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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다20354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1993.8.1.(949),1837]
판시사항

가. 신용장이 수반되지 않는 인수도방식의 수출에 있어서의 수출어음보험의 의의 및 그 보험에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된 외국환은행의 의무

나. 외국환은행에게 수출거래약정에 수반되는 “가” 항의 의무를 태만히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채증법칙위배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신용장이 수반되지 않는 인수도방식의 수출에 있어서 수출어음보험은 수출대금의 회수불능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여 외국환은행으로 하여금 수출어음을 안심하고 매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출자를 보호하고 수출무역의 진흥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수출자의 보험료 부담에 의하여 수출어음보험의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된 외국환은행으로서는 당해 수출계약이 위 보험의 혜택을 받기에 적합한 것인지를 사전에 검토함은 물론 어음추심에 따른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수출대금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수출어음보험으로부터 보험의 혜택을 받아 수출자를 보호하기에 필요한 사후 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다.

나. 외국환은행에게 수출거래약정에 수반되는 “가”항의 의무를 태만히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채증법칙위배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아남실업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재경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와 무신용장방식에 의한 화환어음 또는 선적서류 매입 등의 수출금융거래에 적용될 수출거래약정을 체결하고 피고로부터 수출금융을 받아 오던 중 미국에 있는 수입상인 소프터치사(이하 수입자라고 한다)와 봉제완구 수출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터잡아 1988.11.11.과 같은 해 11.16. 수입자를 지급인으로 하고 선하증권 발행일 후 150일을 만기일로 하는 인수도방식의 화환어음 2매(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고 한다)를 각 발행한 후 거기에 운송업자인 케니 트랜스포트사 발행의 선하증권 각 3매 중 1매씩을 첨부하여 피고에게 무신용장방식에 의한 매입을 의뢰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어음에 대하여 보험료를 원고가 부담하여 수출입은행의 수출어음보험에 들기로 하여 이를 매입하였으며, 원고는 위 선하증권 각 3매 중 이 사건 어음 매도시 피고에게 교부한 각 1매를 제외한 나머지 각 2매를 피고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수입자에게 송부하기로 한 수출계약에 따라 이를 수입자에게 송부하였고, 그 후 수입자는 원고로부터 직접 송부받은 선하증권을 사용하여 위 운송업자로부터 봉제완구를 인도받아 갔고, 피고는 1989.5.30. 원고와 수입자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어음의 만기일을 같은 해 10.15.로 각 연장하여 주었고 수출입은행도 이를 승인하였는데, 피고는 연장된 만기일이 지날 때까지도 이 사건 어음에 대한 인수를 받지 못하였고, 또 만기일이 지나서도 어음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수출입은행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음을 통지하였고, 수출입은행은 1990.2.8. 피고에게 “인수도 조건의 화환어음의 경우 부속화물이 화환어음의 인수 전에 인도됨으로써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위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수출어음보험약관 제2조 제1항 제2호의 면책규정에 의하여 면책되었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약정에 따른 환매를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송부한 선하증권을 사용하여 봉제완구를 인도받은 수입자는 피고의 인수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어음에 대한 인수를 지체하여 피고는 연장된 만기일이 지날 때까지도 어음의 인수를 받지 못하였고, 원심이 믿지 아니하는 증인 소외인의 증언 외에는 피고의 고의나 과실에 의하여 이 사건 어음상의 권기가 소멸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이 사건 수출어음보험의 보험자가 면책됨에 있어 피고에게 어떤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원고가 인수도방식의 이 사건 어음을 이미 피고에게 매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수입자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인수받기 전에 수입화물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이 사건 어음은 인수도조건의 화환어음임에도 그 인수 전에 부속화물이 인도되었다는 이유로 보험자가 면책된 것이므로, 이 사건 수출어음보험자의 면책은 원고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은 증거 중 피고가 수출입은행에 보낸 1990.3.9. 자 수출어음보험사고 면책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2호증의 1)에 의하면, 피고의 로스앤젤레스지점은 부속화물의 인도 전에 수입자와의 교신과정에서 인수의사를 확인하였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수입자가 어음에 직접 서명을 함으로써 인수행위가 이루어졌으므로 면책처분을 재고하여 달라고 되어 있고, 이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심의결과통지(을 제2호증의2)에 의하면 지급불능상태에 있는 수입자가 사후적으로 어음을 인수한 행위는 수출입자간의 도덕적 위험(Moral Risk)까지도 개재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 사건 어음의 매입은행인 피고는 화환어음이 인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속화물이 수입자 앞으로 인도될 수 없도록 화환어음을 포함한 일체의 부속서류를 매입하였어야 할 것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을 제2호증의 1, 2의 기재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 어음은 수입자가 피고의 인수요구를 회피하거나 거절하여 그 인수가 지체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어음의 만기일이 연장되었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그리고 사정이 위와 같다면, 원심이 이 문서들을 배척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이를 증거로 삼아 이 사건 어음은 피고의 인수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입자가 인수를 지체하여 피고가 연장된 만기일이 지날 때까지도 인수를 받지 못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3. 그리고 이 사건에서 가사 보험자인 수출입은행이 면책되고, 이에 관하여 원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이 때문에 당연히 피고에게는 전혀 과실이 없다거나 원고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용장이 수반되지 않는 인수도방식의 수출에 있어서 수출어음보험은, 수출대금의 회수불능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여 외국환은행으로 하여금 수출어음을 안심하고 매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출자를 보호하고 수출무역의 진흥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수출자인 원고의 보험료 부담에 의하여 수출어음보험의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된 외국환은행인 피고로서는 당해 수출계약이 위 보험의 혜택을 받기에 적합한 것인지를 사전에 검토함은 물론 어음추심에 따른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수출대금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수출어음보험으로부터 보험의 혜택을 받아 수출자를 보호하기에 필요한 사후 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어음의 매입을 요청할 때에 함께 첨부한 수출계약서(갑 제3호증의 3, 주문계약서)에는 원고가 수입자와의 수출계약에 의하여 선적선하증권 3매 중 2매를 수입자에게 직접 항공으로 송부하도록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어음을 매입할 당시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볼 것이고, 한편 이 사건 어음을 매입한 피고는 피고의 로스앤젤레스지점에 이 사건 어음과 원고로부터 교부받은 선하증권 등을 보내어 추심의뢰를 하였는데(갑 제13호증의 1, 2, “선하증권 1/3+2C”는 선하증권 각 3매 중 원본 1매와 사본 2매가 첨부되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를 송부받은 피고의 로스앤젤레스 지점에서는 수입자에게 이 사건 어음을 인수할 의사를 유선으로만 확인받고 서명을 받은 등 인수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던 중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함으로써 보험자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면책통보를 받은 것으로 엿보이는바(위에서 본 을 제2호증의1, 2 등), 만일 수입자가 화물을 인도받아 가기 전(또는 만기 전)에 이 사건 어음의 인수절차를 거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피고가 이 동안에 어음의 인수를 요구하였더라면 수입자가 어음을 인수하였을 것임에도 피고가 연장된 만기일이 지나고 보험사고의 발생을 통지할 때까지도 이를 방치하여 두었으며 이 때문에 보험자인 수출입은행이 면책통보를 하게 된 것이라면, 이 사건 보험사고가 위의 면책규정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피고에게는 원고와의 수출거래약정에 수반되는 앞서 든 바와 같은 외국환은행으로서의 의무를 태만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을 살펴보아 그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그에 터잡아 원고의 이 사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5.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범위 안에서 채증법칙을 어기고 심리를 미진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의 다른 점에 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최재호 배만운(주심) 김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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