자술서, 경찰 작성의 1990. 1. 4.자 검증조서, 경찰 작성의 1991. 11. 8.자 및 1991. 11. 12.자 각 압수조서, 사체검안서, 해부감정서, 각 소견서, 각 혈액감정확인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각 감정의뢰회보서, 각 압수물(증 제1 내지 11호), 원심 증인 R, S, T, U, AB의 각 법정진술이 있다(증거목록상 위 증거들 외 나머지 증거들에 대하여는 증거불채택 결정이 이루어졌다)3).

2) 증거능력 없는 증거

가) 경찰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경찰에서 피고인들이 작성한 각 1991. 11. 8.자 및 1991. 11. 9.자 각 자술서, 경찰 작성의 피고인 A에 대한 진술조서

(1)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 및 자술서는 피고인들이 G경찰서로 강제연행된 1991. 11. 8. 또는 그 다음날인 1991. 11. 9. 작성된 것인데, 피고인들이 1991. 11. 8. G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하여 불법체포되어 1991. 11. 9.까지 불법구금당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 및 자술서는 불법수사를 통해 채증한 증거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또한 그 진술의 임의성에 의심이 감에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기에 부족하다.

(2) 한편 피고인 A에 대한 위 진술조서는 1991. 11. 11. 작성된 것으로 피고인 A이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 및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인데,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G경찰서 수사관들로부터 구타와 물고문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 및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에 관하여 허위자백을 강요받아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였음이 인정되므로, 위 경찰 진술조서 역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또한 그 진술의 임의성에 의심이 감에도 임의성 해소를 위한 검사의 증명이 없다.

(3) 따라서 위 각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나) 검사 작성의 피고인 A에 대한 제1, 2회 피의자신문조서

(1)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들이 검찰로 송치된 당일인 1991. 11. 18. 작성되었고, 피고인 A은 위 각 피의자신문 당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하였다. 그런데 피고인 A은 1991. 11. 22. 이루어진 제3회 검찰 피의자신문부터는 G경찰서 수사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 및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을 부인하였고, 그 때부터 원심 및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제1, 2회 검찰 피의자신문에서 범행을 인정한 이유에 관하여 'G경찰서에서 고문을 받아 두려웠고, 경찰관들이 조성한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억압되고 위축되어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G경찰서 수사관들로부터 구타와 물고문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 및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에 관하여 허위자백을 강요받아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였고, 그와 같은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찰 조사단계에까지 계속되어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 임의성에 관한 의문점을 해소할 만한 검사의 입증도 없다.

(2) 나아가 검사는 1991. 11. 18. 이 사건 사건을 송치받은 당일 피고인 A에 대한 피의자신문을 진행하면서 그 과정을 녹화하였는데, 피의자신문 녹취록에 의하면 검사가 피고인 A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증거로 채택되니 바른대로 얘기해라.'라면서 곧바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신문이 진행된 사실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최소한 1991. 11. 18. 진행된 검사의 피의자신문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하고, 그와 같이 작성된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결국 위 각 증거도 증거능력이 없다.

다) 각 압수물(증 제1 내지 11호) 및 경찰 작성의 1991. 11. 8.자 및 1991. 11. 12.자 압수조서

(1) G경찰서 수사관들은 1991. 11. 8. 증 제1 내지 10호를, 1991. 11. 12. 증 제11호를 각 피고인 A로부터 압수하였다.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위와 같은 G경찰서 수사관들의 압수에 관하여 영장이 발부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한편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7조에 의하면 같은 법 제206조 긴급구속 규정에 의하여 구속할 수 있는 자의 소유,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는 피의자를 구속한 때로부터 48시간 또는 72시간 내에 한하여 영장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제1항), 그와 같이 압수한 물건은 구속영장의 발부를 받지 못한 때에는 즉시 환부하여야 하고, 다만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압수·수색영장의 발부를 받아야 한다(제2항).

위 법 제217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이 이루어지는 경우, 영장주의 예외의 근거가 되는 위 법 제206조의 긴급구속이 위법하면 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루어진 압수는 위 법 제217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서 역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G경찰서 수사관들이 1991. 11. 8. 피고인들을 강제연행한 것은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6조의 긴급구속 절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불법체포라 할 것이므로 결국 위 각 압수물에 대한 압수는 영장주의의 예외를 규정한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7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나아가 제출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위 각 압수물의 압수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이 위 각 압수물을 임의제출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4) 그렇다면 위 각 압수물은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규정 및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에 해당한다.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 위 각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헌법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5) 결국 위 압수물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고, 위법한 압수절차에 관한 위 각 압수조서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라) 검사 작성의 1991. 11. 19.자 압수조서

검사 작성의 1991. 11. 19.자 압수조서는 피고인 A이 경찰 및 검찰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자백하는 것을 녹음한 테이프를 담당 수사관들로부터 제출받았다는 취지인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 A의 경찰에서의 자백은 가혹행위에 의한 것으로 임의성이 없고, 검찰에서의 자백 역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된 상태에서 진술된 것이어서 그 각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 A의 그러한 자백을 녹음한 테이프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압수조서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나머지 증거들의 증명력에 따른 이 사건 공소사실의 증명 여부

가) 별지 1 공소사실 중 제1항: 피고인들

(1) R, S의 각 법정진술 및 수사기관 작성의 R, S에 대한 각 진술조서

(가) R는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의 피해자로서 그 진술에 의할 경우 범인의 얼굴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다. R는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의 범인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R의 위 진술은 이를 쉽사리 신빙하기 어렵다.

① R는 당심법정에서 "키 작은 범인의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눈, 코, 입 등은 보지 못했고 윤곽과 체형만 확인했다."라고 진술하였다. R의 위 진술에 의하면 R는 '키가 작은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② R는 원심법정에서는 당심에서의 증언과는 정반대로 "피고인 B이 운전석 바로 옆에 붙어서서 차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실내등에 의하여 그 얼굴을 확실히 볼 수 있었고, 동인을 제압할 기회를 노리기 위해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R는 검찰 조사에서는 "키가 작은 범인을 제압하기 위하여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밖이 어두워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윤곽은 확인하였기 때문에 기억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R는 그 진술이 일관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반대의 내용으로 진술을 번복하는바 그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

③ R는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피고인 A이 유리창을 깨는 시점에 차량 실내등으로 인해 피고인 A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피고인 A이 자신의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뒤로 물러섰지만 순간 피고인 A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기억할 수 있다.", "피고인 A이 실내등을 끄라고 하여 실내등을 끄는 척 하면서 피고인 A의 얼굴을 분명히 보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R는 당심법정에서 당시 범행 현장은 도로공사 중이었고 가로등이 없어서 암흑처럼 어둡고 캄캄한 상태였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다. 그와 같이 어두웠던 현장에서 차량 실내등이 켜지자 얼굴을 감추려고 뒤로 물러서는 범인의 얼굴을 순간 본 것만으로 그로부터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그 얼굴을 정확히 기억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쉽사리 믿기 어렵다.

④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켜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용의자가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은 1989. 12. 초순경에 발생하였고, R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91. 11. 11.경 피고인들을 검거한 G경찰서 수사관들의 요청에 따라 위 범행 발생 이후 처음으로 피고인들을 대면하였다. R는 당심법정에서 "범인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고 중부경찰서로 갔다. 중부경찰서 형사계에 있는데 G경찰서 수사관들이 피고인들을 데리고 오면서 '이 친구들이 맞나.'라고 물었고 피고인들이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하였다. G경찰서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범인이 검거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즉 R는 범행이 발생하고 2년이 지난 후에야 피고인들이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의 용의자라는 동료 경찰관의 연락을 받고서는 피고인들만을 단독으로 대면하였고, 그 자리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의 범인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R가 피고인들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범인식별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절차를 충족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의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암시가 주어졌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또 사건 발생일로부터 2년 가까이 경과한 후에 위와 같은 범인식별절차가 이루어짐으로써 종전에 피고인들을 만난 적이 없던 R로서는 기억력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범인에 대한 기억이 부정확할 여지가 크다. 나아가 이후 이루어진 수사절차에서 다른 용의자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피고인들이 범인임을 전제로 수사가 진행된 사정까지를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을 범인으로 지목한 R의 진술은 이를 선뜻 믿기 어렵다.

⑤ 이에 더하여, 기록상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에 관하여 최초로 수사된 내용은 1991. 11. 11.경 피고인들과 R가 대면한 것인데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에 관하여 그 발생일인 1989. 12. 초순경부터 위 1991. 11. 11.경까지 신고가 접수되거나 수사·내사가 이루어졌음을 인정할 공식적인 자료가 전무한 점, R의 진술에 의하면 범행 당시 R 외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다른 여성이 차량에 함께 있었다는 것인데 그 여성에 관하여 조사가 이루어진 사실이 없고 기록상 그 여성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확인되지 않는 점, 범행 당시 R가 타고 있던 차량의 차종이나 소유자에 관한 R의 진술은 명백히 허위로 판명된 점, R는 자신이 직접 범인들을 잡으려고 하였기 때문에 정식으로 피해를 접수하거나 범행을 신고하지는 않았고 다만 범행현장 인근의 AM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에게 구두로 범행사실을 전달하였고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이 발생하자 수사 본부에 직접 신고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나 AM파출소 내지 수사본부에서 R의 신고 사실을 접수하였음을 시사하는 별다른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R는 위와 같이 범행사실을 전달하거나 신고한 상대경찰관이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고 있는 점, 또 R는 위 여성을 나이트클럽에서 만났기 때문에 그 인적사항을 전혀 알지 못하고, 범행 당일 피고인들이 도주할 때 이를 뒤쫓아 갔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위 여성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고 진술하기도 하나 위 여성이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에 중요한 참고인인 점을 고려하면 경찰관으로서 스스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정식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R의 위와 같은 사건대응태도 내지 업무처리방식은 매우 부자연스럽고 이례적이라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R의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에 관한 진술은 경험칙상 쉽사리 신빙하기 어렵다.

(나) S은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의 피해자로서 그 진술에 의할 경우 범인의 얼굴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다. S은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의 범인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S의 위 진술은 이를 쉽사리 신빙하기 어렵다.

① S은 원심법정에서 2명의 범인 중 '키가 작은 범인'에 대하여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하였지만 목소리나 체격 등이 피고인 B과 비슷하고 피고인 B이 현장검증에서 범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을 재연했기 때문에 키가 작은 범인임에 틀림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진술에 의하더라도 S은 '키가 작은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다.

② S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는 '달이 없는 어두운 밤이었고 범행 주변에 가로등이나 불빛이 전혀 없었다.'라는 것이다. S은 범인들이 납치한 차량을 타고 피해자 K의 집 앞에서 낙동강변도로까지 약 3.5km를 피고인들과 함께 이동하였고 '키가 작은 범인'과 물속에서 20-30분 정도 난투를 벌인 후 함께 차량이 정차된 곳으로 올라오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S이 '키가 작은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 주변이 어두워 시야가 매우 제한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S은 '목소리나 체격 등'과 같은 얼굴 외의 신체적 요소를 근거로 피고인 B을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이 시야가 고도로 제한된 당시 현장환경, S이 겪은 특수한 상황, S이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S이 지득한(또는 지득하였다고 믿는) 범인의 '목소리와 체격 등'과 같은 신체적 정보가 범인의 얼굴을 식별·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거나 정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목소리와 체격 등만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키가 작은 범인'에게 특징적인 신체적 요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목소리와 체격의 유사성'만으로 피고인 B이 범인이 확실하다는 취지의 S의 진술은 주관적인 추측에 불과하거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거듭된 수사과정으로 인하여 오염된 기억에 기인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그 진술의 신빙성이나 증명력은 높지 않다.

③ 반면 S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 A에 대하여는 그 얼굴을 확실히 기억한다면서 "차 안에서 지갑을 빼앗길 때 피고인 A이 운전석에 앉아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기 때문에 그 얼굴을 보았다. 또 낙동강변도로에 이르러서는 현장에서 도주하려 할 때 자기를 잡으려는 피고인 A과 결투를 하였는데 그 때 피고인 A의 얼굴을 보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범행현장은 시야가 고도로 제한될 정도로 어두웠던 데다가, 설령 차량의 실내등이 켜져 있었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차량 앞좌석에 앉아 지갑을 건네받기 위해 잠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는 범인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 그로부터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그 얼굴을 정확히 기억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쉽사리 믿기 어렵다. 또한 S은 범행 현장으로부터 도주하는 과정에 자신을 잡으려는 피고인 A과 결투를 하였기 때문에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는 같은 장소에서 '키가 작은 범인'과 상당한 시간동안 결투를 벌였음에도 어두워서 그 얼굴을 보지 못하였다는 자신의 진술과 모순된다.

④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켜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용의자가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은 1990. 1. 4. 새벽에 발생하였고, S은 그로부터 1년 11개월이 지난 1991. 11. 11.경 G경찰서로부터 용의자를 검거하였다는 연락을 받고 G경찰서에 출석하였다. S은 1991. 11. 11. 제2회 경찰 조사에서 "G경찰서 형사과장실에 들어가 보니 어디서 본 듯한 사람(피고인 A)이 있었고 그 사람과 형사과장의 대화를 들어보니 목소리가 범인임에 틀림없었다. 피고인 B도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비슷해 보인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피고인들을 처음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이후 S은 수차례 검찰 및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들이 범인이 틀림없다는 취지로 반복적으로 진술하였다.

S이 피고인들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S은 용의자를 검거하였다는 수사당국의 연락을 받고 피고인들을 단독으로 대면하였는바 범인식별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절차가 충족되지 못하였음은 물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의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암시가 주어졌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2년 가까이 경과한 후에 위와 같은 범인식 별절차가 이루어졌는바 종전에 피고인들을 만난 적이 없던 S로서는 기억력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범인에 대한 기억이 부정확할 여지가 크다. 수사단계에서 다른 용의자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피고인들이 범인임을 전제로 수사가 진행되었고 S은 피고인들이 범인이 맞는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S과 피고인들과의 대질조사도 수회 이루어졌다. 위와 같은 수사과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이 범인임을 확신하는 방향으로 S의 기억이 점차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피고인 B의 경우에는 S이 처음부터 '정확히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을 범인으로 지목한 S의 진술은 이를 선뜻 믿기 어렵다.

⑤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이 발생한 직후 경찰에 의하여 작성된 '1990. 1.4.자 살인 등 사건 발생보고', '수사협조문', '1990. 1. 5.자 종합수사보고'는 모두 S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위 각 서류에는 범행의 방법에 관하여 '피의자가 돌로 S의 안면부를 구타하였다.'라는 취지의 기재만 있을 뿐이고 범인이 사용하였다는 '가스총'에 관한 언급이 없다. S은 1990. 1. 4.에 이루어진 현장검증에 참여하였는데 1990. 1. 4.자 검증조서에는 S이 "범인이 주먹으로 얼굴을 막 때렸다."라고 진술하였다는 취지의 기재만 있을 뿐이고 범인이 '가스총'으로 S을 위협하였다거나 이를 이용해 S의 안면부를 가격하였다는 취지의 기재는 없다. 범인이 '가스총'을 이용하였다는 사정은 다른 사건들과 구별되는 특이한 요소이면서 범인을 검거하는 데 중요한 단서에 해당하고, 피해자인 S이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였다면 범행 직후 이루어진 조사에서 그에 관한 언급을 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당연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범행 직후의 수사자료에 의하면 S은 그 무렵 '가스총'에 대하여는 일체 언급한 사실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들이 1991. 11. 8.경 공무원자격사칭 등 혐의로 검거되면서 같은 날 피고인 A이 가지고 있었던 '가스총'도 압수되었는데, 공교롭게도 S은 위와 같이 다른 범죄혐의로 검거된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의 피의자로 지목되자 비로소 범행도구로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가스총'에 관하여 진술하기 시작하였다. 위와 같은 진술변경의 경위나 번경된 진술의 내용 등에 비추어 S의 이 부분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보인다(한편 1990. 1.경 작성되었다는 S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는 작성일자가 공란되어 있는 점, 초동수사 단계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가스총'이 갑자기 언급된 점 등에 비추어 그것이 1990. 1.경 작성되었다고 믿기 어렵다).

⑥ 피고인 B은 시신경 위축으로 시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레베르시신경병증'을 앓고 있고 그 중에도 가장 심한 증상을 나타내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피고인 B의 병적증명서 및 병적기록표에 의하면 1979. 6. 19.경 징병검사 결과 양안의 시력이 0.01로 측정되어 안과 정밀검사가 이루어진 사실이 있고 이에 피고인 B은 병역면제판정을 받기도 하였다. 또 피고인 B은 경찰 제1회 피의자신문 당시 건강상태에 관하여 "시력이 좋지 않다."라고 답변한 사실이 있고 이후의 검찰 및 경찰의 일부 피의자신문 시 피고인 B이 직접 조서를 열람하는 대신 조서작성자가 읽어주는 방법으로 조서를 확인하였던 것으로 그 각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되어 있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안과전문의 AD에 대한 면담결과에 의하면 위 AD은 "피고인 B의 경우 초등학교 4, 5학년 때 시신경위축이 급격히 진행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그 정도의 시력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액티브한 행동을 할 정도가 안 된다고 판단한다."라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의 시력 상태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 일시, 장소와 같은 조건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을 한다는 것은 극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키가 작은 범인'이 피고인 B이라는 S의 진술은 피고인 B의 위와 같은 시력 상태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⑦ S은 수사단계 및 원심법정에서, '현장검증 당시 피고인들이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범행을 그대로 재연하거나 G경찰서에서 자신을 보고는 용서를 구하였기 때문에 범인이 맞다.'라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1991. 11. 15. 및 1991. 11. 16.의 현장검증은 피고인들이 G경찰서 수사관들로부터 고문을 받은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피고인들은 위 현장검증 당시 허위자백에 부합하도록 범행을 재연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피고인들은 그 허위자백에 부합하도록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의 피해자인 S에게 용서를 구하는 행동을 하였을 개연성이 충분하므로 그러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 부분 공소사실 또는 S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정황이라고 볼 수 없다.

(2) T, U의 각 법정진술 및 검사 작성의 T, U에 대한 각 진술조서

T는 북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으로, 원심법정 및 검찰 조사에서 "1991. 11. 13. 20:00경 G경찰서 수사관들과 함께 피고인 A을 대동하여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의 현장검증에 참여하였는데 피고인 A이 범행 당시의 상황이나 피해자들을 납치한 장소, 차량을 정차한 장소, 피해자 K의 사체를 옮겨놓은 장소 등을 정확히 지적하는 것을 보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U은 G경찰서 소속 경찰관으로, 원심법정 및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들이 경찰 조사 단계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것을 보았거나 들었다. 1991. 11. 13. 20:00경 피고인 A을 대동하여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의 현장검증에 참여하였는데 피고인 A이 범행을 정확히 재연하고, 피해자 K의 사체를 옮겨놓은 장소 등을 정확히 지적하는 것을 보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G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하여 이 부분 범행에 관한 허위자백을 강요받으면서 구타와 물고문 등을 당하였고 이에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였음이 인정되고, 피고인들은 각 현장검증 당시 수사관들에 의하여 강요된 자백의 내용에 맞추어 행동하고 범행을 재연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T와 U의 각 진술은 이를 쉽사리 신빙하기 어렵다.

(3) 검사 작성의 1991. 11. 22.자 압수조서

위 압수조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 범행현장 및 피해자 K의 부검진행상황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제출받았다는 취지로 그 기재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4) 경찰 작성의 V, W, X, Y, Z, AA에 대한 각 진술조서

위 각 진술조서는 피고인들의 알리바이에 관한 내용(W, X),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여 피고인들을 알고 있다는 내용(V), 피해자 K의 배우자로서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을 알게 된 경위나 피해자 K의 신변사항 등에 관한 내용(Z), 경찰 조사 당시 피고인들에 대한 혈액형감정확인서 및 피고인 A 우측 하퇴부 흉터에 관한 소견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AA) 등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라서 그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한편 Y는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 당시 피해자들이 타고 있었던 자동차에는 녹음장치가 있는 스테레오가 있었는데 위 범행 이후에 보니 위 스테레오가 손괴되어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 직후 이루어진 현장검증결과를 기재한 경찰 작성의 1990. 1. 4.자 검증조서에는 범행현장에서 발견되거나 조금이라도 단서가 될 만한 사항들이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음에도 부서진 스테레오에 관하여는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 위 검증조서의 내용이나 작성방식에 비추어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차량 내부 스테레오가 손괴되어 있었다면 그에 관한 유의미한 기재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고 보이는 점, 위 검증조서에 첨부된 차량 내부 촬영사진 영상에 의하면 스테레오가 손괴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경찰 작성의 Y에 대한 진술조서는 이를 쉽사리 신빙하기 어렵다.

(5) 경찰 작성의 1990. 1. 4.자 검증조서

위 검증조서는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 발생 직후 피해자 S의 참석 하에 이루어진 현장검증결과를 담고 있을 뿐이다. 위 검증조서의 기재나 그 첨부 사진의 영상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6)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1990. 1. 20.자 감정의뢰회보서

위 감정의뢰회보서는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 부근에서 수거한 손수건에 묻은 이물질의 종류 및 혈액형에 관한 감정의뢰에 대한 회신으로, 그 감정결과란에 "정액반응이 양성으로 반응하고 혈액형은 AB형으로 반응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위 감정의뢰회보서의 비고란에는 "혈액형은 정액만을 순수분리시키지 않고 혈액형을 판정한 것이므로 A형과 B형, A형과 AB형, B형과 AB형이 혼합된 경우도 AB형으로 반응할 수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A의 혈액형은 AB형이고, 피고인 B의 혈액형은 O형임이 확인되는데, 위 감정결과에 의하면 위 손수건에서는 O형의 혈액형이 확인되지 않고, 감정된 혈액형도 AB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감정결과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7) 소결

위 증거들 외에 나머지 증거들 역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들이 아니다.

결국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별지 1 공소사실 중 제2항: 피고인 B

(1) 피고인 B의 자백의 신빙성

(가)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 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10277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인 B은 원심 및 수사단계에서 공소장변경 전의 이 부분 공소사실4)을 자백하였다가 이 사건 항소를 제기하면서는 피고인 A과 동행한 사실은 있지만 공무원자격사칭 및 공갈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A과 공모하거나 공동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당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에 관하여도 이를 부인하였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인 B은 원심 제3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A이 운전연습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 무면허단속을 한다고 말을 하면 돈을 받을 수 있으니 그냥 옆에만 앉아 있으면 된다고 하여 피고인 A을 따라가게 되었지요."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하여 "무면허단속에 대한 말은 없었고, 그냥 시내에 가자고 하여 따라갔습니다."라고 답변하여 원심법정에서 사실상 공모 내지 범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그런데 같은 기일에 "피고인 A을 따라다니며 결국 바람잡는 역할을 피고인 B이 하게 되어 잘못을 한 것이지요."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하여는 "예."라고 대답하기도 한 점, ③ 피고인 B의 1992. 12. 22.자 탄원서에는 "만일 살인강도 부분만 아니었더라면 공무원자격사칭 부분에 대하여도 항변하고픈 인간적인 강한 욕망이 있습니다. 드라이브만 하자고 하여 따라나선 것인데 피고인 A이 갑자기 차량방송을 하며 피고인 B을 차량에 둔 채 피해차량에 접근하여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는 이 사건 강도살인 범행에 집중하여 재판에 임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사실과 다르게 자백하였다는 취지로 이해되는 점, ④ 한편 피고인 A은 당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해자 C에 대한 범행만을 인정하면서 그 범행은 자신이 단독으로 하였고 피고인 B은 범행현장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⑤ 피고인 B은 제1회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 A과 자동차를 타고 동행한 적은 많지만 무면허운전교습 단속행위에 가담한 것은 1991. 11. 6. 1회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제1회 검찰 조사에서 1991. 11. 초순경 1회, 1991. 11. 6. 2회 등 합계 3회에 걸쳐 피고인 A과 무면허운전교습 단속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한 점, ⑥ C 및 D은 경찰 조사에서 단속반을 사칭하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갈취당한 시기는 1991. 11. 5.이고 그 때 범인은 1명뿐이었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 B의 위 자백진술과 피해자의 진술이 불일치하는 점, ⑦ 반면 변경된 공소사실에 관하여 자백하는 피고인 A의 진술은 위 C 및 D의 진술과 일치하는 점, ⑧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 B의 자백이 기재된 경찰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와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모두 그 조서 확인 시 피고인 B이 직접 열람하지 않고 조서작성자가 읽어주는 방식으로 확인된 것으로 기재되어 점, ⑨ 이 사건 기록상 피고인 B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A과 공모 내지 공동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다른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다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 피고인들은 G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한 위법한 강제연행으로 인하여 갑작스럽게 경찰서에 구금되었고 외부와 단절된 채 구타와 물고문 등을 받으면서 강도살인, 특수강도 등 중범죄에 대한 허위자백을 강요받았으며 그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공포로 인해 위 중범죄에 대하여 임의성 없는 허위자백을 하였는바 그러한 피고인들의 심리상태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이 완전히 절연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이는 점, ㉡ 피고인 B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자백은 피고인 A과 동행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만을 시인하는 취지의 것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는 점, ㉢ 검사도 당심 제8회 공판기일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피고인 B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는 의견을 진술한 점까지를 보태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 B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자백은 이를 쉽사리 신빙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2) 다른 증거들의 증명력

(가) 피고인 B의 위 자백 외에 이 부분 공소사실의 입증을 위한 증거로는 피고인 A의 진술, 경찰 작성의 C, D에 대한 각 진술조서, 각 압수물(증 제1 내지 10호)과 그 압수조서 등이 있다.

(나) 피고인 A의 진술

피고인 A이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공소장변경 전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 A은 당심에 와서는 변경된 공소사실 중 1991. 11. 5.자 피해자 C에 대한 공소사실만을 인정할 뿐 나머지 1991. 11. 초순경 및 1991. 11. 6.자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이를 부인하였고, 인정하는 피해자 C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도 자신의 단독범행이고 피고인 B과 공모 내지 공동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과, 앞서 피고인 B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자백의 신빙성 판단을 위하여 살펴 본 제반 사정들 및 검사도 당심 제8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A에 대하여 피해자 C에 대한 공소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하여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진술은 이를 신빙하기 어렵다.

(다) 경찰 작성의 C, D에 대한 각 진술조서

경찰 작성의 C, D에 대한 각 진술조서에 의하면 C은 1991. 11. 5.경 무면허운전교습을 이유로 3만 원을 갈취당하였고 그 범인은 1명이었다는 것인바, 앞서 피고인 B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자백의 신빙성 판단을 위하여 살펴 본 사정 및 피고인 A이 당심에서 피해자 C에 대한 범행을 인정하며 그 범행을 자신이 단독으로 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까지를 보태어 보면, 위 각 진술조서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라) 각 압수물(증 제1 내지 10호) 및 그 압수조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각 압수물은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고, 그 압수조서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

(3) 소결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 B의 주장은 이유 있다.

6.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고, 또한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도 있으므로, 피고인들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1. 공무원자격사칭 및 공갈

피고인 A은 1991. 5. 30.경 부산 북구 감전동 소재 중고차 중고자동차매매상사에서 AH 중고 소나타 승용차를 6,500,000원에 매입하여 차앞 유리창에 "교통지도, 청소년선도"라는 표시 스티커를 부착하고, 차량용 마이크 및 싸이렌, 가스총, 경광등, 교통경찰용 후라쉬 등을 설치 및 비치하고 교통단속 범칙금 스티커 50매를 임의 인쇄, 경찰마크가 새겨진 적발판에 꽂아 소지한 후 1991. 11. 5.경 부산 AJ 유원지 공터에서 르망 승용차로 운전교습 중인 피해자 C(39세)과 D을 위 승용차로 진로를 막아 정지시켜 마이크로 "두 사람 다 면허증을 가지고 오시오."라고 한 후 이들에게 경찰신분증과 비슷한 자칭 '교통지도, 청소년선도 청년단장, AN' 신분증을 슬쩍 보이면서 G경찰서 교통담당 경찰관이라고 말하고 위 범칙금 스티커를 기재할 것처럼 무면허운전교습행위를 하였으니 AO파출소로 가자고 하면서 피고인 A의 승용차에 탑승케 하는 등으로 교통경찰관의 자격을 사칭하여 그 직권을 행사하는 한편, 위 피해자에게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하고 면허정지 100일간의 행정처분을 받도록 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3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였다.

2. 도로교통법위반

피고인 A은 1991. 11. 초순경부터 1991. 11. 6.까지 사이에 자동차 운전면허 없이 부산 강서구 AE 소재 피고인 A의 집에서 위 AJ 강변까지 피고인 A 소유 차량인 AH 소나타 승용차를 운전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A의 당심 법정진술 및 원심 일부 법정진술

1. 경찰 작성의 C, D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일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공무원자격사칭죄와 공갈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공갈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공갈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1. 선고유예할 형

징역 6개월

1.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1년 이하

2. 선고형의 결정: 선고유예(징역 6개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A이 교통경찰관의 자격을 사칭하여 무면허운전교습행위를 단속하는 등 그 직권을 행사하고, 그 기회에 마치 벌금을 부과할 것처럼 피해자에게 겁을 주어 피해자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고, 운전면허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 A은 무면허운전교습행위가 단속될 것을 염려하는 일반 시민을 상대로 마치 경찰관인 것처럼 행동하였는바 범행수법이 대담한 점, 그 과정에서 싸이렌과 마이크 등의 장비를 구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모의하는 정황도 보이는 점, 그와 같이 경찰관 자격을 사칭하여 피해자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기까지 한 점 등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방법, 경위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피고인 A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공갈로 인한 피해액이 소액에 불과한 점, 피고인 A에게 경미한 벌금형의 전과 외에 별다른 범죄전력은 없는 점, 피고인 A이 과거 위법한 수사 및 가혹행위의 결과로 별지 1 공소사실 기재 일부 범행에 대하여 허위의 자백을 하게 됨에 따라 재심대상판결에 의해 장기간 구금되는 고초를 겪은 점 등을 피고인 A에 대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 A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전과, 범행의 동기, 내용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피고인 A

가. 강도살인, 강도상해, 강도강간, 특수강도, 각 감금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1 공소사실의 제1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5. 가. 및 나.항, 5. 다. 1) 및 2)항, 5. 다. 3) 가)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나. 1991. 11. 초순경 및 1991. 11. 6. 17:00경의 각 공무원자격사칭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1 공소사실의 제2항 중 별지 2 범죄일람표 순번 1, 3 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3. 다.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다. 1991. 11. 5경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1 공소사실의 제2항 중 별지 2 범죄일람표 순번 2 기재와 같이 피고인 A이 피고인 B과 공동하여 피해자 C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하였다는 것이다.

2) 판단

위 5. 가. 및 나.항, 5. 다. 1) 및 2)항, 5. 다. 3) 나)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공모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1991. 11. 5.경의 공무원자격사칭죄 및 공갈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2. 피고인 B

가.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1 공소사실의 제1항 및 제2항 기재와 같다.

나. 판단

위 5.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3. 판결의 공시

형사소송법 제440조 본문에 의하여 위 무죄의 판결을 선고하는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곽병수

판사 임수정

판사 오대석

주석

1) 공소장의 적용법조란에는 특수감금죄에 대한 형벌조항인 '형법 제278조'가 아닌 감금죄에 대한 형벌조항인 '형법 제276조 제1항'이 기재되어 있고, 원심판결과 재심대상판결도 공소장 기재 적용법조인 '형법 제276조 제1항'을 적용하여 감금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 제8회 공판기일에 관한 녹취서 참조.

3) 한편 AC 작성의 1992. 6. 12.자 진술서는 증거목록상 입증취지가 '진술의 임의성'으로 기재되어 있는바 검사는 이를 공소사실에 관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 진술의 임의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제출한 것이다.

4) 공소사실의 내용 자체는 별지 1 공소사실 중 제2항과 동일하나, 다만 그 3회의 범행 중 C, D에 대한 범행의 시기가 '1991. 11. 6. 16:00'로 공소장변경 후의 '1991. 11. 5.'과 다르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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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1992.8.11.선고 91고합1305
-부산고등법원 1993.1.7.선고 92노1125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